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힘 사건, 절차상 의무의 적정한 이행이 중요하다.
2025.03.27.
노동팀 뉴스레터 제10호 (03) 노동칼럼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주로 피해자 신고 접수 또는 기업의 자체 인지를 계기로 시작된다. 이를 '개시 단계'라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이후에는 유급휴가, 대기 발령, 분리 조치, 외부 조사 전문가 선정 등의 '준비 단계', 당사자 및 참고인 조사면담으로 이루어진 '사실확인 단계', 마지막으로 인사위원회 소집을 통한 징계 등 '실행 단계'가 이어진다.
최근 실무를 하면서, 또는 관련 판결을 살펴 보면 이 모든 단계에서 여러 논란이 발생하고 있고 정식 분쟁으로 발전하는 빈도도 늘어나고 있다. 전형적인 양상은 불리함을 느낀 피신고인이 처음부터 절차상 의무 위반을 일일이 거론해 논란을 일으키고 실제 징계를 받으면 방어권 침해를 부당징계 구제신청의 근거로 삼는 것이다. 드물지만 신고인이 기업 측을 상대로 절차 위반을 들어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정식 분쟁으로 이어지지 않아도 해결할 때까지 우여곡절을 겪고 절차 진행이 지연되는 소소한 논란은 훨씬 많이 발생한다.
이러한 현상은 2019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제도가 도입된 이래 근로기준법과 고용노동부 매뉴얼이 직장 내 괴롭힘 조사의 신속한 개시, 피해자 보호 조치, 신고인 의견 청취, 비밀 보호 등의 절차를 상세히 규정해 시행하면서 시작됐다. 전반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운영상 절차 준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진 것 역시 이러한 현상의 근원적 배경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더해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노동청 신고 사건을 기준으로 매년 10% 이상 폭증하고, 직장 내 괴롭힘 유형과 당사자 간 갈등의 양상이 다양하고 복잡해지면서 기업의 절차상 의무 준수에 대한 시비가 발생할 여지도 덩달아 커진 점도 있다.
직장 내 괴롭힘 제도 운영에서 절차상 문제제기는 그 원인이 계속 이어지거나(절차 강조의 제도적 기반), 더욱 강화·지속될 것이라고 예상되는 이상(절차 준수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 사건 수 증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다. 따라서 특히 기업을 자문하는 전문가는 개시부터 사후 대응까지의 전 단계에서 기업이 절차상 의무를 충실히 이행할 수 있게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아래에서는 실무상 자주 제기되는 몇 가지 절차상 문제를 골라 각 단계별로 살펴보고 적절한 대응 방안을 정리해 본다.
1. 개시 단계 : 익명 신고 등에 대해 예비조사를 지체 없이 실행한다
기업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하는 직장 내 괴롭힘 교육에서 자주 나오는 절차상 질문 중 하나는 "①익명으로 신고가 이루어지거나 ②사내 전자 게시판 등에서 막연한 루머가 떠돌아다닐 뿐 아직 정식 신고는 없는 상태에서 기업은 직장 내 괴롭힘 조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는지"다. 일반적으로 정리하면, 신고인이 특정되지 않거나 아직 조사를 본격 개시할 만한 정도의 사건 실질이 확인되지 않는 애매한 상황에서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가 문제라 할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한 구체적 해결책은 사안마다 다르겠지만, 기업의 올바르고 기본적인 접근법은 동일하다. 기업은 성과 없는 조사에 따른 시간, 비용 낭비나 공연한 분란에 관한 우려는 일단 덮어 두고, 터무니없는 익명 신고나 루머라는 게 명백하지 않다면 최종 인사 조치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하는 '본조사(本調査)를 준비하는 조사', 즉 예비조사(豫備調査)에 지체 없이 착수해야 한다.
우선 법적으로 기업은 신고를 접수한 경우 외에도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그 사실 확인을 위해 객관적으로 조사를 실시할 의무가 있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3 2항). 이는 제도의 취지상 당연한 규정이다. 직장 내 괴롭힘 제도는 개별 분쟁 해결(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대응)을 넘어 직장 내 괴롭힘 없는 건전한 기업 문화를 달성하려는 목적을 가진 제도이기 때문이다. 법 규정을 떠나서도, 기업은 지체 없는 조사와 대응을 통해 임원 등 기업 내 지위가 높은 가해자를 옹호해 사건을 덮었다거나 평소 건전한 기업 문화 달성을 강조한 것이 실은 위선이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있다. 결국 지체 없는 예비조사는 익명 신고 등이 있을 때 법 취지에 정확히 부합하는 대응이다.
