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고소·고발·진정 등의 분쟁 제기 행위가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범위에 속한다는 이유로 징계사유의 해당성을 부정하고, 나머지 징계사유만으로 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사례
2025.07.28.
노동팀 뉴스레터 제14호 (02) 최신 판례
[대상판결 : 서울행정법원 2025. 5. 2. 선고 2023구합5530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 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 회사’)은 택시 여객운송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는 참가인의 근로자로 근무한 택시기사입니다.
원고는 2023. 4.경 참가인 회사로부터 아래와 같은 징계사유로 해고(이하 ‘이 사건 해고’)가 되었습니다.
제1항 무분별한 고소, 고발, 민원 남발행위
제2항 명예훼손: 기자회견 등을 통하여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회사의 명예를 실추
제3항 업무방해: 회사의 징계위원회, 취업규칙변경회의, 사원 상담 도중에 방해를 한 행위
제4항 저성과 불성실근무행위:
가. 장기간 다른 전체근로자 평균대비 운송수입금 및 실 영업시간 저조
나. 장시간 공차운행 및 공회전
제5항 운송수입금 미납
제6항 조합원들에게 운송수입금을 저하시키도록 종용한 정황
제7항 업무지시거부: 견책처분에 대한 시말서 제출 거부
원고는 이 사건 해고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제주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제주지방노동위원회는 제1항 내지 제5항 징계사유가 인정되고, 징계양정이 적정하며, 징계절차에 위법이 없어 정당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였습니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 역시 대부분(제1항 내지 제3항, 제4항 중 나.부분, 제5항)의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보아, 같은 취지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하였습니다.
이에 원고는 이 사건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가. 징계절차 위반 여부
원고는 징계위원회에 근로자위원이 참석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징계절차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해고에 징계절차를 위반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며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습니다.
① (관련 법리) 단체협약 등에서 징계위원회의 구성에 근로자 측의 대표자를 참여시키도록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징계절차에 위배하여 징계해고를 하였다면 이러한 징계권의 행사는 징계사유가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절차에 관한 정의에 반하는 처사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할 것이지만, 근로자 측에 징계위원 선정권 등을 행사할 기회를 부여하였는데도 근로자 측이 스스로 징계위원 선정을 포기 또는 거부한 것이라면 근로자 측 징계위원이 참석하지 않은 징계위원회의 의결을 거친 징계처분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무효로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8두11693 판결 등).
② (판단) 참가인과 노조 사이의 단체협약에 ‘조합원의 징계에 공정을 기하기 위하여 노동조합과 회사가 협의하여 상벌위원회를 구성하고, 상벌위원회 위원은 노, 사 각 2인으로 구성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참가인 회사가 근로자위원 없이 사용자위원 2인만으로 징계위원회를 구성·개최하여 이 사건 해고 의결을 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참가인 회사가 노동조합에 징계위원회 구성을 위한 근로자측 위원의 선임을 두 차례에 걸쳐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은 참가인 회사의 요청에 불응하였다. 이는 노동조합이 선임권의 행사 기회를 스스로 포기 또는 거부하였던 것으로 인정되므로, 참가인 회사의 징계위원회 구성절차가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나. 징계사유 존부
대상판결은 이 사건 재심판정이 인정한 징계사유(제1항, 제2항, 제3항, 제4항 중 나.부분, 제5항) 중 아래의 징계사유만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가. 관련 법리
① 근로자가 뚜렷한 자료도 없이 사실을 허위로 기재하거나 왜곡하여 소속 직장의 대표자, 관리자나 동료 등을 수사기관 등에 고소·고발하거나 진정하는 행위는 징계규정에서 정한 징계사유가 될 수 있다. 다만 범죄에 해당한다고 의심할 만한 행위에 대해 처벌을 구하고자 고소․고발 등을 하는 것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한 적법한 권리행사라고 할 수 있으므로 수사기관이 불기소처분을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고소·고발 등이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위와 같은 고소·고발 등이 징계사유에 해당하는지는 고소·고발 등의 내용과 진위, 고소·고발 등에 이르게 된 경위와 목적, 횟수 등에 따라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② 노동조합 또는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사용자 측을 근로기준법이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으로 수사기관에 고소·고발·진정한 내용에 과장되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더라도, 그것이 대체로 사실에 기초하고 있고 그 목적이 사용자에 의한 조합원들의 단결권 침해를 방지하거나 근로조건에 관한 법령을 준수하도록 하는 것이라면 고소·고발 등은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범위에 속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이를 이유로 노동조합의 대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20. 8. 20. 선고 2018두34480 판결).
