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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시스템을 활용한 안전보건 관리 방안과 유의 사항

2025.05.28.

노동팀 뉴스레터 제12호 (03) 노동칼럼


1. 들어가며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로 형사 처벌 사례가 계속 쌓이고 있으며, 효과적인 중대재해처벌법 이행 방안을 구축하기 위한 기업들의 고민은 깊어져 가고 있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 쟁점은 사고 발생 시 '경영책임자에게 과연 그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 여부인데, 이는 곧 경영책임자가 법에서 요구하는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를 따지는 과정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이 문제는 단순히 의무를 이행했는지 안 했는지의 문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행했다면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하라는 문제로 넘어간다. 사고 발생 후 수사기관이 요구하는 것은 실제 이행 여부를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평소에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성실히 이행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사후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로 현출해 두지 않았다면, 막상 수사 과정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을 이행했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되지 못해 결국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따라서 '안전보건 관련 서류 및 자료의 체계적인 관리'는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은 ▲유해·위험 요인 확인 개선 ▲안전보건관리 책임자 등에 대한 평가·관리 ▲종사자 의견 청취 ▲비상 대응 매뉴얼 조치 ▲협력업체 평가 ▲안전보건 관계 법령 및 교육 이행 의무에 대해 반기 1회 이상 정기 점검을 하도록 정하고 있으므로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이행 상황을 확인·점검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증빙 자료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 지점에서 전산시스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전산시스템을 활용하면 자료가 누락되거나 훼손될 위험이 줄어들고, 평소에도 방대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저장하고 관리하고 있다가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수사 과정에서 착실히 증빙자료를 제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산시스템은 본사와 현장의 안전조직이 오프라인으로 서류를 주고받는 번거로움을 없애고 실시간 소통을 가능하게 해 업무의 효율성도 높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전산시스템이 항상 긍정적인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산시스템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법률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협력업체 직원에 대한 불법파견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 이에 이번 기고에서는 전산시스템을 통해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한층 효과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방안을 살펴보고, 전산시스템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불법파견 이슈를 방지하기 위해 유의할 점을 고민해 보고자 한다. 


2. 전산시스템을 통한 안전보건 관리 방안


기업이 안전관리체계에 전산시스템을 도입하는 경우, 크게 ①각 현장으로 안전 관련 사항을 손쉽게 전파할 수 있고, ②수시로 각 현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이행 상황을 점검할 수 있으며, ③중대재해처벌법 이행 자료를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해 분실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을 기대해 볼 수 있다. 


(① 측면) 이를 위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고민해 보면 기업은 전산시스템을 통해 안전보건관계 법령·제도의 변경 사항, 정부 지침, 유사 업종 또는 타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 사례 등을 각 현장에 지속적으로 전파함으로써, 현장이  필요한 정보를 제때 받아볼 수 있게 해 전사적인 안전관리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이러한 전파 과정이 시스템에 자동으로 기록된다. 이는 평소에 기업이 안전관리를 위해 노력한 사정을 증빙할 수 있는 자료로 활용할 수도 있다.


(② 측면) 다음으로 전산시스템은 각 현장에서 안전 조치가 누락되는 일이 없도록 방지하는 데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가령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가장 많이 문제되는 '유해·위험 요인 확인 및 개선 의무(시행령 제4조 3호)'의 경우, 전산시스템에 각 현장별로 위험성 평가를 실시한 후 그 결과를 시스템에 등록하는 기간 및 담당자, 위험성 평가에서 도출된 개선조치를 실시하는 기간 및 담당자 등을 설정하고 자동으로 담당자에게 일정 알림을 보내도록 설계한다면, 현장에서 해당 의무를 누락하는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고위험군 작업에서 요구되는 작업계획서·허가서 발부 시에도 종이 발부의 방식을 전산시스템으로 전환하면, '작업 허가 요청 → 위험 요인 확인 → 안전조치 이행 여부 확인 → 최종 승인'까지 모든 절차를 거쳐 작업 허가가 발부됐음을 자동적으로 시스템에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 특히 모바일 환경과 연계한다면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안전 점검 결과를 입력하고 사진 등 증빙자료도 함께 첨부할 수 있어 현장 안전관리에 대한 신뢰성과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③ 측면) 회사는 전산시스템에 등록된 중대재해처벌법 이행 자료를 데이터로 안전하게 저장·관리해 분실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 특히 저장된 자료는 필요 시 언제든 검색·열람할 수 있어 안전 업무를 수행할 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여기서 주의할 부분은 사후에 시스템에 저장된 자료를 임의로 수정·삭제하지 못하도록 방지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작성자나 다른 직원들이 임의로 시스템상에 등록된 자료를 수정·삭제할 수 있다면 사고 발생 후에 사고와 관련된 자들이 자신의 잘못을 숨기기 위해 사후적으로 자료 내용을 변경·삭제할 수 있고, 이는 중대재해처벌법 이행 자료 전반에 대한 신뢰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는 등록된 자료에 대한 수정·삭제가 필요한 경우 원본 자료는 그대로 유지한 채 수정 자료를 별도로 등록하도록 하거나, 본사 안전팀의 결재를 거치게 하는 등 자료의 신빙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 


3. 전산시스템 도입 시 유의 사항


중대재해처벌법은 회사의 근로자뿐 아니라 관계수급인의 직원들도 법상 보호 대상이 되는 '종사자'의 범위에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협력업체 안전관리에도 위와 같은 방식으로 전산시스템이 활용될 수 있다. 