예비조사의 구체적 방법은 본조사를 위해 필요한 단서가 무엇인지 등 사안의 사정에 따라 다를 것이다. 위 질의 사례라면 ▲이메일을 이용해 익명 신고자에게 회신 메일로 신원을 밝히지 않더라도 기한을 정해 조사를 개시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추가 정보를 제공해 줄 것을 요청하는 방법 ▲관련 부서나 팀의 적절한 구성원을 대상으로 개별 면담을 진행해 루머가 실체가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 등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은 이러한 예비조사의 개시를 포함한 전 과정과 조사 실행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은 향후 법상 정해진 신속한 조사 의무를 이행했는지가 문제될 때를 대비해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예비조사 결과, 당사자 대면 조사를 포함한 본조사에 필요한 단서가 확보됐다고 판단한 뒤에는 본조사를 결정하고 대기 발령, 분리 조치 등의 다음 준비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반대로 아직 단서가 충분하지 않다면 공식적으로 본조사 진행은 일시 보류하되, 주시 관찰, 신고를 위한 핫라인(Hot Line) 설치, 관련 부서를 대상으로 하는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을 위한 교육 등의 조치를 실행할 수 있다.
2. 준비 단계 : 유연하고 절충적인 피신고인 인사 조치를 찾는다
당사자 면담 실행 등을 염두에 두고 예비 작업을 하는 준비 단계에서는 피신고인 인사 조치에 관한 신고인의 요구가 있을 때 그 적정한 처리 방법에 관해 자주 논란이 생긴다.
신고인은 대체로 신고와 동시에 본인의 근무지 변경과 유급휴가를 요구하는데, 이에 더해 조사 종결 전이라도 신속하게 피신고인의 근무지를 변경하거나 피신고인을 보고 라인에서 배제해 달라거나, 아예 피신고인을 타 부서로 배치해 달라는 등 피신고인에 대한 인사 조치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앞의 신고인의 보호를 위한 요구의 대응에 관해서도 검토할 사항이 여럿 있지만, 피신고인에 대한 인사 조치 요구는 대응이 더 까다롭다. 당사자 간 이해가 상충하고, 자칫 분쟁으로 발전하기 쉽기 때문이다.
우선 신고인 요구를 그대로 따를 경우의 부작용을 살펴보자. 조사가 종결되지 않은 채 당장 직접 불이익을 받는 피신고인의 반발이 뻔히 예상되고(특히 피신고인이 신고 사실을 강력히 부인하는 경우), 당장 기업 업무에도 지장이 초래되는 것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것도 문제가 된다. 피신고인의 증거 인멸이나 2차 가해가 발생할 수 있고, 조사 결과 신고가 인정되지 않을 때 피해자 보호에 소홀했다는 이유로 신고인과 분쟁이 생길 염려가 있다. 특히 신고인이 피신고인에 대한 인사 조치를 특정해 요구할 권리가 있다는 오해가 널리 퍼져 있는 점, 피신고인에 대한 인사 조치를 취했는지가 기업이 신고인 보호 조치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판단할 때 중요 기준으로 보는 당국 등의 관점도 기업에 상당한 부담이 된다.
이런 복잡한 사정하에서 기업의 적절한 대응은, 우선 신고인 요구를 그대로 따르거나 반대로 요구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Yes or No' 대응이 아니다. 인사 조치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일반적 기준(업무상 필요성과 생활상 불이익 비교, 성실한 협의)을 적용하되,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특수 상황까지 고려해 유연하고 절충적인 대안을 찾는 것이 훨씬 더 적절하다.
이는 구체적으로 ①신고인 보호 조치의 내용, 신고가 인정될 개연성, 증거 인멸과 2차 가해 방지에 효과적인 정도 등을 고려해 피신고인을 상대로 인사 조치를 취할 필요성을 따져 보고, ②인사 조치를 할 경우 피신고인에 초래될 생활상 불이익과 기업의 업무상 지장 정도를 가늠한다. 그 바탕하에 ③기업이 피해자 보호, 피신고인에 미칠 불이익, 기업 운영상 필요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균형 잡힌 인사 조치를 주도적으로 선택하고, ④양 당사자와 그 선택의 내용과 취지를 사전에 협의하고 최대한 동의를 얻어 실행한다는 순서를 따르는 것이다.
이렇게 진행하면, 실무상 기업은 신고인 연락과 접촉을 제한하는 재택근무 또는 상당한 기간을 정한 유급 대기발령 정도의 조치를 선택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그 정도의 절충적 조치면 자신의 처음 요구가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신고자나 일부 불편 내지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피신고인 모두 대체로 기업 선택을 잘 수용하는 편이다. 이런 수용이 이루어지면 절차상 문제는 해소된다.
