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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사실상 원청의 지시와 통제를 받으며 발전설비 정비업무를 수행하였으므로 근로자파견 관계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2025.09.29.

노동팀 뉴스레터 제16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8.28. 선고 2022가합533449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는 전력설비 및 관련 시설물 개보수 공사업과 관련된 업무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로서, 화력발전소 운영에 관한 보조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습니다. 원고들은 피고가 위탁받아 수행하는 업무 중 일부에 관하여 피고와 하도급 계약(이하 ‘이 사건 하도급계약’)을 체결한 협력회사 소속 근로자들입니다.


피고의 A 사업소는 발전기에 대한 일상적인 정비를 의미하는 ‘경상정비업무’와 설비운영 부서 주관으로 설비의 고장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계획된 정비주기에 따라 설비의 가동을 중지하고 정기적으로 행하는 점검을 의미하는 ‘계획예방정비’를 수행하였습니다. 그리고 피고의 A 사업소 정비부서는 전기1부, 전기2부, 기계1부, 기계2부와 기계와 전기를 합친 기전부까지 5개 부서로 구성되어 있는데, 원고들은 전기부와 기계부에서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함께 업무를 수행하였습니다.


한편, 원고들이 소속된 협력회사들은 고용노동부장관으로부터 근로자파견사업의 허가를 받은 사실은 없습니다. 


원고들은 원고들의 업무가 그 형식에도 불구하고 실질에 있어 근로자파견에 해당에 해당하고, 구 파견법 제6조 제3항 본문의 고용간주규정에 따라 2년의 사용기간이 만료된 날의 다음날에 피고 사이에 직접고용관계가 형성되었거나, 현행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 제1호에 따라 피고에게 직접 고용할 의무가 발생하였다고 주장하며, 피고에 대하여 근로자지위의 확인 또는 직접 고용할 의무의 이행을 구하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대상판결은 원고들이 협력회사들에 고용된 후 피고의 A 사업소에 파견되어 피고의 지휘·명령을 받으면서 피고를 위한 업무에 종사하였으므로, 파견법이 정한 파견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피고의 근로자로 간주되거나, 피고가 고용의무를 부담하는 대상이 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법리)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제3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2.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등 참조).


피고가 수행하는 발전설비의 정비·점검업무는 피고가 수행하는 부분과 원고들이 수행하는 부분에 전문성이나 난이도의 차이가 있을 뿐 분명하게 분리된다고 보기 어렵다.


조장을 포함한 피고 소속 직원들은 오전 회의에서 당일 수행할 구체적인 작업내용과 각 개별작업을 수행할 작업 인원을 정하여 작업현황판에 공유하였고, 원고들은 이에 따라 작업을 수행하였다.


피고는 각 설비별로 피고 직원을 작업책임자로 지정하고, 원고들을 조원으로 지정하여 2인 이상의 팀 단위로 작업을 위한 조 편성을 하였는데, 원고들은 자연스럽게 책임자인 피고 직원의 구두 지시에 따라 그 관리, 감독 아래 정해진 작업을 수행하였다. 피고 직원은 작업 전 안전회의,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하여 원고들에게 업무에 관한 구체적인 지시를 하였다.


피고나 원고들이 수행하는 정비·점검 업무는 업무별 점검 항목이나 작업순서와 방법까지 세세하게 정해져 있었던 정비절차서에 의하여 수행되었고, 피고 소속 직원들이 사실상 대부분의 작업에 책임자로 참여하였으므로, 원고들이 하도급계약을 통하여 수행하는 업무가 원고들의 전문성에 기초하여 독립적으로 수행되는 것이었다고 볼 수는 없다.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들은 피고 조직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어 피고의 직·간접적인 지휘·통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보아야 하고, 원고들이 피고의 업무와 명백하게 구분되어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정비·점검 업무를 하도급 받아 이를 독립적으로 수행하였다고 볼 수 없으며, 단순히 피고 소속 직원들과 같은 공간에서 별개의 업무를 수행한 것에 불과하다고 볼 수도 없다.


