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직원이 탕비실에서 여성 직원에게 접근하거나 말을 건 행위, 남성 직원들 사이에서 여성 직원들의 외모에 대해 말한 행위 등은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사례
2025.05.28.
노동팀 뉴스레터 제12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서울행정법원 2025. 3. 21. 선고 2024구합55365 판결]
1. 사안의 개요
원고는 2014년 세무서기보로 임용되어 2022년경부터 2023년경까지 사이에 A 지방국세청의 세무서에서 근무하는 도중 성희롱 및 2차 가해행위를 이유로 2023. 10. 11. 파면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을 받은 공무원입니다.
원고는, 이 사건 처분이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않고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다고 주장하면서, 피고 A 국세청장을 상대로는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피고 대한민국을 상대로는 미지급 보수 상당액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우선, 대상판결은 원고의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미지급 보수 청구의 소 부분이 장래이행의 소의 소송요건인 ‘미리 청구할 필요’ 요건을 흠결하여 부적법하다고 보아 각하하였습니다. 대상판결은 ‘미리 청구할 필요가 있는 경우’란 조건 미성취의 청구권에 있어서는 채무자가 미리부터 채무의 존재를 다투기 때문에 이행기가 도래되거나 조건이 성취되었을 때에 임의의 이행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를 말하는데(대법원 2004. 9. 3. 선고 2002다37405 판결 참조),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이 확정되면 공무원보수규정 제30조 제1항에 따라 피고 대한민국이 미지급 보수를 지급하여야 하므로, 이 사건은 조건이 성취되었을 때에 임의의 이행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음으로, 대상판결은 원고의 A 국세청장에 대한 청구와 관련하여,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하는 징계사유 대부분은 피해자 및 목격자의 일관되고 구체적인 진술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으므로 사실로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대상판결은 원고가 “사랑의 속삭임”, “감미로운 목소리” 등을 언급하거나, “신규 직원은 파릇파릇하다”고 한 발언, “털이 참 가지런하네요”, “홍조가 있어 어려 보인다”라고 한 발언은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반면, 대상판결은 아래와 같은 행위들에 대해서는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① (얼굴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와 속삭이듯 대화하는 행동) (i) 원고가 적극적으로 신체적 접촉을 시도하였다거나 신체적 접촉이 불가피하게 할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대화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ii) 남성 동료 직원들은 '원고는 남녀 직원을 불문하고 습관적으로 갑자기 다가와서 얼굴을 들이밀고 바싹 붙어서 대화한다'고 진술하고 원고가 호감이 있는 여성 직원들에게 대화를 자주 시도하였던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가 여성 직원들과만 가까운 거리에서 대화하는 것이라 단정하기는 부족한 점, (iii) 가까운 거리에서 대화하거나 어려운 업무가 있으면 알려주고 도와주겠다는 말을 반복하는 경우 상대방이 다소 불편함을 느낄 수는 있으나 그것만으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고 보기는 지나친 점을 고려하면, 위 행동은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
② (남성 직원들만 있는 자리에서, 부서 여성 직원들의 외모와 관련하여 “나는 우리 과 여직원들이 다 마음에 든다”, “C가 에이스다, 늘씬하고 머리도 좋다, 모델 같다”, “키 크고 예쁜 여직원이 성격도 좋다”, “저희 서에 이쁜 여직원들이 많다” 등의 발언을 한 행위) 위 발언들은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언어적 행위에 해당하지만, (i) 이러한 발언을 들은 다른 남성 직원들은 원고가 여자에 관심이 많고 동료 여성 직원들을 여자로만 본다고 생각하기는 하였으나, 원고의 발언으로 인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다고 보이지는 않는 점, (ii) 해당 발언들이 외모 평가 대상이 된 여성 직원에게 전달되었다고 볼 자료도 없는 점을 고려하면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
③ (문자 등을 통해 여성 직원에게 식사 및 커피를 제안한 행위, 카카오톡 메시지로 여성 직원에게 기프티콘을 보낸 행위, 여성 직원에게 출장을 함께 나가자고 제안한 행위, 여성 직원의 주변을 얼쩡거리며 주시하고 관찰한 행위) 위 행위들은 (i) 원고가 이성으로서 관심을 가진 여성 직원들에게 대화를 시도하여 만남을 제안하거나 호의를 표시한 것으로서, 그 내용이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성적 언동이라 보기 어렵고, 그 방식이 사회통념상 허용되지 않을 정도로 부적절하다고 할 수도 없는 점, (ii) 여성 직원들이 거부 의사를 밝히자 그 이후에는 원고가 접근하지 않은 등 원고가 오랜 기간 반복적·강압적으로 위와 같은 행위를 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
④ (종이컵에 든 떡을 흔들어 보여주며 “혀 같지 않아요?”라고 발언한 행위) 위 행위는, (i) 발언 대상 직원이 원고와 비교적 원만하게 지내 온 것으로 보이는 점, (ii) 위 직원이 원고의 해당 행동에 대하여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진술한 점, (iii) 원고가 평소에도 성적 행위를 비유하는 발언을 한다거나 이와 유사한 성적 언동을 반복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워 해당 발언을 성적인 의미로 단정할 수 없고, 단순히 농담이라고 볼 여지도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
⑤ (좁은 탕비실로 여성 직원을 따라가서 가까이 접근한 행위) 위 행위에 대하여 여성 직원들이 깜짝 놀랐다거나 그 상황이 불쾌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원고를 피해 탕비실에 갔다고 진술하기도 하였으나, (i) 원고가 탕비실에서 여성 직원들에게 적극적으로 신체적 접촉을 시도하였다거나 신체적 접촉이 불가피한 상황을 만들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ii) 원고가 어떠한 성적인 의도를 가지고 탕비실에 따라 갔다고 단정하기는 부족한 점, (iii) 단지 탕비실에 몇 차례 따라갔다거나 근처에 서 있었거나 말을 걸었다는 이유만으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점을 고려하면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아가, 대상판결은, ① 원고가 국민신문고에 수 건의 민원을 제기하면서, 이 민원 내용에 피해자들의 소속 및 실명을 명시하고 이들에 대해 무고죄 및 직장 내 괴롭힘 등의 처벌을 바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첨부한 행위는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로서 징계사유에 해당하며, ② 원고가 다른 직원들에게 고압적인 태도로 발언하고 고함을 지른 행위, 상급자·동료 직원들에 대한 허위·과장된 내용을 제보한 행위, 구내식당 사장에게 ‘시끄럽다’고 소리지르거나, 고압적으로 행동하고 구내식당 사장을 수시로 감시한 행위도 모두 징계사유로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대상판결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파면에 해당하는 이 사건 처분은 비례원칙을 위반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①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의 징계사유 중에는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 사실들이 일부 포함되어 있으므로, 원고에 대한 징계양정을 다시 할 필요가 있다.