단, 이때 피신고인 인사 조치는 동의를 얻어 실행한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임시변통적 성격을 가진다. 그런 임시변통적 인사 조치가 오래 지속되면 기업에 조사와 정상적 업무 수행에 부담이 점점 커지고, 다시 절차상 논란이 불거진다. 예컨대, 유급 대기 발령이라고 해도 무기한 지속될 수는 없다. 그래서 지나치게 장기화되면 피신고인이 대기 발령 무효와 복귀를 주장할 수 있다.
따라서 조속하게 조사를 끝내고 임시변통적 인사 조치를 대체하는 피신고인 징계, 배치전환 등 최종적인 인사 조치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 점에서도 기업의 신속한 조사는 매우 중요하다는 점은 유념할 필요가 있다.
3. 사실확인 단계 : 개인정보 및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 발생을 예방한다
사실확인 단계는 신고인과 피신고인, 그리고 관련 직원(참고인)에 대한 조사면담을 주로 하고, 그 외에 제출받은 당사자들 간 혹은 같은 부서 간의 카카오톡 메시지, 이메일, 대화나 회의 내용의 녹취 파일 등을 조사하는 절차다.
이때 자연스레 기업은 면담 대상자들로부터 여러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이 높은 정보를 취득하게 되고 이를 징계 등 절차에서 공개적으로 활용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다양한 계기로 논란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는 일단 밖으로 문제가 불거지면 명예훼손,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을 이유로 한 정식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논란 발생을 사전적으로 예방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유의할 점 몇 가지 들어 본다.
① 신고인이 신고 이후 조사 면담을 하는 과정에서 보복 우려 등을 이유로 갑자기 신원 공개와 녹취 내용 제공 등을 거부할 때가 있다. 이때 기업은 입증상 불편이 초래되거나 최악의 경우 조사가 중단되는 한이 있더라도 그 의사를 절대적으로 존중해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서는 가해자를 확인하고 인사 조치해서 건전한 기업 문화를 회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도 취지상 피해자 보호와 의사 존중,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 보호가 더 중요하다.
② 이와 관련해 기업은 신고인에게는 조사 면담 직전 신고인으로부터 직접 신원과 제공된 자료를 피신고인에 공개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알리고 그 점에 관해 명시적으로 그 의사를 서면으로 확인하는 절차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징계 절차나 특히 추후 법원 등에서의 분쟁 절차에서 피신고인 방어권 차원에서 신고인 진술 내용을 전체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데, 진술에 대한 비밀 보장이 절대적으로 이루어진다는 막연한 인식을 가진 신고인이 종종 나온다.
③ 신원이나 진술 내용 공개를 우려하는 신고인과 참고인이 복수인 경우, 동의를 받아 각 진술인을 이니셜(예컨대 A, B, C) 처리해서 익명화하는 방안을 고려한다. 그렇게 익명으로 처리해도 그 진술은 증거로 채택될 수 있다. 대법원도 성 비위행위의 피해자가 익명 처리된 경우 일정한 조건하에 피신고인 방어권 침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다. 물론 익명 처리를 하더라도 직장 내 괴롭힘 사건 특성상 피신고인이 진술자를 짐작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그 경우에도 짐작과 확인은 진술자 보호에 가지는 의미와 효과가 다를 뿐 아니라, 그 외 제3자에 대해서는 프라이버시 보장에 확실히 도움이 되므로 여전히 익명 처리는 유용하다.
④ 조사 결과에 직접 영향을 받지 않으므로 비밀 유지에 대한 인식이 약하기 마련인 참고인에게는 비밀 유지 의무를 특별히 강조하고, 면담 전 서면으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관한 비밀을 누설하면 징계 처분될 수 있음을 알리고 확약을 받는다. 참고인에게는 조사 요청을 하거나 조사 면담 과정에서도 신고된 내용과 조사 방향을 세세하게 고지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사 면담을 요청할 때 본인이 조사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알려 주는 것 외에 조사 성격 등에 관해서는 참고인에게 최소한의 정보(As Little Information As Possible)만을 줘야 한다는 해외 조사 전문가 의견도 있다.
⑤ 조사 면담 대상자, 특히 피신고인의 조사 면담 과정의 녹취는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 조사 면담이 녹취되면 신고인의 개인정보나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가 커질 뿐 아니라, 조사 전략이 노출될 수 있고, 조사자가 녹취되는 사실을 의식해 사안 진상을 과감하게 파악하는 질문을 하기가 어려운 다른 부작용까지 있다. 이런 녹취 금지 방침은 신고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알리고 또 서면 동의를 받는 것이 정석이다.
