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사업장에 노동법 적용할 때 발생하는 이슈들
2025.08.27.
노동팀 뉴스레터 제15호 (03) 노동 칼럼
1. 서설
지점이나 연락사무소 등 외국계 기업의 국내 사업장에는 국내에서 채용된 근로자뿐만 아니라 외국 본사 등에서 채용돼 근무하다가 국내 사업장으로 발령돼 일정 기간 근무 중인 근로자도 종종 존재한다. 이러한 사업장에서는 국내에서 채용된 근로자와 외국에서 국내로 발령된 근로자 간의 근로조건 등이 달리 운용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와 관련한 주요 이슈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2. 준거법의 문제
우선 외국계 국내 사업장에 근무 중인 근로자들에게 근로기준법 등 국내 노동법이 적용되는지를 살펴본다.
(1) 국내 채용 근로자
일단 국제사법에 의하면 근로계약의 준거법은 당사자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합의에 따르게 된다(동법 제45조). 만약 명시적인 합의가 없다면 국내에서 채용돼 국내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의 경우에는 국적과 관계없이 근로계약의 준거법을 국내 법령으로 하는 묵시적인 합의가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국제사법에 의하면 준거법을 달리 정했더라도 '일상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국가'의 강행법규 적용을 배제할 수는 없고(동법 제48조),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령은 일반적으로 강행법규로 해석된다. 국내에서 채용돼 국내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의 경우 이들은 국내에서 일상적으로 노무를 제공하게 되므로, 준거법을 무엇으로 정하든 간에 이들에게는 국내 노동법령이 적용된다.
(2) 국내로 발령된 근로자
외국 본사 등 외국의 사업장에서 채용돼 근무하다가 국내 사업장으로 발령된 근로자들에 대해서도 국내 노동법령이 적용되는지가 문제 된다. 이들의 경우 근로계약의 준거법은 명시적인 합의가 있다면 그에 따를 것이나 명시적 합의가 없다면 원래 채용됐던 해당 외국의 법령이라고 해석된다. 이들의 일상적인 노무제공지도 원래 노무를 제공하기로 예정돼 있던 해당 외국 국가로 보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업무상 필요에 따라 국내에서 몇 주 동안 근무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잠깐의 출장 근무일 뿐 국내에서 '일상적으로' 노무를 제공한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러한 경우에는 기존 준거법 더해 국내 노동법이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 몇 주나 몇 달이 아니라 국내에서 2~3년 등의 비교적 긴 시간 동안 근무할 때는 국내에서 '일상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 문제된다. 즉, 국제사법 제48조의 '일상적으로' 노무를 제공한다는 것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그에 따라 국내 노동법령도 적용되는지의 문제다. 이에 대해서 특히 외국에서는 여러 견해가 있지만, 아직 명확한 국내 판결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좀 더 자세한 논의는 필자의 노동법률 2019년 10월호 기고문 '국내에 파견된 외국 근로자에게 노동법이 적용되는가?' 참조)
필자로서는 외국에서 국내로 발령된 근로자들에게는 수년 동안 국내에서 근무하더라도 여전히 원래 준거법인 외국 법령만이 적용될 뿐 국내 노동법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i)'일상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것인지 여부는 단순히 국내 근무기간을 기준으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당사자의 의사, 최초 근무지, 전체 근로기간 중 국내에서의 근무기간이 차지하는 비중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평가해야 한다는 점, (ii)하나의 계약관계에서 각 시기나 장소에 따라 적용되는 법령체계가 달라진다는 것은 적절치 않은 점, (iii)준거법에 관한 국제사법의 규정 취지도 하나의 계약관계 내에서는 시기나 장소와 관계없이 동일한 법령 체계를 적용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 (iv)국내에서 근무한 기간만 국내 노동법을 적용한다면 해고나 퇴직금 등에 관해 여러 복잡하고 비논리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 (v)국내 노동법을 적용해 보호해야 할 실질적 필요성이 적다는 점 등에서 그렇다. 실무적으로도 외국계 기업들은 이들에 대해 국내 노동법을 적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이고, 이들이 국내 노동법 적용을 주장하면서 구제 신청이나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3. 사업장 근로자 수의 판단
근로기준법 제11조에 의하면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만 근로기준법이 전면 적용되고,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은 근로기준법 중 일부 내용만 적용된다. 즉, 4명 이하 사업장은 해고의 사유 및 절차, 근로시간, 시간 외 근로수당, 연차휴가 등이 적용되지 않는다. 외국계 기업의 국내 사업장에 있어 근로자 수는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 문제 된다.
과거에는 국내 사업장에 노무관리 등의 독립성이 없다면 외국 본사의 근로자 수까지 합해 5인 이상 사업장인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의 견해와 하급심 판결 등이 있었다. 그런데 근로자가 5명도 안 되는 사업장이 외국 본사로부터 '독립성'을 갖는 경우는 실질적으로 없었으므로, 결과적으로 외국계 기업의 사업장은 국내에 근로자 1~2명만 있더라도 근로기준법이 전면 적용되는 결과를 가져왔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위와 같은 기존 해석과 달리, 국내 사업장의 근로자 수 판단에 있어서는 국내 근로자만을 기준으로 해야 하고 외국 법령이 적용되는 외국 사업장에 있는 근로자는 제외된다는 취지의 판시를 했다. 그 주요 판시 내용은 아래와 같다.
