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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콘 기사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하면서, 해당 기사들의 파업에 대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공갈)죄 및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사례

2025.02.25.

노동팀 뉴스레터 제9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25. 1. 15. 선고 2023고단1327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인들은 전국건설노동조합 부산울산경남지역본부(이하 ‘부울경본부’) 산하 부산건설기계지부 레미콘지회(이하 ‘레미콘지회’) 소속 간부들입니다.  


피고인들은 2019. 5. 경부터 부산, 경남 지역 47개 레미콘 제조회사(이하 ‘피해회사들’)에 대하여 레미콘지회 간부들의 급여 등으로 사용하기 위한 ‘복지기금’을 요구하였습니다.  그러자 피해회사들은 복지기금을 지급할 근거가 없다고 하며, 요구를 거절하였습니다.  이에 피고인들은 2019. 12. 20. 경부터 피해회사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인 부산경남레미콘산업 발전협의회 대표 등에게 복지기금 지급을 요구하며 협박성 발언을 하였고, 2020. 5. 14. 경부터 2020. 5. 28. 경까지 피해회사들의 사업장에서 레미콘 기사들로 하여금 운송을 거부하게 하고, 조합원들을 동원하여 시위를 벌였습니다.


결국 피해회사들은 피고인들과 복지기금 지급 합의를 하였고, 피고인들은 2020. 6. 10. 경부터 2022. 6. 30. 경까지 합계 345,569,000원을 지급받았습니다.  이후 피고인들은 2022. 1. 7. 경부터 복지기금 증액을 요구하고, 2022. 5. 9. 경부터 2022. 5. 21. 경까지 운송 거부 및 시위를 하였습니다.  이에 피고인들은 피해회사와 증액된 복지기금 지급에 합의하여 피해회사들로부터 2022. 5. 25. 경부터 2023. 1. 31. 경까지 합계 158,530,000원을 지급받았습니다.  이에 검사는 피고인들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공갈) 및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대상판결은 레미콘 지입차주들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리고 대상판결은 피고인들이 파업을 통해 복지기금을 지급받기로 합의하고, 실제 지급받은 것은 적법한 쟁의행위 및 그 결과로서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피고인들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공갈)죄의 죄책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노동조합법상 근로자 해당 여부(긍정)


① 이 사건 레미콘 지입차주들(이하 “지입차주들”)은 그 소득을 사실상 전적으로 피해회사들로부터 받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② 지입차주들은 피해회사들이 급부의 내용과 비용부담, 계약기간, 계약 해지사유 등을 미리 정하여 제시하는 운반도급계약서에 따라 계약을 체결하고 있고, 운송단가가 정기적으로 집단적 합의의 대상이 되고는 있으나 피해회사들의 결정 권한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볼 수 있다.


③ 지입차주들이 제공하는 노무는 피해회사들이 레미콘 생산ㆍ납품업을 영위하기 위한 필수적이자 핵심적인 요소이고, 지입차주들도 피해회사들과 같은 업체를 통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레미콘 운송업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④ 지입차주들은 피해회사들과 1~2년 단위의 레미콘 운반도급계약을 체결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이 갱신되어 왔고, 그 결과 20년 이상의 장기간 계약관계를 지속한 지입차주도 있다.  나아가 지입차주들은 다른 업무를 할 수 없었고, 레미콘 차량에 레미콘 회사의 상호와 로고가 나타나도록 도색하는 등 피해회사들에 대한 전속성이 강하다.


⑤ 지입차주들은 (ⅰ) 피해회사들이 정한 출퇴근시간과 근무일을 따르고 휴가계를 제출해야 하였고, (ⅱ) 회사에서 수립한 운송계획과 배차지시에 따라 정해진 출하시간에 건설 현장에 레미콘을 운반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차량운행 일보를 작성하여 출하실에 제출하여야 했으며, (ⅲ) 회사로부터 안전교육을 받고 안전수칙을 준수해야 하였다.  지입차주들이 회사의 운행(출하)지시를 불이행할 경우 회사에서 불이익(배차정지)을 주거나 계약해지가 가능하였으므로, 어느 정도의 지휘ㆍ감독관계가 존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⑥ 위와 같은 노무제공관계의 실질 및 지입차주들이 과거에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기도 하였던 점, 집단적 합의에 의해 비로소 근무시간, 대기시간, 책임 내지 비용 부담 등의 근무조건을 개선하고 운송단가를 인상해 올 수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지입차주들에게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상당하다.


