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장 내 노동조합 홍보 활동은 채무자의 시설관리권 등과 조화를 이루는 범위에서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라고 본 사례
2025.02.25.
노동팀 뉴스레터 제9호 (02) 최신판례
[대상결정: 대법원 2024. 12. 24.자 2024마6760 결정]
1. 사안의 개요
채무자 A회사(이하 ‘채무자’)는 택배배송사업과 택배분류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으로, 택배 영업점들과 계약을 체결하여 택배배송업무를 위탁해 왔습니다. 채무자는 B회사 및 C회사(이하 통칭하여 ‘이 사건 영업점’)와 각각 택배 영업점 계약을 체결했으며, 채권자 D는 B회사와, 채권자 E는 C회사와 운송위수탁계약을 체결한 상태에서 채무자의 일산 F캠프(이하 ‘배송센터’)를 출입하여 택배화물을 수령 및 배송하는 업무를 수행하였습니다. 한편, 채권자들은 각각 G노조 H지회(이하 ‘이 사건 지회’)의 지회장과 부지회장이며, G노조(이하 ‘이 사건 노조’)는 택배업무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전국 단위 산업별 노동조합입니다.
채권자들은 2023. 6. 8.부터 7. 11.까지 배송센터 내에서 자신들에게 할당된 구역을 벗어나 다른 구역 배송센터(2, 6, 8배송센터)의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명함 및 이 사건 노조 전단지·유인물을 배포하며 노동조합 활동(이하 ‘이 사건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이에 대해 채무자는 2023. 6. 15. 채권자들과 운송위수탁계약을 체결한 B와 C를 대상으로 조합활동 금지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하였으나, 채권자들은 이후에도 계속해서 배송센터 내에서 이 사건 노조를 홍보하는 조합활동을 이어갔습니다. 이에 채무자는 추가적으로 조합활동 방지 공문을 발송하며, 조합활동이 반복될 경우 배송센터 출입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안내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권자들의 조합활동이 이어지자, 채무자는 2023. 7. 13. 채권자들의 배송센터 출입을 금지하고 업무용 애플리케이션 사용을 제한하는 조치(이하 ‘이 사건 조치’)를 실시하였습니다.
이에 채권자들은 노동조합 활동은 정당하고 채무자의 이 사건 조치가 노동3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조치 배제를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하였습니다(이하 ‘이 사건 가처분 신청’).
2. 결정 요지
원심은, 채권자들이 채무자를 사용자로 하여 조합활동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채권자들이 채무자의 지역별 배송센터 내에서 노동조합 가입을 홍보하는 조합활동에 대해 채무자가 이를 수인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4. 5. 24.자 2023라21290 결정). 또한, 원심은 이 사건 조치가 채무자의 원활한 작업 수행과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합리적인 조치로서, 채권자들의 단결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나아가, 이 사건 가처분 신청과 관련하여 만족적 가처분이 요구하는 보전의 필요성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간접강제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대한 채권자들의 신청을 배척한 제1심 결정을 그대로 유지하였습니다.
그러나, 대상결정은 원심 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하면서, 아래와 같은 이유로 채권자들의 노동조합 활동이 정당하며 채무자의 시설관리권과 조화될 수 있는 범위에서 이를 보장해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① 채무자는 채권자들이 소속된 각 회사와 택배 영업점 계약을 체결해서 화물 배송업무를 위탁한 도급인이다. 채권자들은 해당 영업점을 통해 배송업무를 수행했고, 채무자는 채권자들과 같은 영업점 소속 택배기사들에게 지역별 배송센터를 근로 장소로 제공했다. 한편, 채권자들은 이 사건 지회를 조직했고, 이 사건 활동은 지회의 단결권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정당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활동이었다.
② 채권자들을 포함한 영업점 소속 택배기사들은 하루 약 두 차례 정해진 시간에 채무자의 6배송센터에 모여 상하차 업무를 약 1시간 30분 동안 수행한 후 각자의 배송지로 이동해 배송업무를 수행했다. 6배송센터는 비록 택배기사들이 머무르는 시간이 짧더라도 이 사건 영업점 소속 다수의 택배기사들이 함께 근로를 제공하는 거의 유일한 장소이다.
