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운송업체와 위수탁계약을 체결하고 배송업무를 수행한 지입차주들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2025.07.28.
노동팀 뉴스레터 제14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 서울행정법원 2025. 5. 15. 선고 2023구합78255 판결]
1. 사안의 개요
원고는 화물운송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소외 A 회사(이하 ‘소외 회사’)는 원고와 운송도급 기본계약(이하 ‘이 사건 운송도급계약’)을 체결하여 전국 B 점포에 식료품, 공산품 등을 공급하는 회사입니다.
피고 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은 전국단위 노동조합으로, 개별 운송사들과 화물자동차 운송사업 표준 위·수탁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소외 회사가 운영하는 물류센터로부터 상품을 인수하여 전국 B 점포로 배송하는 지입차주들로 구성되어 있고, 그 중에는 원고와 위·수탁계약을 체결한 지입차주들(이하 ‘이 사건 지입차주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사건 지입차주들은 원고와의 위수탁계약에 따라 소외 회사 물류센터로부터 상품을 인수하여 전국 B 점포로 배송하는 업무(이하 ‘이 사건 배송업무’)를 수행하였습니다.
참가인은 2022. 11. 2. 원고에게 ‘지입 관리비 정산방식 변경 관련 사항’을 의제로 하여 단체교섭을 요구하였는데, 원고는 이 사건 지입차주들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하였습니다. 이에 참가인은 원고가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것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였습니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이 사건 지입차주들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원고가 참가인의 교섭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은 단체교섭 거부·해태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며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인용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도 초심판정과 같은 취지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습니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
이에 원고는 이 사건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대상판결은 이 사건 지입차주들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원고는 이 사건 지입차주들이 소속된 참가인의 단체교섭 대상인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가. 관련 법리
①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는 사용자와 사용종속관계에 있으면서 노무에 종사하고 대가로 임금 그 밖의 수입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을 말하고, 사용자와 사용종속관계가 있는 한 노무제공계약이 고용, 도급, 위임, 무명계약 등 어느 형태이든 상관없다. 구체적으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① 노무제공자의 소득이 주로 특정 사업자에게 의존하고 있는지, ② 노무를 제공받는 특정 사업자가 보수를 비롯하여 노무제공자와 체결하는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③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특정 사업자의 사업을 통해서 시장에 접근하는지, ④ 노무제공자와 특정 사업자의 법률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전속적인지, ⑤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어느 정도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하는지, ⑥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로부터 받는 임금·급료 등 수입이 노무 제공의 대가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②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의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하고, 반드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4두12598, 2014두12604 판결).
나. 판단
① (소득의 의존성) 이 사건 지입차주들이 원고와의 위탁계약에 따라 지급받는 운송비 등은 운송업 종사 근로자들이 통상적으로 수령하는 금액과 유사하다. 또한 이 사건 지입차주들이 1주 6일 하루 평균 7~8시간 동안 이 사건 배송업무를 수행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배송업무와 무관하게 추가적인 노무 제공을 통해 다른 수입을 거둘 수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즉, 이 사건 지입차주들은 소득의 주요 부분을 원고와의 위탁계약에 따라 지급받는 금액에 의존하고 있다.
② (원고의 일방적인 위탁계약 내용 결정) 위탁계약은 정형화된 계약서에 서명과 차량번호 등의 사항만을 기재하는 방식으로 일률적으로 체결되어 왔다. 이 사건 위탁계약 자체에는 구체적인 근로조건 등이 명시되어 있지 않으나, 이 사건 지입차주들의 휴무일, 업무내용, 운송비 등은 이 사건 운송도급계약의 내용에 따라 이미 결정되어 있었고, 이 사건 지입차주들은 모두 원고와 근로조건에 대한 독립적인 협의 없이 이미 결정되어 있는 내용을 그대로 적용받아 동일한 형태로 근무하여 왔다. 이 사건 배송기사들이 지급받는 운송비 등의 보수 조건들 역시 이 사건 운송도급계약에 첨부된 용역비 정산기준에 의하여 사전에 확정되어 있었다.