정당행위의 해당 여부(긍정)


① 근로자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서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자주적인 단결권ㆍ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파업이 헌법상 기본권으로서 단체행동권 행사의 적법 요건을 갖춘 경우 헌법적으로 정당화되므로 이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


② 단체교섭사항 해당 여부는 헌법 제33조제1항과 노동조합법 제29조의 단체교섭권 보장 취지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구성원인 근로자의 근로조건과 대우 또는 당해 단체적 노사관계의 운영에 관한 사항으로서 사용자가 처분할 수 있는 사항은 단체교섭의 대상이 된다.


③ 레미콘지회 간부들은 (ⅰ) 조합원 고충처리와 산업안전 활동을 하면서 사용자와 협의ㆍ교섭 및 쟁의활동을 수행하였고, (ⅱ) 사용자의 노무관리업무를 대행하기도 하였으며, (ⅲ) 복지기금 액수도 노동조합법상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초과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 사건 복지기금은 근로자의 경제적ㆍ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한 노동조합 활동과 단체교섭 여건 형성에 필요한 범위 내의 금전으로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된다.


④ 파업을 통한 피해회사 대표 압박 방법과 수단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으므로, 복지기금 지급 합의 및 수령을 공갈죄로 처벌하는 것은 헌법상 단체행동권을 침해한다.


⑤ 쟁의행위의 정당성과 관련하여 이 사건 복지기금은 단체교섭사항에 해당하고, 노동위원회 조정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은 기대가능성이나 법익균형성 측면에서 용인될 수 있는 절차적 흠결이며, 예기치 않은 혼란이나 손해를 초래하지도 않았다.  따라서 피고인들이 주도한 파업의 정당성이 상실된다고 볼 수 없고,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한편, 대상판결은 나아가 피고인들이 주도한 파업은 “전격성”을 결여하여 업무방해죄 구성요건으로서의 ‘위력’에 해당하지 않고, 설령 위력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하기에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쟁의행위로서의 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것은 아니고,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ㆍ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비로소 그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가 위력에 해당하여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2011. 3. 17. 선고 2007도482 전원합의체 판결).


② (ⅰ) 레미콘지회가 2020년 요구한 임금 및 단체협약 요구안의 유효기간 시기(始期)가 2020. 4. 30.인 점, (ⅱ) 부산건설기계지부 지부장이 교섭요구를 계속하면서 2020. 5. 8.부터 교섭결렬에 대한 책임 통보를 하고 2020. 5. 12.부터 총파업을 통보한 후 2020. 5. 14.부터 파업에 돌입한 점, (ⅲ) 2020년 합의의 유효기간이 2022. 4. 30.까지인 점, (ⅳ) 부산건설기계지부에서는 2022. 4. 29.경 ‘5. 4.’까지 합의가 안 될 경우 ‘5. 9.’부터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통보한 후 2022. 5. 9.부터 파업에 돌입한 점에 비추어 보면, 파업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인들과 레미콘지회 소속 조합원들의 파업은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지 않는다.


③ 설령 피고인들과 레미콘지회 소속 조합원들의 파업이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근로자의 쟁의행위로서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함은 앞서 본 바와 같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법원은, 레미콘 운송차주의 경우 비록 업무수행 과정에 있어서 일정 부분 구체적인 지휘ㆍ감독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한 사실만으로는 그들이 특정한 사용자와의 관계에서 사용종속적인 관계에서 노무에 종사하고 그 대가로 임금 등을 받아 생활하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라고 볼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대법원 2006. 5. 11. 선고 2005다20910 판결).


그러나 학습지교사 판결[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4두12598ㆍ2014두12604(병합) 판결] 이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의 인정 범위는 점차 넓어지는 추세로 보입니다.  그리고 대상판결은 이러한 추세에 따라, 기존의 대법원 판결과 달리 레미콘 운송차주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레미콘 운송차주의 경우 「건설기계관리법」상 독립사업자로 볼 여지가 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의 지위를 점차 확대하는 분위기입니다. 


또한 대상판결은 노동조합의 복지기금 요구 및 그에 따른 쟁의행위가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특히 파업 과정에서 이루어진 회사 대표들에 대한 압박 행위를 “단체교섭 기술”의 범주에 포함시켜 그 정당성을 인정한 점은, 지나치게 노동조합의 활동을 넓게 인정한 것으로 항소심에서 다른 판결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대상판결에 대하여는 검사가 항소하여 항소심 계속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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