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회사와 위촉계약을 체결하고 방송을 진행한 ‘프리랜서 쇼핑호스트’는 홈쇼핑 회사의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고 본 사례
2025.06.30.
노동팀 뉴스레터 제13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5. 1. 선고 2023가합96954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는 체인화 편의점, 마트, 전자상거래 등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2021. 7. 1. A 회사를 흡수합병한 이후 홈쇼핑 사업도 영위하고 있습니다. 원고는 2005. 5.경 ‘B 쇼핑호스트 선발대회’를 통하여 A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쇼핑호스트로 활동하다 퇴직원을 제출하여 가입기간에 상응하는 퇴직연금을 지급받은 다음, 2017.경부터는 ‘쇼핑호스트 업무 위촉계약서’를 기초로 한 쇼핑호스트 업무 위촉계약(이하 ‘이 사건 위촉계약’)을 체결하고 2023. 7. 31.까지 A에서 쇼핑호스트로 활동하였습니다.
피고 회사는 2023. 6. 28.경 언론사로부터 쇼핑호스트 갑질 및 폭언에 관한 문의를 받은 후 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였고, 2023. 7.경 후배에 대한 폭언 등을 이유로 원고에 대한 출연 정지 조치를 하였습니다. 그 후 피고 회사는 2023. 7. 31. 원고의 계약해지 요청에 따른 계약해지의 형태로 이 사건 위촉계약을 종료(이하 ‘이 사건 위촉계약 종료’)하였습니다.
이에 원고는 자신이 실질적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위촉계약 종료는 해고에 해당하고, 피고 회사가 한 해고는 근로기준법상 서면 통지도 거치지 않고 실체적으로도 정당한 이유가 없어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해고무효 확인을 청구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대상판결은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이 근로자가 사용자에 대한 종속적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5두51460 판결 등 참조)는 기존의 법리를 확인하면서,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고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를 전제로 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가. 구체적인 업무 수행이 피고 회사의 지시대로 이루어지는지(부정)
① 쇼핑호스트는 방송 3~5일 전에 담당 PD∙MD, 협력업체 관계자 등과 함께 회의에 참석하여 판매할 상품의 특징에 관한 설명을 듣고, 상품의 특징과 방송에서의 표현 등을 함께 논의한 후 이를 기초로 하여 개인의 설명 방식이나 요령에 따라 방송을 진행하면서 상품을 설명하고 시연하게 된다.
② 이처럼 쇼핑호스트의 주요한 업무인 방송 업무가 피고 회사가 주도한 위 회의에서 정한 기본적인 방향과 기획 의도에 따르는 제약이 있기는 하나, (ⅰ) 이 사건 위촉계약서에서 사전미팅 참석 및 상품 내용 및 방송 판매 기획 숙지할 것을 정하고 있으므로, 원고가 방송을 위하여 피고 회사가 진행하는 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계약에서 정한 사항을 이행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ⅱ) 다른 방송과 달리 피고 회사는 쇼핑호스트에게 방송 대본을 주지 않는 점, (ⅲ) 쇼핑호스트의 방송 업무 자체는 쇼핑호스트가 개인적인 역량을 발휘하여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것으로서 정형화된 업무수행방법이 있을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 회사가 쇼핑호스트의 업무수행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한다고 할 수 없다.
③ (ⅰ) 피고 회사가 행사를 개최하는 경우 전문계약직 쇼핑호스트에게 행사 사회 등 지원업무를 지시하지만, 필요한 경우 프리랜서 쇼핑호스트들에게 행사진행을 요청하였고, (ⅱ) 쇼핑호스트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소위원회 방청교육에 참석하거나 (ⅲ) 신입 쇼핑호스트들의 조장이나 멘토 등 업무를 수행하기도 하였으나, 쇼핑호스트로서는 이를 거절하는 등 자유롭게 위 각 업무의 수행 여부를 선택할 수 있었고, 위 각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그에 대한 수수료가 지급되었다. 또한 위 각 업무는 이 사건 위촉계약서 제2조 제1항 제3호의 『기타 피고 회사가 업무와 관련하여 별도로 요청하는 사항』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므로, 원고가 이 사건 위촉계약에 따라 위 각 업무를 수행한 것이 피고 회사의 근로자로서 피고 회사의 구속력 있는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나. 원고의 근무형태(근무시간, 근무장소 등) 및 피고 회사의 근태관리
① 쇼핑호스트에 대해서는 고정된 출·퇴근시간이나 월 소정근로시간 등이 정해져 있지 않았고, 이를 관리하는 시스템이나 업무절차도 없었으므로, 쇼핑호스트는 홈쇼핑 방송준비 및 촬영, 방송 후 리뷰, 정리 등을 위해 필요한 ‘방송업무시간(방송녹화 시작 2시간 전 ~ 방송종료 후 1시간)’의 준수만 요구되었다. 쇼핑호스트의 주된 업무가 피고 회사가 주관하는 방송과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특성을 고려하면, 이는 이 사건 위촉계약에 따른 업무수행의 보아야 한다.
