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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 빌런 대응, 불변의 원칙 - 생존편향, 결별, 그리고 속불(內火)

2025.08.27.

노동팀 뉴스레터 제15호 (03) 노동 칼럼


경영 분야 베스트셀러인 모건 하우절(Morgan Housel)의 '불변의 원칙'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는 '인간의 변하지 않는 행동 방식'을 파악하면 앞날을 현명하게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이 변하고 있는지에 눈길이 쏠리는 세태에 여러모로 울림을 주는 명언이다. 


이 뛰어난 성찰은 기업이 직장 내 괴롭힘 상습 가해자 등 '오피스 빌런'이라 부르는 악성 문제 직원을 대할 때도 적용할 수 있다. 즉, 기업은 과거에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이들의 행동 방식을 알고 그에 맞는 대응 원칙을 찾아야 한다.


울림이 큰 독서 경험을 한 기회에 그동안 오피스 빌런과 상대한 경험을 돌아보면서 아마도 변하지 않을 오피스 빌런 대응 원칙에 대해 생각해 본다.


장기적 관점 


우선, 가장 중요한 대원칙은 당장 눈앞의 대응이 아니라 향후 전개, 조직문화에 대한 영향을 고려하는 태도다. 조사, 조치, 후속 대응에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 단계씩 차근차근, 그리고 확실하게 대응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이런 장기적 관점의 대원칙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간혹 이들의 '기'를 꺾으면 사건의 조기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관행에 벗어난 강경 조치를 하거나 당장 퇴사 협상에 나서는 기업을 볼 수 있다. 비유하자면 지구전(持久戰)이 아니라 전격전(電擊戰)을 펼치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들이 일으키는 사내질서 문란이 너무 심각해 받아들이기 힘들고 이 기회에 일벌백계하자는 누군가의 의도가 가미되는 것 등이 그 배경이다. 그러나 이런 전격전이 좋은 결과를 낳는 일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피스 빌런은 윤리의식, 공감 능력, 관계 설정에 결함이 있고 자기성찰과 반성력이 약하다. 자기 정당성에 확신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불리해 보이는 상황이더라도 자기 입장을 꺾지 않고 법적 분쟁을 불사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이다.


이런 이유로 강경 조치가 아닌 통상의 조치가 이루어지더라도 이들은 본격적으로 기업과 정면 대결 태세를 갖추고 전선을 넓히면서 전면전(全面戰)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그런 마당에 강경 조치가 이루어지면 그 부작용은 불 보듯 뻔하다. 분쟁 대상이 계속 확대되며 종결이 늦어진다. 그 과정에서 분쟁이 진행될수록 강경 조치에 내재한 약점이 부각되고 기업에 큰 부담이 되기 시작한다. 시간이 기업의 편이 아닌 상황에서 사안은 시간이 갈수록 악화된다. 


물론 분쟁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복잡다단하다 보니 이런 강경 조치가 의도대로 성과를 거두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를 가끔 접할 때도 그것은 우연일 뿐 애초 현명한 선택을 한 증거가 아니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실제로 그 뒤에는 노동위원회와 법원에서 연전연패하다가 끝내 굴욕적 조건으로 퇴사 합의를 하는 기업, 첫 강경 조치가 좌절된 후 이들이 계속 문제를 일으킴에도 혹시 보복 조치라고 반격받을까 우려하며 과감한 대응에 나서지 못하고 끙끙 앓는 기업이 숱하다. 무모한 강경 조치가 우연히 성공한 사례만을 근거로 사안을 낙관하면 기업은 생존 편향(Survivorship Bias)의 희생양이 된다.


따라서 악성 문제 직원을 대하는 기업은 좀 더 멀리, 넓게 보는 시야를 가져야 한다. 아무리 이들의 인격과 평판 문제가 눈에 들어오더라도 명백히 밝혀진 비위 행위에 상응하는 대응부터 시작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성하지 않고 부적절한 언동을 계속할 때 추가로 대응해야 한다. 달리 말하면 "정법 대응하면서 상황이 전개되는 대로 순리에 따라 대응한다", "인사 관리상 어려움을 겪는 부작용은 감수하고 돌발 사태는 임기응변으로 대응한다"는 태도라 할 수도 있다.


첫 단추 


이런 장기적 관점에서 이들과 대응하는 것은 기본 자세에 관한 것이고, 실행 과정에서 지켜야 할 원칙도 있다. 그중 하나가 '첫 단추 원칙'이다. 


