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가 일괄공제 방식에 따른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노조별 차량 사용기간을 배분한 것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사례
2025.06.30.
노동팀 뉴스레터 제13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대법원 2025. 5. 15. 선고 2022두64693 판결]
1. 사안의 개요
원고 회사는 제선, 제강 및 압연재의 생산과 판매업을 하는 회사로, A 제철소, B 제철소, 서울사무소 등 6개의 사무소를 설치∙운영하였고, 산하에 C 노동조합과 D 노동조합을 둔 복수노조 사업장입니다.
C 노동조합과 D 노동조합은 원고 회사의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하였고,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2018. 12. 10. D 노동조합을 교섭대표노동조합(이하 ‘교대 노조’)으로 결정하였습니다.
원고 회사는 교대 노조와의 단체교섭 과정에서 C 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노조’)과 교대 노조에 차량 3대(이하 ‘이 사건 차량’)를 제공하기로 하면서, 조합원 수에 따라 이 사건 노조에 1대(20개월 중 5개월), 교대 노조에 2대(각 20개월)와 1대(15개월)로, 즉 차량 지원기간을 1:11의 비율로 (총 20개월 × 3대 = 60개월 중, 이 사건 노조 5개월 : 교대 노조 55개월) 정하여 배분(이하 ‘이 사건 차량 배분’)하였습니다.
이 사건 노조는 2019. 12. 3.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이 사건 차량 배분을 각 노동조합의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배분한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어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시정신청을 하였습니다.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2020. 1. 31. 이 사건 차량 배분은 공정대표의무위반에 해당한다고 초심판정을 하였고, 원고 회사가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초심판정이 정당하다고 판단, 2020. 6. 8. 이를 기각하였습니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 원고 회사는 이 사건 재심판정에 불복하여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제1심은 (ⅰ) 이 사건 노동조합은 근로시간 면제한도를 교섭대표노동조합과 배분함에 있어 소위 ‘일괄공제 방식’(사용자가 근로자의 신청에 따라 임금에서 조합비를 미리 공제하는, 이른바 ‘체크오프’ 방식, 이하 ‘일괄공제 방식’)으로 산정한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함에 동의한 바 있고, 원고 회사는 이 사건 차량 배분에 있어서도 같은 기준을 적용한 것이라는 점, (ⅱ) 일괄공제 방식으로 산정된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이 사건 차량을 배분한 것은 합리적인 방법을 채택한 것으로 보이는 점, (ⅲ) 노동조합 사무실과 달리 차량은 조합원들의 이동 등에 필요한 편의적 요소에 불과할 뿐 노동조합의 일상 업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필수적인 요소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 (ⅳ) 노동조합이 자체적으로 차량을 구입 또는 임차하여 사용하는 것에 아무런 제약이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이 사건 차량 배분은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하지 아니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재심판정을 취소하였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21. 8. 19. 선고 2020구합69816 판결).
반면 원심은 (ⅰ) ‘조합원의 수’를 기준으로 하는 것은 합리성을 인정할 수 있으나, ‘조합원의 수’를 판단하는 시점은 (실제 차량 배분 시점이 아닌)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 시점으로 보아야 한다는 점(단일화 절차 참여시점 기준 이 사건 노조와 교대 노조의 조합원 수는 약 1:2), (ⅱ) 별건 부당노동행위 및 이 사건 노조 간부 부당해고 구제신청이라는 당시 사정으로 인하여 이 사건 노조의 조합원들이 체크오프를 신청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감안하면 다른 방법을 통해 조합원 수를 확인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었다는 점, (ⅲ) 1대의 차량을 특정 기간에만 사용하거나 시기별로 빌려 쓰는 방식은 실질적으로 제대로 차량을 사용할 수 없는 조치에 해당하는 점 등을 고려하여, 이 사건 차량 배분에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제1심을 취소하였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2. 10. 13. 선고 2021누58990 판결).
그러나 대상판결은, 공정대표의무는 단체교섭의 과정이나 그 결과물인 단체협약의 내용뿐만 아니라 단체협약의 이행과정에서도 준수되어야 한다(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7두37772 판결 등 참조)는 기존의 법리를 확인하면서,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차량 배분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공정대표의무 위반의 판단기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보아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하였습니다.
① 노동조합법 제29조의4 제1항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이 단체협약의 효력을 받는 점을 고려하여 이들을 사용자와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부담하는 공정대표의무의 상대방으로 정한 것이지, 더 나아가 근로면제시간이나 시설∙비품 등을 배분하는 기준시점을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참여 시’로 정한 취지라고 볼 수 없다. (ⅰ) 근로면제시간 배분 기준도 원칙적으로 근로시간 면제 한도가 증가되어 배분이 가능하였던 시점의 조합원 수이고, (ⅱ) 2019. 7. 1.부터 1년간의 근로면제시간 배분이 그 시점에 가까운 2019년 6월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이루어진 점, (ⅲ) 이 사건 차량 배분은 교섭창구 단일화 시점으로부터 약 1년 후에 있었고 그 사이에 이 사건 각 노동조합 조합원 수의 비율에 상당한 변동이 있었던 점에 비추어, 원고 회사가 2019년 10월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이 사건 차량 배분을 한 것은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다.
② 원고 회사는 2019. 3. 7. 및 2019. 6. 24. 이 사건 노조에 ‘조합원 수에 이의가 있다면 추가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거듭 요청하였음에도 이 사건 차량 배분 시까지 구체적인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고, 그와 같은 상황에서 원고 회사가 일괄공제 방식에 따른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이 사건 차량 배분을 한 것이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
③ 원심도 인정한 것처럼 원고 회사가 각 노동조합의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한정된 차량을 배분한 것 자체는 합리적이다. 또한 사용자로부터 장소를 제공받을 수밖에 없는 노동조합 사무실과 달리 차량은 노동조합이 스스로 임차하여 사용함에 특별한 제약이 없으며, 이 사건 차량 배분도 실제로는 차량 임차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3. 의의 및 시사점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는 노동조합법 제29조의4 제1항에 따라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이나 그 조합원들 사이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해서는 안 되는 ‘공정대표의무’를 부담합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사용자가 부담하는 공정대표의무란 교섭대표노동조합과 결탁하여 합리적 사유 없이 특정 노동조합을 불리하게 차별하지 아니함과 동시에 특정 노동조합을 우대하여 취급하거나 노동조합 간의 조직 경쟁에 개입하는 결과가 되지 않도록 어느 일방에도 치우치지 아니한 공정하고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소극적 의무’라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24. 5. 17. 선고 2024두32447 판결).
즉, 대법원은 공정대표의무의 내용을 ‘복수 노동조합 간 차별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적극적 의무’가 아니라 ‘복수 노동조합을 차별하지 않아야 하는 소극적 의무’로 판단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대상 판결 역시 이러한 판단의 연장선에서, 차량 배분에 관한 노동조합 간 협의가 도출되기 어려운 경우 회사가 별도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등의 적극적인 의무까지는 부담하는 것이 아니고, 대신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차량을 배분하였다면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보아, 사용자가 부담하는 공정대표의무는 소극적 의무라는 점을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습니다.
대상판결에 대하여 현재 파기환송심(서울고등법원 2025누6817)이 계속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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