② 같은 취지에서, (ⅰ) 방송 예정이던 쇼핑호스트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방송진행이 불가능해지자 피고 회사가 원고에게 대신 방송을 진행해달라는 부탁을 한 것이나, (ⅱ) 피고 회사가 원고가 참여하는 회의일정을 잡았던 것, (ⅲ) 피고 회사가 태풍 등 돌발 상황으로 인해 쇼핑호스트가 방송 시간에 스튜디오에 도착하지 못하는 비상상황에 대비하여 ‘비상긴급 담당 쇼핑호스트’를 예비적으로 지정해둔 것 등은 모두 방송 업무의 특성에 따른 통상적인 업무협조요청 범위 내의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③ 쇼핑호스트에게는 연차 유급휴가 제도가 적용되지 않았고, 매년 개인일정(개인적 사정으로 쇼핑호스트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 날) 60일 정도를 연속 14일까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으며, 피고 회사의 시스템에 2주 전에 미리 등록을 하여야 하나, 이는 개인일정 사용에 최소한의 제한을 둔 것에 불과하다. 또한, 피고 회사의 시스템에 개인일정을 등록하는 것 외에 피고 회사로부터 허가를 받는 등의 절차가 없었으므로, 쇼핑호스트는 자유롭게 개인일정을 사용할 수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④ 방송 일정 편성과 판매 상품 결정 및 상품에 맞는 쇼핑호스트를 배정하는 것은 홈쇼핑 방송 제작사인 피고 회사가 당연히 해야 할 업무였고, 쇼핑호스트 배정 과정에서 쇼핑호스트들의 일정이 겹치거나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쇼핑호스트들 사이의 일정을 조율하는 것도 당연히 부수되는 업무였으며, 쇼핑호스트는 자신에게 배정된 방송 일정 수락 여부를 결정할 수 있었으므로, 방송 배정에 따른 방송 진행이 강제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⑤ (ⅰ) 홈쇼핑 방송 촬영을 위해서는 방송설비가 갖추어진 장소에서 많은 사람이 함께 작업을 해야 하는 것이므로, 피고 회사가 홈쇼핑 방송을 위해서 조성한 방송 장소에서 촬영을 하도록 한 것을 들어 ‘쇼핑호스트에게 근무장소를 지정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ⅱ) 방송준비를 할 수 있도록 공용 사무공간이나 라운지, 수면실 등을 제공하기도 하였으나 이는 업무상 편의를 위하여 제공하는 것에 불과하며, (ⅲ) 쇼핑호스트로서는 방송이나 방송 준비, 회의 외에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으므로, 근무시간과 장소의 지정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
다.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
① 쇼핑호스트는 취업규칙의 적용도 받지 않았고, 이 사건 위촉계약에는 근로시간, 연차 유급휴가 등 근로기준법 제17조에 따라 근로조건으로 명시되어야 하는 사항이 충분해 정해져 있지 않았다.
② 쇼핑호스트는 피고 회사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법정의무교육을 받지 않았고, 근로자들에게 제공되는 주택자금·학자금·의료비·휴가비 등의 복리후생 혜택이나 심야교통비 등을 받지 아니하였다. 또한, 피고 회사는 쇼핑호스트에게 사원증(ID카드)을 발급해 주기는 하였으나, 이는 게스트, 성우, 모델이나 협력업체 직원에게도 복지를 제공하고 출입과 구내식당 이용을 위한 ID카드를 발급해 주었던 것이다.