나. 판단
① (징계사유 제1항 : 일부 인정) (ⅰ) 원고는 차량운행자료, 보조금지급내역, 근로자들의 진술서 및 진단서 등 나름대로 자료를 수집하여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참가인 회사의 위법사항을 시정하기 위하여 고소·고발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원고가 진정한 일부 사실에 관하여 과태료 부과결정이 이루어지기도 하였는바, 원고가 뚜렷한 자료 없이 사실을 허위로 기재하거나 왜곡하여 고소·고발·진정을 제기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회사가 원고를 무고죄로 고소한 사건들에서도 경찰과 검찰이 각 불송치(혐의없음), 혐의없음(증거불충분) 결정을 하였다. (ⅱ) 다만, 일부 진정사건의 경우 참가인 회사의 법위반 사실이 인정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원고가 진정의 근거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범위 내에 있다고 할 수 없다.
② (징계사유 제2항 : 부정) 원고의 기자회견의 주된 내용은 참가인 회사의 근로기준법 기타 노동관계법령 위반 사실 등을 고발하고, 공정한 임금협정과 근로계약 체결을 촉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자회견의 주요 내용은 사실에 부합한다고 보이는바, 원고의 행위가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
③ (징계사유 제3항 : 인정) 원고의 행위는 참가인 회사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로서 징계사유에 해당하고, 달리 원고의 행위가 참가인 회사의 위법한 업무에 대항하여 노동조합 조합원을 보호하기 위한 정당한 권리행사였다고 볼 자료는 없다.
④ (징계사유 제4항 : 인정) 원고가 차량을 장시간 공회전 상태로 둔 사실이 인정되고, 이는 공차 운행과 별개로 성실의무 위반행위로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
⑤ (징계사유 제5항 : 부정) 원고가 운송수입금을 미납한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다. 징계양정 당부
대상판결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참가인 회사가 원고에게 위와 같은 일부 징계사유만으로 이 사건 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였습니다.
① (관련 법리) 여러 개의 징계사유 중 일부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인정되는 다른 일부 징계사유만으로 해당 징계처분의 타당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한 경우에는 그 징계처분을 유지하여도 위법하지 아니하다. 다만 여러 개의 징계사유 중 일부 징계사유만으로 근로자에 대한 해당 징계처분의 타당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한지는 해당 기업의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사용자가 징계처분에 이르게 된 경위와 주된 징계사유, 전체 징계사유 중 인정된 징계사유의 내용과 비중, 징계사유 중 일부가 인정되지 않은 이유, 해당 징계처분의 종류, 해당 기업이 정하고 있는 징계처분 결정 절차, 해당 기업의 규모·사업·성격 및 징계에 관한 기준과 관행 등에 비추어 인정된 징계사유만으로 동일한 징계처분을 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고려하여 해당 징계처분을 유지하는 것이 근로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이 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7두57318 판결).
② (판단) 이 사건 재심판정에서 인정한 징계사유 5개 가운데 일부만 적법한 징계사유로 인정되는데, 징계사유 제1항의 경우 회사의 근로관계 및 적법한 운송사업 운영 등에 관한 진정으로서 원고의 노동조합 활동과 전혀 무관하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사안이 무겁다고 볼 수도 없다. 제3항의 경우 원고가 택한 방법이 적절하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원고가 지회장을 맡고 있는 노동조합 조합원들에 대한 조사·징계절차의 위법을 주장하거나 참가인 회사의 전액관리제 및 취업규칙 변경에 관한 적법절차 준수를 강조하는 차원에서 행한 것으로서 그 동기에 참작할 점이 있다. 제4항의 나.의 경우 두 차례의 차량 공회전에 불과하고 원고가 이로 인하여 어떤 이득을 얻은 바도 없어 해고사유로 삼기에는 지나치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법원은 비록 근로자가 고소·고발 등을 한 내용에 일부 과장이나 왜곡이 존재하더라도, 그것이 대체로 사실에 기초하고 있고 그 목적이 노동관계 법령의 준수나 시정에 있는 경우에는, 이를 징계사유로 삼는 데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근로자의 고소 등의 행위가 정당한 징계사유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 기준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20. 8. 20. 선고 2018두34480 판결).
위 법리에 기초하여, 대상판결은 근로자가 일정한 자료를 수집하여 근로자의 권익 보호나 회사의 위법사항 시정을 목적으로 고소·고발을 제기한 행위에 대하여는 징계사유로 인정할 수 없다고 본 반면, 아무런 근거자료 없이 진정을 제기한 행위에 대해서는 징계사유를 긍정하였습니다.
근로자의 고소·고발 등의 분쟁 제기 행위에 대해 징계를 고려하고 있는 기업으로서는, 해당 근로자의 문제 제기가 악의적이거나 명백히 허위 사실에 기반한 것인지, 아니면 나름의 근거를 가진 합리적 의심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객관적으로 규명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대상판결은 피고가 항소하여 현재 항소심 계속 중입니다(서울고등법원 2025누69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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