피고는 원고들을 피고의 다른 사업소에 파견하는 방식으로 인사권한을 행사하기도 하였다.


원고들은 작업에 필요한 고가의 장비와 기본적인 작업도구까지 피고 소유 장비를 사용하였고, 피고로부터 사무실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사용하였고, 작업 도중 쉬는 시간에 피고가 제공하는 피고 소유의 현장대기실에서 피고 직원들과 함께 휴식을 취하기도 하였다.


한편 대상판결은, 원고들 중 일부의 직접고용청구권 역시 채권으로서 소멸시효의 대상이 되고, 이미 그 소멸시효가 도과하여 소멸하였다는 피고의 주장을 아래와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리)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은 사용사업주가 근로자파견 대상 업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업무에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등 각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해당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이하 ‘직접고용의무 규정’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파견근로자는 사용사업주가 직접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사용사업주를 상대로 고용 의사표시를 갈음하는 판결을 구할 사법상의 권리가 있고, 그 판결이 확정되면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 직접고용관계가 성립한다(대법원 2015.11.26. 선고 2013다14965 판결 등 참조). 


직접고용의무 규정은 사용사업주가 파견법을 위반하여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행위에 대하여 근로자파견의 상용화·장기화를 방지하고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을 도모할 목적에서 행정적 감독이나 처벌과는 별도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의 사법관계에서도 사용사업주에게 직접고용의무라는 법정책임을 부과한 것이므로 직접고용의무 규정에 따른 고용 의사표시 청구권에는 10년의 민사시효가 적용됨이 타당하다(대법원 2024.7.11. 선고 2021다274069 판결 참조).


다음 사정을 고려하면 파견근로자의 직접고용청구권은 파견근로자가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동안에는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고, 해당 업체에서 퇴사한 날로부터 진행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ⅰ) 파견법에 따른 직접고용청구권은 최초 직접고용의무발생 시 1회적으로만 발생하는 권리로 해석할 것은 아니며, 개정 파견법 위반 상태가 인정되는 경우 계속적으로 발생되는 권리로 보아야 한다.


(ⅱ) 피고의 주장과 같이 직접고용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을 그 최초 발생일로 보고 그때부터 소멸시효 기간이 진행된다고 본다면 10년 이상 근무한 파견근로자의 경우 위법한 파견근로관계가 계속됨에도 불구하고 사용사업주는 고용의무를 면하게 되고 파견근로자는 직접고용청구권을 상실하는 결과가 되는바, 이는 파견법의 직접고용의무 규정의 입법취지를 몰각시키는 결과가 된다.


(ⅲ) 오랜 기간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상태에 대한 채무자의 신뢰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 소멸시효 제도의 취지 중 하나인데, 피고의 파견법 위반행위가 계속되고 있는 동안 원고들은 언제라도 피고를 상대로 직접고용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고, 근로제공 기간 동안에 피고에게 원고들이 직접고용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형성되었다거나 그러한 신뢰가 보호가치 있다고 할 수도 없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법원은 2015년 이후 근로자파견관계를 판단할 때 (ⅰ) 도급인이 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해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ⅱ) 수급인 등의 근로자가 도급인 등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는지, (ⅲ) 수급인 등이 인사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ⅳ) 수급인 등의 업무가 도급인 등과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ⅴ) 수급인 등이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을 기준으로 근로자파견관계와 도급을 구별하고 있습니다(위 2010다106436 판결 등). 대상판결은 위 대법원의 법리를 재확인하며, 근로자파견관계가 인정될 수 있는 요소들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파견법상 근로자파견관계 인정여부가 다투어지는 개별 사건에서 채용, 작업배치, 근태관리 등 인사권한을 행사한 주체와 구체적인 업무범위, 업무현장에서 구체적 지시를 하는 지휘·감독자의 소속, 업무의 기술성·전문성, 원고용주의 독립적 설 비·조직 구비여부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증명의 정도에 따라 근로자파견관계 인정여부에 관한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업무내용의 실질적인 사실관계를 면밀히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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