첫 단추 원칙은 악성 문제 직원에 대한 첫 조치(첫 단추)의 성패가 추후 펼쳐질 분쟁에서 결정적인 의미를 가진다는 원칙이다. 따라서 기업은 첫 조치에 고도의 자제력과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들을 해고한 후 노동위원회부터 분쟁이 시작됐다고 해 보자. 해고에 관한 분쟁은 웬만하면 도중에 조정이나 합의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들과의 분쟁은 그 경로를 잘 따르지 않는다. 이들은 끊임없이 패소하더라도 끝내 법원까지 가서 최종 판결까지 받는다. 오랜 분쟁에 지친 기업이 합의를 제안해도 거부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처음 쟁점과 무관한 사안으로 분쟁을 일으키기도 한다. 


패소할 때도 그러한데 만약 그 해고가 노동위원회 등에서 한 번이라도 무효로 판단되면 어떨까? 그 이후 기업에는 좀처럼 끝나지 않는 고단한 분투가 기다리고 있다. 넘고 넘어도 눈앞에 계속 솟아오르는 까마득한 절벽들을 건널 수 있다는 확신 없이 무한 횡단하는 것과 같다.


이런 예상 가능한 전개를 고려할 때, 기업이 이들 악성 문제 직원에 대한 첫 조치를 관철할 수 있는지는 향후 이들과 벌어질 분쟁의 향방을 가르는 결정적 분수령이 된다. 


구체적으로 분리 조치, 배치전환, 평가 불이익, 징계 중 첫 조치가 무엇이건 이들은 가처분, 손해배상, 부당징계 구제조치, 진정 등을 통해 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처음부터 예상해야 한다. 


이때 기업이 법원, 노동위원회, 노동청으로부터 그 첫 조치의 정당성을 인정받아 관철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그 순간부터 이어질 후속 분쟁에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으니 이제 시간은 기업 편이기 때문이다. 첫 조치 성공은 더 강경한 후속 조치의 튼튼한 발판이 된다. 퇴사 권유는 설득력이 높아지고 사건이 원활하게 진행된다. 이들이 인사 담당자 교체, 업무 변경 등 부당한 요구를 할 때 즉시 거부할 수 있다. 이들이 진정, 고소 등을 남발하며 전선을 확대해도 첫 조치의 정당성을 설명해서 쉽게 대응할 수 있다. 


이렇게 첫 조치 성공을 통해 시간을 자기편으로 만들려면, 기업은 향후 관련 직원의 퇴사 등의 경우에도 입증에 문제가 없도록 사실관계 파악을 철저히 하고, 첫 조치를 결정할 때 최대한 냉정을 유지하고 온건해야 한다. 


입증이 애매한 비위행위는 징계사유에서 과감히 제외하고, 징계 수위를 통상의 경우보다 한 단계 낮추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징계하기 전에 기업에 재량이 상당히 인정돼 정당성을 쉽게 인정받는 대기 발령, 업무 전환, 분리 조치, 저성과자 업무 개선 프로그램 실행 등 인사조치를 먼저 실행하는 것도 고려하는 것이 좋다. 


수신제가 

 

다음으로 '수신제가(修身齊家) 원칙'은 첫 단추에 이르는 과정에서 지킬 원칙이다. 기강 확립과 질서 회복(치국평천하, 治國平天下)을 위한 첫 조치에 이르기까지 방어권 보장, 협의 등 절차를 먼저 철저히 지켜 떳떳해야 한다(수신제가, 修身齊家)는 뜻이다. 


악성 문제 직원들은 첫 조치를 받으면 반성하는 게 아니라 기업이 편견을 가지고 악의적으로 자기를 괴롭힌다는 착각에 빠지는 경우가 흔하다. 그 결과, 조사나 징계 과정 절차를 일일이 따지며 조그만 문제도 부풀려 부당성을 문제 삼는다. 


