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위행위 가담자들의 지위, 역할, 가담 정도 등을 고려하여 손해배상 책임 비율을 달리 산정하여야 한다고 본 사례
2025.03.27.
노동팀 뉴스레터 제10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부산고등법원 2025. 2. 13. 선고 2023나40 판결]
1. 사안의 개요
원고 회사는 자동차 제조업을 영위하는 회사입니다. 원고 회사의 사내 협력업체에 소속된 근로자들로 구성된 A 노동조합의 비정규직지회는 2010. 11. 15.부터 2010. 12. 9.까지 25일에 걸쳐 원고 회사 공장의 생산라인을 점거하여 생산을 중단시켰습니다(이하 ‘이 사건 쟁의행위’).
이에 원고 회사는 위법한 이 사건 쟁의행위로 인해 조업이 중단됨으로써 고정비용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쟁의행위에 가담한 피고들(A, B, C, D)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대상판결은 상고심(대법원 2023. 6. 15. 선고 2017다46274 판결)에서 파기환송된 항소심의 판결입니다.
가. 환송 전 항소심의 판단
환송 전 항소심은 이 사건 쟁의행위가 위법하다고 판단하여, 피고들이 공동하여 이 사건 쟁의행위로 인한 중단된 조업 기간에 대한 고정비 상당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만, 원고 회사가 단체교섭을 거부하는 태도를 일관한 점 등을 이유로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을 50%로 제한하였습니다(부산고등법원 2017. 8. 24. 선고 2013나9475 판결).
나.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개별 조합원 등에 대한 책임제한의 정도는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현실적인 임금 수준과 손해배상 청구금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법리를 제시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원심판결이 피고들이 이 사건 쟁의행위를 결정 · 주도한 비정규직지회와 동일한 책임을 부담한다는 전제에서 피고들의 책임을 50%로 제한한 것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보아, 환송 전 항소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대법원 2023. 6. 15. 선고 2017다46274 판결).
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노동조합이라는 단체에 의하여 결정 · 주도되고 조합원의 행위가 노동조합에 의하여 집단적으로 결합하여 실행되는 쟁의행위의 성격에 비추어 볼 때, 단체인 노동조합이 쟁의행위에 따른 책임의 원칙적인 귀속주체가 된다
②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의 지시에 불응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고, 급박한 쟁의행위 상황에서 조합원에게 쟁의행위의 정당성 여부를 일일이 판단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근로자의 단결권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③ 노동조합의 의사결정이나 실행행위에 관여한 정도 등은 조합원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위법한 쟁위행위를 결정 · 주도한 노동조합과 개별 조합원 등의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를 동일하게 보는 것은 헌법상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손해의 공평, 타당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도 어긋난다.
다. 대상판결(파기환송심)의 판단
대상판결은 대법원 2017다46274 판결에서 제시한 개별 조합원들의 손해배상 책임 제한 법리에 따라, 아래와 같이 피고 A, B, C는 15%로, 피고 D는 5%로 각자의 책임을 제한하였습니다.
① 선행 대법원 판결에 따라 원고 회사와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 사이에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에 있는 것으로 간주됨으로써, 그 근로자들을 조합원으로 한 사내하청노조가 원고 회사와의 단체교섭 주체로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럼에도 원고 회사는 사내하청노조의 단체교섭요구에 응하지 않았는바, 이와 같은 상황이 이 사건 쟁의행위의 시발점이 된 것으로 보인다.
② 이 사건 쟁의행위가 없었더라도, 공장가동 중 기계고장 등으로 인해 공장가동이 중단되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도 어렵다.
③ 피고 B와 피고 C는 원고 회사의 사내하청업체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아니어서 이 사건 쟁의행위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었음에도, 불법점거 현장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하였다.
특히, 피고 B는 원고 회사측 관리자들과 대치하며 소화기를 방사하는 등 관리자들이 라인에 접근하는 것을 저지하고 관리자들과 대치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사내하청노조 조합원들을 엄호하며 관리자들을 폭행하려고 하였으며, 피고 C는 불법점거 기간 중 매일 점거현장에서 개최되는 집회의 사회를 보면서 금속노조의 회의결정사항을 알려주는 등으로 불법점거를 독려하였다.
④ 피고 A는 면책 내지 책임제한을 주장하나, (ⅰ) 피고 A로 인해 자동차 문짝을 탈부착하는 생산라인에 대한 불법점거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점, (ⅱ) 사내하청노조는 원고 회사와의 대화를 통해 사태를 해결하고자 협상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으나 피고 A가 이에 반대하여 강경투쟁을 주장하였고, 이로 인해 다시 총파업을 사수하기로 결정된 점, (ⅲ) 피고 A가 조합원토론집회에 참여하여 투쟁을 멈춰서는 안 된다고 선동하였던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쟁의행위에 대한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
⑤ 반면, 피고 D는 2010. 11. 22.이 되서야 원고 회사의 공장으로 들어가 자동차 문짝 탈부착 생산라인의 불법점거에 합류하였고, 사수대장 역할을 맡으며 원고 회사측 관리자들이 라인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였는데, 다른 피고들과 비교하여 이 사건 쟁의행위에 가담한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법원 2017다46274 판결은 불법 쟁의행위에 있어 부진정연대채무인 손해배상채책임의 예외를 인정함으로써, 사안의 특수성에 따라 각 조합원별로 책임제한의 정도를 개별적으로 평가하여야 한다는 새로운 법리를 제시하였으며, 대상판결은 위 대법원 판결의 법리에 따라, 쟁의행위 가담자들의 지위와 역할, 구체적인 행위등을 분석하여 개별적인 손해배상 책임 비율을 달리 산정하였습니다. 향후 쟁의행위 가담자들의 구체적인 손해배상 책임비율이 문제되는 사건에서 대상판결이 중요하게 참고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대상판결은 일주일 앞서 선고된 부산고등법원 2025. 2. 6. 선고 2023나26 판결과는 달리, 추가 생산 등으로 인해 고정비 상당의 손해 발생이 추정이 복멸될 수 있다는 법리가 적용되지 않았으나, 그 환송 전 상고심인 대법원 2017다46274 판결에서는 고정비 상당 손해의 추정과 그 추정의 복멸에 관한 법리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 점에 비추어 보면, 추가 생산에 따른 생산량 회복 등은 대상판결에서도 쟁점이 되기는 하였으나 심리가 진행됨에 따라 쟁점에서 제외되었거나, 그에 관한 자료나 손해발생의 추정을 뒤집을 만할 사정이 소송에서 현출되지 않아 고정비 상당 손해의 추정이 그대로 유지된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대상판결은 피고들의 상고로 상고심에 계류 중이므로(대법원 2025다210862호 사건), 이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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