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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협약에서 휴가 청구에 관한 기한을 정하였음에도, 불가피한 사유 없이 기한을 지나 휴가를 청구한 경우에 사용자의 시기변경권 행사(연차 반려)가 적법하다고 본 사례

2025.08.27.

노동팀 뉴스레터 제15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 대법원 2025. 7. 17. 선고 2021도11886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부산 연제구 소재 A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상시근로자 300명을 고용하여 시내버스 운수업을 운영하는 사용자입니다. 한편, 이 사건 회사와 노동조합 사이에 체결된 단체협약은 휴가를 사용하기 3일 전에 신청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피고인의 사업장에서 시내버스 운전기사로 근무 중인 근로자(이하 ‘이 사건 근로자’)가 2019. 7. 8.에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하겠다고 2019. 7. 5. 신청하였으나, 피고인은 단체협약상 휴가 사용 3일 전에 신청하여야 함을 이유로 휴가를 부여하지 아니하였습니다(이하 ‘이 사건 시기변경권 행사’).  


검찰은 위와 같이 휴가를 부여하지 아니한 사실에 대하여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 위반을 이유로 피고인에 대한 공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원심은(부산지방법원 2021.08.19. 선고 2021노891 판결) (ⅰ) 휴가를 사용하기 3일 전에 신청하여야 한다는 단체협약 규정이 시내버스 운송사업의 특성, 공익성 등에 비추어 근로자의 휴가에 대한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한다고 볼 수 없고, (ⅱ) 이 사건 근로자는 규정에서 정한 기한이 지나 휴가를 신청하였으므로 피고인의 시기변경권 행사 및 휴가 미부여가 이 사건 근로자의 휴가권을 침해한 것이거나 휴가 미부여에 대한 근로기준법 위반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습니다. 


대상판결 또한 피고인의 행위가 근로기준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였고, 공소사실을 무죄로 선고한 제1심 및 원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습니다. 그 구체적인 논거는 아래와 같습니다. 


가. 관련법리

 

연차유급휴가권은 근로기준법상의 요건을 갖추면 당연히 성립하고, 다만 시기를 지정하여 청구하면 사용자의 적법한 시기변경권의 행사를 해제조건으로 실현되는 것으로,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 위반죄는 근로자가 연차유급휴가에 대하여 시기를 지정하여 그 청구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적법한 시기변경권을 행사하지 아니한 채 근로자의 연차유급휴가를 방해한 경우에 성립한다(대법원 2000. 11. 28. 선고 99도317 판결 참조).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 단서에 의하면 사용자는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적법하게 시기변경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ⅰ) 담당업무의 내용과 성격, (ⅱ) 지정한 휴가 시기의 예상 근무인원과 업무량, (ⅲ) 휴가 청구 시점, (ⅳ) 대체근로자 확보의 필요성 및 (ⅴ) 그에 필요한 시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ⅵ) 특히 노선 여객자동차운송사업과 같이 정시성이 중요한 사업은 대체근로자를 확보할 필요성이 크므로 근로자가 지정한 휴가 시기까지 대체근로자를 확보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어려운 상황인지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노선 여객자동차운송사업과 같이 운영의 정시성이 중요한 사업에 있어 단체협약으로 휴가청구 기한을 정하고 있는 경우, 이는 대체근로자 확보 등에 소요되는 합리적인 기간에 관한 노사합의의 결과물이므로, 불가피한 사유로 그 기한을 준수하지 못한 경우까지 휴가권이 제한된다고 해석되지 않는 이상 가급적 존중되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노선 여객자동차운송사업과 같이 운영의 정시성이 중요한 사업과 관련하여 단체협약에서 근로자의 휴가 청구에 관한 기한을 정하고 있는데도 불가피한 사유 없이 기한을 준수하지 않고 휴가를 청구하는 것은 객관적인 관점에서 사용자가 지정된 휴가 시기까지 대체근로자를 확보하는 데에 어려움을 발생시켜 그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주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사용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에 따라 적법하게 시기변경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나. 이 사건 시기변경권 행사가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에 위반한 연차유급휴가 방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부정)


시내버스는 기본적인 대중교통수단으로 그 공익성에 비추어 차량운행이 예정된 시간에 맞춰 순조롭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 사건 근로자가 지정한 휴가일은 버스 수요가 상대적으로 많은 월요일이었고, 이미 B버스 중 2대가 운휴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이 사건 근로자가 지정한 휴가일에 휴가를 부여하면 배차간격이 더 길어져 B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감수하여야 할 교통상 불편이 가중되므로 사용자인 피고인으로서는 대체근로자를 확보해야 한다.


부산지역 버스업계 노사는 단체협약을 통하여 이 사건 규정을 두었으므로, 이 사건 규정에 따른 휴가 청구에 관한 기한은 대체근로자 확보에 통상적으로 필요한 기간이라고 노사가 상호 합의한 기간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이 사건 규정은 그 기한을 3일로 정하고 있는데, 3일이라는 기간은 실질적으로 근로자의 휴가에 관한 시기지정권을 박탈한다고 볼 수 있을 정도의 장기간이 아니라 사용자가 시기변경권을 적절하게 행사하기 위해 필요한 합리적인 기간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사건 근로자가 이 사건 규정에서 정한 기한을 준수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음은 확인되지 않는다.


이 사건 근로자가 지정한 휴가일에 휴무자 등을 제외한 C차고지 소속 나머지 승무운전직들은 모두 버스를 운행할 예정이었으므로 이들 중 대체근로가 가능한 사람은 없었다. 근로시간 특례업종 제외에 관하여 근로기준법 제59조가 개정되어 시행되면서 승무운전직의 연장근로시간이 1주 12시간으로 제한됨에 따라 피고인은 연장근로를 통하여 대체근로자를 확보하기도 어려웠다. 또한 이 사건 회사의 승무운전직 인원이 만성적으로 부족하였다고 볼 만한 뚜렷한 증거도 없어, 이 사건에 있어 피고인의 시기변경권 행사를 위법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3. 의의 및 시사점


연차휴가 시기변경권에 관한 기존의 판결례들은 주로 근로자의 연차휴가 사용으로 인한 업무 공백은 사용자가 충분히 예측하고 대비해야 할 부분이라며 사용자의 시기변경권 행사를 매우 제한적으로만 인정하는 추세를 보여왔습니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단체협약상의 연차휴가 신청 기한이 대중교통 노선 운행의 공익성과 대체근로 인력 확보의 난점을 고려하면 합리적 제약이라 보고, 기한을 지키지 않은 신청에 대해 반려한 것을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 적법한 시기변경권 행사로 보았습니다.  


이는 단순히 업무 공백이 발생한다는 이유만으로 연차휴가를 거부할 수 없다는 기존의 법리를 유지하면서도, 노사 합의로 정해진 휴가 신청 기한이 해당 업종의 특성상 합리적인 근거를 가질 때는 사용자의 시기변경권 행사가 적법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다만, 대상판결은 버스 운송사업의 공익성과 특수성을 전제로 한 사안으로 연차휴가 시기변경권에 관한 일반적인 기준으로 적용하여 보기는 어렵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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