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파견근무의 실질이 근로장소를 변경하여 근로를 제공한 것이거나 그에 준하는 것인 경우, 의무근로기간 위반을 사유로 임금 이외에 지급된 금품이나 들인 비용을 반환하기로 하는 약정은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본 사례
2025.05.28.
노동팀 뉴스레터 제12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대법원 2025. 4. 15. 선고 2022다208755(반소) 판결]
1. 사안의 개요
반소원고는 원자력안전법 제6조에 따라 원자력통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설립된 법인입니다. 반소원고는 공모절차를 거쳐 소속 근로자인 반소피고를 국제원자력기구에 파견기관 비용 부담 전문가(Cost Free Expert, 이하 ‘CFE’)로 파견하고, 국제원자력기구에 관련 예산의 지원을 위해 유럽연합 통화 304,000유로(이하 ‘이 사건 기여금’)를 지급하였습니다.
반소원고의 국제원자력기구 파견전문가에 대한 고용휴직(파견) 관리요령(이하 ‘이 사건 관리요령’) 제12조 제4항은 ‘CFE가 파견기간의 2배에 해당하는 의무복무를 반소원고에서 이행하지 않을 경우 반소원고가 국제원자력기구에 지불한 비용을 반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반소피고는 반소원고와 위 규정과 같은 내용의 반환약정(이하 ‘이 사건 반환약정’)을 체결하였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반소피고는 2016. 8. 3.부터 2019. 6. 30.까지 반소원고에 대한 고용휴직 상태에서 국제원자력기구의 CFE로 근무하다가 2019. 7. 3. 반소원고에게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였고, 이에 반소원고는 이 사건 반환약정에 기하여 반소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기여금의 반환을 구하는 청구를 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원심은 이 사건 반환약정이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고 정한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보고, 이 사건 반환약정에 기해 이 사건 기여금의 반환을 구하는 반소원고의 반소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대전고등법원 2021. 12. 23. 선고 2021나12108(본소), 2021나12115(반소) 판결].
대상판결은 위 원심의 판결 이유 중 일부에 적절치 않은 부분은 있으나, 이 사건 반환약정이 무효라고 본 원심의 판단은 수긍할 수 있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근로기준법 제20조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보아 반소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구체적인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가. 관련 법리
① 근로기준법 제20조는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 예정의 약정을 금지함으로써, 근로자가 퇴직의 자유를 제한 받아 부당하게 근로의 계속을 강요당하는 것을 방지하고, 근로자의 직장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며, 불리한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보호하려 함에 취지가 있다.
②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위탁교육훈련 과정에서 임금과 비용을 지급 내지 부담하면서 일정한 의무근로기간을 설정하고, 이를 지키지 못하면 그 전부 또는 일부를 반환 받기로 약정한 경우,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반환하도록 한 부분은 근로기준법 제20조에서 금지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을 예정하는 계약이 아니므로 유효하다. 하지만 임금의 반환을 약정한 부분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근로의 대가로 지급한 임금을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반환하기로 하는 약정으로, 실질적으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을 예정하는 계약에 해당하여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되어 무효이다.
③ 또한 근로자의 해외 파견근무의 주된 실질이, 연수나 위탁교육훈련이 아니라 사용자의 업무상 명령 내지 필요에 따라 근로자가 근로장소를 변경하여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한 것이거나 그에 준하는 것으로 보인다면, 그러한 해외근무기간 동안 임금 이외에 지급된 금품이나 들인 비용도 장기간 해외근무라는 특수한 근로에 대한 대가이거나 업무수행에 있어 필요불가결하게 지출할 것이 예정되어 있는 경비에 해당한다. 따라서 의무근로기간 위반을 사유로 지급된 금품이나 들인 비용을 반환하기로 하는 약정 역시 무효이다.
나. 판단
① 반소피고는 국제원자력기구에서 ‘핵안전관리관’으로서 핵물질 및 핵시설에 대한 물리적 방호 지침의 이행 지원 등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를 제공하였다. 그 업무수행 내용에 비추어, 반소피고가 국제원자력기구 근무 중 전문가로서의 역량과 지식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들어 반소피고가 국제원자력기구에서 연수나 교육훈련을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② 우리나라는 국제원자력기구의 회원국으로 연구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비용을 부담하여 CFE를 파견하고 있다. 반소원고는 파견기간 동안 반소피고에게 월별∙분기별 보고, 수시 자료제출 의무 등을 부과하였고, 반소피고는 이를 이행하였다. 따라서 반소원고가 반소피고를 국제원자력기구에 파견한 것은, 원자력안전법 제7조 제5호에서 정한 반소 원고의 목적 사업인 ‘원자력 통제에 관한 국제협력 지원’ 업무를 수행하기 위함이고, 반소피고는 반소원고의 관리 아래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볼 수 있다.
③ 반소피고는 국제원자력기구로부터 보수와 체제비 등을 지급받았으나, 반소원고가 국제원자력기구에 이 사건 기여금을 지급함으로써 반소피고의 보수와 체제비 등을 실질적으로 부담하였다. 반소피고가 지급받은 보수와 체제비 등은 해외근무에 대한 대가 등으로 반소원고가 부담하여야 할 비용이고, 원래 반소피고가 부담하여야 할 비용을 반소원고가 일단 우선적으로 부담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근로기준법 제20조에서 금지하는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의 판단기준을 구체적인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특히 대상판결은 근로의 대가로서 지급된 실질적인 ‘임금’에 해당하는 금원과, 사용자가 근로자의 전문성 향상이나 역량개발을 위하여 제공한 연수·교육훈련 등의 ‘비용’을 구분하고, 의무근로기간 위반을 이유로 기지급된 금원이 실질적인 ‘임금’의 성격을 가지는 경우 그 반환을 약정하는 것은 근로자가 퇴직의 자유를 제약하고 근로의 계속을 강요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본 기존 대법원의 법리를 재차 확인하였습니다(대법원 2004. 4. 28. 선고 2001다53875 판결).
아울러 대상판결은 근로자가 회사의 사업 목적에 따라 해외에 파견되어 근무하면서 제반 의무를 이행한 경우, 회사가 명목상 임금 이외에 주재에 필요한 주거비, 체제비 등 필요한 경비를 지급하였더라도, 해당 금원은 애초부터 해외 근무를 전제로 지출이 예정된 금원으로서 ‘임금’과 유사한 성격의 근로 대가로 보아야 하므로 근로자가 임의로 퇴직하였다는 사정으로 이를 반환하도록 약정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기업 및 공공기관은 직원 역량 강화와 국제협력 등의 목적으로 직원을 해외에 파견할 경우, 사전에 관련 비용의 성격과 반환 약정의 적법성에 대해 더욱 면밀한 법적 검토를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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