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와 묵시적 근로계약관계에 있는 노동자는 파견법 제21조에 따라 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을 위한 구제신청을 할 수 있는 주체가 아니고, 파견근로자가 차별적 처우를 받았다고 주장할 경우 비교대상 근로자의 존재는 파견근로자가 주장·증명하여야 한다고 본 사례
2025.05.28.
노동팀 뉴스레터 제12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서울행정법원 2025. 3. 27. 선고 2024구합1610 판결]
1. 사안의 개요
원고와 선정자들(이하 이들을 통칭하여 “원고 등”)은 참가인과 도급계약을 체결한 27개 협력업체(이하 ‘협력업체’)에 입사하여 참가인의 광업소에서 근무하여 온 사람들로, 원고는 갱목운반업무를, 선정자들은 광업소 내·외부 청소, 문서 전달 등을 포함한 사환 업무를 주로 담당하였습니다.
원고 등은 지방노동위원회에 ‘참가인은 원고 등과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한 참가인 소속 근로자들에 비하여 원고 등에게 임금 및 성과급 등을 차등 지급하였으며, 이는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차별시정 신청을 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지방노동위원회는 2023. 10. 4. '①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 또는 근로자파견관계가 인정되는데, 참가인이 원고를 참가인 소속 직영근로자들과 달리 처우할 필요성이 없는데도 원고에게 임금 및 성과급 등을 불리하게 지급한 것은 차별적 처우이므로, 참가인은 원고에게 차별적 처우로 인한 금전 배상금 10,092,169원을 지급하여야 하고, 반면 ② 선정자들은 참가인과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므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 제21조에 따른 차별시정 신청권자에 해당하지 않아 이들의 신청을 기각한다'라는 취지의 판정을 하였습니다(이하 ‘이 사건 초심판정’).
선정자들과 참가인은 모두 이 사건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피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고, 피고 중앙노동위원회는 2024. 3. 14. '①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는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인정될 뿐 근로자파견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에게 차별시정 신청의 신청인 적격이 인정되지 않고, ② 선정자들과 참가인 사이에는 근로자파견관계가 존재하여 차별시정 신청의 신청인 적격이 인정되기는 하나, 참가인의 임금규정에만 존재하는 '사무원'이 선정자들의 비교대상 근로자라고 볼 수는 없고, 그 밖에 참가인 소속 근로자들 중 선정자들과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한 근로자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초심판정 중 원고에 관한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초심 차별시정 신청을 기각하였으며, 선정자들의 재심신청 또한 기각하였습니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
이에 대해, 대상판결은 (ⅰ) 원고에 대하여, 참가인과 협력업체 사이의 도급계약은 위장도급에 해당하므로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묵시적 근로관계가 성립하였으므로, 원고가 파견근로자의 지위에는 있지 않으므로, 원고에게 파견법 제21조에 따른 차별시정 신청의 신청인 적격이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ⅱ) 선정자들에 대하여, 참가인과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지만 선정자들이 종래 참가인 사업장 내에서 ‘사무원’으로 근로한 사람들과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참가인의 '사무원'을 비교대상 근로자임으로 전제로 한 선정자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가. 원고에 관한 부분
(1)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묵시적 근로계약관계 인정 여부
① (관련 법리) 원고용주에게 고용되어 제3자의 사업장에서 제3자의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을 제3자의 근로자라고 하기 위해서는, 원고용주가 사업주로서의 독자성이 없거나 독립성을 결하여 제3자의 노무대행기관과 동일시할 수 있는 등 그 존재가 형식적·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사실상 당해 피고용인은 제3자와 종속적인 관계에 있으며 실질적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주체가 제3자이고 근로 제공의 상대방도 제3자이어서, 당해 피고용인과 제3자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등).
② (판단) 협력업체는 형식적으로 참가인과 매년 입찰을 거쳐 계약을 체결하고 그 계약의 이행을 위해 소속 근로자인 원고와 고용계약을 체결하고, 원고로 하여금 참가인의 광업소에서 도급받은 작업을 이행하게 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사업을 수행한 것과 같은 외관을 갖추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업무수행의 독자성이나 사업경영의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채 참가인의 사업부서나 노무대행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였을 뿐이다. 오히려 참가인은 종속적인 관계에 있는 원고로부터 근로를 제공받았고 원고에 대한 임금의 지급을 실질적으로 책임지고 있었다. 따라서 참가인과 협력업체 사이의 입찰을 통한 도급계약은 '위장도급'에 해당하여,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는 참가인이 직접 원고를 채용한 것과 같은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2) 묵시적 근로계약관계에 있는 원고의 차별시정을 위한 구제신청 가능 여부
① (관련 법리) 사용사업주와 '묵시적 근로계약관계'에 있다는 것은 사실상 피고용인이 원고용주가 아닌 외관상 사용사업주와 종속적인 관계에 있고, 실질적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자도 사용사업주이며, 근로제공의 상대방도 사업사용주인 경우 등을 의미한다(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5다75088 판결, 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등).
