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분쟁 중 사용자의 복직명령 거부를 이유로 한 징계해고가 정당하다고 본 사례
2025.07.28.
노동팀 뉴스레터 제14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25. 6. 5. 선고 2024가합101686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는 과학기술분야의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고, 원고들은 파견직 근로자들입니다. 피고는 당시 정부의 정책에 따라 원고들의 정규직 전환을 논의하던 중 이들의 근무 기간이 2년을 넘게 되었고, 이에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에 따른 직접고용의무 이행(근로자 지위 확인 등)을 구하는 소송(이하 ‘선행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선행소송의 1심 중에 피고는 원고들과 기간제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하였고, 계약 기간이 만료될 무렵 근로계약 종료 통보를 하였습니다. 또한 피고는 인사규정을 개정하여 기존 직군(행정원 등) 이외에 기존 직군을 상시·지속적으로 보조하는 ‘사무보조직’을 추가하였습니다.
이후 원고들은 선행소송의 1심 법원에 ① (파견법상 직접고용의무 관련) 피고의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의 지위에 있음을 확인하고. ② (파견법상 차별적 처우에 따른 손해배상 관련) 주위적으로 ‘행정원’의 근로조건을 기준으로, 예비적으로 ‘사무보조직’의 근로조건을 기준으로 산정한 임금 상당액(지연손해금 포함)의 지급을 구하는 내용으로 청구취지를 변경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1심 법원은 원고들의 주위적 청구를 인용하여, 원고들이 피고의 근로자임을 확인하고, 피고에게 원고들에 대하여 ‘행정원’의 근로조건을 기준으로 산정한 임금 상당액의 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22. 10. 13. 선고 2018가합104172 판결).
피고는 1심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였고, 항소심 계속 중에 원고들에게 ‘① 원고들의 근로관계존재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② 다만 근로조건에 대해서는 다툼이 있으므로 우선 피고가 신설한 ‘사무보조직’으로 복직하되, 향후에 원고들의 지위가 ‘행정원’으로 확정될 경우 그에 따른 임금 차액을 소급하여 지급함으로써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고 내용으로 복직통보(이하 ‘이 사건 복직통보’)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피고는 피고가 제시한 기한까지 복귀하지 않을 경우 무단결근으로 간주하여 징계 등 후속 조치를 취할 것임을 알렸습니다.
그러나 원고들은 피고가 제시한 복직 조건은 1심 판결에 반하고 2심의 결과에 따라 법적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피고의 복직명령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2심 법원은 원고들의 피고의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 지위에 있음을 인용하고, 다만 손해배상 부분에 대해서는 피고가 원고들에게 ‘사무보조직’을 기준으로 산정한 임금 차액 상당액 지급하는 판결을 선고함으로써 1심 판결을 변경하였습니다(수원고등법원 2024. 1. 24. 선고 2022나24489 판결*). 그러면서 2심 법원은 피고가 복직을 명한 기간 이후부터는 피고의 귀책사유로 원고들이 복직하지 못한 것이 아니므로, 이 기간 이후의 임금 상당액에 대해서는 피고가 지급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판결은 원·피고 모두가 상고를 제기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선행소송이 확정된 이후 피고는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들에 대해 ‘무단결근’의 징계사유를 이유로 해고 처분(이하 ‘이 사건 해고’)을 하였고, 이에 원고들은 이 사건 해고가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대상판결은, ① 이 사건 복직통보는 정당한 인사명령에 해당하므로 이에 불응한 원고들의 행위는 피고의 징계사유인 무단결근을 구성하고, ② 이를 이유로 한 이 사건 해고는 피고의 징계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구체적인 판단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가. 징계사유의 해당성
(1) 이 사건 복직통보의 법적 성격
이 사건 통보는 피고가 원고들을 직접 고용한 사용자의 지위에서 근로관계의 상대방인 원고들에게 근로제공의무의 이행을 촉구하는 복직명령과 함께 복직시부터 이 사건 선행소송 판결 확정시까지 원고들이 수행할 직무의 내용을 지정하는 전보처분을 한 것이라고 인정된다.
① 이 사건 각 통보 중 ‘복직을 명하는 부분’은 피고가 원고들의 사용자로서 가지는 권한에 기초하여 근로제공의무의 이행을 최고하거나 근로제공의무의 내용인 출근을 지시하는 의사의 통지로서 상대방 있는 단독행위라고 봄이 타당하다.
② 피고의 인사규정에 사무보조직이 추가된 시점은 피고가 원고들에게 이 사건 근로계약의 종료를 통보한 이후이므로, 이 사건 각 통보 중 ‘복직시 근로조건을 사무보조직에 의하되, 이 사건 선행소송 판결에 따라 보수 적용기준이 변경될 경우 그 차액을 소급 지급한다는 부분’은 복직시부터 이 사건 선행소송 판결 확정시까지 원고들이 담당할 직무의 내용을 사무보조직으로 지정한 전보처분이라고 보아야 한다.
(2) 이 사건 복직통보의 효력
이 사건 통보로써 이루어진 복직명령과 전보처분은 정당하다고 인정되고,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위 복직명령과 전보처분이 피고가 사용자로서 가지는 인사명령에 관한 재량권을 일탈하였다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보기 어렵다.
