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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체결한 단체협약이 무효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과거 기간의 근로조건에 관하여도 사용자가 단체교섭의무를 예외적으로 부담한다고 본 사례

2025.08.27.

노동팀 뉴스레터 제15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 대법원 2025. 7. 3. 선고 2023다251718 판결]


1. 사안의 개요


원고는 전국금속노동조합 경기지부 A지회로, 사업장 내 적법·유일한 노동조합입니다(피고 회사의 근로자들이 2011.7.경 A노동조합을 설립하였고, 이는 전국단위 산업별 노동조합인 원고의 경기지부 A지회가 되었습니다). 한편, 피고 회사는 원고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사용자의 지위에 있는 자입니다. 


원고는 2011.7.경 설립된 이후, 2011.8.경부터 2021.경까지 매년 피고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하였습니다.  한편, 피고는 2011. 6. 29.경 그 무렵 설립된 소외 1 노동조합과 2011년 단체협약 및 임금협약을 체결한 이후, 2020년까지 2년 단위로 단체협약을, 1년 단위로 임금협약을 각 체결하였습니다. 또한 소외 1 노동조합은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원고와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거쳐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활동하였습니다. 


피고의 노사문제를 총괄하던 소외 2 등은 2019. 1. 2. ‘원고의 설립ㆍ운영을 방해하고 이른바 ‘대항노동조합’으로 소외 1 노동조합을 설립하여 지배하였다’는 등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노조 설립 방해 및 노조 지배행위에 대한 유죄판결이 2022.3.경 확정되었습니다. 또한, 2022. 6.경에는 원고가 소외 1 노동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노동조합 설립무효 확인의 소에 대하여 소외 1 노동조합의 설립이 무효라는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는 “사용자가 2011부터 2020년까지 단체 교섭 요구를 조직적으로 회피했다”는 점을 들어, 피고에 대하여 2011년부터 2020년까지의 과거 기간 (이하 ‘이 사건 대상기간’)에 대한 단체교섭 이행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제1심은, 단체협약 효력의 소급 발생을 목적으로 한 ‘과거의 단체협약 및 임금협약에 관한 사항’에 대한 단체교섭 청구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9. 1. 선고 2020가합537607 판결). 반면 원심은 제1심과 달리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며, 과거의 근로조건 등에 관한 것이라는 사정만으로 단체교섭에 응할 것을 청구하는 소의 이익이 부정된다고 볼 수 없으며, 피고는 그에 대한 단체교섭에 성실하게 응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3. 6. 2. 선고 2022나2035436 판결). 


대상판결은, 기존 단체협약의 효력 유무와 무관하게 과거 기간 근로조건에 관해 교섭할 수 있다고 본 원심과는 다소 판단을 달리하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단체협약이 이미 체결된 과거 기간의 근로조건은 원칙적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되지 아니함을 명시하였습니다. 다만, 당해 사안은 단체교섭권이 보장되지 않아 과거의 단체협약이 무효인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로서, 예외적으로 단체교섭이 허용된다고 보아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가. 관련 법리


헌법 제33조 제1항은 근로자의 자주적인 단결권뿐 아니라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에 따르면,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 권한을 가지고(제29조 제1항), 교섭 대표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교섭을 요구한 모든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지며(제29조 제2항),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는 성실교섭의무를 부담한다(제30조 제1, 2항). 이러한 헌법 및 관련 법령 규정들의 문언, 내용과 취지 등을 종합하면,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에 대하여 단체교섭에 응할 것을 요구할 권리가 있고, 그 요구를 거부하는 경우에는 소로써 그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2012. 8. 17. 선고 2010다52010 판결 참조).


단체협약이 체결된 경우에 협약당사자 양측은 그 협약내용을 준수해야 하고, 단체협약의 유효기간 중은 물론 그 유효기간이 지난 후에도 기존의 단체협약에서 이미 정한 근로조건이나 기타 사항(이하 근로조건)의 개정, 폐지 등을 요구하는 쟁의행위를 하지 아니할 이른바 평화의무를 부담한다(대법원 1994. 9. 30. 선고 94다4042 판결, 대법원 2003. 2. 11. 선고 2002두9919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사용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과거 기간의 근로조건 등 가운데 기존의 단체협약이 이미 정한 사항에 대하여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한다. 그러나 기존 단체협약이 무효라고 주장할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고, 그에 따라 적법하게 단체교섭을 요구한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이 보장되지 못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노동조합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존 단체협약의 개정, 폐지, 승인 또는 새로운 단체협약의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 이 때 사용자는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가 평화의무에 반한다거나, 교섭요구사항이 과거 기간의 근로조건 등에 관한 사항이라는 이유만을 내세워 단체교섭을 거부할 수 없다(대법원 2003. 2. 11. 선고 2002두9919 판결 참조).


노동조합에 대하여 지배·개입하려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의해 노동조합이 설립된 것에 불과하거나, 설립될 당시부터 위와 같은 부당노동행위에 관하여 노동조합 측과 적극적인 통모ㆍ합의가 이루어진 경우 등 해당 노동조합이 헌법 제33조 제1항 및 그 헌법적 요청에 바탕을 둔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가 규정한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면, 그 설립신고가 형식상 수리되었더라도 실질적 요건의 흠결이 해소되거나 치유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노동조합법상 그 설립이 무효로서, 노동3권을 향유할 수 있는 주체인 노동조합으로서의 지위를 가지지 않는다(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7다51610 판결 참조). 나아가 해당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단체협약 체결 권한이 없으므로, 해당 노동조합이 체결한 단체협약은 노동조합법상 단체협약으로서의 효력이 없다.


나. 노동조합의 적법한 단체교섭요구에도 불구하고 단체교섭권이 보장되지 않았던 경우, 사용자가 과거 기간의 근로조건에 관한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인정)


원심이 기존 단체협약의 효력 유무와 무관하게 원고가 과거 기간의 근로조건 등에 관하여 교섭할 수 있다고 본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러나 소외 1 노동조합은 단체교섭권을 비롯한 노동3권을 향유할 수 있는 주체인 노동조합으로서의 지위를 가지지 않으므로, 소외 1 노동조합이 이 사건 대상기간에 체결한 단체협약 및 임금협약은 노동조합법상 단체협약으로서의 효력이 없다. 


원고는 피고의 사업장 내에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노동조합으로서 이 사건 대상기간 동안 적법하게 단체교섭을 요구하였음에도, 소외 1 노동조합이 2011년 단체협약 등을 먼저 체결하거나 2013년부터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됨에 따라, 원고의 단체교섭권이 보장되지 못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교섭사항에 대하여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한다고 본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


3. 의의 및 시사점


단체협약이 체결된 경우에 협약당사자인 노사 양측은 그 협약내용을 준수해야 하고, 단체협약의 유효기간 중은 물론 그 유효기간이 지난 후에도 기존의 단체협약에서 이미 정한 근로조건이나 기타 사항의 개정, 폐지 등을 요구하는 쟁의행위를 하지 아니할 이른바 평화의무를 부담합니다(대법원 1994. 9. 30. 선고 94다4042 판결, 대법원 2003. 2. 11. 선고 2002두9919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사용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과거 기간의 근로조건 등 가운데 기존의 단체협약이 이미 정한 사항에 대하여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합니다.  


대상판결은 위와 같은 평화의무에 관한 예외로서 단체협약이 이미 체결된 과거 기간의 근로조건은 원칙적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되지 않음을 분명히 하면서도, 해당 단체협약이 무효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단체교섭이 가능하다는 점을 명확히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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