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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롭힘·성희롱 피해자 보호의무와 사용자의 인사재량권

2025.05.28.

노동팀 뉴스레터 제12호 (03) 노동칼럼


1. 들어가며


근로기준법 및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은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조사 과정에서 피해 근로자 또는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근로자(이하 '피해 근로자 등')를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규정을 두고 있다. 


두 법의 규정은 대동소이하나, 전개되는 상황마다 보호 대상과 의무의 내용이 조금씩 다르므로 이를 알아보기 쉽게 <표>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그런데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에 관한 사안들이 누적되면서, 실무상으로는 피해 근로자의 요청이 무리한 것이라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거나 피해 근로자 등에 대해 일견 불리해 보일 수 있는 인사조치를 취해야 하는 등의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사용자로서는 혹여라도 회사의 조치가 법 위반이 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질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이에 이번 글에서는 지난해 선고된 판결 가운데 이 점과 관련해 참고할 만한 사례 두 개를 소개하고자 한다.


2. 성희롱 피해자의 유급휴가 요청을 거부한 것이 보호조치 불이행이 아니라고 본 사례:서울행정법원 2024. 10. 11. 선고 2023구합85741 판결(항소심 계속 중)


(1) 사실관계의 요지


참가인은 원고 회사의 직원이다. 참가인은 2022. 12. 원고 회사의 계열사 윤리경영팀에 원고 임직원들로부터 지속·반복적인 성희롱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를 했다. 조사 결과 참가인의 신고 내용은 일부 사실로 드러나, 일부 직원들에 대해 징계 처분이 이루어졌다.


한편 참가인은 신고 이후 원고에게 유급휴가를 요청했고, 원고는 약 1.5개월의 유급휴가(급여 전액 지급)를 승인했다. 그런데 참가인은 유급휴가 종료를 앞두고 가해자 등을 참가인과 같은 부서로 배치한 인사발령에 항의하면서, 인사발령을 철회하고 참가인이 원고의 조사 결과에 불복해 제기한 고용노동청 진정 결과가 나올 때까지 추가로 유급휴가를 부여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유급휴가 요구가 거부되자 참가인은 진단서를 제출하며 상병휴직을 신청했고, 이후 약 6개월의 상병휴직(급여 반액 지급)을 사용했다.


그 과정에서 참가인은 2023. 4. 5. 원고가 피해 근로자 보호조치를 적절하게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울산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신청했다.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참가인의 신청을 기각했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참가인의 재심신청을 인용했고, 이에 불복해 원고 회사가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2) 법원의 판단


서울행정법원은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4항이 문언상 '근무장소의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을 '적절한 조치'의 예시로 두고 있는 점, ▲사용자의 보호의무는 근로자가 근로환경의 악화로 인해 건강 등을 해하지 않도록 적절한 작업환경을 제공한다는 근로계약상 부수의무에 해당하고, 그 부수의무의 이행에 있어서는 사용자가 보호조치를 선택할 때 어느 정도 재량권을 가진다고 봄이 타당한 점 등을 근거로, "피해 근로자가 특정한 보호조치를 요청하더라도 사업주는 업무상 필요성과 피해 근로자의 피해 내용, 건강 상태, 필요한 치료기간 등을 고려해 그 보호조치의 내용이나 기간을 정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나아가 법원은 "유급휴가 명령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밀접한 장소에서 근무하는 경우 피해 근로자 보호를 위하여 근로자의 업무를 중단하면서도 급여를 지급하는 분리조치의 일환으로 인정되는 것이므로, 여타의 조치에 의하여도 피해 근로자에 대한 보호가 달성될 수 있다면 사용자가 유급휴가를 선택하지 않았다고 하여 그와 같은 사용자의 조치가 부적절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시했다.