③ (원고의 사업 수행에 대한 필수적인 노무 제공) 원고는 개별 배송기사들과 이 사건 위탁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소외 회사와 체결한 이 사건 운송도급계약의 용역 수행을 전적으로 재위탁하고 관리비 등의 명목으로 일정한 수입을 거두고 있으므로, 이 사건 지입차주들의 배송 업무는 원고의 운송사업을 수행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요소이다. 또한 소외 회사는 배송기사들과 직접 개별적인 운송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지입차주들이 이 사건 배송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는 원고를 통해 시장에 접근할 수 밖에 없다.
④ (계약관계의 지속성·전속성) 이 사건 운송계약은 쌍방의 계약해지 의사표시가 없는 경우 계약이 자동 연장된다는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으며, 실제로도 대부분 계속해서 연장되어 왔고, 5년 이상 계약관계가 유지된 경우도 상당수이다. 또한 이 사건 지입차주들은 이 사건 운송계약에 정해진 바에 따라 차량 외부에 지정된 광고 도색을 하여야 하고, 정해진 복장을 착용하여야 하며, 현실적으로 다른 업무에 종사할 여력이 많지 않았으므로, 사실상 원고에 상당 부분 전속된 상태에서 이 사건 배송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③ (지휘·감독관계의 존재) 이 사건 지입차주들의 배송구역, 근무일정, 근무내용은 이 사건 운송도급계약에 따라 사실상 정해져 있으므로, 이 사건 지입차주들은 원고 및 소외 회사의 지시에 따라 자신이 배정받은 배송구역에 정해진 물량과 일정에 맞춰 배송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고, 업무내용과 관련하여 별다른 재량이 없다. 또한 이 사건 운송도급계약은 원고가 이 사건 지입차주들에 대한 사용자의 지위에서 지입차주들에게 업무에 관하여 상시 지휘·감독, 관리를 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투입인력들과의 근로 약정에 따른 급여, 복리혜택, 교육 등의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원고와 이 사건 지입차주들 사이에는 소외 회사에 대한 원고의 책임을 전제로 일정한 수준의 지휘·감독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
⑤ (운송비 수입의 노무제공 대가성) 이 사건 배송기사들은 사전에 원고가 이 사건 운송도급계약 등을 통해 정한 기준에 따라 배송업무라는 노무를 수행하고 그 대가로 배송업무에 대한 운송비 및 제수당을 수령하고 있으며, 이 사건 지입차주들이 원고로부터 지급받는 운송비는 기준 운행일수만 채우면 차종에 따라 정해진 금액이 지급되는 고정급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바, 이는 배송업무에 투입한 시간에 대한 보상으로 노무 제공에 따른 대가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⑥ (헌법상 노동3권 보장의 측면) 이 사건 지입차주와 같이 근로자 각자가 사업자등록을 하고, 노무제공의 기본이 되는 차량의 운행·관리 등에 대하여 직접 책임을 지며, 노무제공에 관하여 사용자와의 관계에서 직접적 지휘·감독이 아니라 간접적·포괄적 지휘·감독 관계에 있는 등 전통적인 근로계약과는 인적 종속성에서 차이가 있는 ‘느슨한 편입’을 특성으로 하는 근로형태에 있어서도, 근로자들이 사용자와 대등한 입장에서 근로조건 향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헌법 제33조 제1항의 근본 취지는 그대로 인정되어야 한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법원은 2018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의 판단기준에 관한 법리를 제시한 학습지교사 판결 이후, 방송연기자, 철도역사 내 매점운영자, 카마스터 등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해 왔고, 2024년 9월에는 대리운전업체와 동업계약을 체결하고 업무를 수행한 대리운전 기사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하며 ‘플랫폼 종사자’에 대해 처음으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24. 9. 27. 선고 2020다267491 판결). 대상판결도 이러한 판결 흐름의 연장선에서, 화물운송업체와 위수탁계약에 따라 배송업무를 수행한 지입차주들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한 사례로 의의가 있습니다.
한편,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세탁물 수거 및 배송 업무를 수행한 지입차주가 산재보험의 대상이 되는지가 문제된 사안에서, 해당 지입차주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한 바가 있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24. 8. 22. 선고 2024구합52762 판결, 항소심 계속 중(서울고등법원 2024누58946호)].
대상판결은 원고가 항소하여 현재 항소심 계속 중입니다(서울고등법원 2025누71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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