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발견한 '근로 미제공', 이미 지급한 임금은 어떻게?
2025.09.29.
노동팀 뉴스레터 제16호 (03) 노동칼럼
최근 재택근무나 각종 온라인을 이용한 겸업 등이 활성화되면서 근로자가 실제로는 정상적으로 근로를 제공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기본적인 임금이나 초과근로수당 등을 그대로 지급한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때 지급한 임금을 사용자가 환수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본 기고에서는 이와 관련된 법리와 실무적 쟁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원칙적으로 근로 미제공이 인정되면 반환 청구 가능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하지 않았음에도 그에 상응하는 임금을 지급받은 경우, 이는 법률상 원인인 임금청구권 없이 임금 상당 이득을 얻은 것이므로 사용자는 이에 대해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741조).
관련해서 최근 법원은 무단결근으로 확인된 일자에 대해 이미 회사가 지급한 임금에 대해 부당이득 반환청구를 인정했고(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24. 11. 29. 선고 2024가단59622 판결, 항소심 계속 중), 근로자가 사용자의 복직명령을 알고도 무단으로 결근했음에도 지급받은 임금 부분은 부당이득에 해당해 반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7. 24. 선고 2018나34536 판결, 대법원 상고기각 판결로 확정).
근로 미제공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에는 반환 청구 부정될 수 있음
한편 민법 제742조는 지급자가 채무 없음을 알고 이를 변제한 때는 그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이른바 '악의의 비채변제'). 관련해 판례는 지급자가 채무 없음을 '알면서도 임의로' 지급한 경우에만 이러한 악의의 비채변제로서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15. 11. 26. 선고 2015다219979 판결 등 참조).
다만 법원은 사용자가 근로자가 근무기간 중 특별한 이유 없이 219일을 결근했다는 이유로 이미 지급한 임금의 반환을 청구한 사안에서 사무실 출입기록이나 컴퓨터 사용일수만으로는 근로자가 결근한 것으로 인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용자가 근무장소(같은 사무실) 및 업무 내용상 근로자의 결근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거나 감독 미흡 등 중대한 귀책사유가 있는 점 ▲이러한 무단결근에 대해 사용자가 징계나 관련 지시 등을 전혀 하지 않아 사실상 무단결근을 용인했다고 볼 여지가 있는 점 ▲퇴직 이후에 비로소 무단결근을 주장해 실제 근무에 대한 소명을 근로자에게 요청하는 것이 가혹한 점 등을 고려하면 무단결근 일수에 상응하는 부당이득 청구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대전지방법원 2019. 8. 29. 선고 2018가단225941 판결, 확정).
즉 법원은 앞서 검토한 악의의 비채변제와는 별개로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 제공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알았는지' 여부뿐만 아니라, 이를 '알 수 있었거나 감독 미흡의 사정이 있었는지', 사후적으로 '사실상 그러한 결근 등을 용인했는지' 등의 사정을 함께 고려해 사용자가 이미 지급한 임금에 대한 반환청구가 인정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입장으로 보인다.
회사의 임금 지급에 대한 '사후 승인'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
앞서 본 관련 판결례들에서 법원은 사용자의 임금 지급의 의사표시가 무효로 되거나 그러한 의사표시를 취소 또는 철회했는지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지는 않고, 임금 지급의 원인이 되는 '근로 제공'이 실제로 있었는지 여부를 주된 쟁점으로 해 부당이득 반환청구를 판단했다.
즉,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시간 입력 내역이나 초과 근로수당 내역을 사후적으로 승인하고 이에 따라 임금이 정상적으로 지급된 경우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임금 반환청구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인다.
▲재택 또는 원격 근무 등으로 인해 사용자가 실제 근로제공 여부를 명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 ▲사용자가 근로시간이나 초과근로 입력을 근로자들의 재량에 맡기고 있지만 체계적으로 그 입력 방법, 기준 등을 안내하는 등으로 상당한 감독을 한 경우 ▲사용자가 평소 업무 내용을 확인하는 등으로 실제 근로 제공이 이루어진 경우에 한해 임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이 명확하지만 업무의 특성이나 근로자의 기망 등으로 그러한 확인이 어려웠던 경우 ▲실제로 근로 미제공이 확인되자 곧바로 조사 및 징계한 경우 등에 해당한다면 회사의 내부적인 승인 절차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임금 반환청구권이 부정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상당해 보인다.
