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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하청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에 대하여,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성과급·학자금 지급 및 노동안전 의제에 관하여서는 원청의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성을 인정하여 원청에게 단체교섭 의무가 있다고 본 사례

2025.08.27.

노동팀 뉴스레터 제15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서울행정법원 2025. 7. 25. 선고 2023구합55658, 56231(병합) 판결]


1. 사안의 개요


원고 회사는 약 9,000명의 근로자들을 통해 조선업을 영위하는 기업입니다. 피고 보조참가인인 전국금속노동조합(이하 ‘참가인 조합’)은 금속산업 근로자를 대상으로 조직된 전국단위 노동조합으로서 그 산하에는 원고 회사의 정규직 근로자 4,700여 명으로 구성된 지회와, 사내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약 400명이 가입된 하청 지회가 각각 존재합니다.


참가인 조합은 2022. 4. 22. 원고 회사에 대하여 성과급 지급, 학자금 지급, 노동조합 활동 보장, 노동안전, 취업방해 금지 등 아래 5개 의제(이하 ‘이 사건 각 의제’)에 관하여 단체교섭을 요구하였으나, 원고 회사는 사내하청 근로자들과의 근로계약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고 일체의 교섭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제2조(성과급 지급)

① 원고 회사는 경영 성과에 따른 성과금을 모든 노동자(물량팀 포함)에게 매년 5월 중에 지급한다.

② 성과급 지급 기준 및 지급액은 단체교섭으로 정한다.


제3조(학자금 지급)

① 일당제 노동자도 시급제 노동자와 동일한 기준으로 자녀 학자금을 지급한다.

② 학자금 지급 기준 근무기간은 대우조선해양 전체 근무기간으로 한다.


제4조(노동조합 활동 보장)

① 원고 회사는 참가인 조합 임원, 집행위원, 대의원의 ㈜대우조선해양 출입을 사내하청업체 소속 여부와 무관하게 자유로이 허용한다.

② 원고 회사는 노동조합 활동 보장을 위해 참가인 조합이 지정하는 방송차 1 대와 업무용 승합차 1대의 원고 회사 출입과 사내 운행을 자유로이 허용한다.

③ 원고 회사는 사내에 참가인 조합 사무실을 제공하며, 사무실의 기본적인 유지관리비를 부담한다.


제5조(노동안전)

① 원고 회사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 회의 개최시 참가인 조합 원청 지회와 동등한 자격으로 참가인 조합 하청 지회 참석을 보장한다.

② 회사는 사내외에서 재해가 발생하여 사고조사를 할 경우 또한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RCA회의를 개최할 경우, 참가인 조합 원청 지회와 동등한 자격으로 참가인 조합 하청 지회의 사고조사 참여 및 RCA 회의 참석을 보장한다.


제6조(취업방해 금지)

① 원고 회사는 노동조합 활동, 산재신청 등 어떤 이유로든 하청노동자의 자유로운 취업을 방해하지 않는다.

② 원고 회사는 하청노동자에 대한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작성하지 않음을 확약한다.


이에 참가인 조합은 원고 회사의 위 행위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였고,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원고 회사가 사용자 지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신청을 기각하였습니다. 참가인 조합은 이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원고 회사의 실질적 지배력이 미치는 노동조건에 대해서는 원고 회사가 실질적인 사용자 지위에 있으므로 이에 관한 교섭거부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대상판결은, 실질적 지배력에 따른 교섭의무 판단은 의제 전체가 아닌 의제별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며,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원고 회사가 이 사건 각 의제 중 (ⅰ) 성과급 지급 (ⅱ) 학자금 지급, (ⅲ) 노동안전 의제에 관해서는 원고 회사의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되어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하고, 원고 회사가 참가인 조합의 단체교섭을 거부한 데에 정당한 이유가 없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가. 성과급 및 학자금 지급 의제에 대한 원고 회사의 교섭의무(인정)


원고 회사의 사내하청업체들은 원고 회사가 정한 성과급 총액의 범위 내에서 각 업체별로 금액을 교부받고, 교부받은 금액을 소속 근로자들에게 성과급 명목으로 지급하여 왔는데, 이러한 방식은 대부분의 기간 동안 반복적으로 유지되어 왔다.


