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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사가 인정된 사례

2025.09.29.

노동팀 뉴스레터 제16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대법원 2025. 8. 14. 선고 2025도4109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인 A는 C 주식회사 X사업부 대표로서 소속 근로자의 안전보건에 관한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이자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안전보건에 관한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이고, 피고인 B는 C 주식회사 Y사업부 대표로서 소속 근로자의 안전보건에 관한 안전보건관리책임자입니다. 피고인 C 주식회사는 선박건조 및 수리판매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입니다.


2019. 9.부터 2020. 5.까지 사이에 C 주식회사의 사업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4건의 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


[2019. 9. 20. 자 석유저장탱크 임시경판 가우징 작업 중 협착 사고(이하 ‘제1사고’)] 2019. 9. 20. 크레인 고정 없이 석유저장탱크 임시경판(18톤) 가우징 작업(용접된 부위를 녹여내어 절단하는 작업)을 하던 중 경판이 전도되어 작업자가 협착되어 사망에 이른 사고

[2020. 2. 22.자 LNG 트러스 조립작업 중 추락 사고(이하 ‘제2사고’)] 2020. 2. 22. 추락방호망을 설치하지 않고 LNG선 트러스 구조물(높이 24m) 7단 합판 설치작업 중 작업자가 개구부를 통해 17m 아래 2단 바닥에 추락하여 사망한 사고

[2020. 4. 16.자 수중함 발사관 도어 정렬작업 중 협착 사고(이하 ‘제3사고’)] 2020. 4. 16. 잠수함 발사관 도어 정렬작업 중 위험성 평가 미실시, 작업계획서 미작성 및 외부문, 외판문 연동장치 해제 등의 방호조치를 취하지 않아 작업자의 머리가 외판문에 끼여 병원으로 후송되어 치료를 받던 중 사망에 이른 사고

[2020. 5. 21.자 SUS파이프 TIG 용접작업 중 아르곤가스 질식 사고(이하 ‘제4사고’)] 2020. 5. 21. SUS파이프 TIG 용접작업 중 발생할 수 있는 질식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밀폐공간 작업 프로그램을 시행하지 않고, 파이프 내부 진입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아 작업자가 아르곤 가스가 주입된 파이프 내부로 들어갔다가 아르곤 가스를 흡입 후 산소결핍으로 인해 질식하여 사망에 이른 사고.


검사는 피고인들이 산업안전보건법상 요구되는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위반하여 작업자들이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보아, 피고인들을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제1심은 피고인들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여 피고인 A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피고인 B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피고인 C 주식회사를 벌금 5,000만 원에 각 처하는 형을 선고하였습니다(울산지방법원 2023. 7. 6. 선고 2021고단1884, 2021고단2249, 2021고단3241, 2022고단3449 판결). 피고인들은 안전보건조치의무 및 주의의무 위반 사실, 그 위반에 대한 고의, 사고 발생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없었다고 주장하며 제1심판결에 항소하였으나, 원심은 피고인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울산지방법원 2025. 2. 17. 선고 2023노741 판결).


피고인들은 원심판결에 상고하였으나, 대상판결은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와 업무상과실치사죄의 성립, 법령의 명확성과 엄격해석 원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보아, 원심의 판단을 모두 수긍하며 피고인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대상판결이 수긍한 피고인들의 안전보건조치의무 및 주의의무 위반 사실, 고의, 예견가능성 등에 관한 원심의 구체적인 판단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가. 피고인 A, C 주식회사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제2사고, 제4사고)


(제2사고) LNG 트러스 소모듈 간 연결부위는 그 규모와 형태, 작업의 내용과 방식에 비추어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하 ‘안전보건규칙’) 제43조의 ‘개구부’로서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 해당하므로, 안전난간 등을 설치할 수 없다면 추락방호망을 설치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위와 같은 안전조치를 하지 않음으로써 결국 피해자가 추락하여 사망하였다.  


한편 LNG 트러스 조립작업은 형태, 규모·규격 및 공정과정에 있어 통상적인 비계와는 상이한 특성을 가지고 있고, 현장의 실무자들은 그 차이점과 근로자들이 편의를 위해 생명줄 고리를 해제한 채 작업할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 그리고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하는 피고인 A도 주요 사업의 일환인 LNG 선박 건조의 필수적인 공정인 LNG 트러스 조립작업과 관련하여, 그 트러스의 특성에 맞추어 안전보건규칙 제43조의 안전보건조치를 취할 필요와 의무가 있었음을 인식하였다고 보인다. 따라서 피고인 A의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 및 업무상 과실, 실질적인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는 점에 대한 미필적 고의, 추락사고의 발생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있었다고 판단된다. 