② 구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상 징계기준에 따르면, (i) 원고가 동료 여성 직원들에게 한 성희롱행위는 그 내용이나 행위태양에 비추어 비위 정도가 심하다고 할 수는 없고 고의나 중과실이 있다고 하기도 어려우므로 원고의 행위를 경과실로 보았을 때 위 징계기준에 따르면 ‘감봉-견책’에 해당하고, (ii) 원고가 피해자들을 형사고소하면서 국민신문고에 수차례 제보한 행위는 비위의 정도가 약하다고 볼 수는 없으나, 일부 행위의 성희롱 여부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 등에 비추어 경과실인 경우로 평가함이 상당하므로 위 징계기준에 따르면 ‘강등-정직’에 해당하며, (iii) 다른 직원에게 고함을 지르는 등의 나머지 행위는 그 비위의 정도가 약하고 중과실인 경우로서 위 징계기준에 따르면 ‘감봉’에 해당한다.
③ 구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에 따르면, 서로 관련 없는 둘 이상의 비위가 경합될 경우 그 중 책임이 무거운 비위에 해당하는 징계보다 1단계 위의 징계로 의결할 수 있고, 징계처분을 받은 사람에 대하여 승진임용 제한기간 중에 발생한 비위로 다시 징계의결이 요구된 경우 그 비위에 해당하는 징계보다 2단계 위의 징계로, 승진임용 제한기간이 끝난 후부터 1년 이내에 발생한 비위로 징계의결이 요구된 경우에는 1단계 위의 징계로 의결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④ 이 사건 각 징계사유는 비위행위의 상대방과 내용 및 횟수, 비위행위 전후 상황과 원고의 반성 여부 등을 고려하면, 그 비위의 정도와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
다만, (i) 파면처분은 공무원 신분을 박탈하고 공무원연금 수급권을 제한하는 가장 무거운 징계처분이므로 공무원연금 수급권을 제한함이 타당할 정도로 심각한 비위행위에 해당하여야 하는 점, (ii) ‘성희롱’ 징계사유의 경우 피해자가 다수이기는 하나, 신체적 접촉이나 노골적인 성적 표현 등 심각한 수준의 비위에 해당하지 않고,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하거나 강압적인 방식으로 비위행위를 한 것이라 보기 어려운 점, (iii) 원고는 2014년 세무공무원으로 입직한 후 이 사건이 있기까지 유사한 문제로 징계를 받은 사실이 없는 점, (iv) 구 징계규칙이 마련한 징계양정기준 등에 따르면 파면처분이 가능하다고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를 곧바로 파면하는 것은 원고의 각 비위행위에 비하여 균형을 잃은 과중한 처분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3. 의의 및 시사점
최근 성인지 감수성의 중요성이 사회 전반에 걸쳐 크게 부각되고 있고, 이와 연관하여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경각심 또한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동료 직원들 간의 이성적 호감이나 친밀감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언행이 과연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는 사례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업무환경 내 사적인 감정 표현이 직장 내 성희롱의 기준과 충돌하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으며, 직장 내 성회롱괴롭힘에 대한 명확한 판단 기준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대상판결은 제3자 입장에서 다소 부적절해 보이거나 피해자로 하여금 불쾌감을 느끼게 하는 경우라도,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해당 언행이 실제로 성적 의미를 내포한 것인지 나아가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는지를 면밀히 따져 징계사유의 비위성 유무를 판단한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특히 대상판결은 행위의 반복성 및 강압성, 당사자 사이의 평소 관계, 당시 구체적인 정황 등을 고려하여 이성적 관심 표현의 비위성을 판단하였는바, 이는 직장 내 이성 간 상호작용과 성희롱 판단 사이의 모호한 경계 지점이 문제되는 사안에서 참고할 만한 선례입니다.
대상판결은 피고 A 국세청장이 항소하여 현재 항소심 계속 중입니다(서울고등법원 2025누65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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