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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내정 단계에서 회사의 통지에 따라 예방접종을 한 후 뇌전증 등을 진단받은 경우, 해당 예방접종은 업무 준비행위로서 업무수행성이 인정된다고 본 사례

2025.07.28.

노동팀 뉴스레터 제14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서울행정법원 2025. 5. 14. 선고 2024구단60773 판결]


1. 사안의 개요 


원고는 A 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에 입사하여 휴대폰 필름 개발 업무를 수행한 근로자이고, 피고는 근로복지공단입니다.


원고는 2021. 2. 6. 이 사건 회사로부터 채용 합격 통보를 받고, 채용 내정 단계에서 이 사건 회사의 예방접종 권고에 따라 2021. 2. 8. B형간염 등의 예방접종(이하 ‘이 사건 접종’)을 하였습니다. 그 후 원고는 2021. 2. 15.부터 이 사건 회사에서 근무를 시작하다 2021. 2. 17.경부터 발열 등의 증상을 보였고, 이후 뇌전증, 중첩증 및 자가면역성 뇌염(이하 ‘이 사건 상병’)을 진단받았습니다.


원고는 2023. 11.경 이 사건 회사의 지시에 따른 이 사건 접종으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다고 주장하며 피고에게 요양급여 신청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피고는 이 사건 상병의 존재 및 이 사건 접종과 이 사건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는 인정하면서도, 이 사건 상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2024. 2. 2. 원고에게 요양불승인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을 하였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대상판결은, 피고가 이 사건 상병의 존재와 이 사건 상병이 이 사건 접종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의 쟁점은 채용 내정단계에서의 원고의 이 사건 접종을 사용자의 지배 범위에 포섭하여 업무수행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인데, 이 사건 접종은 이 사건 회사의 근로자인 원고가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서 한 업무 준비행위로서 업무수행성이 인정된다고 보아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구체적인 판단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가.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의 업무상의 사유에 의한 재해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당해 재해가 업무수행 중의 재해여야 함은 물론이고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것으로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업무수행성’은 사용자의 지배 또는 관리 하에 이루어지는 당해 근로자의 업무수행 및 그에 수반되는 통상적인 활동과정에서 재해의 원인이 발생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정규의 근무시간 외의 행동은 그것이 업무를 위한 준비작업 또는 업무의 마무리 등으로 업무에 통상 부수하거나 업무의 성질상 당연히 부수하는 것이 아닌 한 일반적으로 업무수행으로 보지 아니한다(대법원 2006. 10. 13. 선고 2006두7669 판결).  


다만, 그 행위가 본래의 업무행위 또는 그 업무의 준비행위 내지 정리행위, 사회통념상 그에 수반되는 것으로 인정되는 생리적 행위 또는 합리적, 필요적 행위라는 등 행위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04. 12. 24. 선고 2004두6549 판결).


나. 판단


(원고가 산재보험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였는지 여부: 긍정) 근로계약은 기본적으로 낙성∙불요식의 계약이고 채용내정이란 본채용 전에 채용할 자를 미리 결정하는 것으로, 청약의 유인에 해당하는 사용자의 모집공고 등에 대해 근로자가 응모 내지 응시하는 것은 근로계약의 청약에 해당하고, 이에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행하는 채용내정 통지 및 합격자 통보 등은 청약에 대한 승낙으로서 이에 따라 채용내정자와 사용자 사이에 해약권을 유보한 근로계약이 성립한다(대법원 2000. 11. 28. 선고 2000다51476 판결, 대법원 2002. 12. 10. 선고 2000다25910 판결).  따라서 이 사건 접종 당시 원고는 이 사건 회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채용내정자로서 산재보험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다.


(이 사건 회사의 접종의무 통지에 상당한 구속력과 강제성이 수반되었는지 여부: 긍정)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594조는 사업주로 하여금 근로자의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제2호에서 ‘예방접종’을 의무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회사는 면접뿐만 아니라 면접 이후에도 여러 경로와 방법을 통해 직원들에게 접종에 대한 안내를 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채용내정자나 직원으로서는 입사와 지속적인 근무를 위하여 회사가 요구하는 요건을 모두 갖출 것이라고 보는 것이 경험칙과 상식에 부합하고, 백신에 대하여 이상반응이 있었던 과거력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거부할 것을 예상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회사 측의 접종의무 통지에는 그 형식이 권고였는지 지시였는지를 불문하고 상당한 구속력과 강제성이 수반되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 사건 접종이 사업주의 지배 관리 하에서 이루어진 행위인지 여부: 긍정) 산재보험법은 출퇴근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규정하고(제37조 제1항 제3호), 현장실습생이나 학생연구자의 경우에도 근로자에 관한 정의 규정(제5조 제2호)에도 불구하고 산재보험법이 적용되는 근로자로 보아, 보험급여를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제123조, 제123조의2). 판례도 실질적인 근로가 개시되지 않아 사업주에게 임금지급 의무가 인정되지 않는 시간에 발생한 재해에 대하여도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여 왔다(대법원 1996. 10. 11. 선고 96누9034 판결). 여기에 산업재해로부터 재해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활을 보장할 현실적∙규범적 필요성, 산재보험제도의 목적∙기능 등을 고려하면, 사용자의 지배 범위를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은 지양하여야 한다.


원고는 2021. 2. 6.경 합격 통보 이후 2021. 2. 15. 첫 출근을 앞두고 설 연휴 이전에 회사가 요구하는 요건을 충족하고자 2021. 2. 8. 세 종류의 백신을 동시에 접종하였다. 이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접종은 업무 준비행위의 연속선상에 있었고, 원고는 이 사건 접종에 상당한 의무감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추단된다. 


따라서, 이 사건 접종을 원고의 사적 행위나 자의적 행위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접종의 결과 경련 등으로 일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없게 된 원고에게 산재보험법상 요양급여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산재보험법의 입법취지에 어긋난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채용내정' 단계에서 발생한 재해의 업무관련성을 인정함으로써, 산재보험법상 근로자 보호의 시간적 범위를 확장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대상판결은 입사 전 채용내정자의 지위에 있는 경우에도 산재보험법상 근로자의 보호범위에 포함되고, 회사의 권고 내지 지시에 따라 입사를 위해 이행하는 예방접종, 건강검진 등의 '업무 준비행위'도 근로자의 사적 영역이 아닌 사업주의 지배 관리 하에서 이루어진 구속력 있는 업무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법리가 사용자의 안전배려의무 문제로 이어질 경우, 회사의 입장에서는 향후 채용내정자의 입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나 질병 위험에 대한 보호 책임을 부담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사용자 입장에서는 채용내정자가 출근한 이후뿐만 아니라 입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채용 과정 전반에 걸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점검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상판결은 피고가 항소하여 현재 항소심 계속 중입니다(서울고등법원 2025누70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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