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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인사발령이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한 ‘전적’에 해당하되, 설령 그 인사발령의 성격을 ‘전보’로 보더라도 이는 부당한 전보처분에 해당하여 위법하다고 본 사례

2025.03.27.

노동팀 뉴스레터 제10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대법원 2025. 1. 23. 선고 2024두57668 판결]


1. 사안의 개요


원고 회사는 해상여객운송 사업 및 휴양콘도 운영업 등을 하는 법인이고,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들은 원고 회사 소속 선원입니다.


참가인들은 원고 회사로부터 참가인들의 소속 법인을 A 회사로 변경하는 각 인사발령(이하 ‘이 사건 인사발령’)을 받았고, 이중 참가인 B는 원고로부터 ‘코로나 19로 인한 여객감소 및 미운항’을 이유로 휴업통지(이하 ‘이 사건 휴업’)도 받았습니다.


참가인들은 이 사건 인사발령과 이 사건 휴업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2021. 8. 23. 선원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였습니다.  


선원노동위원회는 2021. 10. 19. 이 사건 인사발령이 부당한 전적에 해당하고, 이 사건 휴업은 부당한 휴직이라고 판단하여 참가인들의 구제신청을 모두 인정하는 초심판정을 하였습니다.  이에 원고 회사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여 초심판정의 취소를 구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22. 1. 14. 초심판정을 유지하는 취지로 원고 회사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습니다.


이에 원고 회사는 이 사건 인사발령은 ‘전적’이 아닌 ‘전보’에 해당하고, 설령 전적으로 보더라도 전적에 대해 묵시적 또는 포괄적 동의가 있었거나 동의절차를 요하지 않는 관행이 형성되어 있었으므로 이 사건 인사발령 과정에서 참가인들이 명시적인 동의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위법하다고 볼 수 없으며, 이 사건 휴업도 업무상 필요성이 존재하는 등 정당한 조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위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제1심은 이 사건 인사발령은 ‘전적’에 해당하는데 참가인들이 전적에 대해 동의하였다거나 원고 회사에 근로자의 전적 동의가 요구되지 않는 관행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무효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 휴업 역시 정당한 이유가 없어 무효라고 판단하였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23. 8. 31. 선고 2022구합56371 판결).


원심은 제1심판결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설령 이 사건 인사발령의 성격이 ‘전보’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 정당성이 인정될 수 없다는 점을 추가로 판단하였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4. 9. 25. 선고 2023누59232 판결).  이에 대해 원고 회사는 상고를 하였으나, 대상판결은 이를 심리불속행 기각함으로써 원심판결의 결론을 그대로 확정하였습니다.   


제1심 및 원심에서 이 사건 인사발령의 성격(전적/전보)과 그 유효성에 대해 판단한 내용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이 사건 인사발령에 대한 판단(부당 전적에 해당)


(법리) 근로자를 그가 고용된 기업으로부터 다른 기업으로 적을 옮겨 다른 기업의 업무에 종사하게 하는 이른바 전적은 동일 기업 내의 인사이동인 전근이나 전보와 달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야 효력이 생긴다.  나아가 기업그룹 등과 같이 그 구성이나 활동 등에 있어서 어느 정도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사회적 또는 경제적 활동을 하는 일단의 법인체 사이의 전적에 있어서 그 법인체들 내에서 근로자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고 다른 법인체로 근로자를 전적시키는 관행이 있어서 그 관행이 근로계약의 내용을 이루고 있다고 인정하기 위하여는, 그와 같은 관행이 그 법인체들 내에서 일반적으로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규범적인 사실로서 명확히 승인되거나, 그 구성원이 일반적으로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아니한 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기업 내에서 사실상의 제도로서 확립되어 있지 않으면 아니 된다(대법원 2006. 1. 12. 선고 2005두9873 판결 등 참조). 한편, 사용자가 기업그룹 내의 전적에 관하여 근로자의 포괄적인 사전동의를 받는 경우에는 전적할 기업을 특정하고(복수기업이라도 좋다) 그 기업에서 종사하여야 할 업무에 관한 사항 등의 기본적인 근로조건을 명시하여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야 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1993. 1. 26. 선고 92다11695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인사발령의 성격) (ⅰ) 원고 회사와 A 회사는 각각 다른 주소지에 독립된 법인으로 설립되어 있고, 별개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법인세 및 각종 세금을 납부하였으며, 각기 정관 및 취업규칙을 갖추고 회계를 독자적으로 관리하였고,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근로소득세 원천징수, 고용보험 가입 등도 법인별로 별도로 이루어졌다.  (ⅱ) 그리고 원고 회사와 A 회사는 대표이사와 지배주주 구성이 일부 겹치는 부분이 있으나 동일한 것은 아니고, 자산도 각각 분리·독립되어 있으며 운항하는 선박과 항로, 직원 현황도 모두 다르다. (ⅲ) 또한 원고 회사는 참가인들과 사이에 작성한 근로계약서에 기재된 ‘전적’ 조항(근로자들의 동의를 얻도록 명시)을 근거로 이 사건 인사발령을 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인사발령은 ‘전적’에 해당한다.