① 복직을 명한 부분
(법리) 사용자가 부당해고된 근로자를 복직시키는 경우 원칙적으로 원직에 복귀시켜야 할 것이나, 해고 이후 복직 시까지 해고가 유효함을 전제로 이미 이루어진 인사질서, 사용주의 경영상의 필요, 작업환경의 변화 등을 고려하여 복직 근로자에게 그에 합당한 일을 시킨 경우, 그 일이 비록 종전의 일과 다소 다르더라도 정당하게 복직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대법원 2024. 1. 4. 선고 2021다169 판결 등 참조)
(판단) 원고들이 가지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서의 지위가 이 사건 복직통보에서 정한 복직일 당시에 이미 존속하는 이상 원고들은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할 의무가 있고, 피고는 원고들에게 원고들과 피고의 근로관계가 장래를 향해 계속 유지된다는 것이 피고의 입장임을 명확하게 밝혔으므로, 피고가 원고들에게 근로제공의무의 이행을 촉구한 것이 부당한 인사명령으로 보기 어렵다.
② 전보처분 부분
(법리) 근로자에 대한 전보나 전직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사용자는 상당한 재량을 가지고, 그것이 근로기준법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며, 전보처분 등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i) 전보처분 등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ii) 전보 등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교량하여 결정되어야 하고, 업무상의 필요에 의한 전보 등에 따른 생활상의 불이익이 근로자가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난 것이 아니라면, 이는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서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리고 (iii) 전보처분 등을 할 때 근로자 본인과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쳤는지가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라고는 할 수 있으나,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전보처분 등이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당연히 무효가 된다고는 할 수 없다(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3다9475 판결 등 참조).
(판단) (i) 업무상 필요성: 피고는 이 사건 근로관계가 종료된 때로부터 약 4년간 근로관계에서 벗어나 있었던 원고들에 대해 선행소송의 판결 확정시까지 사무보조직의 직무를 수행하게 할 업무상 필요성이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다.
(ii) 생활상 불이익: 피고가 이 사건 통보통보로써 원고들에게 복직시부터 선행소송의 판결 확정시까지 사무보조직의 직무를 수행하고 임금을 비롯한 근로조건도 사무보조직의 근로조건에 의하도록 하되, 선행소송의 확정 결과에 따라 미지급된 금액을 소급하여 지급한다고 한 것을 두고 원고들이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난 불이익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iii) 성실한 협의절차: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인사명령이 당연히 무효라고 볼 수는 없으며, 피고가 최초로 복직통보를 한 때로부터 여러 차례 원고들의 입장 표명 요구에 응하여 원고들과 피고의 근로관계가 장래를 향해 계속 유지된다는 점 등을 밝혀 왔으므로 적어도 최후의 복직명령일로 정한 일자에는 복직명령 및 전보처분에 필요한 협의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3) 징계사유의 존부
이 사건 복직통보에 의하여 이루어진 복직명령 및 전보처분이 인사권자인 피고의 재량권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정당한 지시로 인정되는 이상 원고들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최종 복직 기한일부터는 피고의 사업장으로 복귀하여 근로를 제공할 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원고들은 그로부터 약 7개월이 경과한 이후에야 비로소 선행소송의 소송대리인을 통하여 피고에게 원고들 중 일부가 복직할 의사가 있다는 통보를 하였는바, 원고들은 피고가 징계사유로 정하고 있는 근로계약에 기초하여 한 지시를 위반한 경우 및 3일 이상 무단결근한 경우에 해당한다.
나. 징계양정의 정당성
이 사건 해고는 피고가 정하고 있는 징계양정기준 범위 내에서 이루어졌으며, 이러한 피고의 징계양정기준이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거나 합리성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은 찾을 수 없는 사정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해고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거나 피고의 자의적인 징계권 행사로 보기는 어렵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노사 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도 근로자는 근로제공이라는 기본적인 의무를 부담하며, 사용자가 제시한 합리적인 인사명령을 근로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할 경우 유효한 징계가 가능하다는 점을 명확히 확인한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근로자가 인사처분의 정당성에 의문이 있더라도 그 항의 수단은 적정해야 하며, 이를 이유로 사용자의 인사처분을 거부한 채 무단으로 결근하는 것은 그 자체로 정당한 징계해고 사유가 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1994. 5. 10. 선고 93다47677 판결).
같은 취지에서, 대상판결은 비록 노사 간에 인사명령의 유효성이나 근로조건 등에 대한 다툼이 있더라도 근로자는 여전히 근로제공의무를 부담하며, 이러한 분쟁 상황에서도 사용자가 합리적인 인사명령을 제시한 경우 근로자가 이를 거부하면 정당한 징계가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향후 유사한 노동 분쟁을 겪는 기업들로서는, 근로자와의 분쟁 중 인사명령을 발령하고 그 불이행에 대한 징계를 검토함에 있어 대상판결을 중요한 참고 선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상판결은 원고들이 항소하여 현재 항소심 계속 중입니다(수원고등법원 2025나12415호).
*본 사건과 선행 소송의 2심은 율촌 노동팀이 수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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