법원은 위 법리에 기초해 참가인에게 유급휴가 1.5개월 및 상병휴직 6개월, 무급상병휴직 3개월 등을 승인해 준 원고 회사의 조치를 '피해 근로자의 보호를 위한 적절한 조치'로 볼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3) 시사점


법원은 오래전부터 사용자에게 근로자에 대한 인격권 보호의무(대법원 1996. 4. 23. 선고 95다6823 판결), 쾌적한 근로환경 제공의무(대법원 1998. 2. 10. 선고 95다39533 판결) 등이 있음을 강조해 왔다. 특히 최근에는 직장 내 성희롱 사안에서 가해자 면담 시 가해자가 피해자의 주장을 부인했음에도 회사가 피해자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피해자로 하여금 가해자를 사직 처리하는 데 동의하도록 한 사안에서, "피해자로서는 가해자 진술의 구체적 양상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전달받고 가해자를 형사고소할지 여부 등 자신의 대응 방안을 정리할 기회를 얻을 수 있어야 할 것인데, 회사가 이러한 피해자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았다"고 함으로써 의견청취의무 위반을 인정한 사례도 있다(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3다276823 판결). 이러한 일련의 경향은 모두 괴롭힘·성희롱 피해 근로자의 의견이 갖는 무게감과 중요성을 잘 보여 준다.


다만, 근로기준법(제76조의3 제4항)과 남녀고용평등법(제14조 제5항)은 괴롭힘·성희롱 발생 사실 확인 시 피해 근로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근무장소의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즉, 여기서의 '유급휴가 명령'은 사용자가 취해야 할 적절한 조치의 '예시'인 것이지, 피해 근로자가 유급휴가 등 조치를 특정해 요청했다고 해서 사용자가 반드시 거기에 구속돼야 한다고 볼 근거는 없다. 결국 사용자가 취한 조치의 적절성은 법원이나 노동위원회가 판단할 몫이다. 대상판결은 이 점을 확인하면서 사용자의 재량권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3.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근로자에 대한 전보조치가 정당한 인사권 행사로서 적법하다고 본 사례:서울고등법원 2024. 12. 5. 선고 2024누35394 판결(상고심 계속 중)


(1) 사실관계의 요지


원고 회사 웹개발팀 팀장은 2021. 9. 팀원인 참가인이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언을 반복적으로 게시했다며, 참가인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자 참가인은 2021. 10. 29. 원고에게 E 팀장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고, 원고 회사는 2021. 11. 1. 참가인에게 재택근무를 지시했다.


한편 원고 노사협의회는 2021. 11. 22. E 팀장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하지 않으며, 참가인에 대한 이동배치를 실시한다고 심의·의결했다. 이에 원고는 2021. 11. 24. 참가인과 E 팀장 간의 지속적 마찰로 업무 차질이 발생하고 참가인이 타 부서 이동을 거부하는 상황을 고려해, 참가인을 같은 부서 내의 타 팀으로 전보조치(이하 '이 사건 전보')했다. 


참가인은 2021. 12. 31. 이 사건 전보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참가인의 신청을 인용했고, 중앙노동위원회 및 1심 법원은 원고의 재심신청 및 청구를 거듭 기각했다. 한편 이 사건 전보 이후인 2023. 7. 19. 법원은 2023. 7. 19. 참가인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참가인에게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다.