대법원 2024. 10. 25. 선고 2023두46074 판결
1) 근로기준법 제11조의 사업 또는 사업장은 근로기준법 적용 단위로, 이는 근로조건의 규율, 근로자 간의 의견 교환 및 협의, 경영상 해고를 비롯한 해고의 정당성 판단 등을 위한 기초 단위가 된다. 따라서 근로관계의 각종 규율이 통일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실질적으로 동일한 경제적, 사회적 활동단위라고 볼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을 구성할 수 있으므로, 근로기준법 제11조의 사업 또는 사업장은 대한민국 내에 위치한 사업 또는 사업장을 말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2) 외국기업이 외국에서 사용하는 근로자에 대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외국의 노동관계법령이 적용될 뿐이므로, 대한민국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외국에서 사용하는 근로자 수까지 합산하여 근로기준법 제11조 제1항의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
필자는 위 대법원 판시에서 핵심이 되는 내용은 "근로관계의 각종 규율이 통일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실질적으로 동일한 경제적, 사회적 활동 단위"라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외국인지 국내인지와 같은 장소의 문제는 위와 같은 '통일적 규율의 단위'를 보여주는 하나의 대표적인 요소일 뿐이다. 외국에서 사용하는 근로자는 외국 노동법령이 적용돼 '통일적 규율'의 단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제외되는 것이지, 외국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제외되는 것이 아니다.
이는 반대로 보면 국내에서 근무하고 있더라도 국내 법령이 적용되지 않는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수 판단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외국계 국내 사업장에 7인의 근로자가 있는데, 4명은 국내에서 채용돼 국내법이 적용되는 근로자들이지만, 3명은 외국 본사에서 채용돼 외국에서 근무하다가 잠시 국내로 발령된 근로자들이라고 가정해 보자. 외국에서 채용된 이들 3명에 대해서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은 국제사법의 해석에 따라 국내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위 외국 본사 채용 3명과 국내 채용 4명이 '통일적 규율'이 적용되는 하나의 단위를 이루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서로 다른 법체계가 적용되고 있으므로, 이들은 서로 다른 단위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수 판단에 있어서는 국내법이 적용되는 근로자들만 통일적 규율 단위 내의 근로자들로서 고려된다고 할 것이고, 위 예시 사업장은 이러한 근로자가 4명뿐이어서 5명 미만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으로 평가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국내 법령이 적용되지 않는 근로자는 국내 사업장에서 근무하고 있더라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수 판단에 있어 제외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4. 차별의 문제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국적에 의한 차별이 금지되고 남녀고용평등법 및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동일가치 노동에 대해서는 동일임금의 원칙이 적용된다. 즉, 동종·유사 업무를 하는 근로자 간에 불합리한 근로조건 차별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런데 외국계 국내 사업장의 경우에는 국내에서 채용된 근로자와 외국에서 채용돼 국내로 발령된 근로자의 각 근로조건이 서로 같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이들이 동종·유사 업무를 할 때에도 급여 등 근로조건에 있어 상당한 차이가 존재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러나 필자는 위와 같은 상황은 국적에 의한 차별이나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위반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차별의 법리는 국내 노동 법령이 적용되는 근로자 간에서만 논해질 수 있고, 국내 노동법령이 적용되지 않는 근로자와의 근로조건 차이에 대해서는 '차별'의 법리가 성립할 수 없다고 본다. 예를 들어, 원래 국내 근로자들만 근무하던 사업장이었는데 미국 본사에서 근무 중이었던 외국인 근로자가 국내로 발령돼 1~2년간 같은 업무를 하게 됐다고 해서, 해당 미국 본사 소속의 근로자와 동일한 급여를 주장할 수 있는 권리가 국내 근로자들에게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다. '차별'의 문제는 일단 국내 법령의 적용 범위 내에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국내 사업장에서 근무하고 있더라도 서로 적용되는 법체계 자체가 다르다면 이들 간에는 차별을 논할 수가 없는 것이다.
영업양도나 합병으로 인해 서로 다른 근로자 집단이 하나의 사업 내에 있게 됐을 때도 적법하게 근로조건을 통일하는 과정을 거치지 못하면 기존의 다른 근로조건이 각 근로자 집단에게 그대로 적용되고 이는 차별로 평가되지 않는다. 하물며 영업양도나 합병의 경우도 그러한데, 아예 국내 법령이 적용되지 않는 근로자와의 관계에서는 더욱 '차별'로 평가될 수 없을 것이다.
5. 결어
국내에서 근무 중이더라도 근로계약 관계에 외국 법령이 적용될 뿐 국내 법령이 적용되지 않는 근로자는 일반 국내 근로자들과 다른 법체계 내에 있다. 이들은 국내 법령의 적용 대상이 아니므로, 사업장이나 다른 국내 근로자들에 대한 노동 법령 적용에서도 이들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 원칙적으로 타당한 해석이라고 본다.
※ 본 칼럼은 김완수 변호사가 월간노동법률 2025년 7월호에 기고한 내용을 편집한 것입니다. https://www.worklaw.co.kr/main2022/view/view.asp?bi_pidx=380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