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오남용, 오염된 물타기를 넘어 청정한 바다로
2025.07.28.
노동팀 뉴스레터 제14호 (03) 노동칼럼
직장 내 괴롭힘 제도 운영과 관련해 신고인의 허위신고 등 신고의 오용과 남용(이하 '신고 오남용')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최근에도 주요 일간지에서 이 문제를 다룬 기사가 나왔다. 이제 신고 오남용 문제는 직장 내 괴롭힘 전문가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주제가 됐다.
아래에서 전문가들이 이런 신고 오남용 문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해야 할지에 관해 그간 몇 가지 관찰하고 생각한 바를 정리해서 적어 본다.
신고 오남용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고 오남용 문제는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많이 처리해 본 인사담당자나 전문가라면 오래전부터 직접 겪어서 잘 아는 문제다. 하지만 이 문제는 이제 더 이상 '알 만한 사람만 아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 전반에서 신고 오남용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아지고 그에 따라 관심과 우려가 커지는 중이다.
필자가 속한 율촌의 리서치팀이 수행한 '직장 내 괴롭힘 허위신고 이슈 트랜드 분석'도 그런 인식과 우려의 확산 경향을 간접적으로 보여 준다. 위 분석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는 직장 내 괴롭힘 허위신고 이슈가 별로 우리 사회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2023년부터 점차 관심이 증가해 2024년 뉴진스 국정감사 출석, 젊은 직장인들의 직장 내 관련 후기 이슈 등으로 포털 내 검색량이 급증했다. 허위신고 관련 기사 건수도 2020년 7건, 2021년 11건, 2022년 9건에서, 2023년 31건, 2024년 51건으로 크게 늘어나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 쏟아지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 제도에 대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주로 피해자 권리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신고 오남용 문제를 언급한 개정안이 하나 눈에 띈다. '신고 내용이 명백히 허위이고 신고자가 허위임을 알고 악의적으로 신고하였음'이 입증된 경우 신고자를 징계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골자다. 이 개정안 역시 신고 오남용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걸 반영하고 있다.
신고 오남용은 민감하고 복잡한 문제다
신고 오남용은 직장 내 괴롭힘 제도를 바라볼 때 상충하는 입장 내지 가치를 절충할 것인지가 문제되는 대표적인 문제다. 그래서 민감하다.
구체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 제도를 고민할 때 한편으로 피해자 내지 신고자 보호, 피해자 중심주의 강화를 통한 건전한 조직문화의 달성, 신고 활성화를 기반으로 하는 직장 내 괴롭힘 제도의 적정한 운영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또 다른 반대편에서는 억울한 피신고자 권리 보호, 기회주의적 신고로 인한 조직문화 저해 방지도 무시할 수가 없다. 그 절충점을 어디로 정하는지에 따라 제도와 운영의 방향이 정해진다.
또한 신고 오남용은 복잡한 문제다. 해결 과정에서 까다로운 현실적 고려사항이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⑴신고 오남용을 어떻게 정의, 분류할지, ⑵어떤 사실이 어느 정도 입증돼야 신고 오남용으로 볼 것인지, ⑶방어권 침해나 2차 가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조사 과정에서 유의할 사항은 무엇인지 등의 난제가 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신고 오남용을 처음부터 정면으로 문제삼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신고 오남용을 직접 제재하는 사례가 다루어진 공개 판결이나 판정을 쉽게 찾기 어려운 것에는 이런 사정이 어느 정도 기여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신고 오남용 문제는 이처럼 민감하고 복잡한 속성이 한몫하기 때문에 그간 간헐적으로 지적되기는 했지만,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 특히 제도 도입 초기엔 무엇이 직장 내 괴롭힘인지 등 기본적인 내용에서 더 급하고 중요한 이슈가 많아 이 문제까지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측면도 있다.
이제는 신고 오남용 문제에 관한 본격 논의가 필요하다
단, 이렇듯 만만치 않은 문제이긴 하지만 앞에서 설명했듯이 사회적 관심과 우려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지금, 신고 오남용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시점이 왔다.
