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상 사업자에 해당한다고 하여 곧바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볼 수 없고, 노동조합의 법적 지위에 다툼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단체교섭을 거부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2025.08.27.
노동팀 뉴스레터 제15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 서울행정법원 2025. 6. 13. 선고 2024구합61841 판결]
1. 사안의 개요
원고는 타워크레인 장비 임대업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법인으로, 원고를 비롯한 타워크레인 임대사들은 A협동조합을 설립하여 활동을 해오고 있었습니다. A협동조합은 2003년부터 2020년경까지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권을 타워크레인 임대사들로부터 위임받아 교섭대표 자격으로 참가인 조합과 단체협약을 체결하기도 하였습니다. 피고보조참가인 B노동조합(이하 ‘참가인 조합’)은 건설업 종사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조직된 전국 단위 산업별 노동조합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3. 2. 28. 참가인 조합의 C지역본부 산업 D지부(이하 ‘D지부’)를 사업자단체로 보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에 따라 시정명령을 하였습니다. 이후 참가인 조합은 원고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하였으나 원고는 참가인 조합 소속 근로자들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으며, 참가인 조합이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에 해당한다는 점 등을 들어 단체교섭을 거부하였습니다(이하 '이 사건 교섭거부’). 참가인은 원고의 행위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구제를 신청하였습니다.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모두 참가인 조합은 실체적ㆍ절차적 요건을 적법하게 갖춘 노동조합에 해당하므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의 당사자적격이 있고, 원고의 이 사건 교섭거부에는 정당한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인용하였습니다.
이에 원고는 이 사건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가. 공정거래법상 사업자가 조합원으로 포함된 참가인 조합에 노동조합 지위가 인정되는지 여부(긍정)
원고는 참가인 조합에는 건설기계임대사업자들이 조합원으로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고, 공정거래위원회도 D지부에 대하여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로 평가하였는바, 참가인 조합이 노동조합 제2조 제4호 라목(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에 해당하여 노동조합법상 노동조합이 아니라고 주장하였으나, 대상판결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참가인 조합이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 본문에서 말하는 노동조합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① 참가인 조합은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마치고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아 노동조합법에서 정한 노동조합으로서 형식적인 요건을 구비하고 있음은 분명하고, 그 설립이 취소된 사실이 없다.
② 또한 (ⅰ) 참가인 조합은 전국 건설 현장에서 근로하는 근로자들을 주된 조직대상으로 하여 설립되었고, (ⅱ) 참가인 조합의 타워크레인분과와 지역본부 산하 타워크레인지부에 소속된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은 원고를 비롯한 타워크레인 임대사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노무를 제공하였으며, (ⅲ) 원고를 비롯한 타워크레인 임대사들은 2003년경부터 2022년까지 참가인 조합과 단체협약 등을 체결하여 왔고, 원고 또한 참가인 조합의 노동조합 지위를 인정하여 직접 2021년 임금 및 단체협약을 체결하기도 하였다.
③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하는 경우를 정한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의 소극적 요건은 노동조합의 주체성 및 자주성이 없는 경우를 확인·부연하는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형식적으로 소극적 요건에 해당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자주성과 주체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노동조합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조합원 중 일부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곧바로 노동조합의 지위를 상실하는 것은 아니며, 이로 인해 노동조합의 자주성이 현실적으로 침해되었거나 침해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노동조합법상 노동조합 지위를 상실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에서 참가인 조합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의해 설립되었거나, 사용자와의 통모·합의로 인해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라고 보기 어렵다.
④ 참가인 조합의 구성원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의 지위와 공정거래법상 사업자의 지위를 동시에 가질 수 있으므로, D지부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불공정 거래행위 중단을 명하는 시정명령을 받았다고 하여 참가인 조합이 노동조합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
⑤ 원고는 참가인 조합에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의 지위와 노동조합의 지위를 함께 인정하는 것이 헌법 제11조 제2항에 위반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헌법 제11조 제2항의 사회적 특수계급은 과거의 봉건적 신분제도나 신분계급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참가인 조합에 두 지위를 함께 인정한다고 하여 사회적 특수계급을 창설하거나 인정한 것으로 볼 수는 없으므로,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⑥ 노동위원회는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판단함에 있어 그 전제로 참가인 조합이 노동조합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 당사자적격을 판단할 수 있는 권한이 있으므로, 법원의 판단을 반드시 기다려야 하는 것은 아니며, 이에 대한 원고의 주장도 이유 없다.