⑥ 예전 담당한 사건에서 신고인이 기업이 아닌 외부 조사자나 분쟁을 담당하는 변호사 등에게 신고 내용, 진술 내용 등 사건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이라고 주장한 경우가 있었다. 이 경우 개인정보 전달은 기본적으로 업무 처리를 위한 불가피한 정보 전달이므로 개별 동의가 없어도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이 인정되지는 않는다. 단, 당사자 면담 전 정보제공 대상자에 외부 조사자 등을 명시적으로 기재해서 서면 동의를 받는 방식으로 아예 분란 여지를 사전에 없애는 것이 좋다.
4. 조치실행 단계 : 신고인 의견청취 절차를 실질적으로 운영한다
조치실행 단계는 조사가 마무리되고, 직장 내 괴롭힘이 확인된 경우 신고인 의사를 청취하고, 인사위원회를 열어서 피신고인 징계를 하고 배치전환 등 사후적 인사 조치를 하는 단계다. 이 과정에서의 절차적 분쟁으로는 ▲인사위원회 소집을 위한 통지서상 징계 사유가 충분하게 기재되지 않아 징계 절차가 무효라거나 ▲인사위원회에 변호사 참여를 허용하지 않은 것이 방어권 침해라는 등의 주장에 근거해 피신고인이 인사 조치의 무효를 주장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법원은 아직까지 이러한 절차 위반과 방어권에 관련된 주장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성 비위행위 사건상 신고인의 절차적 권리(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권리)와 관련,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운영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는 대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해당 판결 사안은, 간략히 정리하면 팀장 C가 팀원 A 강간을 시도한 사실을 A가 기업에 신고했는데 기업은 C를 징계하지 않고 대신 C가 임의사직하는 방안을 A에게 제안했고 A가 그 제안에 동의함으로써 C가 임의사직한 것이다. 이와 관련, A는 기업이 본인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서 'A가 먼저 성적 접촉을 시도했다'는 등 C가 A 주장을 부인하고 있는 점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고 오로지 C가 사직에 동의한 사실만 전달한 것을 문제 삼았다.
오랜 논란 끝에, 대법원은 결국 A 주장을 인용한 2심 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A의 손을 들어 줬다. 2심 판결에는 기업이 공식적인 징계 절차의 장단점을 설명하는 등의 노력 없이 피해가 공개될 염려가 있다는 점만 지속적으로 강조하면서 C의 임의사직을 받아들일 것을 사실상 강권하며 A에 대한 보호조치의무를 위반했고, A가 C 진술의 구체적 양상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전달받고 C를 형사고소할지 여부 등 대응 방안을 정리할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권리를 존중하지 않은 것은 의견청취의무 위반이라는 판단이 명시돼 있다.
이 판결은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다룬 판결은 아니지만, 신고인이 온전하게 의견을 제시할 권리를 인정한 그 취지는 기업에 징계 등의 조치 전 신고인 의견 청취 의무를 규정한 직장 내 괴롭힘 절차에서도 그대로 옮겨 적용될 만한 것이다. 즉 이 판결은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다루는 기업이 사건 처리 방향에 관한 신고인의 의견 청취를 할 때 신고인이 충분한 정보에 입각한 결정(Informed Decision)을 내릴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사전에 제공해야 하며, 그 정보 제공 범위에 사정에 따라 피신고인이 스스로 책임을 부인하고 있는지 여부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취지로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이 판결을 계기로 이제 기업은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의 사후처리 단계에서 피신고인 반성 여부 등 관련 사실을 신고인에게 정확히 알리면서 신고인의 실질적 의사를 명확하게 확인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하나 더 지적하면, 이 판결은 지금까지 기업이 징계 절차에서 준수할 절차적 의무의 이행 정도에 관해 다소 느슨했던 종전 판결과는 관점을 달리한다고 할 만한 엄격성을 보여 주고 있다. 이런 엄격성은 신고인 의견 청취 문제를 넘어 직장 내 괴롭힘 절차 전반에 걸쳐 향후 확대 적용될 수도 있다. 실제 그런 엄격한 판결이 내려지게 되면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전 단계에 걸쳐 기업의 절차 준수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물론 이런 예측은 아직 위 대법원 판결 이후 관련된 후속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실현 가능한 여러 전개 중 하나에 불과하다. 단,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분쟁이 증가하는 큰 흐름에서 내려진 위 심상치 않은 판결은 주목을 요한다. 이를 계기로, 우리 전문가들은 직장 내 괴롭힘 조사 과정상 기업이 절차 의무를 준수하도록 어떻게 조력할지 다시 한번 점검해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 본 칼럼은 조상욱 변호사가 월간노동법률 2025년 2월호에 기고한 내용을 편집한 것입니다. https://www.worklaw.co.kr/main2022/view/view.asp?in_cate=106&bi_pidx=375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