기업 실무에서 신고 오남용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빈번히,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가장 심한 유형에는 음모적 신고가 있다. 회식 자리에서 본인이 했던 "우리 팀은 무조건 입사 순이다", "내 밑으로 다 줄 세울 거다"라는 발언을 팀장 발언으로 뒤집어씌우는 등 팀원들이 집단적으로 팀장에 대해 허위신고를 한 사례가 그 예다. 그 외 반복 공격적 신고, 허위신고도 대표적인 오남용 신고에 해당한다.
이런 오남용은 ⑴직장 내 괴롭힘 정의상 반복 지속성을 요하지 않고, ⑵오남용 신고인 제재 규정이 없으며, ⑶신고 오남용 방지를 위한 교육 등의 제도가 부재한 우리의 직장 내 괴롭힘 제도가 태생적으로 갖고 있는 문제다. 2019년 도입 이후 괴롭힘 제도가 정착되고 활성화돼 가면서 잠복했던 문제가 지금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고, 이는 충분히 예견 가능한 일이었다.
이처럼 제도 결함에 뿌리를 두고 있는 이상 신고 오남용 문제는 앞으로 계속 반복될 것이다. 제도 결함이 없더라도 원래 신고는 실업급여 수급, 해고, 배치전환, 평가 등 인사조치를 다투는 수단으로 오남용될 근본적 위험이 있다. 따라서 신고 오남용의 올바른 이해와 대응에 관한 논의는 환영할 일이며 앞으로 더 본격화돼야 한다.
신고 오남용이 초래하는 문제를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이해해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 제도 도입 후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상습적 가해자 개선, 괴롭힘으로 인한 자살까지 부르는 기업 문화의 건전화, 기업의 가해자(피신고인) 두둔 등의 괴롭힘 은폐 관행 철폐 등 신고자 입장을 대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집중 조명한 측면이 있다. 지금 국회에 계류된 10여 개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나 단행법이 신고 오남용 문제를 다루지 않는 것도 이런 흐름의 반영이다.
이런 신고자 보호 강조의 흐름은 소위 '갑질'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직장 내 괴롭힘 제도 본령을 반영한 것이다. 그리고 이 흐름은 제도 도입 후에도 여전히 직장 내 괴롭힘 문제 인식과 대처 노력이 부족한 우리 기업들의 조직 문화를 개선하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해왔다. 이 흐름이 지향하는 것처럼, 근본적으로 진(眞)피해자는 우리 사회의 동료로 충분한 공감과 지원을 받아야 하는 것도 분명하다.
그러나 앞서 보았듯 신고에는 제도적, 근본적으로 오남용 위험이 있고, 그런 오남용 사례들이 엄연히 실재한다. 신고자 보호 강조와 함께 이런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직장 내 괴롭힘 제도 운영의 적정한 방향과 그 개선을 논의하는 것이 옳다.
특히, 신고자 보호 강조가 지나쳐 신고 오남용에 대한 정당한 지적까지 도외시하면 이는 비현실적, 반지성적 입장으로 오해되고, 그 결과 우리 사회에 직장 내 괴롭힘 제도에 대한 냉소적 태도를 부를 염려가 있다. 이것은 원래 의도와 달리 제도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장기적으로 진(眞)피해자 보호와 기업 문화 발전에 해가 된다.
이와 관련해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다루는 전문가들은 신고 오남용의 부작용 문제를 이해하고 구체적 사건을 다루는 데 필요한 다양한 논의에 폭넓게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아래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한다.
- 신고 오남용을 하는 전형적 신고자 프로파일링에 대한 논의가 있다. 예컨대, ⑴퇴사를 먼저 한 뒤에 혹은 신고 직후에 퇴사를 한다거나, ⑵공개 사과를 요구하고 이를 통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에 활용하려고 한다거나, ⑶승진이 되지 않거나 낮은 평가를 받거나 감사 지적을 받았을 때 신고를 한다는 등이다. 이런 프로파일링은 신고 오남용이 제도적, 근본적 원인으로 발생하는 예측 가능한 현상이므로 특정 패턴을 보일 수 있는 점, 특히 ⑶과 같이 신고가 기업 인사조치와 연결해 오남용되는 현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단, 프로파일링은 구체적 사안에서 법리적으로 오남용 신고 확인에 직접 활용할 수는 없는 한계가 있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신고자에게 가짜 피해자다움을 요구하거나 진술과 증거에 입각한 엄정한 사실 확정을 그르치게 된다.
