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성희롱 및 괴롭힘을 혐의로 한 면직 처분에 대하여 피해자의 진술을 주된 근거로 하여 징계사유와 징계양정이 정당하다고 본 사례
2025.09.29.
노동팀 뉴스레터 제16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8. 21. 선고 2024가합66110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는 금융기업이고, 원고는 피고에 입사하여 파트장으로 근무하다가 면직된 사람입니다.
피고는2023. 12.경 원고가 회식 중 부하 직원인 피해자(이하 ‘피해자’)를 성추행하였다는 제보를 받고 원고에 대한 특별감사(문답 조사)를 거쳐 원고를 소인사위원회에 회부하였습니다. 이후 피고는 원고에 대한 인사위원회에서 원고의 소명 및 피해자에 대한 의견 청취를 거쳐 원고가 직장 내 성희롱,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하였다고 판단하고, 2024. 1.경 원고에 대한 면직을 의결하였습니다(이하 ‘이 사건 면직처분’). 원고에 대한 구체적인 징계사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① 2023. 6. 말경 노래방에서 피해자의 엉덩이를 만지는 성희롱(이하 ‘1차 성희롱’)을 한 사실(이하 ‘징계사유 1’)
② 2023. 12.경 회식 중 노래방에서 피해자의 엉덩이를 만지는 성희롱(이하 ‘2차 성희롱’)을 한 사실(이하 ‘징계사유 2’)
③ 평소 피해자에게 지속적으로 회식에 참석할 것을 강요하고, 2023. 11.경 다수 직원 앞에서 피해자에게 수차례 욕설과 폭언으로 모욕적인 발언을 한 사실(이하 ‘징계사유 3’)
원고는 2024. 2.경 피고에 대해 이 사건 면직에 대한 재심을 청원하였으나, 피고는 원고의 재심 청원을 기각하였습니다. 그러자 원고는 징계사유가 모두 사실이 아니고, 설령 징계사유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징계양정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면직의 무효 확인 및 복직하는 날까지의 임금 등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대상판결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의 혐의사실이 모두 인정되고 이 사건 면직처분이 징계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이 사건 면직처분에 대한 무효확인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단하고, 금전 지급 청구에 대해 나아가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가. 징계사유 존부에 관한 판단
① (관련 법리) 피해자 등의 진술은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또한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성폭력 사건에서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직접증거로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경우, 피해자의 진술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는지 여부는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고 구체적인지, 진술 내용이 논리와 경험칙에 비추어 합리적이고, 진술 자체로 모순되거나 객관적으로 확인된 사실이나 사정과 모순되지는 않는지, 또는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8. 19. 선고 2021도3451 판결). 위 법리는 형사재판에서의 사실인정에 관한 법리이기는 하나, 징계혐의에 관한 사실인정에도 참고할 수 있다.
② (징계사유 제1항: 인정) (ⅰ) 피해자는 2차 성희롱 다음 날 원고와 통화할 때 원고에게 1차 성희롱 사실을 이야기하고, 피고에 피해 상황을 제보할 때 1차 성희롱을 신고하였는바, 원고로부터 2차 성희롱을 당하여 원고에게 항의하고 피고에게 신고하려는 피해자가 2차 성희롱에 관한 진술의 신빙성을 해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1차 성희롱을 허위로 신고할 만한 동기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ⅱ) 피해자가 2023. 12.경 피고의 특별감사에서 1차 성희롱에 관하여 진술한 내용은 1차 성희롱을 목격한 조OO의 진술 내용, 노래방의 구조 및 자리배치도와 상당히 부합한다. (ⅲ) 피해자는 1차 성희롱을 당한 2023. 6.경에는 원고에게 항의하고 사과를 요구하거나 피고에게 제보하지 않았으나, 원고와 피해자의 관계, 피해자가 당시 목격자나 물증이 없다고 생각하였던 점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가 1차 성희롱 직후 위와 같은 행동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iv) 또한 피해자는 2023. 12.경 회식에서 1차 성희롱이 있던 노래방에 가게 된 이유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진술하였고, 그 내용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으므로 피해자가 ‘마땅히 그러한 반응을 보여야만 하는 피해자’로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기 어렵다(대법원 2020. 8. 20. 선고 2020도6965 판결).