근로 미제공에 대해 필요한 입증 정도와 방법
민사 및 행정사건에서 사실인정은 자유심증주의가 적용돼 법원이 여러 진술 및 물적 증거를 고려해 넓은 재량을 갖고 판단할 수 있다(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5다218082 판결). 따라서 특정 사건에서 반드시 필요한 입증자료의 종류나 내용이 한정돼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인정이 보다 확실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물적 증거 또는 본건 직원이 사실관계에 대해 어느 정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한편 이미 지급한 금원에 대해 법률상 원인 없음을 이유로 반환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법률상 원인이 없다는 점(실제 근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 대한 증명 책임은 부당이득반환을 주장하는 사람, 즉 사용자에게 있다(대법원 2018. 1. 24. 선고 2017다37324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예컨대 재택근무 시간 중에 타 회사의 업무를 수행했음이 객관적 자료로 확인되는 등 근로자가 명백히 근로를 제공하지 않았음이 입증되는 경우가 아닌 한, 사용자로서는 근로자 본인의 인정 진술을 받는 것이 최선으로 보인다. 특히 환수할 액수를 명확히 특정하기 위해서는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하지 않은 일시, 그러한 사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을 받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따라서 관련된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선 구체적인 근로 미제공 내역과 반환 액수가 기재된 확인서를 작성하고 해당 금원을 임의로 반환받는 것이 보다 안전할 것이다. 이 과정은 사용자뿐만 아니라 근로자에게도 관련 민형사 분쟁에 대응해야 할 부담을 줄이고 회사의 과도한 금액 청구에 대한 반박자료 마련 등 방어의 어려움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관련 징계의 감경사유로 고려될 사정이 된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임금채권에서의 상계ㆍ공제 가부
그렇다면 회사가 이처럼 과다하게 지급한 금원을 향후 지급할 임금에서 상계 또는 공제할 수 있을지가 문제될 수 있다.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전액을 지급해야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근로기준법 제43조, 제109조 제1항). 이러한 임금 전액불의 원칙에 따라 사용자는 원칙적으로 근로자에게 가지는 부당이득 반환청구권과 같은 채권으로 근로자에게 지급할 임금채권에서 공제(상계)할 수 없다. 참고로 퇴직금은 본질적으로 후불 임금의 성격을 가지므로 이러한 상계의 제한은 동일하게 적용된다(대법원 2010. 5. 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관련해 대법원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터 잡은 동의가 있는 경우에는 상계를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2001. 10. 23. 선고 2001다25184 판결 등 참조). 또한 판례는 (근로자의 동의가 없더라도) 공제 시기가 임금이 초과 지급된 시기와 임금의 정산, 조정의 실질을 잃지 않을 만큼 합리적으로 밀집돼 있고 금액과 방법이 미리 예고되는 등으로 근로자의 경제생활의 안정을 해할 염려가 없는 경우에는, 이른바 '조정적 상계'가 가능하다고 본다(대법원 1993. 12. 28. 선고 93다38529 판결, 대법원 1995. 12. 21. 선고 94다26721 전원합의체 판결 등).
다만 이러한 임금채권과의 상계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판례는 이러한 임금채권과의 상계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한 것이라는 판단은 엄격하고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으로(위 대법원 2001다25184 판결), 동의를 얻어서 한 상계 역시 효력이 부정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또한 이러한 상계의 효력이 부정될 경우, 이는 별도의 임금 미지급으로서 민형사상 사건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상당하므로 사용자가 감수해야 할 법적 리스크가 상당하다.
또한 최근 고용노동부는 개정 퇴직급여법(2022. 1. 11. 법률 제187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시행 이후로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동의가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퇴직금 전액을 개인형퇴직연금제도 계정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즉 심지어 근로자의 동의가 있더라도 퇴직금채권과 사용자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상계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퇴직연금복지과-1808, 2022. 4. 28.). 이는 위 개정 퇴직급여법 제9조 제2항이 퇴직금 지급은 개인형퇴직연금제도(IRP) 계정으로 이전하는 방법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이상, 사용자가 이전해야 할 퇴직연금 금원의 일부를 임의로 공제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입장으로 이해되는데, 이러한 태도를 고려하면 퇴직금과의 상계는 인정될 가능성이 보다 낮아질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임금에서의 상계보다는 근로자와의 원만한 합의를 기초로 한 임의 반환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근로자와의 사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상계에 대한 동의를 받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고, 조정적 상계의 제한적인 요건을 충족하기는 쉽지 않으며, 관련 분쟁에서도 사용자가 이를 입증할 부담이 상당히 크다.
체계적인 근태관리 시스템 마련 필요
결론적으로 사용자가 근로자의 정상적인 근로 제공을 적절히 상시 감독하고 결근이나 근무태만, 겸업과 같은 비위행위를 사전에 예방 및 조기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재택근무 제도를 운영하는 경우라면 근로시간으로 인정받기 위한 승인 및 감독 절차를 체계적으로 마련하거나 객관적으로 '결근'으로 인정되는 수 있는 경우를 구체적으로 사규에 규정해 이를 토대로 근로시간을 관리하는 것이 보다 용이할 수 있다.
사내에서 무단결근이나 겸업에 대한 의혹이 있으면 관련 조사와 제재를 신속히 진행하고 징계 선례를 엄중하게 마련해 구성원들의 경각심을 높이고 건전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방향도 고려할 수 있다.
※ 본 칼럼은 최현정 변호사가 월간노동법률 2025년 8월호에 기고한 내용을 편집한 것입니다. https://www.worklaw.co.kr/main2022/view/view.asp?bi_pidx=38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