심지어 조사를 진행한 담당자들을 대거 진정하거나 고소하기도 한다. 실제로 필자가 경험한 사례로, 10명 남짓 되는 작은 조직에서 절반 이상의 직원이 진정, 고소를 당하거나, 인사 담당자들이 모두 진정을 당하는 바람에 조사를 외부 의뢰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전개는 상식과 기업의 예상을 벗어나지만, 이들로서는 자연스러운 전개다. 옳건 그르건, 본인들의 상황 인식(모두 나를 해하려 한다), 목표(부당한 압력을 이겨내고 법을 통해 정상을 회복해야 한다), 판단(법은 내 편이다)이 기업과 극명히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태도는 건전한 조직문화와 같이 설 수 없고, 종국에는 공적 판단으로 부정돼야 한다. 하지만 아직 그 부정이 실현되기 전까지 이는 결과가 불확실한 도전이다.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 


따라서 기업은 조사 과정에서 그 직원이 악성 문제 직원이라는 판단이 내려지면 문제 삼을 빌미를 주지 않아야 한다. 공정성을 기본으로 하는 노동조사와 징계에서 절차 준수는 당연한 말이지만, 그런 직원에 대해서는 한층 더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살얼음 위를 걷듯이 조심한다.


예컨대 규정 여하를 떠나 노동조사 과정에서 합리적인 범위에서 변호사 참여를 보장해 주고(단, 사실 규명을 방해하지 않도록 진행 규칙을 미리 정한다), 조사 기일 조정이나 조사 방법 변경 요청에도 최대한 유연하게 응한다. 그동안 조사나 대응조치의 관행을 살펴 그에 벗어나는 조치는 가급적 피한다. 이런 조치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 가능성을 봉쇄하기 위함이다.


퇴사 강요나 직장 내 괴롭힘 주장의 빌미가 되는 권고사직 권유도 삼간다. 어차피 이들은 권유에 따라 퇴사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조사와 절차 진행 중 이들이 공익신고, 맞신고, 징계위원 기피, 언론 폭로 등 분쟁을 확대하면, 전문가의 자문을 받고 그에 따른다.  


결별(訣別), 그리고 속불(內火)


이제 이 원칙이 작용하는 모습을 한번 살펴보자. 상습적 괴롭힘 가해자로 확인된 A가 있다. 기업은 장기 분쟁이 일어날 것을 각오하며 앞서 설명한 원칙에 따라 차분히 대응했다. 그런데 너무 과하지 않도록 조심스레 내린 첫 조치인 정직 2주 징계, 배치전환 조치 이후 구제불능으로 보였던 A가 뜻밖에도 새로 배치된 부서 직원과 관계에서도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해 보자. 


이 경우, 우선 지금까지 원칙을 지키면서 쏟은 기업의 노력이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니다. 정말 A가 개선됐다면 그것은 기업의 정제된 대응이 맺은 순리 대응의 결실이다. 악성 문제 직원일지 모른다는 당초 우려가 사라졌을 뿐이다. 악마화하지 말자. 보험 가입 후 보험사고가 나지 않는 것이 보편적이라는 사실을 상기하자. 


더 주목할 것은 그 이후 일어날 수도 있는 그 반대의 부정적 전개다. 예컨대, 한동안 잠잠하던 A가 옮겨 간 부서에서도 다시 유사한 괴롭힘을 시작하는 경우다. 처음 우려가 전혀 근거 없는 것이 아니었다면 이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상당히 높을 것이다. 이제 A는 처음부터 악성 문제 직원이었을 확률이 더욱 높아진다.


그때 기업은 새로운 조치를 준비하면서, 다시 앞에 설명한 원칙들에 따라야 한다. 즉 장기적 관점을 가지고, 신중한 첫 조치를 준비하며, 철저하게 절차를 준수한다. 이미 동일 원칙을 따랐던 첫 대응에 이어지는 이번 새로운 대응은 첫 대응의 올바름 덕분에 일관성이 있어 더 정당성을 인정받기 쉽다. 그리고 더 강력해진다. 


그 이후 닥쳐 올 시간은 기업이 오피스 빌런인 A에게 내리게 될 엄정한 판단의 순도를 시험하고, 정정당당하면서도 돌이킬 수 없는 결별(訣別)을 향한 여정일 것이다. 


그 여정에서 기업은 장관을 이루며 활활 타오르는 산불이 아닌, 한순간도 허투루 멈추지 않고 땅속에서 이글거리는 속불(內火) 같은 결심과 실행력을 유지해야 한다. 그 속불은 억울한 피해자의 상처, 주변 직원들의 의심과 냉소, 흐트러진 기강을 담담히 태운다. 그리고 그 재가 씻겨 간 뒤 새롭게 단장할 건전한 조직문화의 터를 준비한다.



※ 본 칼럼은 조상욱 변호사가 월간노동법률 2025년 7월호에 기고한 내용을 편집한 것입니다.https://www.worklaw.co.kr/main2022/view/view.asp?bi_pidx=38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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