노조간부인 기간제 근로자에게 무기계약직 전환 평가기준을 자의적으로 적용한 다음 그 평가결과가 기준에 미달함을 이유로 근로관계를 종료한 것은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2025.10.27.
노동팀 뉴스레터 제17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서울행정법원 2025. 9. 11. 선고 2024구합55921 판결]
1. 사안의 개요
원고들은 물류센터를 위탁운영하는 참가인 A회사에서 근무하던 기간제 근로자(이하 ‘원고 근로자’)와 원고 근로자가 간부로 활동하는 노동조합(이하 ‘원고 노동조합’)으로, 원고 근로자는 일정 요건 충족 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는 내부 규정에 따라 근무해 왔습니다. 회사는 무기계약직 전환 평가에서 원고 근로자에게 정성평가 점수를 낮게 부여하고 기준점수(80점)에 미달하였다는 이유로 계약을 종료하였습니다(이하 ‘이 사건 해고’).
원고들은 이 사건 해고를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하며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초심 지방노동위원회는 ‘무기계약직 전환기대권이 인정되지만 A회사의 전환 거절에 합리적 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모두 기각 판정을 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 역시 초심판정과 같은 이유로 원고들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습니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
원고들은 이에 불복하여 이 사건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대상판결은 A회사의 평가기준이 자의적이고, 특히 노조활동을 이유로 한 불이익이라는 점을 근거로 이 사건 해고가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해고에 합리적 사유가 있다고 판단한 이 사건 재심판정을 취소하였습니다. 대상판결이 이 사건 해고에 대하여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라고 판단한 주요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가. 부당해고 인정여부(인정)
(1) 원고 근로자에게 무기계약직 전환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지
① (관련법리)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그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계약기간 마료될 무렵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와 경위,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의 전환에 관한 기준 등 그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를 위반하여 합리적 이유 없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의 전환을 거절하며 근로계약의 종료를 통보하더라도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효력이 없고, 그 이후의 근로관계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된 것과 동일하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6.11.10. 선고 2014두45765 판결 등 참조)
② A회사 규정은 일정 요건을 충족한 기간제 근로자를 ‘의무적’으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여야 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 채용 공고에 전환 심사 명시(근로계약 체결 경위), △ 2차례 근로계약이 갱신된 사정과 담당 업무의 상시성ㆍ필수성(담당 업무의 내용과 성격), △ 무기계약직 전환 평가표 등 요건과 절차의 존재, △ 전환 대상자들의 75% 이상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점(전환율 등 그간의 관행) 등을 종합하면, 원고근로자에게 무기계약직 전환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
(2) 이 사건 평가기준의 구조적 문제점
① A회사는 근태, 징계 등 확인가능한 지표는 정량평가로, 그 외에 직무적합성ㆍ태도ㆍ팀웍 등 정량평가가 어려운 항목은 정성평가의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양자는 각 50점 만점으로 서로 동일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중 정성평가 항목은 평가자의 주관적 의견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데, 종전 기준에 비해 실질적으로 정성평가 비중이 매우 확대되어, 회사의 자의적 평가에 따라 무기계약직 전환이 좌우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② 정량평가 항목 중 ‘징계’의 배점이 종전 기준에 비해 감소되어 정성평가의 비중이 대폭 확대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그리고 배점구조상 다른 정성평가 항목에서 좋은 점수(‘우수’의 중간값)를 부여받더라도 가장 가벼운 ‘견책’의 징계처분만으로도 무기계약직 전환 제외 대상자로 분류될 수 있다. 이러한 배점 부여는 사용자가 매우 경미한 비위행위를 빌미로 견책 등의 징계처분을 부과함으로써 전환 기대권을 가지는 기간제 근로자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할 위험성이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③ ‘직무적합성’, ‘태도’, ‘팀웍’ 등 정성평가 항목들은 서로 면밀하게 구분되지 않아 그 자체로 중복ㆍ이중평가의 위험성이 있고, 그 정도가 과하다.
④ 무기계약직 전환 기준 점수를 70점에서 80점으로 상향하였는데, 위와 같은 문제점들을 고려하면 평균적인 ‘보통’의 근로자조차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자로 쉽게 선정되지 못하는 결과가 초래된다. 실제로 평가대상자들의 평균 점수를 살펴보면, 정성평가 항목에서만 15.4점이 감점되어 전환 거절의 기준점수(20점 감점)에 근접하였다.
(3) 원고근로자에 대한 평가가 기계적ㆍ자의적으로 이루어졌는지 여부(긍정)
① 근태 및 징계를 이유로 정량평가기준에 따른 감점을 한 것만으로는 부당하다고 보기 어려우나, 이미 정량평가에서 감점사유로 고려한 징계(견책)을 이유로 ‘직무적합성’ 항목에서 7점을 감점한 것은 이중평가에 해당하고, 그 경미성에 비해 감점 폭이 과도하여 평가의 합리성이 결여되었다.
