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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 노조가 안전보건 의제로 교섭을 요구해 온다면?

2025.10.27.

노동팀 뉴스레터 제17호 (03) 노동칼럼


1. 노란봉투법과 교섭 의제별 구체적 대응 필요성


국회는 2025. 8. 24.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사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이하 '노란봉투법'). 노란봉투법 시행이 예정되면서 단체협약 상대방과 내용에 대한 노사 당사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원청 사용자로서는 하청 노조가 어떤 의제로 교섭을 요구해 올지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하청 노조는 원청 사용자가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내용에 대해서만 교섭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란봉투법 시행 초기에는 안전보건 의제에 대한 교섭 요구가 많을 수밖에 없는 배경을 이해하고, 원청 사용자의 대응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2. 안전보건 의제에 대한 법원의 태도


서울행정법원은 2025. 7. 25. 원청이 하청 근로자로 조직된 노조와 교섭할 의무를 부담하는지에 관해 두 건의 판결을 선고했다[서울행정법원 2025. 7. 25. 선고 2023구합55658, 2023구합56231(병합), 서울행정법원 2025. 7. 25. 선고 2022구합69230 판결]. 


서울행정법원은 원청이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에 대해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ⅰ)교섭 요구 의제에 대해 원청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지위에 있는지, (ⅱ)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의 노무가 원청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이고 사업체계에 편입돼 있는지, (ⅲ)사내하청 근로자들의 노동조건 등을 원청과의 단체교섭에 의해 집단적으로 결정할 필요성과 타당성이 있는지 여부 등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위 기준에 따라 공통적으로 '산업안전' 내지 '노동안전' 대해서는 원청이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에 대해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우선, 서울행정법원 2025. 7. 25. 선고 2023구합55658, 2023구합56231(병합) 판결의 경우, 원청 사용자가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은 행위 중 성과급 지급, 학자금 지급, 노동안전 의제에 관한 부분은 원청 사용자에게 교섭 요구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특히 하청 노조가 요구한 노동안전 분야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노동안전


(1) 원고 회사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 회의 개최 시 참가인 조합 원청 지회와 동등한 자격으로 참가인 조합 하청 지회 참석을 보장한다.

(2) 회사는 사내 외에서 재해가 발생하여 사고조사를 할 경우 또한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A 회의(원인 조사 회의)를 개최할 경우, 원청 지회와 동일한 자격으로 하청 지회의 사고 조사 참여 및 A 회의(원인 조사 회의) 참석을 보장한다.


같은 날 서울행정법원 2025. 7. 25. 선고 2022구합69230 판결은 원청 회사가 하청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 의제 중 응하지 않은 내용 중 산업안전 의제에 대해서는 교섭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 판결은 유해위험작업의 외주화 등 사용자의 경영사항과 관련된 내용까지도 교섭의제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


산업안전보건 


회사는 간접고용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권리 보장을 위해 간접고용 비정규직노동자를 포함한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한다.


1. 원ㆍ하청 공동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구성하고 정기적으로 운영한다.

2. 원청과 동일하게 작업중지권을 보장하고 불이익 처우를 하지 않는다.

3. 유해위험작업을 외주화하지 않는다.

4. 현장 내 휴게 공간 확보 및 필요용품(정수기, 냉ㆍ난방기, 공기청청기 등) 설치한다.

5. 작업성 질병 판정에 대한 전수조사와 예방대책 수립 및 보상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고 논의한다.


하청 노조가 원청에 요구할 수 있는 의제 중 산업안전 분야가 비교적 폭넓게 인정된 배경에는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의 영향이 크다.


산업안전보건법은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는 제외한다고 하면서도, 도급인이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 중대재해처벌법 역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이 제3자에게 도급, 용역, 위탁 등을 행한 경우 제3자의 종사자에게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중대재해처벌법 제4조, 제5조).


이처럼 원청이 도급인으로서 법률상 의무를 이행한 것을 두고 하청 근로자를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했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느냐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원청 사용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 결정에 개입한 경우와 법률상 의무를 이행하는 경우를 동일하게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은 원청이 사내 하청업체에 대한 안전 관련 지침을 마련하거나 그 이행을 감독하는 것이 관련 법령에 따른 도급인의 의무 이행이라는 측면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청의 실질적인 지배력이 부인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서울행정법원 2025. 7. 25. 선고 2022구합69230 판결).


3. 안전보건 의제를 내세운 단체교섭 요구에 대한 대응 방안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결정의 개념과 범위가 분명하지 않은 노란봉투법 시행 초기에는 하청 노조가 적어도 안전보건 의제는 교섭의제에 해당한다며 교섭을 요구해 올 가능성이 높다. 원청 사용자가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도급인으로서의 안전보건조치를 성실하게 이행했다면 하청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 조치 내용에 일부 개입하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원청 사용자로서는 하청 노조가 안전보건 의제에 대한 교섭을 요구해 올 경우, 아래 사항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첫째, 하청 노조가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에 해당한다며 교섭안을 제시하더라도, 원청이 개별 교섭사항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지위에 있는지 따져 봐야 한다. 원청 사용자가 안전보건의무를 중첩적으로 부담하는 것과는 별개로 하청 사업장 내의 안전보건의무를 부담하는 일차적인 주체는 하청 사용자다. 특히 원청 사용자가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 단서)까지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개입하는 것은 어려운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둘째, 안전보건 관련 내용이 단체협약에 포함되면 산업안전 분야에 대한 단체협약을 위반할 경우, 기존에는 제재 규정이 없거나 과태료 규정만이 존재하는 수준에 그쳤던 것이 내용들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노동조합법은 단체협약 내용 중 '안전보건 및 재해부조에 관한 사항'을 위반할 경우,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노동조합법 제92조 제2호 라목). 과거 대법원은 사용자가 신규 채용 직원에 대해 8시간의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하도록 한 단체협약을 위반한 경우, 노동조합법 제92조 라목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기도 하다(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6도2446 판결). 만약 안전보건교육이 단체협약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다면 과태료 부과에 그칠 사안이었다(산업안전보건법 제175조 제2항 제1호, 제5항 제1호).


셋째,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사용자가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을 위반할 경우 하청 노조는 단체협약 효력이 유지되고 있더라도 쟁의행위에 나설 위험이 있다는 점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쟁의 개념을 확대해 노조가 노동조합법 제92조 제2호 가목부터 라목까지의 사항에 관한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을 노동쟁의의 범위에 포함시켰다(노란봉투법 제2조 제5호). 즉,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안전보건에 관한 단체협약 위반은 하청 노조가 쟁의행위를 실시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


원청 사용자가 즉시 이행하기 어렵거나 이행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안전보건 관련 사항이 단체협약에 포함되면, 하청 노조가 단체협약 위반을 이유로 쟁의행위를 실시할 리스크가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 본 칼럼은 신일식 변호사가 월간노동법률 2025년 9월호에 기고한 내용을 편집한 것입니다. https://www.worklaw.co.kr/main2022/view/view.asp?bi_pidx=38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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