(2) 법원의 판단


서울고등법원은 1심과 달리 ▲팀장과 참가인의 불화·대립으로 인해 업무 분위기가 저해됐고 웹개발팀 직원들이 상당한 불편을 겪는 등 조직 내 업무환경이 부정적으로 조성된 점, ▲직장 내 괴롭힘 조사 당시 웹개발팀 직원들이 참가인의 업무수행능력 및 태도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고 원고에게 참가인과 팀장의 분리를 요청하기도 한 점 등을 근거로, "참가인이 계속해서 웹개발팀에서 근무하는 것은 직장 내 질서유지, 근로자 간의 인화 등을 위해 적절하지 않다고 볼 수 있어 이 사건 전보는 직장 내 질서회복을 위한 원고의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로 이해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이 사건에서 참가인은 이 사건 전보가 직장 내 괴롭힘 신고에 따른 불이익에 해당하며, 자신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가 증명되기 이전에 이루어진 만큼 부당한 인사조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원고가 직장 내 괴롭힘 조사 결과와 팀장의 형사고소 경위, 기업 운영의 합리성과 효율성 등을 두루 고려해 이 사건 전보조치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원고가 참가인에 대하여만 전보조치를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전보가 업무상 필요한 범위를 벗어났다거나 참가인을 징계하기 위한 목적으로 행해진 조치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함으로써 참가인의 주장을 배척했다.


(3) 시사점


괴롭힘·성희롱 신고가 접수된 경우, 일반적으로는 피신고자에 대해서만 분리조치를 하거나 신고자의 자발적 의사에 따라 신고자를 분리조치하는 경우가 많다. 조사 기간 동안 피해 근로자 등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하는 것이 법문으로 금지돼 있으므로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할 것이나(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3항,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3항), 조사 결과 괴롭힘·성희롱이 성립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와 같은 규정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사담당자들은 신고자 및 피해 근로자 등에 대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가 금지되는 점(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6항,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6항)으로 인해, 괴롭힘·성희롱 사실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피해 근로자 등에 대한 인사조치를 어려워하거나, 나아가 이를 불가능한 것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 점에 대해서는 이미 확립된 대법원 판례가 있다. 대법원은 "사업주의 피해 근로자 등에 대한 조치가 직장 내 성희롱 피해나 그와 관련된 문제 제기와 무관하다면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2항(현행 제6항)을 위반한 것이 아니다. 또한 사업주의 조치가 직장 내 성희롱과 별도의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도 위 조항 위반으로 볼 수 없다"면서, 사업주의 조치가 피해 근로자 등에 대한 불리한 조치로서 위법한 것인지 여부는 ▲불리한 조치와 신고의 시기적 근접성, ▲불리한 조치를 한 경위와 과정, ▲사용자의 조치 사유가 기존부터 존재했던 것인지, ▲피해 근로자 등의 행위로 인한 타인의 권리나 이익 침해 정도와 불리한 조치로 피해 근로자 등이 입은 불이익 정도, ▲불리한 조치가 이례적이거나 차별적인지 여부, ▲불리한 조치에 대해 피해 근로자 등이 구제신청 등을 했을 때 그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6다202947 판결,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대해 같은 기준을 적용한 사례로는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11. 24. 선고 2021가합531057 판결 등).


위 법리에 따르면 대상판결과 같이 괴롭힘·성희롱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된 이후, 설령 괴롭힘·성희롱 사실이 확인된 경우라도 그와 무관하거나 별도의 정당한 사유에 의한 경우라면 여전히 인사조치의 정당성을 인정받을 가능성이 있다.


4. 나가며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피해를 입었거나 이를 알게 된 사람이 선뜻 그 사실을 회사에 신고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는 한때 우리 사회를 휩쓸었던 '2차 가해'라는 용어를 떠올려 보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때문에 우리 법은 기간과 대상을 세분화해, 단계별로 신고자나 피해 근로자 등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두텁게 마련해 두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괴롭힘·성희롱 피해를 계기로 사용자가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를 하거나, 심지어는 불리한 처우를 회피할 목적에서 관련 규정을 악용하면서 허위·과장신고를 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발견되고 있다. 


인사담당자는 물론, 관련 법령을 다루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신고자와 피해 근로자 등을 보호하는 법의 기본 취지를 최대한 존중하면서도 사용자가 행사할 수 있는 인사재량권이 부당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늘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 본 칼럼은 송연창 변호사가 월간노동법률 2025년 4월호에 기고한 내용을 편집한 것입니다. https://www.worklaw.co.kr/main2022/view/view.asp?bi_pidx=37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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