한편 파견법 제2조 제5호 '파견근로자', 같은 조 제1호 '근로자파견'의 정의에 비추어 볼 때, 파견법에 정한 파견근로자는 파견사업주 또는 원고용주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그와 고용관계를 유지할 뿐 사용사업주와 직접적으로 근로계약관계를 맺는 것은 아니고, 단지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 사이의 근로자파견계약에 따라 사용사업주에게 노무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피고용인이 제3의 사용자와 묵시적 근로계약관계에 있는 경우 피고용인을 파견근로자로 제3의 사용자를 사용사업주로 하는 파견근로관계는 성립할 여지가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② (판단) 원고가 참가인과 묵시적 근로계약관계에 있으므로, 원고를 파견근로자로 참가인을 사용사업주로 하는 파견근로관계는 성립할 여지가 없다. 그런데, 파견법 제21조 제1항, 제2항은 차별적 처우의 시정 신청권자를 파견근로자로 한정하고 있으므로, 참가인에 대해 파견근로자의 지위에 있지 아니한 원고는 파견법상의 차별시정 신청인의 적격이 없다.
나. 선정자들에 대한 부분
① (관련 법리) 파견법 제21조 제1항의 ‘비교대상 근로자’로 선정된 근로자의 업무가 파견근로자의 업무와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해당하는지는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 등에 명시된 업무 내용이 아니라 비교대상 근로자가 실제 수행하여 온 업무를 기준으로 판단하되, 이들이 수행하는 업무가 서로 완전히 일치하지 않고 업무의 범위 또는 책임과 권한 등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주된 업무의 내용에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이들은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16. 12. 1. 선고 2014두43288 판결 등).
한편 파견근로자가 차별적 처우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경우 비교대상 근로자의 존재는 원고(즉, 파견근로자)가 주장, 증명하여야 하고(대법원 2024. 3. 12. 선고 2019다223327 판결), 만약 비교대상 근로자의 존재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불리한 처우에 대한 합리적 이유가 인정되는지에 관하여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차별적 처우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6다255941 전원합의체 판결).
② (판단) 선정자들은 참가인의 직원임금규정 및 직제규정 시행세칙상 '사무원'을 비교대상 근로자로 주장하나, 위 '사무원'이 실제 수행하여 온 주된 업무가 무엇인지, 위 '사무원' 외에 실제로 참가인의 근로자들 중 선정자들이 수행하였던 사환 업무와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한 근로자가 존재하였는지 등에 관하여 아무런 주장·증명이 없는 이상, 선정자들이 참가인의 사업장 내 '사무원'으로 근로한 자들과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였음을 인정할 수 없다.
오히려 선정자들은 광업소 건물 내·외부에서 일상청소 및 정기청소를 주로 하였고, 가끔 부서에서 생산된 문서를 타 소속 담당자에게 전달하거나 문서함에 투입하는 단순 전달업무 또는 대·내외 손님 방문시 차 또는 음료를 제공하는 일을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참가인의 직원임금규정 및 직제규정상 '사무원'은 문서 작성, 각종 통계자료, 기안 등 행정사무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능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로서, 일반행정 보조 및 사무업무를 주로 담당하도록 되어 있는바, 위 '사무원'이 선정자들과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한 비교대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3. 의의 및 시사점
도급계약의 '불법파견'이 문제되는 사안에서는 도급업체와 수급업체 근로자 사이의 근로자파견관계의 존재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도급업체가 해당 근로자들의 실질적인 사용자에 해당한다는 소위 ‘위장도급(묵시적 근로관계 유무)’도 함께 문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묵시적 근로계약관계에 관한 법리(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5다75088 판결)와 파견법 제6조의2에 따른 고용의무는, 결과적으로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고용관계를 성립시키는 효과를 가진다는 점에서는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묵시적 근로계약관계에서는 고용관계와 지휘명령관계가 동일한 사용자에게 귀속되는 반면, 근로자파견관계에서는 고용관계는 파견사업주에게, 지휘명령관계는 사용사업주에게 각 귀속된다는 점에서 구조적인 차이가 분명히 존재합니다[서울고등법원 2013. 3. 13 선고 2012나59376 판결(확정)]. 대법원 역시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존재한다고 보아야 할 이 사건에서 파견법상 근로자파견계약이 성립되었음을 전제로 파견법 제6조 제3항의 고용의제규정이 적용된 결과로서 비로소 그와 같은 고용관계가 성립된 것이라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근로자파견관계와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를 구분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3. 9. 23. 선고 2003두3420 판결).
대상판결은 위 차이를 전제로, 사용사업주와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간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인정될 경우에 해당 근로자는 파견근로자의 지위를 전제로 한 파견법상 차별시정의 신청인 적격을 가질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나아가 대상판결은 파견근로자가 차별적 처우를 받았다고 주장할 경우 비교대상 근로자의 존재에 관한 주장·증명책임이 파견근로자에게 있다는 대법원의 기존 태도를 재확인하였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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