③ 쇼핑호스트에 대하여는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고, 4대 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국민연금·건강보험)의 가입대상자도 아니었다.
④ 쇼핑호스트 업무규정, 방송운영 업무규정, 체험용 샘플 사용 프로세스 등은 쇼핑호스트가 위임계약의 성질을 가지는 이 사건 위촉계약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면서 지켜야 할 사항에 불과하고, 위 가이드 등이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요구되는 준수사항을 넘어 근로관계에 적용되는 통상적인 취업규칙이나 복무(인사) 규정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라. 원고가 지급받은 수수료의 성격 및 기본급의 유무 등
① 쇼핑호스트는 이 사건 위촉계약에 따라 방송 횟수 및 출연 시간에 비례한 수수료만 받을 뿐 피고 회사의 급여·상여지급규정에 따른 고정 급여를 받지 않았으므로,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없었다. 이 사건 위촉계약서 제4조(수수료)는 쇼핑호스트에게 지급하는 수수료의 지급기준을 방송 횟수 및 시간으로 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수수료 지급 구조는 쇼핑호스트의 업무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서, 쇼핑호스트는 높은 판매실적, 인기도 등을 갖추는 경우 더 많은 방송을 배정받을 수 있어서 더 높은 수입을 얻는 것이 가능하였고, 이에 따라 각 쇼핑호스트의 ‘수수료 산정기준(시간당 수수료액)’도 차이가 발생하게 되었다.
② 결국 쇼핑호스트가 받는 수수료는 개인적 역량이나 고객 선호도·인기도 등이 직접적으로 반영된 것으로서, 쇼핑호스트가 지급 받은 수수료를 노무 제공에 따라 고정적으로 지급받는 것으로서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가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마. 원고의 피고 회사에 대한 전속성
① 이 사건 위촉계약서 제7조는 원고가 경쟁업체의 모델로 출연하거나 경쟁업체의 행사나 이벤트에 참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기타 외부활동의 경우에도 사전에 피고 회사의 동의를 얻도록 하는 등 원고의 피고 회사에 대한 전속적 요소들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전속적 요소는 방송에 출연하는 쇼핑호스트의 이미지가 피고 회사의 홈쇼핑 브랜드와 직결되어 소비자들에게 각인되는 특수성에 기인한 것이어서, 이 사건 위촉계약에 전속적 요소가 있다는 것만으로 원고가 종속적 관계에서 피고 회사에게 노무를 제공하는 근로자라고 볼 수는 없다.
② 이 사건 위촉계약은 3년 단위로 기간을 정하여 체결되었는데, 원고와 같은 쇼핑호스트는 계약기간의 종료로 계약관계가 종료되면 자유롭게 다른 홈쇼핑과 위촉계약을 체결하여 계약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계약기간 종료 전에도 피고 회사와 협의하여 계약관계를 종료할 수 있었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과 같은 방송사 프로그램 제작인력의 근로자성에 대한 다툼은 법원과 노동위원회에서 계속 분쟁이 되고 있습니다. 법원은 프리랜서 아나운서에 대해 근로자성을 부정한 사례(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다270590 판결)와 인정한 사례(대법원 2023.12. 21. 선고 2022다222225 판결)가 모두 있어, 같은 프리랜서 아나운서라고 하더라도 근로자성 인정 여부와 관련하여서는 판단을 달리한 바 있습니다. 또한 방송작가(서울행정법원 2022. 7. 14. 선고 2021구합63518 판결, 확정), PD(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1두19390 판결), 뉴스 자료영상 업무 등을 담당하는 프리랜서(서울고등법원 2023. 1. 13. 선고 2022나2003033 판결, 확정)에 대해서는 근로자성을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대상판결은 프리랜서 쇼핑호스트의 근로자성을 부정하였으나, 프리랜서 아나운서의 경우와 같이 프리랜서 쇼핑호스트라고 하더라도 일률적으로 근로자성이 부정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 회사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았는지 여부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면밀히 검토하여 근로자성의 인정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대상판결에 대하여 원고가 항소하여 현재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25나207567) 계속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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