② 원고근로자의 노조 농성집회 참여를 이유로 ‘태도’ 항목에서 9점을 감점한 것은, 집회의 불법성이나 그 주도 여부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아 합리적 근거가 부족하다.
③ ‘팀웍’ 항목에서도 구체적 사유 없이 ‘우수’ 구간의 최하점이자 근로자 평균점수 수준(15점 만점에 10점)을 부여하였다. 그러나 무기계약직 전환 기준점수까지의 최대 감점 한도 구조상 ‘보통’ 수준의 정성평가만 받더라도 전환이 사실상 힘들어지는 결과가 야기될 수 있음을 점수만으로도 무기계약직 전환이 어려운 평가 구조를 고려하면, 합리적 이유 제시 없이 ‘보통’ 수준보다 1점 높을 뿐인 상당한 수준의 감점을 한 것은 부당하다.
④ 결국 원고 근로자는 정성평가에서만 총 21점이 감점되어 전환 불가 판정을 받았으며, 이전 근로계약 갱신평가에서는 정성평가에서 각 4점 감점, 6점 감점으로 높게 평가된 점과 비교하였을 때 급격한 점수 하락에 합리적 이유가 없다. 따라서 원고근로자에 대한 평가는 자의적이고 부당한 평가에 해당하여 이 사건 해고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나. 이 사건 해고의 부당노동행위 인정여부(인정)
① A회사가 무기계약직 전환 평가에서 자의적 정성평가 비중을 확대한 구조적 문제가 이 사건 부당해고 인정의 핵심적 근거이며, 표면적으로는 평가기준의 세부 항목에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노동조합 조직ㆍ운영에 지배ㆍ개입하려는 의도가 직접 반영된 조항이 마련되지는 않았더라도, 사용자가 노동조합 활동을 저해하려는 의도로 정성평가 항목에 저조한 점수를 주는 것이 구조적으로 방지될 수 없다.
② 정성평가의 감점 폭이 커서 소폭의 점수 차이만으로도 전환이 거절될 수 있어, 사용자가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불이익을 줄 여지가 컸고, 이는 근로자들의 노동조합 활동을 위축시킬 위험이 있었다.
③ 실제 감점 대부분이 노동조합활동과 직접 관련되어 있었고, 농성 참여를 이유로 정성평가에서 과도한 감점이 이루어졌으며, 이는 회사의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었다고 보이고, 그것이 실제 부당한 평가로 이어진 이상 부당노동행위 의사의 핵심적 징표가 충족되었다고 볼 수 있다.
④ A회사는 과거에도 노동조합 간부들에 대한 징계처분ㆍ갱신거절ㆍ전환거절 등 부당한 인사조치를 반복해 왔고, 원고 근로자를 포함하여 노동조합 간부 다수가 포함된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사실도 확인된다. 이러한 원고 노동조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이 사건 해고의 배경이 되었다고 보인다.
3. 의의 및 시사점
기간제 근로자에게 무기계약직 전환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사용자의 전환 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평가 절차 및 결과의 객관성·합리성 확보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구체적으로, 노동조합 가입 및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에 대하여 평가 대상자 중 유일하게 무기계약직 전환을 거절한 사안에서 사용자의 고과평정이 객관성ㆍ합리성을 결여하여 위 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사례(대전지방법원 2023. 11. 29. 선고 2022구합102474 판결, 확정), 재단의 계약직 단장에 대하여 무기계약직 전환이 거절된 사안에서 상향식 평가 방식, 외부 인사가 포함된 인사위원회, 객관적으로 최하위의 근무평가 점수 등을 고려할 때 위 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판단한 사례도 있었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22. 2. 17. 선고 2020구합80226 판결, 확정).
대상판결은 이러한 기존의 법리를 따르면서도, 정성평가의 비중을 높여 자의적인 평가가 가능하도록 한 평가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과 실제 자의적 평가 결과를 지적하고, 이러한 평가권 남용의 실질이 노동조합 간부 활동에 대한 불이익 처우였음을 명시적으로 판단함으로써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를 동시에 인정했다는 점에서 시사점을 가집니다. 특히, 부당노동행위와 관련된 기존 판례는 주로 징계해고, 승격 탈락 등의 인사조치를 주요 판단 대상으로 다루어 왔으며(서울고등법원 1994. 7. 1. 선고 93구1338판결, 대법원 2025. 4. 3. 선고 2023두41864, 2023두41871판결), 무기계약직 전환 거절이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웠는바, 대상판결은 무기계약직 전환 거절에 대하여도 부당노동행위 성립을 명시적으로 인정하여 부당노동행위의 판단 영역을 넓힌 사례로 참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대상판결은 피고인 중앙노동위원회가 항소를 제기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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