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가 물류센터에서 작업 중 코로나19에 감염된 데 대하여 사용자로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본 사례
2025.02.25.
노동팀 뉴스레터 제9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서울동부지방법원 2025. 1. 15. 선고 2021가합109118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는 물류창고 및 배송시설 등 물류 관련 시설운영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입니다. 원고 A는 2020. 4. 28.부터 피고의 사업장인 물류센터(이하 ‘이 사건 물류센터’)에서 신선제품 포장업무를 해온 근로자이고, 근무중인 2020. 5. 26.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원고 B는 원고 A의 배우자이자 동거가족으로, 2020. 5. 26. 21:00경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다음날인 2020. 5. 27.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후 ○○의료원에 격리 입원하였습니다. 이후 2020. 6. 7. 입원 치료 중 급성호흡부전 증세가 악화되어 대학병원으로 전원하던 중 심정지로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었고,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습니다. 원고승계참가인 C공단은 원고 B에게 국민연금법 규정에 따라 장애연금 42,799,360원을 지급하였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피고의 근로자에 대한 안전배려의무 위반을 이유로 원고 A에게는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 원고 B에게는 코로나19 감염으로 입은 장해에 따른 손해 및 정신적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주장하며 각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원고승계참가인 C공단은 원고 B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하여 위 장애연금 상당액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청구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가. 원고 A의 청구에 관한 판단 (피고의 안전배려의무 위반 및 손해배상책임 인정)
대상판결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가 사업장에서 원고 A의 업무부담을 경감시키고 작업환경을 개선하기 위하여 적절한 조치를 강구할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원고 A가 이 사건 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원고 A가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하여 의료원에 격리입원된 것으로 인한 단절감과 불편, 백신 및 치료제가 존재하지 않은 질병에 감염되었다는 두려움 및 가족들에 대한 전염가능성으로 인한 불안 등 정신적 고통을 겪었음은 경험칙상 상당하다고 보아 피고에게 원고 A에 대한 위자료 3,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상당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①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역대책반 역학조사관, ○○시보건소 역학조사(이하 ‘이 사건 역학조사’) 결과 이 사건 물류센터 구내식당에는 1,200여 명이 한 시간 이내에 식사를 마쳐야 하는 구조였으며 칸막이가 설치되지 않았고, 이용 인원 추적도 불가능한 상태였다. 이 사건 사업장 거리두기 지침에서 요구한 사항이 전혀 이행되지 않았으며 식사시간이 조정되지 않아 대규모 인원이 밀집된 환경에서 식사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② 한편 이 사건 물류센터에서 근무한 직원의 증언에 따르면, 관리자들이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으며, 근무 중 소리를 지르거나 마스크를 턱에 걸치는 경우가 많았음에도 피고가 이를 제지하거나 감독하지 않았다. 작업자들은 작업대와 작업대 사이에서 등을 맞대고 일하는데, 작업대 간 거리가 좁아 몸을 숙일 경우 서로 부딪힐 정도의 환경에서 환경에서 근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작업대 간격 조정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③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물류센터의 작업장은 한 명의 감염자가 발생하면 다수의 근로자가 밀접접촉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 사건 물류센터의 코로나19 최초 감염자들은 모두 이 사건 물류센터 2층 및 2.5층에서 작업하였는데 원고 A도 위 감염자들이 출근하여 근무한 시기에 이 사건 물류센터의 2층 및 2.5층에서 근무해왔다. 감염자의 비말 또는 감염자의 비말이 묻은 매개체의 접촉으로 감염되는 코로나19의 특성상 원고 A가 위 시기에 감염자를 밀접접촉하여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④ 피고는 원고 A가 감염 무렵 백화점과 식당 등을 방문했으므로 이 사건 물류센터에서 감염된 것으로 단정할 수 없고 이 사건 물류센터에서 감염되었다고 하더라도 근로자들이 개별적으로 방역지침을 준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여 살펴보면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ⅰ) 원고 A가 방문한 백화점, 식당에서 대규모 감염이 발생한 정황이 없다. (ⅱ) 원고 A의 증상 발현 및 확진 판정 시기를 고려할 때 원고는 피고의 최초 감염자 및 추가 감염자와 접촉한 뒤 잠복기 직후 증상이 발현된 것으로 보인다. (ⅲ) 원고 A와 동일한 작업장에서 근무한 다수의 근로자가 동일한 시기에 집단 감염되었으며 원고 A도 이들과 동일한 시기에 확진 판정을 받았다. (ⅳ) 근로복지공단도 원고 A의 감염을 ‘직장 내 집단 감염’으로 판단하여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였다. (ⅴ) 적절한 방역조치를 시행한 타 물류센터에서는 대규모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는바 이 사건 물류센터 내 집단 감염의 원인이 근로자의 개별적인 영역에 있다고 한정하기 어렵다.
나. 원고 B의 청구에 관한 판단 (상당인과관계 불인정)
대상판결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원고 B가 피고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말미암아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거나 원고 B가 원고 A로부터 감염되었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그에 따라 피고의 주의의무위반과 원고 B가 입은 손해의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 B에 대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① 사업주인 피고가 부담하는 안전배려의무는 피고의 사업장에 출근하여 노무를 제공하는 원고 A에 대한 의무이고, 그 동거가족인 원고 B에게 부담하는 직접적인 의무는 아니다. 피고가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하여 그 자체로 원고 B에게 어떠한 손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피고의 주의의무위반이라는 과실과 원고 B가 입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
② 원고 B의 평소 생활 반경 및 감염 직전 이동경로를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고, 원고 B가 원고 A를 통해 감염되었다는 점을 입증할 만한 구체적인 자료도 제출되지 않았다. 원고 B가 원고 A의 동거가족이라는 사정만으로 원고 B가 원고 A로부터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고 추단할 수는 없다.
③ 원고 B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시점이 원고 A가 확진 판정을 받은 직후이나 확진 판정을 받은 시기만을 들어 원고 B가 원고 A로부터 순차 감염되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원고 A와 B 사이 감염의 선후관계조차 명확히 알기 어렵다.
④ 피고는 사용자로서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였을 경우 자신의 사업장에서 근로한 원고 A의 코로나19 감염은 예견할 수 있었을지언정 그 동거가족인 원고 B가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고 의식불명 상태에 이르게 될 것까지 예견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다. 원고승계참가인 C공단의 청구에 대한 판단
피고의 안전배려의무위반과 원고 B의 코로나19 감염 사실 간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아 피고의 원고 B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원고승계참가인이 원고 B에게 장애연금을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국민연금법 제114조에 따라 피고에게 행사할 수 있는 채권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부분 청구도 기각하였습니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사용자가 근로자의 감염병 예방을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확인하고 사용자가 이와 관련한 보호조치 내지 안전배려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할 사정들을 구체적으로 설시한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또한 감염 위험이 높은 사업장에서 적절한 방역 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사업주의 근로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지만,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동거가족에 대한 사용자의 책임을 당연히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여 사용자의 보호의무 내지 안전배려의무는 원칙적으로 근로자에 대한 의무일 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대상판결은 향후 사용자의 근로자들에 대한 보호의무 내지 안전배려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의 성립여부 및 그 범위를 판단함에 있어 참고할 만한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대상판결에 대하여 원고들과 피고 모두 항소를 제기하여 항소심 계속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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