(제4사고) TIG 용접작업은 파이프 내부의 퍼지댐 설치상태, 내부 용접상태 확인 등을 위해 작업 도중 근로자가 파이프 내부에 출입할 개연성이 충분히 존재하고, 근로자가 파이프 내부로 들어갈 가능성이 없거나 낮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안전보건규칙상 밀폐공간 작업에 해당한다. 그런데 위 용접작업에 대해 밀폐공간 작업 전 산소 및 유해가스 농도 측정, 위험작업 허가서의 작성, 출입금지 조치, 출입금지 표지 부착, 작업 이전 감시인의 지정, 공기호흡기 또는 송기마스크의 지급, 작업을 시작할 때마다 산소 및 유해가스농도 측정에 관한 사항, 환기설비의 가동 등 안전한 작업방법에 관한 사항, 보호구의 착용과 사용방법에 관한 사항 등을 근로자에게 알리는 등의 보건조치가 실시되지 않았다. 따라서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 및 업무상 과실이 인정된다.


한편 TIG 용접작업이 밀폐공간 작업으로 지정되지 않은 점, 표준작업지도서에 파이프 내부 작업이 수반될 경우 근로자들이 준수하여야 할 구체적인 작업방법 및 안전대책이 기술되어 있지 않은 점, 결국 실제 작업방식은 작업 편의성 및 효율성에 따라 현장 근로자들의 임의적 판단 하에 진행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제4사고가 도저히 예측할 수 없었던 근로자의 이례적인 행동이나 돌발적인 상황으로 인해 발생하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또한 피고인 A가 관리주체로서 안전보건조치를 하였다면 재해자의 파이프 내부로의 임의 진입을 방지할 수 있었다고 봄이 타당한바, 피고인 A의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 및 주의의무 위반과 이 사건 질식사고 사이의 인과관계 또한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나. 피고인 B, C 주식회사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제3사고)


피고인 B는 산업안전보건관련 법령, 안전보건관리규정, 위임전결규정 등에 의해 해당 사업의 안전·보건관리의 실행책임에 대한 전결권이 부여된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이므로, 안전조치를 취할 의무와 책임을 부담한다.


잠수함 발사관 도어 정렬 정렬작업은 잠수함 안쪽의 외부문과 좌우로 개폐되는 바깥쪽의 외판문의 정렬을 오차범위 내로 조정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개폐하며 시운전하는 작업으로 작업자의 협착 위험이 매우 높은 작업에 속함에도 피고인 B, C주식회사는 위 정렬작업과 관련하여 위험성 평가를 실시하지 않았다.


그 결과 관련 표준작업지도서, 관련 안전작업계획서 및 작업지시서에는 해당 작업 자체가 누락되거나 그에 대한 위험요소, 작업방법 및 안전대책이 기술되어 있지 않았고, 관련 안전대책 교육은 부재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2019. 6. 12.자 정렬작업 관련 기술전수일지에는 “(문이) 유압으로 작동하므로 상호간의 신호가 맞지 않으면 중대사고의 위험이 있다”고 기재되어 있었으므로, 만약 위험성 평가가 실시되었다면 충분히 이 부분 위험요소를 인지하고 표준작업지도서 등에 반영하여 대비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별도의 시스템적 안전조치가 있었다면 충분히 재해자의 사망을 회피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


따라서 피고인 B의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 및 업무상 과실을 인정할 수 있고, 그에 대한 예견가능성 및 인과관계 또한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죄의 성립에 있어, 사업주가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작업이 계속될 것이라는 사정을 미필적으로 인식하고서도 이를 방치한 경우, 개별적·구체적인 작업 지시가 없더라도 범죄가 성립한다는 점을 재확인한 판결입니다(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09도11906 판결).


또한 대상판결은 안전보건규칙에 대한 해석을 더욱 분명히 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ⅰ) LNG 트러스 구조물과 같이 통상의 비계와 형태·규모·공정이 상이한 구조물의 경우 추락 위험 등 그 실질을 고려하여 안전보건규칙상 개구부 방호조치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ⅱ) TIG 용접작업과 같이 작업 과정에서 근로자가 밀폐공간에 출입할 개연성이 있는 작업은 그 전체를 밀폐공간 작업으로 분류하여 관련 보건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즉, 대상판결은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형식적인 규칙 적용에 그치지 않고,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 목적과 해당 산업현장의 구체적 실태에 비추어 예상 가능한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의 실질적인 안전조치가 이루어졌는지를 규범 목적에 부합하도록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대법원 2021. 9. 30. 선고 2020도3996 판결)을 재확인하였습니다.  


이러한 대상판결의 판단은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 보호라는 본질적 목적을 고려하여 안전보건규칙에 대한 규범적 해석을 하여야 한다는 점, 안전보건조치의무가 안전보건규칙상 문언의 의미 보다 넓게 도출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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