다만 전산시스템은 도급사가 해당 시스템에 접속한 협력업체 작업자에게 업무 요청을 하거나 협력업체 작업자가 업무 결과를 시스템에 입력하는 등으로 원·하청 근로자들 사이에서 직접적으로 업무 연락이 오고 갈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는 원청의 하청 근로자에 대한 직접적인 업무 지시 등으로 해석돼 불법파견 문제로 번질 수 있다. 법원도 생산관리시스템(MES) 등 전산시스템을 통한 도급인의 협력업체 근로자에 대한 업무상 상당한 지휘·명령을 인정하고 있으며, 이를 핵심 요소로 불법파견을 인정한 대법원 판례 이후 전산시스템이 근로자에 대한 지휘·감독 장치라고 판단해 불법파견을 인정한 사례들이 점차 나오고 있다[대법원 2022. 7. 28. 선고 2021다221638 판결, 인천지방법원 2022. 12. 1. 선고 2016가합50814 등 판결(항소심 계속 중)].


이러한 불법파견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서는 아래 사항을 유의해 전산시스템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첫째, 전산시스템에 안전과 무관한 작업 내용·방법 등에 관한 항목이 반영돼 있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산업재해 예방 및 종사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수행한 안전보건조치는 원칙적으로 근로자파견의 징표로 보기 어려우나 도급인이 명목상으로는 안전보건 확보를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안전보건과 무관한 작업 내용·방법 등 수급인 근로자의 업무 수행에 관해 지시·감독하는 경우에는 근로자파견 징표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중대재해처벌법령 FAQ 46쪽). 법원도 원청이 협력업체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육이나 작업장 전체에 관한 안전관리를 한 사안에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도급사업주로서의 의무 이행에 해당해 불법파견의 징표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으나(대법원 2018. 12. 13. 선고 2016다240406 판결), 안전관리지침과 함께 작업 내용에 관한 제조공정 기술 지침, 관리 표준 등을 제공한 사안에 대해서는 불법파견을 인정한 바 있다(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5다32095 판결). 따라서 전산시스템에 안전 항목을 설정해 둘 때는 꼭 협력업체 근로자의 작업 내용·행동 자체에 관한 지시와 관련이 있는지 검토하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 


둘째, 전산시스템 내에서 원청이 '업무 지시'로 해석될 수 있는 기능은 최소화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즉 원청이 하청 근로자에게 직접 작업을 요청할 수 있는 기능은 애초에 두지 않는 것이 좋다. 가령 전산시스템에서 자동적으로 발송되는 알림 대상에서 협력업체를 제외하고 협력업체의 현장대리인에게만 열람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현장대리인이 자발적으로 전산시스템 항목에 접근하는 방향으로 전산시스템을 운영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셋째, 협력업체 직원들이 전산시스템에 직접 입력하는 방식은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협력업체가 도급사의 요청 사항을 확인해 전산시스템에 관련 정보를 등록하는 방식으로 업무가 이루어질 경우, 협력업체 근로자가 도급사와 하나의 작업 단위를 이루어 업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평가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가능하면 협력업체가 직접 전산시스템에 관련 정보를 입력하는 방식이 아니라, 협력업체 현장대리인이 도급사가 필요한 데이터를 별도의 방식으로 전달하면 도급사 직원이 이를 확인해 전산시스템에 등록하는 방법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이 안전하다.


4. 마치며


전산시스템은 전사 안전관리의 충실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으나, 동시에 그 활용 방식에 따라 불법파견이라는 또 다른 위험을 키울 수 있다. 안전관리업무를 위해 전산시스템을 도입했거나 계획 중인 기업으로서는 위 점들을 유의해 긍정적인 효과만을 가져오는 선순환 구조로 전산시스템을 운영하고, 이를 통해 산업재해 예방이라는 실질적 안전관리 목표가 달성되기를 기대한다.


※ 본 칼럼은 이유상 변호사가 월간노동법률 2025년 4월호에 기고한 내용을 편집한 것입니다. https://www.worklaw.co.kr/main2022/view/view.asp?bi_pidx=37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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