나. 참가인 조합이 노동조합법상 노동조합이 아니라는 이유로 단체교섭을 거부한 원고의 행위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인정)
대상판결은 단체교섭에 대한 사용자의 거부나 해태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노동조합 측의 교섭권자, 노동조합 측이 요구하는 교섭시간, 교섭장소 및 그의 교섭태도 등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상 사용자에게 단체교섭의무의 이행을 기대하는 것이 어렵다고 인정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7두11542 판결 참조)면서, 원고가 참가인 조합이 노동조합법상 노동조합이 아니라는 이유로 단체교섭을 거부한 행위는 정당한 이유 없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상판결이 이와 같이 판단한 구체적인 근거는 아래와 같습니다.
① 사용자는 노동조합의 교섭 요구에 성실하게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를 부담하고, 이 의무는 헌법 제33조 제1항, 노동조합법 제30조 및 제81조에 근거한 구체적인 법적 의무로 인정되고 있다. 단체교섭을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행위는 노동조합의 교섭 기회를 상실하게 하고 교섭력을 저하시켜 단체교섭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② 교섭을 요구한 단체가 노동조합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일응의 판단이 가능한 경우에도, 확정된 판결 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거부하거나 해태할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면, 단체교섭의 수립이 만연히 지연되어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이 형해화될 우려가 있다. 단체협약을 체결한 후 그 노동조합의 법적 지위가 부인되는 확정판결이 나오더라도, 체결된 단체협약이 무효에 불과할 뿐이며, 이러한 사정만으로 사용자에게 단체교섭의무를 면제할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③ 따라서 원고가 참가인 조합의 지위에 관한 소송을 제기하였다는 사정은 이 사건 교섭거부의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 더욱이 원고 대표이사 E는 과거에도 참가인 조합 소속 근로자에 대해 단체협약을 이행하지 않아 노동조합법 위반으로 벌금형이 확정된 전력이 있는바, 원고에게는 참가인 조합과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관련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권리는 여전히 보장되므로, 단체교섭에 응하는 것이 원고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도 없다.
④ 원고는 참가인 조합 소속 근로자들이 2024. 7. 1. 무렵 모두 퇴직하였으므로, 2023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 중 임금에 관한 부분이 적용되는 시점에는 교섭 상대방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2023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은 일부 조항을 제외하고 2023. 7. 1.부터 유효기간이 진행되고 있으며, 원고가 교섭을 거부한 당시에는 참가인 조합 소속 근로자들이 재직 중이었으므로, 원고에게는 여전히 단체교섭에 성실히 응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법원은 노동조합법상 노동조합도 공정거래법상 ‘사업자’에 해당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공정거래법 적용이 가능하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23. 7. 13. 선고 2022두62888 판결). 다만, 공정거래법의 적용에 관해서는 노동조합의 행위가 임금,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과 무관한 거래조건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유경쟁의 예외가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면서 그러한 경우 공정거래법의 규율 대상이 되지만, 노동조합법상 정당한 쟁의행위에는 공정거래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서울고등법원 2024. 12. 12. 선고 2023누38440 판결 등). 대상판결은 이러한 판례와 같은 취지로 참가인 조합이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의 지위에 있을지라도 노동조합의 지위가 부정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한 사례입니다.
한편, 노동계는 ‘노동조합은 사업자단체가 아니다’라는 점을 공정거래법에 명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이에 따라 최근 22대 국회에서는 공정거래법상 ‘사업자’의 범위에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 등을 제외하고 ‘사업자단체’의 범위에서도 노동조합을 제외하는 개정안이 발의되었습니다.향후 해당 입법안의 진행 경과와 그 영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대상판결에 대해 원고가 항소하여 현재 서울고등법원 2025누7411호로 항소심 계속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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