- 성범죄 피해자의 피해자다움과 관련해 성범죄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 이후 피해자로 추정되는 행위자가 보이는 행위(S)에 대해, 피해자가 실제 피해자라는 가설하에서 그 행위(S)의 설명이 피해자가 아니라는 가설하에서의 설명보다 더 잘 이해된다면 그 피해자는 피해자답다고 할 수 있고, 그 피해자다움은 피해자 진술 신빙성 판단에 고려돼야 한다는 논의가 있다. 이런 피해자다움의 논의는 직장 내 괴롭힘의 신고 오남용 문제를 다룰 때 참고해서 적용할 만하다. 앞서 프로파일링보다 사실 관계 확정에 유용하게 활용될 만한 논의다.
- 성인지 감수성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한 2014년의 대법원 판결 은 그 시사점을 잘 알아둘 만하다.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성인지 관점에 대해 "성범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제한 없이 인정하여야 한다거나 그에 따라 해당 공소사실을 무조건 유죄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며 "성범죄 피해자 진술에 대하여 성인지적 관점을 유지하여 보더라도,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ㆍ타당성뿐만 아니라 객관적 정황, 다른 경험칙 등에 비춰 증명력을 인정할 수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를 비판하고 오용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 판결은 ⑴사실 판단에 감수성이 동원되는 모든 비위행위, 즉, 성범죄와 성희롱, 괴롭힘의 경우 판단 주체는 신고의 사실성, 진실성 판단에 객관적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는 것, ⑵감수성 문제를 피상적으로 이해해서 가해자로 신고된 직원의 방어권 행사에 소홀히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시사하며, 전문가가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오남용 문제를 적절히 대처하는 데 도움되는 바가 많은 판결이다.
신고 오남용 중 악의적 신고는 강경 대응해야 한다
신고 오남용 사실이 확인되면 기업은 신고자에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그 신고가 앞서 본 음모적 신고, 반복 공격적 신고, 허위 신고같은 오남용이 명백한 악의적 신고라면 강경 대응해야 한다.
악의적 신고의 대응은 그 성격상 사후적 대응이 주가 될 수밖에 없는데, 사후적 대응을 할 때는 철저한 조사로 신고인의 악의와 사실관계의 허위성에 대한 증거를 최대한 확보한 후 징계, 보직 변경, 사후 감독 등을 통해 강력 대응함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다소 분란이 초래되더라도 이 기회에 일벌백계 실현을 목표로 해야 한다.
필자는 직장 내 괴롭힘 교육과 강연을 하는 기회에 청중으로 참여한 인사담당자들에게 가장 전형적 직장 내 괴롭힘 유형인 상습적 가해자와 피해자 행세를 하는 악의적 신고자를 비교할 때 어느 유형이 더 기업에 심각한 문제 직원인지 종종 묻는다. 그리고 둘은 어느 누가 더 문제라 할 수 없을 정도로 똑같이 심각한 문제 직원이라고 자답한다.
상습적 가해자와 악의적 신고자는 모두 본인 악행으로 괴로워하는 피해자나 억울한 신고로 시달릴 동료 직원의 고통을 공감하지 못한다. 스스로의 언행을 돌아보는 자기성찰이 부족하며, 동료 직원을 본인의 권력 확인이나 이해관계 증진을 위한 수단으로 본다. 그런 점에서 둘 다 전형적 오피스 빌런이다.
누구나 상습적 가해자는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하고, 실제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교육, 예방과 대응은 상습적 가해자를 괴롭힘 가해자의 전형으로 보고 그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들과 비견하는 악성이 있는 것이 악의적 신고자다. 그렇다면 이들을 상습적 괴롭힘 가해자를 대응할 때와 같은 정도의 결기와 집중력을 가지고 대하는 것이 논리상 당연하고, 건전한 기업문화 달성을 위해 맞지 않을까?
