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선반 붕괴로 인해 하청업체 일용직 근로자 2명이 추락사한 사고와 관련하여, 건설사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본 사례
2025.05.28.
노동팀 뉴스레터 제12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대법원 2025. 4. 3. 선고 2024도2870 판결]
1. 사안의 개요
A 건설사는 2018년부터 2019년까지 부산 기장군의 한 아파트 신축공사를 시공하며 일부 공사 구역의 골조공사를 B 회사에 도급했습니다. A 건설사 소속 현장소장 C와 B 회사 소속 현장소장 D는 2019. 5. 29. 공사 현장 근로자 2명에게 현장 엘리베이터 승강로(이하 ‘이 사건 승강로’) 안 쓰레기 및 잔해물 수거 등 청소 작업을 지시했습니다.
그런데 위 근로자 2명은 같은 해 6. 6. 이 사건 승강로에서 안전대를 착용하지 않은 채 임시로 설치된 경사 선반 위에 올라가 청소를 하다가, 경사선반이 무너지면서 12m 아래의 바닥으로 추락해 사망하였습니다(이하 ‘이 사건 사고’).
검사는 C와 D가 경사선반의 안전성과 지지대 설치 여부, 추락방호망 설치와 안전대 착용 여부 등을 확인하지 않았고, 피해자들에게 위험성을 알리지 않은 채 청소작업을 지시했다고 보아 각각 업무상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고, A건설사, B회사는 산업안전보건법상 공사현장의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기소하였으며, A 건설사 및 B 회사 소속 안전관리자 E, F 2명도 각각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제1심은 아래와 같은 점을 근거로 피고인들의 업무상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였습니다(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21. 1. 6. 선고 2019고단2389 판결).
① (관련 법리) 사업주가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산업안전보건법에 규정된 안전상의 위험성이 있는 작업과 관련하여 산업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이 정하고 있는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작업을 지시하거나, 그와 같은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등 그 위반행위가 사업주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가 성립하기는 하지만(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8도7030 판결), 사업주가 사업장에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고 향후 그러한 작업이 계속될 것이라는 사정을 미필적으로 인식하고서도 이를 그대로 방치하고, 이로 인하여 사업장에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채로 작업이 이루어졌다면 사업주가 그러한 작업을 개별적·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위 죄가 성립하고, 이는 사업의 일부를 도급에 의하여 행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11. 9. 29. 선고 2009도12515 판결).
② (판단) 아래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이 근로자에 대한 안전조치를 이행하지 않았고, 그로 인하여 근로자들이 사망한 사실이 인정되고, 미필적으로나마 피고인들이 이를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인다.
(ⅰ) 피해자들은 인력회사를 통해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던 사람들이다. 피해자들은 작업반장 등의 지시를 받아 엘리베이터 승강로 청소작업을 하였는데, 사고 당일 뿐만 아니라 그 다음날에도 같은 내용의 작업이 예정되어 있었다. (ⅱ) 지상 1층 엘리베이터 승강로에 설치된 이 사건 경사선반은 상부에서 떨어진 공사잔해물 등이 엘리베이터 승강로 입구 쪽으로 모이도록 하기 위하여 30~60도 정도 경사를 이루어 콘판넬이나 합판을 올려 못으로 고정하는 방법으로 설치된 것에 불과하다. (ⅲ) 원래 경사선반에는 작업자들이 들어가서 작업하는 것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사건 사고 발생 이전부터 작업자들이 묻어 있는 콘크리트 등을 떼어 내기 위하여 선반 위의 경사선반에 들어가 작업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ⅳ) 당시 누구도 현장에서 작업을 통제하거나 구체적 지휘감독을 하지 않았고, 피해자들은 안전대도 착용하지 않은 채 경사선반 위에 올라가 작업을 하던 중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
이에 피고인들은 제1심판결에 대하여 항소하였으나, 원심도 아래와 같은 추가적인 근거를 제시하면서 피고인 A, B, C, D의 사실오인 및 법리 오해 주장은 이유 없고, 제1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아 피고인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부산지방법원 2024. 1. 26. 선고 2021노255 판결). 이후 피고인들은 다시 상고하였으나, 대상판결은 항소심 판단에 위법이 없다고 보아 피고인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그대로 확정했습니다.
① 승강로 가설 경사선반의 안쪽에 쌓여있는 잔재물을 제거하기 위하여는 근로자들이 직접 경사선반에 들어가 작업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며, 피고인 C, D 역시 근로자들이 경사선반을 밟고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
② 실제로 이 사건 청소작업 당시 피해자들은 모두 가설 경사선반 위에 올라가 작업을 하다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작업 현장과 작업 내용의 특성을 고려하면, 피해자들의 이 사건 청소작업이 추락방호망 설치가 필요한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에 해당함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③ 또한 아래 사정들을 고려할 때, 피해자들이 작업하던 이 사건 승강로 내 공간이 협소하거나 일반적으로 근로자들이 들어가지 않은 곳이라는 사정만으로 추락방호망 등을 설치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곤란한 경우라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피고인들은 피해자들에게 안전대를 지급하는 방법 이외에도 추락방호망 등을 설치하는 등의 추락위험방지를 위하여 보다 구체적이고 적절한 조치를 취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ⅰ) 피고인 C, D는 근로자들이 승강로 내 가설 경사선반을 밟거나 올라가서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예상할 수 있고, 위와 같은 작업과정에서 근로자들이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미필적으로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할 때까지 추락방호망 설치 등의 구체적인 안전조치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 (ⅱ) A 건설사는 B 회사에 사업의 일부를 도급 주었고, 피고인 C, E를 현장에 둔 사업주로서 B 회사 소속 근로자가 추락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에도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할 의무가 있다. A건설사의 사용인인 C 등도 같은 의무를 부담한다.
④ 피해자들이 작업반장 등의 지시를 기다리지 않고 자의적 판단으로 안전대를 해체한 후 이 사건 승강로 내에 가설 경사선반에 들어가 작업을 한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추락방호망이 이 사건 승강로 내 가설 경사선반 아래 부분에 설치되어 있었더라면 이 사건 사고와 같은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추락방호망을 설치하지 않은 것이 이 사건 사고 및 피해자들 사망의 근본적인 원인이 되었다.
3. 의의 및 시사점
공사도급계약의 경우 원칙적으로 도급인에게는 수급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사고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없으나, 법령에 의하여 도급인에게 수급인의 업무에 관하여 구체적인 관리·감독의무 등이 부여되어 있거나 도급인이 공사의 시공이나 개별 작업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지시·감독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도급인에게도 수급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사고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습니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8도7030 판결, 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10도1448 판결).
대상판결은 원청업체의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의 현장 안전사고에 대한 안전관리 책임을 인정한 사례로, 사업주는 작업 현장의 특성과 실제 작업 방식을 면밀히 파악하여 잠재적 위험 요소를 사전에 평가하고 법령에서 요구하는 안전조치를 이행할 수 있도록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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