(전적의 정당성) (ⅰ) 참가인들은 이 사건 인사발령에 대해 동의한 바 없다.  (ⅱ) 참가인들의 근로계약서는 전적에 앞서 해당 근로자의 동의를 얻도록 정하고 있고, 원고 회사에 근로자의 동의 없이 다른 법인체로 근로자를 전적시키는 관행이 명확히 승인되어 있다거나 사실상의 제도로서 확립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ⅲ) 앞서 본 참가인들의 근로계약서상 ‘전적’ 조항 제2항에 “근로자는 본 조 제1항의 절차 처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라는 내용이 있으나, 이는 "퇴사와 입사처리의 제반 절차"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므로, 이를 전적에 대한 포괄적인 사전 동의의 근거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 회사 소속 근로자들은 전적 동의 여부를 자유로운 의사로 결정할 수 있고, 원고 회사가 별개 회사로의 전적을 요구한 것에 대하여 근로자들이 따를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이상과 같이 참가인들이 전적에 대해 동의를 하였다거나 근로자의 전적 동의가 요구되지 않는 관행이 원고 회사에 있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이 사건 각 인사발령은 정당한 이유가 없어 그 효력이 없다.


(2) 이 사건 인사발령에 대한 가정적 판단(전보로 보더라도 부당한 전보에 해당)


(법리) 전보처분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는 당해 전보처분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보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교량하고, 근로자가 속하는 노동조합(노동조합이 없으면 근로자 본인)과의 협의 등 그 전보처분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 그리고 사용자가 전보처분을 할 때 요구되는 업무상의 필요란 인원 배치를 변경할 필요성이 있고 그 변경에 어떠한 근로자를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할 것인가 하는 인원선택의 합리성을 의미한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6두44162 판결).


(전보의 정당성) (ⅰ) 참가인들의 급여는 이 사건 인사발령으로 인하여 대폭 삭감되었다.  (ⅱ) A 회사는 이 사건 인사발령 전후로 코로나 19로 인한 휴업상태를 장기간 유지하였다.  (ⅲ) 원고 회사가 참가인들을 대신하여 신규 선원을 채용하여 참가인들이 근무하였던 장소에 발령하였는데, 이러한 인원 배치에 특별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  이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인사발령은 참가인들에게 상당한 생활상 불이익을 주었고, 원고와 참가인들 사이에 성실한 협의 절차를 준수하였음을 인정할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설령 이 사건 인사발령의 성격이 전보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부당한 전보처분에 해당하여 위법하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단계적으로 문제된 인사발령의 성격이 전적과 전보 중 어느 것에 해당하는지 → 전적에 해당할 경우 근로자의 동의 또는 동의를 요하지 않는 사내 관행이 있었는지 → 나아가 설령 전보에 해당하더라도 근로자의 불이익 정도가 과다한 것은 아닌지를 살펴봄으로써, 기업그룹 내에서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인사이동의 유효성을 판단하는 논리 구조를 명확히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특히 실무상 형식적으로 사용자의 법인격이 다른 여러 개의 기업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동일한 업무지휘권의 주체 아래 종적으로 계열화되어 운영되는 기업그룹의 경우, 인력 수급 등을 위해 계열회사 간에 인사이동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동일한 법인 내에서 이루어지는 ‘전직’이나 ‘전보’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는 이상 전보명령에 근로자의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법원은 근로자로 하여금 별개의 법인에서 근로를 제공하게 하는 ‘전적’의 경우, 원칙적으로 전출대상자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어느 정도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경제활동을 전개하는 기업그룹 내의 계열기업 사이의 전적에 있어서는, 미리 전적할 계열기업을 특정하고 그 기업에서 종사하여야 할 업무에 관한 사항 등의 기본적인 근로조건을 명시하여 사전동의를 얻은 경우나, 기업그룹 내에서 동의를 얻지 않고 다른 계열기업으로 전적시키는 관행이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별도의 동의가 없더라도 전적이 유효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96. 5. 10. 선고 95다42270 판결).


따라서 기업그룹 내 별개의 법인 간에 인사이동을 명하는 회사는, 근로자 입사 시에 구체적인 전적대상기업, 업무, 근로조건을 명시하여 포괄적 사전동의를 받아두거나, 전적 시 대상 근로자의 서면 동의를 얻어 인사발령을 하는 등으로, 사전에 인사발령의 유효성을 확보하는 절차를 거쳤는지 유의하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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