원고 회사는 구체적인 성과급 지급 기준을 설정하였고, 사내하청업체의 평가등급별로 지급액을 차등 배분한 후 근로자의 근속연수에 따라 성과급액을 달리 정하였다.


사내하청 근로자들에 대한 성과급 등 처우에 관한 사항이 장기간에 걸쳐 노사 간 교섭 및 합의의 대상이 되어 왔고,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성과급 등 주요 근로조건은 오랜 기간동안 원고 회사와 참가인 조합 원청 지회 사이의 교섭 및 합의를 통하여 결정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조건의 적용을 받는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은 그 실질적인 결정권자인 원고 회사와 교섭의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


원고 회사의 사내하청업체들은 성과급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원고 회사로부터 학자금 총액을 교부받은 후 이를 다시 소속 근로자들에게 근속 연수를 기준으로 학자금 명목으로 지급하여 왔다.


원고 회사와 사내하청업체들이 마련한 ‘2016년 협력사 안정화 대책(안)’에 따르면, 자녀 학자금 지원을 포함한 ‘복지제도 운영 지속’이 고기량 사내하청 근로자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명시되어 있고, 이는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에 대한 자녀 학자금 지급이 단순한 복리후생 차원을 넘어, 원고 회사의 생산 안정화라는 경영상 목적에 따라 기획·결정된 조치였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 회사가 사내하청업체에게 상생 차원에서 경영지원금 명목으로 성과급, 학자금의 재원이 되는 돈을 지급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지급이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지속되어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의 급여 중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고, 사내하청업체는 성과급, 학자금을 별도의 재원으로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원고 회사가 수요 조사를 통해 성과급, 학자금의 지급 총액을 결정하여 지급해준 돈으로 소속 근로자에 대한 성과급과 학자금을 전액 충당하고 있다. 따라서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에 대한 성과급과 학자금 지급에 대하여 원고 회사가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나. 노동안전 의제에 대한 원고 회사의 교섭의무 (인정)


원고 회사의 ‘안전보건관리규정’, ‘안전사고 조사 및 처리절차’, ‘안전작업 승인 절차’, ‘안전보건 위험성평가 및 등록관리 절차’ 등의 안전 관련 규정은 모두 그 적용범위에 사내하청업체을 포함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사내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은 사업장 내에서 작업을 수행함에 있어 원고 회사가 정한 절차 및 기준을 준수하여야 한다.


원고 회사는 이 사건 사업장에 근무하는 인원 전체에 대하여 적용되는 안전 관련 규정 외에도, ‘협력회사 안전보건 관리 규칙’, ‘협력회사 정기안전보건협의회 운영규칙’ 등 사내하청업체 및 그 소속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에 관한 사항을 독립적으로 규율하는 별도의 내부 규정을 직접 제정하여 적용하고 있다.


원고 회사는 산업안전보건법의 개정에 따라 사내하청업체에 ‘안전보건관리규정’의 개정 및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의 개최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하기도 하였다. 위 공문에는 사내하청업체 안전진단 및 내부 실사 시 필수적인 확인 사항으로 강조되어 있다.


원고 회사는 원고 회사 소속 근로자와 사내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를 구분하지 않고 함께 안전 교육 대상자로 지정한 후 교육을 수강하도록 하고 있으며, 사내하청업체의 작업 표준을 점검하는 TBM 활동에 원고 회사의 관리자가 참석하기도 하였다.


원고 회사 사업장 내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사고는 원고 회사의 안전담당팀과 참가인 조합 원청 지회 소속 노동안전팀에 동시에 공유되며, 이후 양측은 사고 현장에 출동하여 조사하고, 사고원인분석(RCA) 및 재발방지 대책 수립 과정을 함께 수행한다.


