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봉급의 600%를 일정 주기로 분할하여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상여금은 재직조건에도 불구하고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2025.02.25.
노동팀 뉴스레터 제9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대법원 2025. 1. 9. 선고 2017다236718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는 중소기업자의 자주적인 경제활동을 원활하게 하고 그 경제적 지위의 향상을 목적으로 설립된 국책은행입니다. 원고들은 피고 소속 정규직 또는 계약직 근로자이거나 근로자였던 사람들로서 노동조합 지부(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 조합원이거나 조합원이었습니다.
피고는 원고들에게 2011. 1. 1.부터 2015. 3. 31.까지 연장근로수당 및 연차휴가근로수당(이하 ‘법정수당’)을 지급할 때 정기상여금, 전산수당, 기술수당, 자격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고 계산한 금액만을 지급하였습니다.
한편 피고는 이 사건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을 체결하였고, 2013. 12. 13. 체결한 보충협약에는 정기상여금의 재직조건에 관한 규정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피고 보수규정(정규직 근로자 대상) 및 계약직원 보수 복지 운용기준(계약직 근로자 대상)에는 정기상여금을 ‘지급일 현재 재직 중인 자에 한하여 지급한다’는 규정이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는 매년 기준봉급의 600%를 정기상여금으로 지급하며 1월, 2월, 5월, 7월, 9월, 11월의 첫 영업일에 각 100%씩 분할하여 지급하되, 지급일 현재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이를 지급하였습니다.
원고들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았던 정기상여금, 전산수당, 기술수당, 자격수당이 모두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를 전제로 원고들은 위 수당들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여 재산정한 법정수당에서 실제 지급받은 법정수당을 뺀 차액(미지급 법정수당), 그리고 미지급 법정수당을 포함하여 산정한 평균임금을 기초로 재산정한 퇴직금에서 실제 지급받은 퇴직금의 차액(미지급 퇴직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제1심은 정기상여금이 연 600%씩 6회로 분할 지급되기에 1회 지급액은 2개월 근로에 대한 대가로 보았습니다. 또한 제1심은 지급 월 초일에 재직 중인 근로자가 이를 받은 후 다음 지급 월 전에 퇴직해도, 해당 근로자는 근무 기간만큼의 정기상여금을 이미 받은 것이므로, 1년 중 언제 퇴직하든 퇴직일까지의 근로에 대한 정기상여금을 지급받은 것이라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정기상여금은 소정근로 여부와 관계없이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되는 것이 아니고,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연장ㆍ야간ㆍ휴일 근로를 제공하는 시점에서 지급조건 성취 여부가 불확실하지 않으므로 고정성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제1심은 정기상여금은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을 모두 갖춘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5. 26. 선고 2014가합33869 판결).
이와 달리 원심은 피고의 임금 체계가 후불임금을 전제로 편성되어 정기상여금의 고정적 지급이 예정되어 있지 않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원심은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근로를 제공하더라도 지급일 이전에 퇴직하면 정기상여금을 받을 수 없다면 근로제공 시점에서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길 수 없어 고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나아가 원심은, 재직조건이 무효라는 원고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보수규정의 재직조건은 2001년부터 있었고 노사가 장기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며 일할계산 규정도 두지 않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이를 배척하였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17. 5. 12. 선고 2016나2039352 판결).
하지만 대상판결은, 최근 선고된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24. 12. 19. 선고 2020다247190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온전히 제공하면 그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도록 정해진 임금은 부가된 조건의 존부나 성취 가능성과 관계없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심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통상임금은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한 임금을 말한다.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면 그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도록 정해진 임금은 그에 부가된 조건의 존부나 성취 가능성과 관계없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 임금에 부가된 조건은 소정근로 대가성이나 정기성, 일률성을 부정하는 요소 중 하나로 고려될 수는 있지만, 단지 조건의 성취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사정만으로 통상임금성이 부정되지 않는다.
② 통상임금은 실근로와 구별되는 소정근로의 가치를 반영하는 도구개념으로서, 근로자가 재직하는 것은 근로계약에 따른 당연한 전제이다. ‘퇴직’은 근로관계를 종료시켜 실근로의 제공을 방해하는 장애사유일 뿐, 소정근로시간에 제공하기로 정한 근로의 대가와는 관련이 없다. 따라서 어떠한 임금을 지급받기 위해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부가되어 있더라도 그 임금의 소정근로 대가성이나 통상임금성이 부정되지 않는다(대법원 2024. 12. 19. 선고 2020다247190 전원합의체 판결).
③ 이 사건 보수 관련 규정은 상여금을 연 600%로 하여 1월, 2월, 5월, 7월, 9월, 11월의 첫 영업일에 각각 100%씩 지급하되, 지급일 현재 재직 중에 있는 자에 한하여 지급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에 비추어 볼 때, 기준봉급의 600%를 일정 주기로 분할하여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이 사건 상여금은 재직조건에도 불구하고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
④ 따라서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로 전제하여 이 사건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단에는 통상임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2024. 12. 19. 선고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24. 12. 19. 선고 2020다247190 전원합의체 판결 및 대법원 2024. 12. 19. 선고 2023다302838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확립된 새로운 통상임금 법리가 대법원에서 처음으로 적용된 사례 중 하나입니다(다른 사례는 대법원 2025. 1. 9. 선고 2020다300626 판결).
대상판결은 “고정성” 요건이 폐지된 이후, “기준봉급의 600%를 일정 주기로 분할하여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방식의 정기상여금이 “지급일 현재 재직 중인 자”에게만 지급하는 재직조건에도 불구하고 “소정근로의 대가”로 인정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나아가, 대상판결은 재직조건부 임금의 통상임금성을 인정하면서도 재직조건 자체의 효력을 부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대상판결은 재직조건이 여전히 임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유효한 조건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인정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대상판결은 임금 지급 여부와 달리 통상임금 해당 여부는 재직조건의 존부와는 별개로 “소정근로의 대가”인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함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기업의 입장에서 재직조건을 유지하면서도, 해당 임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를 대비하여 법정수당의 산정 방식 등을 변경하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할 필요성은 여전히 크다고 판단됩니다.
또한, 대상판결은 위 대법원 통상임금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언급된 “선택적 장래효”가 적용된 첫번째 사례 중 하나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합니다. 새로운 통상임금 법리가 원칙적으로 장래효를 가지지만, 해당 사건 및 병행사건에는 예외적으로 소급효가 인정된다는 법리가 대상판결에서 병행사건에 대한 소급효를 인정함으로써 확인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대상판결은 “소정근로의 대가”를 판단하는 구체적인 기준, “병행사건”의 범위 등 여러 쟁점에 대하여 보다 구체적인 해답을 제시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습니다. 이와 같은 쟁점들은 향후 추가적인 판결례, 고용노동부 행정지침, 그리고 학계의 논의 등을 통하여 좀더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업들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감안하여 통상임금 판결의 취지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새로운 임금체계 구축을 위해 노력하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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