기업과 인사담당자는 악의적 신고를 하는 직원들은 법이 허용하는 한도에서 최대한 강력하게 대응하고 정도가 심하면 해고, 권고사직 등을 통해 기업을 떠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를 위해 스스로 반성해 기업의 대응 조치에 승복할 가능성이 낮은 이들과의 장기적 분쟁을 염두에 두면서 분쟁이 예상되는 첫 인사조치(대기발령, 배치전환, 징계 등)를 신중하고 안전하게 해야 하며, 향후 역공을 대비해 조사와 대응 절차상 잘못이 없도록 특별히 유념해야 한다.
단, 신고 오남용 대응은 그 악성에 상응한 대응, 적정한 대응이어야 한다
앞서 보듯이 악의적 신고 대응은 강경 대응이 원칙이지만, 이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하나 있다. 신고 오남용의 성질상 차이를 무시하고 강경 대응 원칙을 무차별 적용하거나 강경 대응을 넘어 과잉 대응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앞서 신고자 보호를 강조하는 흐름이 지나치면 신고 오남용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게 되는 것과 동전의 앞뒷면 같은 이야기다. 단, 그 부작용은 더 크다는 점에서 더 고도의 절제와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한 몇 가지 유념할 점을 적어본다.
- 신고 오남용 중 과장신고, 과민신고, 착각신고는 앞서 본 악의적 신고와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고 양자를 구별하는 의미에서 부적절한 신고라고 할 수 있다. 부적절한 신고는 부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신고지만 신고자에게 피신고인을 부당하게 해할 악의가 없거나 있어도 앞서 악의적 신고에 비해 현저히 정도가 약하다. 대개 일회성으로 그치고, 신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신고인이 승복하는 경우가 많다.
부적절한 신고는 악의적 신고와 함께 신고 오남용을 이루지만, 이를 악의적 신고처럼 강경 대응할 것은 아니다. 정확한 사실 규명을 통해 과장, 과민, 착각이 있었던 사실을 규명한 후 최대한 신고인을 납득시키고 신고를 받아들이지 않는 정도에서 멈추는 게 기본이다.
이와 달리 부적절한 신고에 직접 신고인 개인 책임을 묻는 것은 그로 인한 불필요한 분쟁 위험이 크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안전하게 또 활발하게 신고할 수 있는 분위기를 기업에 정착시키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 제도가 지향하는 본래의 목적 달성을 어렵게 만든다. 법이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 다른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의무 위반 시 과태료에 그치는 것과 달리 형사처벌 하도록 해서 신고자를 강력하게 보호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나오는 것이다.
부적절한 신고에 관한 한 기업은 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 등 캠페인을 펼치는 것이 더 적절하다. 캠페인을 할 때는 ▲법원 판결상 경미한 사내 갈등이나 질책은 직장 내 괴롭힘에 포섭되지 않을 수 있는 점 ▲직장 내 괴롭힘은 전형적으로는 악의를 가진 지속 반복적인 경우를 주로 대상으로 하는 점 ▲무분별한 신고는 오히려 직장 내 괴롭힘 제도가 달성하려고 하는 건전한 기업문화 확립에 부정적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서 직장 내 괴롭힘 제도에 대해 균형 잡힌 인식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다음으로, 기업, 특히 전문가는 악의적 신고 대응에 있어서도 너무 이르게, 그리고 근거 없이 의심쩍은 신고를 악의적 신고라고 단정하는 유혹을 이겨내야 한다.
신고 오남용은 분명히 실재하지만, 전문가들이 느끼는 만큼 흔하지는 않고, 특히 그중에서도 악의적 신고는 매우 드물다는 것이 여러 사건을 다루어 보고 필자가 도달한 결론이다.
공개된 신고 악의적 신고 소개는 대체로 개별적 경험에서 나온 일화이거나, 피신고인 등의 의심일 뿐 악의적 신고임이 최종 확인되지 않은 사례가 많다. 실제 악의적 신고임이 드러난 판정이나 판결은 극소수다. 예컨대 전형적 음모적 신고는 앞서 소개한 노동위원회 사례, 아직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없던 시절 공공기관에서 있었던 성추행 관련 음모적 신고 사건 외 찾아보기 어렵다. 그리고 허위신고가 인정됐다고 할만한 판결은 평가업무를 담당하는 피신고인에 불만을 품고 무분별한 과장, 따돌림 단정의 주장을 하면서 피신고자를 가해자로 몰아간 신고자에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 등 손에 꼽을 정도다.
