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단 소속 재활 트레이너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사례
2025.10.27.
노동팀 뉴스레터 제17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 부산지방법원 2025. 8. 21. 선고 2024나54928 판결]
1. 사안의 개요
원고는 피고 야구단과 업무위탁계약 또는 감독ㆍ코치계약을 체결(이하 ‘이 사건 계약’)하고 피고 야구단에서 부상을 당한 후 재활 중인 야구선수들의 부상상태를 점검하고 물리치료를 수행하는 등 재활 업무를 담당하는 트레이너로 2007년경부터 근무해오다가 2020. 11. 30. 계약이 종료된 사람입니다.
원고는 계약 종료 이후 자신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주장하며, 피고를 상대로 퇴직금 및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청구하며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제1심은 원고가 피고의 규정을 준수하여야 했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고, 원고가 담당한 업무는 전문성이 있어 피고의 구체적인 지시ㆍ감독이 어려울 수 있으며, 매년 계약 시 연봉이 변경되고 다른 프로야구 구단과 다른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항소심인 대상판결은 제1심과 판단을 달리하여, 원고의 업무 내용과 수행방식, 상당한 지휘ㆍ감독 여부, 근무시간 및 근무장소의 지정ㆍ구속 여부, 보수의 근로대상성 등을 고려하여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습니다.
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관련법리
①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비추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②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ⅰ)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 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ㆍ감독을 하는지, (ⅱ)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ⅲ)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 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ⅳ)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ⅴ)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ⅵ)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ⅶ)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ⅷ)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ⅸ)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1다44276 판결, 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7두62235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 원고(재활 트레이너)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인정여부(긍정)
① (피고에 의한 업무 내용의 결정) 이 사건 계약에 따르면, 원고의 주된 업무내용은 (ⅰ) 선수단 응급처치, (ⅱ) 선수단 병원진료 업무, (ⅲ) 의약품 관리 및 수불장 관리, (ⅳ) 체력단련실 운용, (ⅴ) 부상선수 재활훈련 치료 및 보조, (ⅵ) 선수 개인별 웨이트 프로그램 개발, (ⅶ) 기타 트레이너 업무에 준하는 사항, (ⅷ) 상기 업무에 관한 보고서 작성이다. 업무의 특성상 일부 포괄적ㆍ전문적인 사항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아 이 사건 계약에 정해진 원고의 업무는 상당히 구체적이고, 원고가 자율적으로 이를 결정한 것이라기보다는 피고의 필요에 따라 결정된 것으로서 피고의 지시에 의존하는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원고가 2013년부터는 ‘코치계약서’의 명칭으로 피고와 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원고의 업무 내용은 그 이전과 실질적으로 동일하였다.
② (근무시간ㆍ장소 구속 및 상당한 지휘ㆍ감독) 원고는 시즌기간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 6일 피고의 야구장 트레이너실에 08:30경까지 출근하여 09:00경 트레이너 미팅을 하고, 17:30경 퇴근하였다. 또한 원고는 매일 퇴근 전에 당일 자신이 한 업무의 주요 내용을 피고 회사 사내 전산망에 ‘업무일지’의 명칭으로 업로드 하였다. 원고는 비시즌 기간 중에도 각 선수별 훈련 장소 및 방법 등을 조사하여 피고에게 보고하였고, 선수들의 병원진료 일정이 있는 때에는 같이 동행하였으며, 진료 및 수술 결과 보고서를 작성하여 피고에게 제출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원고의 근무 시간 및 업무 수행의 방식ㆍ태양은 피고의 상당한 지휘ㆍ감독 하에서 이루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③ (독립적인 사업 영위 여부) 원고는 피고 구단의 일정 및 사무처리에 최우선적으로 따라야 할 의무가 존재하였고, 이로 인하여 겸직이 사실상 불가능하였으며, 다른 업무를 겸직한 사실도 없다. 또한, 원고는 이미 확정된 일정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여야 하므로 개인적인 휴가 등을 자유롭게 사용하지도 못하였다는 것인바, 원고가 피고의 위임에 따라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의 업무에 필요한 비품 등을 제공하였다. 특히 트레이너실 및 재활훈련 시설, 그리고 트레이너실 내부에 위치한 문서 작업을 위한 책상 및 컴퓨터도 피고가 제공하였다.
④ (보수의 근로 대가성) 원고의 연봉은 피고 구단의 트레이너 임금 인상표를 기준으로 하여 일정한 가감을 거쳐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원고의 연봉은 원고가 업무의 전문성을 전제로 대등한 협상력을 발휘하여 피고와의 협상을 통하여 결정된 것이 아니라 근무 연차별로 일정한 연봉 지급액을 기준으로 하여 통상적인 근로자의 임금 인상분만큼 증액된 연봉으로 결정된 것이다. 즉, 원고가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급여의 성격은 전문적인 능력 발휘에 따른 대가라기보다는 근로의 대가로 지급받는 고정급에 더 가깝다. 이는 원고가 매월 일정한 시점에 피고로부터 연봉 총액을 11개월로 분할한 금액을 정기적으로 지급받은 점에 비추어 더욱 그러하다.
⑤ (이윤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 부담) 격려금 내지 시상금은 모두 1회성으로 지급되었다. 또한 이 사건 계약서에도 원고의 능력이나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가 달리 지급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한 조항이 없을 뿐만 아니라, 위 돈 또한 피고 구단의 일방적인 결정에 의하여 지급받았으며, 그 외에 원고가 피고 구단의 경기결과에 따른 승리 수당을 지급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자료가 없다. 오히려 원고는 교통비 등 업무 수행 중 발생한 비용을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원고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에 관한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⑥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원고가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연봉의 3.3%에 해당하는 사업소득세를 납부한 사실, 감독ㆍ코치ㆍ선수 등을 대상으로 하는 ‘KBO 연금’에 가입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는 사용자인 피고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사실상 임의로 정할 수 있는 것에 불과하므로, 이러한 사정들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할 수는 없다.
⑦ (근로관계의 계속성) 원고는 매년 12월에는 휴식기를 가졌으나 이는 피고와 같은 프로야구 구단에 근무함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고, 매년 휴식기는 일정한 시기에 가졌으며, 그와 같은 휴식기에도 구단의 지시 하에 업무를 수행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근무 형태는 2013년부터 2020년까지 계속하여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면서 실질적으로 동일하게 유지되었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할 때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 또한 인정된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과 같은 스포츠 구단의 감독, 코치, 트레이너 등의 근로자성에 대한 다툼은 법원과 노동위원회에서 계속 분쟁이 되고 있습니다. 법원 및 노동위원회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종속성의 정도 등에 따라 각기 다른 판단을 내리고 있으며, 근로자성을 인정한 사례[부산지방법원 2025. 3. 12. 선고 2022가단350232 판결(항소심 계속 중),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8. 27. 선고 2023가단5349748 판결(항소심 계속 중) 등]와 부정한 사례[인천지방법원 2024. 9. 24. 선고 2023나68596 판결(확정) 등]가 병존하고 있습니다.
대상판결은 스포츠 구단 트레이너의 근로자성을 인정하였으나, 향후에도 유사 직종 종사자에 대하여 동일한 결론이 일률적으로 도출될 것이라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개별사안에서의 근로자성 인정여부 판단을 위해서는 계약의 내용, 실제 업무 수행 방식, 지휘ㆍ감독의 여부 등 구체적 사실관계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요구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대상판결은 양 당사자 모두 상고를 제기하지 않아 확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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