③ 채권자들을 비롯한 이 사건 영업점 소속 택배기사들은 6배송센터 내에 주차구역과 화물 수령 장소를 배정받았고, 배정된 구역에서의 업무 외에도 반품상품 처리, 신선식품 배송상자 반납 등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배정 구역을 벗어나 이동할 수 있었다. 또한, 6배송센터는 2, 8배송센터와 연결되어 있어 채권자들이 신선식품 배송상자를 반납하기 위해 8배송센터로 이동하려면 2배송센터를 지나야 했다. 이러한 점을 보면, 채권자들의 6배송센터 출입은 화물 배송업무 수행을 위해 채무자가 허락하였다고 볼 수 있고, 채권자들이 2, 8배송센터로 이동한 것도 업무 수행을 위해 허용된 범위 내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④ 채권자들은 이 사건 활동을 하면서 어떠한 물리력도 사용하지 않았고, 특정 공간을 배타적으로 점거하거나 소음을 발생시키지도 않았다. 조합 활동은 평소 업무 수행과 마찬가지로 도보로 이동하면서 상하차 업무를 하는 다른 택배기사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유인물을 배포하는 수준에 그쳤다.
⑤ 채권자들은 평소 채무자로부터 출입이 허용된 2, 6, 8배송센터 외에 다른 지역별 배송센터에 출입한 사실이 없고, 2, 6, 8배송센터에서도 약 두 달간 총 5회 정도 조합 활동을 했을 뿐이다. 나아가, 채무자는 다른 영업점이 2, 6배송센터를 포함한 전국의 지역별 배송센터에서 영업점 소속 택배기사들의 업무 홍보를 위한 영상을 촬영하는 것을 상당 기간 허가한 사실이 있는데,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채권자들의 활동이 채무자의 원활한 작업 수행이나 안전사고 방지에 실질적인 지장을 초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⑥ 이 사건 지회는 설립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조합원 모집이 절실한 상황이었고, 이 사건 조치로 인해 채권자들은 채무자의 지역별 배송센터 출입과 업무용 애플리케이션 사용이 금지되면서 배송센터 내에서 조합원 모집 활동을 할 수 없었을 뿐 아니라 배송업무 자체가 불가능해 생계 유지에도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특히, 2, 6, 8배송센터 출입과 업무용 애플리케이션 사용은 원래 채권자들에게 허용되었던 것이었으나, 이 사건 조치로 인해 비로소 금지되었으므로, 채권자들이 이 사건 조치의 배제를 구하는 가처분 신청이 만족적 가처분이라는 이유만으로 보전의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결정은 근로자의 노동3권 중 단결권의 내용을 강조하며, 수급인의 근로자의 노동조합 활동이 도급인의 시설관리권과 조화를 이루는 범위 내에서 보호받아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기업의 입장에서 본 결정의 내용을 고려하여 보면, 단결권의 실질적 보장을 위해서는 수급인 소속 노동조합의 도급인 사업장 내에서의 조합 활동이 원천적으로 금지되어서는 안 되며, 근로자의 노동조합 활동이 사용자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한 이를 전면적으로 제한하고, 사업장 출입을 차단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또한, 근로자의 조합 활동이 정당한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해당 근로자의 근무장소 범위에 관한 판단이 요구되는데, 근로자가 평소 업무 수행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지나가야 하는 구역 역시 업무상 출입이 허가된, 적법한 근무장소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나아가, 근로자가 사용자의 제한 조치에 대한 배제를 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한 경우, 가처분 결정만으로도 본안소송에서 구하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이른바 만족적 가처분이라는 이유만으로 보전의 필요성 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 다만 해당 조치로 인해 근로자들의 생계 유지가 어려워졌는지 여부 역시 해당 요건 충족여부 판단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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