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회사와 위촉계약을 체결하고 보험설계사 등을 교육하는 교육매니저로 근무한 자들은 근로관계의 실질에 비춰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대하여 해당한다고 본 사례
2025.08.27.
노동팀 뉴스레터 제15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 대법원 2025. 7. 3. 선고 2023다219752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는 전국 단위 보험업을 영위하는 보험회사이고, 원고들은 2012. 3. 19. 경부터 2015. 1. 5.경까지 사이에 피고와 교육매니저 위촉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을 각 체결한 후 약 5년 내지 9년간 피고의 신입 보험설계사 등을 교육ㆍ관리하는 업무를 수행하다가 퇴직한 자들입니다.
원고들은 퇴사 후 피고에게 퇴직금을 요구하였으나, 피고는 이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지급을 거부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결국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퇴직금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2. 판결 요지
제1심은 업무 내용과 수행 방식, 상당한 지휘·감독 여부, 근무시간 및 근무장소의 지정·구속 여부, 고정급여의 제공, 전속성 등을 고려하여 피고의 교육매니저였던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하였습니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22. 5. 12. 선고 2021가단219400 판결). 반면, 원심은 업무특성 등을 고려할 때 상당한 지휘·감독, 근무시간 및 장소에 대한 지정·구속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제1심과 달리 원고들이 피고와의 관계에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23. 2. 10. 선고 2022나57884 판결).
그러나, 대상판결은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원고들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함으로써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소지가 크다고 판단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가. 근로자성 관련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비추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ⅰ)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 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ⅱ)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ⅲ)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ⅳ)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ⅴ)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ⅵ)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ⅶ)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ⅷ)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ⅸ)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참조).
나. 보험회사 ‘교육매니저’의 근로자성 인정여부(인정)
① (피고에 의한 업무 내용의 결정, 상당한 지휘·감독 여부: 인정) 피고는 원고들에게 기본적인 교육자료를 제공하고 교육에 반영할 내용을 알려주었으며, 교안을 제출할 것을 지시하였다. 피고의 교육매니저 운용지침에는 교육매니저를 교육 업무 외에 ‘기타 사업단장이 정하는 업무’에 활용할 수 있다고 되어 있고, 피고는 교육대상자가 없는 기간에도 대체교육계획 등을 준비하라고 지시하였다.
피고는 일, 주, 월 단위로 교육활동 내용, 향후 계획, 교육대상자 출석현황 등을 보고받고, ‘사업단장 평가(성실도, 협업, 참여도 등)’와 같은 주관적 항목을 평가기준에 포함하였다. 또한 교안 또는 월간자료의 미제출을 계약의 해지 또는 수수료 등급 강등 사유로 규정하였다.
피고는 기본적인 교육 내용을 정하는 외에도 원고들이 수행할 업무 내용을 구체적으로 지시하기도 하였다. 피고는 원고들의 인성, 회사정책참여도, 성실도 등에 관하여도 평가하였는데, 이를 두고 피고가 위임사무 처리에 필요한 통상적인 관리를 하였을 뿐이라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원고들은 이 사건 계약의 해지 또는 수수료 차감의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피고의 교안 제출, 대체교육계획 준비, 각종 보고 및 아래에서 보는 근무시간, 휴가 등에 관한 각종 업무상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보인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이 수행할 업무내용을 정하고 원고들의 업무 수행 과정에서 상당한 지휘, 감독을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② (근무시간·장소의 지정 및 구속 여부: 인정) 원고들은 피고가 지정한 장소에서 교육 업무를 수행하고 대체로 9시경 출근하여 17시경 퇴근하였으며 피고에게 출·퇴근 시각을 보고하였다. 피고의 직원은 교육매니저에게 교육대상자들을 상대로 판매실적을 독려하는 업무를 수행하라며 퇴근 시간을 지정하기도 하였다. 피고는 원고들의 휴가 횟수를 정하고, 특정기간에는 휴가를 사용하지 않도록 지시하기도 하였다. 앞서 본 평가기준의 내용 등에 비추어, 원고들로서는 근무시간과 휴가 등에 관한 업무상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이고, 피고가 지정한 근무시간과 근무장소에 구속받았다고 볼 수 있다.
③ (사업자적 징표의 존부: 부정) 피고는 원고들에게 교육업무 수행에 필요한 노트북 등 비품과 경비를 제공하였다. 원고들은 피고가 지정한 신입 보험설계사 등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였고, 피고의 승인 없이 다른 곳에서 영리 목적의 강의 또는 교육을 할 수 없었다. 원고들은 보험모집 업무를 할 수 있었으나, 모집한 보험계약 건수는 대부분 1년에 10건 미만이고 모집수수료 액수와 비중도 크지 않았다. 이 사건 계약에서 ‘분기당 신계약 1건 미달’을 해지 사유 중 하나로 규정함에 따라, 원고들은 교육매니저 신분을 유지하고자 부수적으로 보험 모집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위 각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④ (보수의 근로대상성 등 여부: 인정) 원고들은 피고로부터 기본수수료, 성과수수료, 분기보너스를 매월 또는 분기마다 정기적으로 지급받았는데, 그 중 비중이 가장 큰 기본수수료는 평가기준에 따른 등급과 교육인원 수에 따라 지급되었다. 피고는 기본수수료, 성과수수료, 분기보너스를 합산한 금액이 월 300만 원 미만이면 그 차액을 원고들에게 지급하였다. 원고들이 지급받은 수수료는 그 제공한 근로의 양과 질에 대한 대가로서 임금의 성격을 가지고, 최소한의 고정급도 정해져 있었다고 볼 수 있다.
⑤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전속성의 유무: 인정) 원고들은 약 5년에서 9년 동안 계속하여 피고의 교육매니저로 근무하였고 다른 보험회사에서 교육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으므로, 업무의 계속성과 전속성이 인정된다.
⑥ (그 밖의 사정) 원고들은 피고의 취업규칙을 적용받지 않았고, 피고로부터 받은 수수료 등에 관하여 사업소득세를 납부하였으며, 다른 사회보장제도에서 근로자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들은 사용자인 피고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임의로 정할 수 있는 것이므로, 근로자성을 판단할 결정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
3. 의의 및 시사점
법원은 근로자성 판단 시 계약의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당사자가 실제로 수행한 업무와 업무 수행 방식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 사안별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보험업계에서 보험설계사를 교육, 관리하는 교육매니저/육성매니저에 대하여도 근로자성을 인정하기도 하고 부정하기도 하는 등 엇갈린 판결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근로자성 부정 사례로 서울고등법원 2010. 1. 29. 선고 2009나58694 판결, 대법원 심리불속행 기각 확정).
특히, 보험업계의 경우 보험회사마다 심지어 지점마다 교육매니저 운영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점과 소송 과정에서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어떻게 입증되느냐에 따라 근로자성 판단에 있어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보험회사의 교육매니저 근로자성 분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대상판결의 파기환송심(서울남부지방법원 2025나52434호)이 계속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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