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사고 발생 시 관련자 징계를 둘러싼 쟁점과 대응
2025.08.27.
노동팀 뉴스레터 제15호 (03) 노동 칼럼
Ⅰ. 들어가며
징계란 사용자가 근로자의 과거 비위행위에 대해 기업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징벌적 제재를 의미한다(대법원 1996. 10. 29. 선고 95누 15926 판결 등). 사업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해 근로자가 재해를 입었고, 그 재해의 원인이 피재자의 일탈이 아닌, 동료, 관리자, 상급자 등 제3의 관련자(이하 관련자)의 직·간접적인 책임으로 발생했다고 가정해 본다. 이 경우 일반적인 징계와 다르게 위 관련자에 대한 징계를 둘러싼 여러 고민에 직면하게 된다.
Ⅱ. 안전사고 이후 징계에 관한 딜레마
안전사고를 발생시킨 관련자에 대해 반드시 징계 조치를 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법원은 징계권을 기업 운영 또는 근로계약의 본질상 당연히 사용자에게 인정되는 고유의 권한으로 보고 있으므로(대법원 1994. 6. 14. 선고 93다26151 판결 등), 징계권 행사, 즉 징계를 할지 말지 여부는 사용자의 재량에 달려 있다.
그러나 관련자에 대한 징계권 행사를 다소 고민하고 주저하게 만드는 문제들이 있다.
첫째, 진행 중인 수사기관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만약 수사기관이 사고 관련자에 대한 징계 사실과 그 사유 등을 입수하게 되면 회사에 대해 해당 안전사고에 대한 의무 위반이나 관리·감독상 과실을 인정한 것 아니냐는 취지로 추궁을 할 수도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돼 수사 중인 안전사고라면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둘째, 재해자 측과의 민사상 합의나 손해배상 책임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징계를 한 사실과 그 과정에서 나타난 사실관계를 기초로 사용자의 과실이 높게 책정될 수 있고 결국 손해배상액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관련자에 대한 징계를 유보하고자 해도 피해자의 (유)가족, 노조 등이 관련자를 문책할 것을 회사에 강하게 요구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러한 요구를 외면하기 어렵고 관련자에 대한 수사기관의 처분 결과를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결국 더 큰 문제를 막기 위해 마지못해 관련자에 대한 징계를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
Ⅲ. 징계를 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처럼 안전사고 관련자에 대한 징계 여부는 징계의 정당성 확보뿐 아니라 기업 내부 및 외부의 다양한 리스크를 고려해야 할 문제이다. 만일 안전사고 관련자에 대해 징계를 하기로 결정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래에서 관련 선례를 통해 살펴보기로 한다.
1. 서울행정법원 2019. 6. 27. 선고 2018구합65347 판결(항소 기각, 심리불속행 기각 확정)
가. 사안 개요
원고는 부두에서 컨테이너를 선박에 하역하는 작업을 수행하는 항만운영업체이며,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은 운영팀장으로 현장 작업 총괄 및 안전관리 책임자다. 해당 부두에서는 재해 사고, 컨테이너 추락 등 안전 사고들이 연속으로 발생했다.
원고는 참가인을 징계해고했고, 참가인 외에 크레인 기사(감봉 2개월), 대리급 안전관리자(경고), 하역 감독자들(견책) 등에 대해서도 징계처분을 했다. 참가인에 대한 징계해고는 부당해고로 인정돼, 원고는 참가인 복귀 후 다시 정직 3개월의 징계처분을 했다. 참고로 참가인은 과거 종전 사고에 대해 경고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었다.
나. 징계 사유 및 양정
회사는 참가인에게 안전사고 관련 및 재산 손해, 직무태만, 회사의 공신력 실추, 부주의 또는 관리 소홀로 사고 발생, 가중 징계 사유(징계사유 중복 및 3년 이내 다시 징계 대상) 등으로 정직 3개월 처분을 했다.
