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하였다는 이유로 장학금과 복지포인트의 지급을 거부하는 것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2025.08.27.
노동팀 뉴스레터 제15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 광주고등법원 2025. 6. 19. 선고 2024나24172 판결]
1. 사안의 개요
원고들은 A회사가 운영하는 B제철소의 협력사(이하 ‘참여회사’)에 소속된 근로자들입니다. 피고는 참여회사가 출연한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운영하여 근로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복지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공동근로복지기금법인으로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장학금 지급, 생활원조, 복지포인트 지원 등의 사업을 수행하는 비영리법인입니다.
원고들은 참여회사를 통해 자녀 장학금 및 복지포인트의 지급을 신청하였습니다. 그러나, 피고는 원고들이 A회사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하였으므로, 원고들의 지위가 참여회사의 직원인지 A회사의 직원인지 확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그 지급을 거부(이하 ‘이 사건 지급거부’)하였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이 사건 지급거부가 불법행위 또는 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대상판결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피고의 이 사건 지급거부가 불법행위에 해당하며, 피고가 원고들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한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등 지급유예의 정당한 사유가 있다거나, 권리남용, 신청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피고측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①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자녀 장학금 및 복지포인트에 관하여 별도의 계약이 체결된 바는 없으나, 참여회사들이 기금 설립 이전까지는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에 따라 자녀 장학금과 복지포인트를 직접 지급해 왔고, 기금 설립 이후에는 그 지급 주체가 피고로 전환되었으며, 이에 따라 기존 규정들이 변경되거나 삭제된 사실이 있다.
② 피고가 설립되지 않았더라면 참여회사들은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따라 근로자들에게 그 급부의무를 이행하였을 것이며, 근로자들은 참여회사를 상대로 단체협약, 취업규칙에 근거하여 자녀 장학금, 복지포인트 등을 청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근로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진 피고가 설립되었다는 이유로 근로자들의 청구권을 부정하는 것은 오히려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이 악화되는 것으로, 근로복지기본법 및 피고 정관의 취지에 반한다.
③ 따라서 이와 같은 제도 전환을 통해 참여회사의 급부 의무를 대행하는 법적 지위에 있고, 사업 구조와 운영 경과에 비추어 피고의 지급 의무가 단지 시혜적 성격만을 띄고 있다고 할 수 없다.
④ 또한, 피고는 참여회사와의 합의에 따라 해당 급부를 실행하고 있으며, 피고 설립 당시 이미 참여회사 소속 근로자들은 수익의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보아야 하므로 참여회사 소속 근로자들은 제3자를 위한 계약상 수익자의 지위에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피고가 지급 시행세칙이나 내부 이사회 결정에 근거해 지급을 유보하는 내부 결정을 하였더라도, 근로자와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합의가 없는 이상 대외적인 법률관계에 효력을 미치지 못한다.
⑤ 원고들과 참여회사 소속 다른 근로자들은 동일하게 피고 정관에서 수혜 대상으로 정한 참여회사의 근로자로서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이고, 이 사건 지급거부는 관련 소송을 제기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차별을 두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한 참여회사 근로자 사이에 불합리한 차별을 야기하고 있으며, 이는 헌법 제11조의 평등권 보장 원칙 및 피고 정관의 목적에도 위배된다.
⑥ 아울러 고용노동부가 피고에게 이 사건 지급거부행위에 대해 시정지시를 내렸고, 위 지시 불이행으로 과태료 처분이 확정되었으며,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차별 시정을 권고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항소심까지 지급거부가 정당하다고 주장하는바, 고의 또는 과실이 인정된다. 또한 이 사건 지급거부행위로 인해 원고들은 이 사건 장학금 및 복지포인트를 받지 못하는 손해를 입었고, 이러한 손해는 위 행위와 인과관계가 인정된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법원은 제3자를 위한 계약에서 수익자의 권리 귀속이 확정된 경우, 수익자의 동의 없이는 당사자가 이를 임의로 변경하거나 소멸시킬 수 없다는 법리를 일관되게 판시해 왔습니다(대법원 2022. 1. 14. 선고 2021다271183 판결 등).
대상판결은 이러한 법리를 공동근로복지기금에 적용하여 (ⅰ) 참여회사들이 기존 복지제도를 폐지하고 기금을 통해 근로자들에게 복지급부를 하도록 전환한 점, (ⅱ) 기금은 사용자 측 급부의무를 사실상 대행하는 실체라는 점에서 원고 근로자들이 일종의 제3자를 위한 계약상의 수익자에 준하는 지위에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피고 근로자공동복지기금법인이 자의적으로 수혜대상에서 특정 근로자들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상판결은 공동근로복지기금 관련 판례가 드문 상황에서 대법원이 확립해 온 제3자를 위한 계약 법리를 공동근로복지기금 사안에 적용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대상판결은 양 당사자 모두 상고를 제기하지 않아 확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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