③ (징계사유 제2항: 인정) (ⅰ) 피해자는 남성 직원으로부터 폭행을 당해 회식자리를 먼저 이탈한 여성 직원과 통화하는 과정에서 원고가 피해자의 엉덩이를 만지고 속옷을 벗기려 했다는 취지로 이야기하였는데, 해당 발언은 원고의 성희롱 행위가 있었던 직후에 있었던 위 폭행행위로 어수선한 현장에서 있었던 것으로 상당한 신빙성이 있다. (ⅱ) 원고는 평소 반말로 메시지를 보내던 것과 달리, 회식 다음 날 피해자에게 존칭과 존댓말로 반복하여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회식에서의 폭행 사건 직후 중간 관리자로서 갈등을 수습하려는 취지에서 피해자를 진정시키고 관계 악화를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위와 같은 메시지를 보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가 “또한”이라는 접속어를 사용하여 보낸 메시지를 보면, 원고는 원고의 실수와 남성 직원의 폭행행위를 구분하였고, 피해자가 1차 및 2차 성희롱에 대해 언급하자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못하며 용서를 비는 표현을 사용하었다. 따라서 원고의 위 메시지가 성희롱과 무관하게 남성 직원과 피해자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볼 수 없다.
④ (징계사유 제3항: 인정) (ⅰ) 피해자는 피고의 특별 감사 과정에서 원고가 지속적으로 회식 참석을 요구했고, 일정이 안 된다고 거절하는 경우에는 일자를 변경해가며 참석을 요구해서 회식에 참석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메시지 기록도 그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ⅱ) 피해자의 동료 직원들도 피해자가 원고가 있는 회식에 참석하기 싫다고 하는 것을 들었고, 압박감을 느껴 해당 회식에 갔을 것 같다고 진술하였다. (ⅲ) 피해자의 동료 직원들은 원고의 언행에 놀랐던 기억을 이야기하며, 이를 기억하는 경위를 구체적으로 진술하거나, 이와 유사한 취지의 진술을 하였고, 원고가 특별감사 과정에서 진술한 내용도 피해자나 위 동료 직원들의 진술 내용과 부합한다. (ⅳ) 피해자의 동료 직원들이 원고에게 무조건적으로 불리하게 진술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동료 직원들의 진술 내용은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
나. 징계양정에 관한 판단
① 피고 상벌세칙은 “법령, 관계 규정 또는 회사의 정당한 명령, 처분, 지시 등의 위반 행위” 또는 “회사의 정관 또는 내규를 위반하거나 충실 의무를 위반한 행위”가 “비위의 도가 극심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 행위자를 면직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 징계사유 1 내지 3은 위 상벌세칙에서 정한 행위들에 해당한다.
② 피고 상벌세칙 제15조에 의하면, 과거 3년간 수상하였거나 유공 사실이 있을 때 징계를 감면할 수 있기는 하나 이는 피고가 임의적으로 감면할 수 있다는 취지이고, 징계사유1 내지 3은 그 비위의 도가 극심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 특별히 감면할 만한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③ 원고는 피고의 특별감사 과정에서 인정하였던 회식 강요의 징계사유조차 인사위원회에 출석하여서는 이를 부인하였고, 이 사건 소송과정에서도 징계사유를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다.
④ 이상의 사정들을 고려하면, 이 사건 면직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피고에게 주어진 징계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피해자 등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아니된다는 형사법상 법리가 징계사유의 존부를 판단함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였습니다(위 2018도7709 판결).
한편 직장 내 성희롱 및 괴롭힘으로 인한 징계 사례에서는 피해자의 진술이 징계사유 인정에 관한 주된 증거 또는 유일한 증거가 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그 진술의 신빙성은 진술 내용의 일관성, 그 진술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증거나 상황에 부합하는지, 다른 참고인들의 진술에 비추어 신고 내용에 개연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가령 피해자가 일관된 내용을 진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증거나 상황에 부합하지 않거나, 다른 참고인들의 진술에 내용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신고 내용과 같은 사실이 있었다고 볼 만한 개연성이 없다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대상판결은 피해자 등 진술의 신빙성 판단에 있어 참고할 만한 사례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실무적으로 의의가 있습니다.
대상판결은 항소기간 도과로 확정되었습니다.
※ 본 소송은 율촌이 수행하여 승소한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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