다. 판단
법원은 참가인이 운영팀장으로서 작업 전반에 대한 관리 책임이 있었고, 반복되는 안전사고에 대해 신호체계 정비 및 사전 예방조치 등 적절한 관리감독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봤다. 또한 참가인이 가중 징계 대상자였던 점, 운영팀장으로서 사고 예방 의무가 다른 실무자보다 더 무겁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직 3개월의 징계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2. 서울고등법원 1997. 1. 17. 선고 96나14113 판결(상고 기각 확정)
가. 사안 개요
원고는 사출장치 조립장에서 크레인 운전 업무를 수행하던 근로자로, 해당 크레인을 조작하다가 다른 크레인 위에서 수리 중인 다른 근로자를 충격해 사망케 한 사안이다. 원고는 사고 당시 크레인에는 경보장치가 없었고 작업장 내 위험표지판 미설치 등 크레인 위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권고사직 처분을 확정하고 해고 처분을 했다. 원고 외에 안전관리자로 지정된 반장과 과장에게도 각각 정직 1급(출근 정지 10일), 감급 2급의 징계처분을 했다. 참고로 원고는 모범사원 및 수상 이력이 있었고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벌금형(200만 원)을 선고받아 확정됐다. 피고 회사는 유족에게 합의금을 지급했다.
나. 징계 사유 및 양정
회사는 원고에게 불량한 근무 수행, 회사 명예훼손, 법령에 의한 유죄판결 등을 이유로 권고사직(사실상 징계해고) 처분을 했다.
다. 판단
법원은 원고에게 선고된 벌금형이 곧바로 징계해고 사유로 연결될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고 봤다. 또한 사고의 원인이 현장 팀장 개인의 과실과 더불어 전반적인 현장 안전관리 체계의 미비에서 비롯된 점, 그동안의 근무 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징계해고는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3. 시사점
법원은 안전사고에 대한 징계에서도 일반적인 징계의 사유, 절차, 양정에 대한 정당성 법리를 적용해 안전사고에 대한 관련자 및 회사의 책임, 가중징계 대상 여부, 업무 관여 및 역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징계가 정당한지 여부를 판단했다.
안전 사고의 결과가 중한 점도 징계 양정을 결정함에 있어서 고려할 수는 있겠지만, 그 결과가 중하다는 사정만으로 징계의 정당성이 곧바로 인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안전사고가 발생한 결과만을 놓고 책임을 묻기보다는 해당 안전사고에 대한 역할, 과실, 책임 등에 따라 징계 사유를 특정하고 적절한 양정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피재자의 (유)가족, 노조 등은 관련자의 징계 수위에 많은 관심이 쏠리게 된다. 이를 고려해 징계 수위를 높이게 된다면 부당징계 리스크가 커질 수 있으므로, 합리적 기준과 구체적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징계할 필요가 있다.
Ⅳ. 징계가 아닌 방식을 취할 경우
안전사고 관련자에 대해 징계는 아니지만 일정 조치를 취하고자 하는 경우 대략 아래와 같은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첫째, 직무 배제(대기 발령), 배치전환 등 인사 발령을 하는 방안이다. 이 경우 인사 발령의 업무상 필요성과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과 비교·교량, 신의칙상 협의 절차 등 인사권 남용 법리가 적용된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7두20157 판결 등). 또한 인사 발령이 사실상 징계처분으로 인정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둘째, 기업 내부적으로 안전 사고 및 재해 예방을 위해 구축한 안전보건 관리 체계에 근거해 일정 패널티를 주는 방안이다. 예컨대 추가 교육을 이수하도록 하거나, 고과 및 평가에 반영하는 등이 있다. 단, 사전에 이와 관련한 안전보건 관리 체계가 수립돼 있어야 한다.
Ⅴ. 나가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기업들은 안전보건관리 체계를 갖추고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적 측면에서의 관리를 이어가고 있다. 안전에 관한 징계 조치도 안전사고가 발생한 이후 사후적으로 이루어지기보다는 사전 예방적 측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구체적으로 안전보건관리 체계하의 필요한 안전보건 조치를 적절히 이행하지 아니한 점을 비위행위 대상으로 적용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또한 안전사고 발생 이후의 징계 조치도 단순히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안전사고에 기여한 행위를 토대로 이루어져야 그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상황에서 안전사고 관련자에 대한 징계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고 궁극적으로 유사한 재해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관리 체계를 미리 정립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 본 칼럼은 정재호 노무사가 월간노동법률 2025년 7월호에 기고한 내용을 편집한 것입니다. https://www.worklaw.co.kr/main2022/view/view.asp?bi_pidx=380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