다. 노동조합 활동 보장(자유 출입 및 사무실 제공)의제에 대한 교섭의무(부정)


하청업체들은 원고 회사와 체결한 개별 임대차계약에 따라 이 사건 사업장 내부에 일정한 사무공간을 확보하고 있고, 필요할 경우 해당 공간의 일부를 노동조합에 제공하거나, 추가 공간을 확보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고 회사의 승낙 여부가 문제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당사자 사이의 개별적인 합의나 임대차 계약을 통하여 해결할 문제이지, 원고 회사가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하고 이에 관한 단체교섭을 해야 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청이 행사하는 ‘실질적 지배력’은 특정 사안에 대하여 개입하거나 특정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것이지, 원청이 특정 영역에 있어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하여 곧바로 하청 노동조합의 조직 운영 전반에 대하여 사용자의 지위에서 포괄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특히 노동조합 사무실의 설치나 사업장 내 출입은 노동조합의 조직적 독립성과 운영 자율성을 전제로 하여 기본적으로 하청업체와의 교섭 및 협의를 통해 해결되어야 할 사항이다. 하청 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이 원청 사업장 내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원청이 상시적으로 사무실 공간을 제공하거나 하청 노동조합 임원의 무제한적인 사업장 출입을 허용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노동조합 사무실을 반드시 사업장 내에 설치하여야 한다고 볼 법령의 규정은 존재하지 않고, 사업장 외부에 사무실을 두고 노조 활동을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거나 하청 노동조합의 모든 조합 활동이 반드시 원청의 사업장 내부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원고 회사는 참가인 조합 하청 지회의 출입 허가 요청 공문을 수신하면 일정한 제한을 붙여 이를 허가하여 왔다. 원고 회사가 출입 허가 조건으로 붙인 사항이 참가인 조합의 활동을 부당하게 제약하는 것이라고 보이지 않고, 기존의 방식에 의한 출입 허가를 넘어 단체협약을 통한 상시적인 노동조합 인원 출입 허용이 반드시 요구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라. ‘취업 방해 행위 금지’ 의제에 대한 교섭의무(부정)


‘취업 방해 행위 금지’, ‘블랙리스트 작성 금지’는 “누구든지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비밀 기호 또는 명부를 작성·사용하거나 통신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제40조에 의하여 명시적으로 금지되는 행위에 해당한다. 


위 근로기준법 규정은 수범자의 범위를 한정하지 않고 모든 사람에 대하여 적용되므로, 그 준수 의무는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 여부, 단체협약체결 여부와는 무관하게 부과된다. 따라서 단체교섭을 통해 별도로 금지 의무의 존부를 정하거나 합의의 대상으로 삼기에는 적절하지 않고, 참가인 조합이 주장하는 전례나 근로자의 인식을 이유로 하여, 원고 회사가 사내하청 근로자의 취업방해 금지에 관하여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


3. 의의 및 시사점


본 판결은 같은 날 선고된 서울행정법원 2025. 7. 25. 선고 2022구합69230 판결과 마찬가지로, 이른바 ‘실질적 지배력설’에 따라 원청이 사내하청 노동조합에 대하여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서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한다고 본 사례로, 주목할 만한 판결입니다. 이미 법원은 과거 유사한 취지의 판단을 한 바 있으며, 이번 판결과 같이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하급심 판례가 지속적으로 축적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와 같은 판결의 방향은 현재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 이른바 ‘노란봉투법’과도 취지를 같이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아울러, 본건은 전통적인 제조업 분야인 조선업에서 선고된 판결로서, 단체교섭 요구 의제 중 ‘산업안전’, ‘조합활동 보장’, ‘취업방해 금지’ 등 3개 항목에 대하여 원청의 실질적 사용자성을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를 갖습니다. 조선업을 포함한 제조업 분야는 생산 공정이 유기적이고 연속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공정을 독립적으로 분리하여 수행하기 어려운 구조적 특성이 강하며, 이에 따라 원청이 하청 근로자에게 제공하는 작업 지시, 안전관리, 품질 기준 등이 매우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매뉴얼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하청 근로자에 대한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될 가능성은 더욱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향후 철강업, 조선업 등 제조업 전반에 걸쳐 원청의 단체교섭의무 인정 범위는 각 사업장의 운영 실태, 공정 통제 구조, 하청 관리 방식 등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관계 판단을 전제로 하여 점차 확대될 가능성이 있으며, 기업 입장에서는 이에 대한 법적 리스크 대응 및 노사관계 전략의 재정비가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대상판결에 대하여 양 당사자 모두 항소를 제기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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