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적으로 근로자가 제3자에게 임금 수령을 위임하거나 대리하게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이고, 예외적으로 근로자 본인이 직접 수령할 수 없는 사정에 상당한 이유가 있어 사자(使者)를 통한 임금 수령이 가능한 경우에도 이를 엄격히 판단하여야 한다고 본 사례
2025.07.28.
노동팀 뉴스레터 제14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대법원 2025. 6. 12. 선고 2025다209645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는 건설공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들은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공사현장의 해체작업에 참여하여 노무를 제공한 근로자들입니다.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체결된 근로계약서에는 직종 해체공, 팀장명 소외 1으로 기재되어 있고, 소외 1이 해체작업에 필요한 인원을 피고의 공사현장에 소개하고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업무를 맡아 수행하였습니다.
원고들은 ‘임금 수령 본인동의서(위임장)’ 또는 ‘임금 대리수령 확인서’를 작성하여 피고에게 제출하였고, 해당 서류에는 ‘본인계좌 사용불가’를 이유로 소외 2(인력사무소)에게 임금의 대리수령을 위임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고, 원고들은 소외 2로부터 현금으로 급여를 수령하였다는 내용의 현금수령 확인서에도 서명을 하였습니다.
피고는 위 서류에 따라 소외 2의 계좌에 원고들의 노무비를 일괄하여 지급하였으며, 원고들은 위와 같은 임금지급 방식에 대하여 피고를 상대로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대부분의 원고들은 소외 1 또는 2로부터 3개월 내지 5개월 동안 급여를 수령하였습니다.
그런데, 원고들은 피고가 소외 2의 계좌로 임금을 지급한 것이 임금의 직접지급원칙을 규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에 반한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에게 미지급 임금의 지급을 청구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원심은 임금 직접 지급 원칙은 임금 중간착취 등의 폐해를 방지하고 근로자에 의한 임금 수령을 확실하게 하여 근로자의 기초생활을 보장하려는 취지로 통화 지급의 원칙이나 전액 지급의 원칙과 달리 법령이나 단체협약에 의한 예외를 인정하지 않으므로(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단서), 사용자가 임금을 근로자의 친권자, 그 밖의 법정대리인에게 지급하는 것도 직접 지급의 원칙에 위반되며, 다만 선원법이 적용되는 선박의 선원에 대해서는 선원이 청구하거나 법령이나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임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그가 지정하는 가족이나 그 밖의 사람에게 통화로 지급하거나 금융회사 등에 예금하는 등의 방법으로 지급하여야 한다는 예외가 인정될 뿐이라고 판시하였습니다(선원법 제52조 제3항). 이에 따라 원고들이 소외 2의 계좌로 임금수령을 위임하는 행위는 무효이며, 피고가 근로자(원고들)의 임금수령 위임이 있었다는 이유로 소외 2의 계좌로 임금을 지급하더라도 임금 변제의 효력이 발생할 수 없다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인용하였습니다(대전지방법원 2025. 1. 21. 선고 2023나226895 판결).
그리고, 대상판결은 임금 직접 지급 원칙에 대하여 선원법에서 정한 예외만 인정된다고 본 원심의 이유 설시가 다소 부적절하기는 하지만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임금 지급의무를 인정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보아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대상판결의 구체적인 판단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가. 관련 법리
①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임금의 일부를 공제하거나 통화 이외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다(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선원법 제52조 제1항). 이렇게 임금을 직접 지급하도록 하는 취지는 임금이 확실하게 근로자 본인에게 지급되도록 하여 그의 자유로운 처분에 맡기고 근로자의 생활을 보장하려는 데 있고, 통화 지급의 원칙이나 전액지급의 원칙과 달리 직접 지급의 원칙은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의한 예외가 인정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근로자가 제3자에게 임금 수령을 위임하거나 대리하게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이다(임금채권이 양도된 경우에도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직접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1988. 12. 13. 선고 대법원 87다카2803 전원합의체 판결, 근로자로부터 임금채권의 추심을 위임받은 자가 사용자의 집행재산에 대하여 배당을 요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1994. 5. 10. 선고 94다6918 판결 등 참조).
② 다만, 선박소유자는 승무 중인 선원이 청구하거나 법령이나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임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그가 지정하는 가족이나 그 밖의 사람에게 통화로 지급하거나 금융회사 등에 예금하는 등의 방법으로 지급하여야 한다(선원법 제52조 제3항). 이러한 선원법의 규정 외에도 근로자 본인이 직접 수령할 수 없는 사정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사자(使者)에 의한 임금의 수령도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근로기준법 제43조의 규정 형식이나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사회통념상 근로자 본인에게 지급하는 것과 동일시되는 사람 또는 근로자 본인에게 그대로 전달할 것이 확실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이 임금을 수령할 때에만 그를 사자로 보아야 하고,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나. 판단
피고는 원고들이 작성한 '임금수령 본인동의서(위임장)' 또는 '임금 대리수령 확인서' 문서들에 따라 소외 2에게 원고들의 임금을 일괄하여 지급하였는데, 소외 2는 제1심에서 ‘원고들을 전혀 모르고, 소외 1과 피고 직원이 위임장과 신분증을 보내주어 자신의 계좌로 임금이 지급되면 소외 1 등에게 보내주었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이러한 사실관계에 비추어 볼 때, 소외 2는 사회통념상 원고들 본인에게 지급하는 것과 동일시되는 사람 또는 원고들 본인에게 그대로 전달할 것이 확실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가 소외 2에게 원고들의 임금을 지급하였더라도 직접 지급의 원칙에 위반되어 무효이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ⅰ)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을 엄격히 해석하여, ‘통화 지급원칙’이나 ‘전액 지급 원칙’과 달리 임금의 ‘직접지급원칙’에는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의한 예외가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ⅱ) 원심과 달리, 선원법상 예외 조항 이외에도 사자(使者)를 통한 임금 수령의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사자로 인정받기 위한 요건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습니다.
특히 대상판결은, 예외적으로 제3자에 대한 임금 지급의 유효성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그 제3자가 ‘사회통념상 근로자 본인과 동일시할 수 있는 사람’ 또는 ‘임금을 확실히 전달할 것이 보장되는 사람’에 해당하여야 하며,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임금 수령 위임장'이나 '동의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더라도 이 서류의 존재만으로는 임금 지급의 유효성이 인정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따라서 현장소개인을 통해 근로계약서가 일괄적으로 체결되고 임금 역시 소개인을 거쳐 각 근로자들에게 지급되고 있는 사업장의 경우, 근로자가 임금 수령 위임장 등의 서류를 작성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신뢰하여 근로자가 아닌 제3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그 위험성이 크므로, 반드시 개별 근로자 명의의 계좌로 직접 이체하거나, 현금 지급 시에도 근로자가 본인에게 직접 전달하고 수령 확인 서명을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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