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는 정말 사무직만 근무하는 사업장일까?
2025.07.28.
노동팀 뉴스레터 제14호 (03) 노동칼럼
“우리 회사는 사무직만 근무하는데 산업안전보건법 규정들을 다 지켜야 하나요?” 안전보건 관련 업무를 하다 보면 자주 접하는 질문이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사무직 근로자만 사용하는 사업장’에 대해 주요 규정의 적용을 제외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많은 기업이 이 제외 요건을 피상적으로 이해하거나 추상적으로 해석한 나머지 자신들의 사업장이 이에 해당한다고 오인해 산업안전보건법상 주요 의무의 이행을 누락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소규모 기업이나 사무 업무 위주의 스타트업, 기업의 본사 등에서 이런 오해가 빈번히 발생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에 따르면 ‘사무직 근로자만 사용하는 사업장’이란 말 그대로 사무업무에만 종사하는 근로자들로 구성된 사업장을 의미하며 단순히 사무실에서 근무한다고 하여 곧바로 그러한 사업장으로 분류되는 것은 아니다. 고용노동부는 이에 관해 실제 업무의 성격, 내용, 수행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무직 근로자 해당성을 판단하고 있고 구체적으로는 (i) 근로자가 기업 전략 수립, 조직 관리, 경영지원 등 소속 사업체의 운영을 통제·지원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직접적인 산업 활동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 (ii) 해당 근로자가 한국표준직업분류상 [3. 사무 종사자]에 해당할 것이라는 두 가지 요건을 제시하고 있다(산재예방정책과-4908, 2018. 10. 29.).
결국 사무직 근로자만 사용하는 사업장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근로 장소나 외형만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직무의 성격과 직업분류 기준에 기초해 신중하게 판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즉 하나의 사업장 내에 시설 유지보수나 영선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 건물 관리인, 경비원, 청소원 등 사무 업무 외의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면 해당 사업장은 더 이상 사무직 근로자만 사용하는 사업장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 본사 업무가 주로 경영지원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웹 개발자, 영업직, 정보보안 담당자 등과 같이 한국표준직업분류 상 [3. 사무 종사자]에 해당하지 않는 근로자가 포함돼 있는 경우에는 예외 대상에서 제외된다. 예컨대 필자가 소속된 법무법인이 대표적으로 사무직 종사자만 근로하는 사업장으로 오해받기 쉬운 사업장에 해당하는데 실제로는 변호사(직업분류코드 2710), 정보 시스템 운영자(2251), 자동차 운전원(8729) 등이 한 장소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어 사무직 근로자만 사용하는 사업장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이러한 오해는 산업안전보건법상 핵심적인 의무의 이행 누락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 경우 기업은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적용이 제외되는 규정은 안전·보건관리자 선임,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설치, 안전보건교육 실시,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 등의 주요 규정들인데 이러한 핵심 의무들이 이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기업이 법적 책임을 질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사업장 내 수급인이 담당하는 작업이 있는 경우 자사(도급인)가 위 예외 대상에 해당한다는 전제하에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 의무가 면제된다고 판단한다면 수급인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조치에 공백이 생길 가능성이 높고 이는 산업재해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사업장에서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의 형사책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 예외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단순화해서는 안 되며 사무직 근로자만 사용하는 사업장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반드시 법령과 고용노동부 등 유권해석 기관이 제시하는 해석을 기초로 면밀하게 검토해 의무 이행의 사각지대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기업들은 먼저 산업안전보건법은 기업이 이행해야 할 최소한의 안전보건 의무를 명시해 놓은 것임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에 이러한 산업안전보건법의 주요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는 예외적이라는 점을 전제로 그러한 예외에 해당하는지는 사업장의 운영 실태와 직무를 고려해 신중히 판단하여야 한다.
근무 장소가 사무실이라는 외형적 요소나 포괄적인 직무 내용만을 근거로 의무이행의 범위를 축소해서는 안되며 이러한 노력은 결국 기업의 법적 리스크를 줄일 뿐 아니라 근로자가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길이 될 것이다.
※ 본 칼럼은 윤성현 변호사가 안전신문에 기고한 내용을 편집한 것입니다. 안전신문, 2025.06.05. https://www.safet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9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