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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하는 관계수급인 근로자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조치 의무는 도급인이 부담하고, 이러한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이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주의의무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본 사례

2025.09.29.

노동팀 뉴스레터 제16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대법원 2025. 8. 14. 선고 2025도4428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인 A는 건축사로서 광주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이하 ‘이 사건 정비사업’)의 비계, 구조물 해체공사(이하 ‘이 사건 해체공사’)의 감리자, 피고인 B는 이 사건 해체공사의 현장대리인입니다. 그리고 피고인 C, D, E는 위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의 시공사인 I 주식회사 소속으로 각각 현장소장(안전보건총괄책임자), 안전부장(안전관리자), 공무부장의 지위에 있고, 피고인 I 주식회사는 이 사건 정비사업의 정비사업조합과 시공계약을 체결한 후 이 사건 해체공사를 하도급한 사업주입니다. 한편 피고인 F는 이 사건 해체공사를 하수급한 후 그 중 ‘내부철거 및 구조물해체 공사’를 재하도급한 업체의 현장대리인이고, 피고인 G는 위 ‘내부철거 및 구조물해체 공사’ 재하수급업체의 대표이자 현장책임자로서 직접 굴착기를 운전하여 해체작업을 수행한 작업자입니다.


이 사건 정비사업은 약 12만㎡ 부지에 아파트 19개동 2,282세대를 건축하는 사업으로, 2020. 10.경부터 기존 건물들을 해체하는 이 사건 해체공사가 진행되고 있었고, 2021. 6. 9.에는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 노후 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철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위 재하수급업체 소속 현장책임자인 피고인 G는 해체계획서와 달리 이 사건 건물 내부에 높이 11-12m의 거대한 성토체를 조성한 후 그 위에서 굴착기로 고층부 해체 작업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지하층에 대한 충분한 보강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결국 성토체의 하중을 견디지 못한 지하층의 보3 내지 보5가 붕괴되어 건물 1층 바닥이 붕괴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이 사건 건물이 도로 방향으로 전도되면서 버스정류장에 정차 중이던 시내버스를 매몰시키는 사고(이하 ‘이 사건 붕괴 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 그리고 위 사고로 인해 시민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해체계획서를 준수하지 않고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하는 등으로 이 사건 붕괴 사고를 일으켰다는 혐의로 업무상과실치사상 및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2.  판결 요지


제1심은 피고인 A, B, C, D, E, F, G의 ‘과다한 살수 지시 및 그에 따른 살수조치’에 관한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피고인 C, D, E의 ‘지하층에 대한 하부보강조치 미확인’, ‘버스승강장 이동조치 의무 내지 현장주변 통행차단 의무’에 관한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부분을 무죄로 판단하였으나, 이를 제외한 피고인들의 업무상과실치사상 및 산업안전보건법위반 혐의는 모두 유죄로 판단하였습니다(광주지방법원 2022. 9. 7. 선고 2021고합318, 2021고합425, 2021고합513, 2021고합413, 2021고합429, 2021고합428 판결). 이에 검사와 피고인들이 각 항소하였고, 원심은 피고인들의 일부 항소를 받아들여 피고인 B, F, G의 ‘굴착기 표준사양 관련 해체계획서 미준수’에 관한 업무상 주의의무에 위반 부분을 추가로 무죄로 판단하고, 일부 피고인의 형 집행을 유예하거나, 형을 감경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광주고등법원 2025. 2. 21. 선고 2022노329 판결). 원심이 피고인들에 대해 선고한 형은 아래 표 기재와 같습니다.



대상판결은 원심이 피고인 A, B, C, D, E, F, G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부분에 대한 검사의 상고와 원심이 유죄로 판단한 부분에 대한 피고인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특히 대상판결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 개정(2020. 1. 16. 시행)된 산업안전보건법(이하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확대된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의무가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주의의무를 구성하는 근거가 된다고 보아, 이와 다른 피고인 C, D, E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심의 결론을 수긍하였습니다.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도급의 내용이나 범위를 묻지 아니하고, 도급인에게 자신의 사업장(도급인이 제공하거나 지정한 경우로서 도급인이 지배·관리하는 장소를 포함한다)에서 작업을 하는 관계수급인 근로자에 대하여 산업재해 예방에 필요한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하도록 하되(제63조 본문), 다만 보호구 착용의 지시 등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는 제외한다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제63조 단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자신의 사업장에서 작업하는 관계수급인 근로자에 대하여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하는 도급인의 범위를 대폭 확대하였다. 이는 도급인의 책임을 강화함으로써 도급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를 예방하여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의 문언과 체계, 입법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 ‘사업주’가 하여야 할 안전·보건조치를 정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39조는 원칙적으로 제63조 본문에 따른 도급인의 안전ㆍ보건조치에 관하여도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고, 다만 제63조 단서에 따라 도급인의 책임 영역에 속하지 않는 보호구 착용의 지시 등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는 제외된다.


한편, 도급인에게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 본문에 따라 부과된 안전·보건조치의무는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주의의무를 구성할 수 있다(대법원 2023. 12. 28. 선고 2023도12316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피고인 C, D, E는 행위자로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 본문, 제38조에 따른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하고, 이는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주의의무의 근거가 되며, 원심이 위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 중 업무상과실치사상 부분(이유 무죄 부분 제외)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것은 정당하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2019년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확대된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의무가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주의의무를 구성하는 근거가 된다고 명확히 함으로써, 이 사건 해체공사와 같은 위험작업에서 도급인이 수급인의 작업방식이나 안전조치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경우, 도급인도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형사책임을 부담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또한 대상판결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도급인이 부담하는 의무의 내용과 범위를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도급인의 의무가 수급인(사업주)의 의무와 동일한 의무로 해석되는지에 관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대상판결은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의 문언과 체계, 입법 취지 등에 비추어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 ‘사업주’가 하여야 할 안전·보건조치를 정한 제38조, 제39조가 원칙적으로 제63조 본문에 따른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에 관하여도 적용된다고 하여 도급인 의무의 내용과 범위를 명확히 하였습니다.  


한편, 최근 개정된 노동조합법(소위 ‘노란봉투법’)상 사용자 개념이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로 확대됨에 따라(제2조 제2호),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개념에 대한 해석이 이슈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하여 원청이 실질적 지배력을 갖는지 여부가 늘 문제되는 산업안전보건 영역이 위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개념의 해석과 관련하여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① H조선 사건[서울행정법원 2025. 7. 25. 선고 2023구합55658ㆍ56231(병합) 판결(서울고등법원 2025누7936호로 계속 중)], ② H제철소 사건[서울행정법원 2025. 7. 25. 선고 2022구합69230 판결(항소장 제출 후 사건번호 미부여)]에서 원청의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지위에 대해 판단하면서, 적어도 ‘산업안전보건’ 의제에 관해서는 원청이 사내 하청업체에 대한 관계에서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지위에 있다고 판단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원청은 안전보건에 관한 관계 법령상 의무를 이행하는 것에 더하여, 안전보건 의제에 관한 하청 노동조합과의 관계 설정에도 유의하여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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