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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공정 전체를 외주화하더라도 근로 제공에 관한 주도권이 파견사업주가 아닌 원청에 있어 원청이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생산 업무에 상당한 지휘·감독을 행하였다면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한다고 본 사례

2025.06.30.

노동팀 뉴스레터 제13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4. 24. 선고 2020가합523219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는 자동차 부속품 제조 및 판매업 등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회사로, 평택, 김천, 충주, 서산에 공장과 남양에 연구소를 두고 있습니다.  원고들은 피고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사내협력업체에 소속된 근로자였거나 근로자인 사람들로서(이하 원고들이 소속되었거나 소속된 사내협력업체들을 통틀어 '이 사건 각 협력업체'), 피고의 충주공장에서 근무하였습니다.


피고는 이 사건 각 협력업체에 피고 소유의 충주공장과 기계설비 등 일체를 임대하고 제1, 2공장의 생산 공정 일체를 도급하였고, 정형화된 계약서를 사용하여 이 사건 각 협력업체와 도급계약 혹은 부품생산 위탁계약(이하 통틀어 '이 사건 도급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원고들은 피고와 사내협력업체들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도급계약은 그 실질에 있어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 정한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의 고용의무 규정에 따라 피고들에게 고용의 의사표시를 구하고 '피고에 직접고용 되었다면 받았을 임금'에서 '협력업체로부터 수령한 임금'을 공제한 차액 상당의 임금 또는 피고의 고용의무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금 및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대상판결은 아래와 같은 점을 근거로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각 근로자파견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가. 관련 법리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해 작업을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즉 (ⅰ) 제3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그 작업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ⅱ)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ⅲ)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ⅳ)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작업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근로자가 맡은 작업이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작업과 구별되며 그러한 작업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ⅴ)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이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등 참조).

 

위 요소들은 도급과 근로자파견에서 대비되는 여러 유형적 기준을 나열한 것이므로, 그중 어느 하나 또는 일부가 근로자파견관계를 판단하는 결정적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위 요소들을 종합한 결과, 근로 제공에 관한 주도권이 파견사업주가 아닌 사용사업주에게 있는지 여부를 가려 근로자파견 해당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나. 피고가 원고들에게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였는지(긍정)


(관리계획서에 의한 작업지시) 피고는 이 사건 각 협력업체에 '관리계획서'를 배포하였고, 이 사건 각 협력업체는 관리계획서에 기초하여 '작업표준서'를 작성하였는데, 작업표준서의 내용은 관리계획서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옮긴 것에 불과하다.  또한 피고는 관리계획서를 변경하면서 이 사건 각 협력업체에 변경된 내용에 따라 작업표준서를 변경하도록 지시하였으며, 작업표준서의 내용을 점검하기도 하였다.


(생산계획 수립을 통한 작업지시) 피고는 충주공장을 국내 생산거점으로 기재하고 있고, 피고는 충주공장의 생산품 종류, 생산라인 설치, 생산일정 등을 결정하였으며 이 사건 각 협력업체의 생산 계획은 피고의 사정에 따라 조정 및 변경되었다. 


(C/T(싸이클타임) 조정을 통한 작업지시) 피고는 충주공장의 소유자로서 최초에 C/T 설정 값을 입력하였고 이후 이 사건 각 협력업체의 C/T 조정에 지속적으로 관여하였으며, 이를 통하여 충주공장의 생산 속도 및 생산량을 직접적으로 통제, 관리할 수 있었다.


(현장대리인을 통한 작업지시) 피고의 근로자들은 카카오톡 메시지나 이메일 등을 통하여 이 사건 각 협력업체의 현장대리인과 소통하고 이들에게 구체적인 지시를 하였으며, 이 사건 각 협력업체 현장대리인들의 역할은 피고의 작업지시를 소속 근로자들에게 그대로 전달하거나 작업에 그대로 반영하는데 국한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 원고들이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는지(긍정)


이 사건 협력업체는 충주공장에서 '자재 입고 - 부품 생산 - 품질 관리 - 출하' 순으로 진행되는 전 공정을 수행한 바, 이는 피고의 직접생산공정 그 자체에 해당한다. 


피고는 이 사건 각 협력업체의 자재 수급현황을 파악하여 이 사건 각 협력업체의 생산계획, 작업속도 등을 직간접적으로 확인하고 통제할 수 있었다. 


충주공장과 피고 소속 근로자들의 사무실이 물리적으로 구분되어 있기는 하나, 이 사건 각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은 현장대리인을 매개로 하여 실질적으로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공동작업을 수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피고의 근로자들은 충주공장의 품질, 보전, 생산관리 등 업무에 관여하거나 이 사건 각 협력업체와 함께 업무를 수행하였다. 


피고가 생산계획을 세워 이 사건 각 협력업체에 전달하면 이 사건 각 협력업체가 APS(생산계획시스템)에 작업 물량 및 정보를 입력하고 위 정보가 MES(생산관리시스템)에 자동으로 연동되었고 이 사건 각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은 생산라인에서 MES화면에 표시되는 정보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고 작업 완료 후 MES에 작업결과를 입력하였는바, 이 사건 각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과 피고 소속 근로자들의 업무가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었다.


라. 그 외 요소에 관한 판단


피고는 작업방식과 내용 등 업무수행 전반에 대하여 결정권한을 행사하고,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교육에도 관여하였으며, 피고에 대한 관계에서 이 사건 각 협력업체의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근로조건, 휴게시간, 휴가 등에 관한 결정권한은 상대적으로 취약했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각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가 맡은 작업이 피고 소속 근로자의 작업과 구별되며 작업표준서 등의 내용에 따라 단순한 작업을 반복하는 성격을 띠어 전문성·기술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가 작업공구 및 시설, 장비를 유·무상으로 제공하였고, 이 사건 각 협력업체는 피고와 도급계약을 체결하기 직전 설립되었으며, 사내협력업체들은 피고와 체결한 도급계약이 종료되면 대부분 곧바로 폐업하거나 담당 업무를 인수한 새로운 업체로 변경되는 등 이 사건 각 협력업체가 계약 목적 달성을 위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었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각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은 관리계획서 및 작업표준서에 정해진 작업내용 대로 업무를 수행할 뿐 스스로 작업내용을 결정할 권한이 없었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생산공정 ‘전체’를 외주화하더라도 원청의 상당한 지휘 및 감독이 있으면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판결로, 실무 현장에 미치는 파장이 매우 클 것으로 보입니다.


대상판결은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원청 등 제3자를 위해 작업을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제3자의 상당한 지휘·명령 여부, 근로자의 제3자 사업에 대한 실질적 편입 여부 등을 고려하여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하였습니다.  동시에 대상판결은 제3자의 상당한 지휘·명령이 있었는지에 관하여 관리계획서의 내용, 생산계획 수립 과정, 현장대리인을 통한 작업 지시 등의 요소를 구체적으로 검토하여 생산공정 전체를 외주화하더라도 제3자의 상당한 지휘·명령이 있었다면 불법파견으로 판단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특히, 생산 공정 전부에 외부 인력을 사용하더라도 원청의 작업계획서, 작업표준서나 업무 지시 이메일 사용 등을 통한 원청의 상당한 지휘ㆍ감독이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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