그러나 전문가로서 실무 경험이 많을수록 신고 오남용 사례 혹은 그렇게 의심되는 사례를 많이 겪고 가용성 편향(Availability Bias)에 따라 신고 오남용을 너무 쉽게 인정할 위험이 있다. 이런 위험은 우리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사바나 시절부터 습득한 편견, 즉 ⑴부정적 신호(False Alarm)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성향, ⑵배신자를 극도로 경계하는 성향, ⑶확증편향에 의해 확대된다. 이런 편향은 모두 조사 과정에서 신고 오남용을 과도하게 인정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러한 공격적인 신고 오남용 인정은 특별한 신중함을 주문하는 법원 입장과 상치한다. 법원은 성희롱 허위신고가 문제된 사안에서, 기업이 그 신고를 허위신고라고 판단할 때 적용할 기준을 제시하면서 "당시 이루어진 신체접촉이 객관적으로 성추행 또는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전적으로 구애받을 것이 아니라", "신고한 것이 신고 및 징계 제도 취지 등에 비추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현저하게 부당한 것인지 여부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했다. 이런 법원 입장을 고려할 때 기업이 신고 남용을 단순한 의심에 근거해 함부로 인정하는 것은 불필요한 분쟁과 혼란을 양산하게 된다.
결국, 기업과 전문가는 현실의 신고 오남용이 가진 복잡다단한 정체를 정시해 당당한 대응을 하면서도 무차별적 대응, 과잉 대응이 되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야 한다. 어떤 신고의 의도와 신빙성이 정황상 의심스러워도 엄격하게 신고 오남용인지 판단해야 한다. 신고인에 대한 부적절한 피해자다움의 요구나 편견은 없었는지, 일부 신고상 결함은 시간 경과나 정신적 충격에 기인한 것이 아닌지, 피신고인 변명은 구체적인 근거가 있는지 등 모든 관련 사실을 파악해 적절히 고려한 것인지 하나하나 살펴야 한다.
이런 균형적 접근이 없으면 신고 오남용에 대한 기업의 인사조치는 정당성을 상실할 위험이 있다. 엄정한 사실, 기업 현실에 터 잡지 않은 조치는 또 다른 '아무 말'일 뿐이다. 그런 아무 말이 활개 치는 조직 문화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제도의 적정한 운영, 피해자의 보호, 건전한 조직 문화 달성은 길이 멀다.
신고 오남용, 균형(均衡)과 중용(中庸), 정도(正道)가 필요하다
김훈 수필 '말의 더러움'에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혼탁한 말들의 잔치를 물타기라 하면서, "물타기는 오염된 이 물과 저 물을 섞어서 더 큰 오염수를 만"들고, "이 오염수의 바다에서는 현실의 판단 준거가 몽롱해져서 사람들은 있는 것과 없는 것, 청정과 오염을 구분할 수 없게 되고, 오염은 생활화된다"는 글이 있다.
신고 오남용이 존재하는 현실을 무시하고 오로지 신고인 보호만 앞세우는 말이나 반대로 신고인 오남용 성격을 정확하게 구별하지 않는 무책임한 말, 혹은 오로지 강경 일변도로 대응하는 말은 모두 혼탁한 말들, 아무 말들이다. 이런 말들이 흘러든 바다는 날이 갈수록 오염이 깊어질 것이다.
적시를 맞아 신고 오남용 문제에 대한 문제 제기와 그에 대한 비판적 논의가 활발해지기를 바라는 한편, 그 논의가 혼탁한 물들, 아무 말들의 잔치가 아니라 청정(淸淨)한 바다로 귀결되기를 바란다. 그렇게 되려면 신고 오남용을 바라보는 균형(均衡)과 중용(中庸)의 자세가 필요하다.
어쩌면 이 균형과 중용이라는 말도 너무 미지근하고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다는 아무 말처럼 들릴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것은 아무 말이 아닐 것이다. 지성의 길이고, 전문가가 걸어갈 박수가 없는 바른길, 정도(正道)다.
※ 본 칼럼은 조상욱 변호사가 월간노동법률 2025년 6월호에 기고한 내용을 편집한 것입니다. https://www.worklaw.co.kr/main2022/view/view.asp?bi_pidx=37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