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스트레스로 무단결근 및 자살에 이른 경우 평균임금 산정 사유 발생일을 자살에 이른 날이 아닌 스트레스로 인해 인식능력이 뚜렷하게 떨어진 날로 본 사례
2025.02.25.
노동팀 뉴스레터 제9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광주고등법원 2024. 12. 19. 선고 2024누11401 판결]
1. 사안의 개요
망인은 시내버스 운전원으로 2019. 6. 1.부터 2021. 5. 31.까지 회사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한 뒤, 2021. 6. 1.부터 정규직으로 전환되어 같은 운전원으로 근무하였습니다. 망인은 정규직 전환 직후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를 겪고 2021. 6. 12. 무단결근과 동시에 가출 후 배우자인 원고에게 경제적, 정신적 부담을 호소하는 메시지를 남겼고, 이후 연락두절되었다가 2021. 6. 18.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망인은 정규직 전환 이후 단기간에 4차례 업무상 사고를 경험하였는데, 특히 2021. 6. 9.부터 6. 11.까지 발생한 사고들로 인해 망인의 정신적 부담이 심해졌고, 사고 처리 과정에서 회사의 방침에 따른 인사상 불이익 우려와 개인적 합의로 인한 경제적 부담까지 더해져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이에 관해, 근로복지공단(이하 '피고')은 망인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면서, 망인이 2021. 6. 12.부터 사망 전날인 6. 17.까지 회사에 무단결근하였다는 이유로 해당 기간 동안의 임금을 공제하고 계산한 2021. 6. 1.부터 2021. 6. 17.까지의 임금 1,187,654원을 기준으로 망인의 1일 평균임금을 69,862원(=임금액 1,187,654원/근무기간 17일)으로 산정한 다음, 2022. 2. 18. 위 평균임금 69,862원을 기초로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에게 지급할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산정하였습니다.
원고는 2022. 3. 1. 위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였고, 피고는 2022. 3. 30. 망인의 평균임금 69,862원이 2021년도 통상임금 88,216원보다 낮으므로, 위 통상임금을 망인의 평균임금으로 적용하여 망인의 평균임금을 88,216원으로 정정하고, 이를 기초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산정한 다음 이를 원고에게 지급하였습니다(이하 ‘이 사건 처분’). 원고는 ‘평균임금의 산정사유가 발생한 날’ 및 ‘평균임금 산정 기간’이 잘못되었다는 이유로 심사 및 재심사를 청구하였으나 전부 기각되었고,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처분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원심은 「근로기준법 시행령」(이하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52조에서 '평균임금의 산정 사유가 발생한 날'로 정하고 있는 '사망의 원인이 되는 사고가 발생한 날' 중 '사고'라 함은 법 문언상 '사망이라는 결과와 인과관계가 있는 모든 사고'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사망의 직접적 원인이 되는 사고'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보았습니다(광주지방법원 2024. 5. 30. 선고 2023구단10573 판결). 이에 따라 망인의 ‘사망의 원인이 되는 사고가 발생한 날'은 '망인이 자살을 한 2021. 6. 18.'이지, 망인이 가출한 2021. 6. 12.이라 할 수 없다”고 판단하며 원고의 청구를 전부 기각하였습니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
① 자해행위에 따른 업무상 재해시 평균임금 산정 사유 발생일에 관한 법리: (ⅰ) 평균임금은 근로자에 대한 퇴직금, 휴업급여, 산재 보험급여, 유족급여, 장례비 등 「근로기준법」 및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이하 ‘산재보험법’)상의 여러 가지 급여금 등을 산정하는 기준이 되고, 위 급여금 등에 관한 관계규정의 취지는 근로자의 생활을 보장하고자 하는 데 있으므로, 그 산정의 기준으로서의 평균임금은 근로자의 생활임금을 사실대로 반영함으로써 통상적인 생활수준을 보장하는 것을 기본원리로 한다(대법원 2007. 4. 26. 선고 2005두2810 판결) (ⅱ)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52조는 “재해보상을 하는 경우에는 사망 또는 부상의 원인이 되는 사고가 발생한 날을 평균임금의 산정 사유가 발생한 날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이 사망 또는 부상의 결과가 발생한 날과 그 원인이 되는 사고가 발생한 날을 구분하고, 후자를 평균임금의 산정 사유가 발생한 날로 보는 것은, 업무상 사고 등이 발생하는 경우 아직 특정 결과가 발생하기 전이라 하더라도 근로자의 근무능력, 여건, 환경 등에 변동이 생겨 근로자가 근로 제공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임금액에 터잡아 평균임금을 산정하는 것은 근로자의 보호에 적당하지 않아, 사고 시점을 산정 사유가 발생한 날로 보고 사고로 인한 영향을 배제하여 통상 생활 임금의 왜곡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07. 4. 26. 선고 2005두2810 판결).
② 평균임금 산정 사유 발생일에 관한 검토: 재해보상에서 ‘평균임금의 산정 사유가 발생한 날’에 관한 해석, 자해행위에 따른 업무상 재해의 인정 취지 등을 종합해 보면, 근로자가 업무상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살을 한 경우, 그 정신적 이상 상태 때문에 근로 제공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그 결과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의 결과가 발생한 날이 아닌 근로자의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낮아지거나 근로자가 정신적 이상 상태에 빠진 시점을 ‘사망의 원인이 되는 사고가 발생한 날’, 즉, 평균임금 산정 사유가 발생한 날로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망인의 평균임금 산정 사유가 발생한 날은 망인이 업무상 사유로 정상적인 인식능력이 뚜렷하게 낮아져 무단결근을 시작하게 된 2021. 6. 12.을 기준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③ 평균임금 산정 기간에 관한 검토: 이 사건과 같이 기간제 근로자로 근무하다가 계약기간 만료 후 곧바로 정규직 근로자로 재취업한 뒤 3개월 이내에 재해를 당한 경우에 있어서, 평균임금 산정은 당해 근로자의 근로 실태에 따라 실질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망인은 기간제 근로계약 만료 후 정규직으로 전환되었으나 종전과 동일하게 시내버스 운전원으로 같은 업무를 계속 수행하였으므로, 기간제 근로기간과 정규직 근로기간을 통틀어 회사와 사이에 실질적으로 1개의 근로관계가 계속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피고는 망인의 계약직 근무기간이 2021. 5. 13.까지로, 정규직 전환 이전에 근로관계가 단절되었다고 주장하나, 회사는 2021. 4. 27. 망인에게 정규직 전환을 위하여 기존 계약직 근로계약이 종료됨을 통지하며 종료일을 2021. 5. 31.로 표시한 것으로 보이고, 망인이 수령한 2021년 5월분 임금액은 2,219,460원으로 그 이전의 월 임금액과 큰 차이가 없으므로, 망인은 2021. 5. 13.이 아니라 2021. 5. 31.까지 회사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한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망인의 평균임금은 기간제 근로기간을 포함하여 산정 사유 발생일인 2021. 6. 12. 이전 3개월 동안 수령한 임금총액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자해행위를 한 근로자의 평균임금 산정 사유발생일과 기간에 관해 다음과 같은 중요한 법리를 확인 및 설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첫째, 평균임금 산정 사유 발생일을 근로자의 사망일이 아닌, 근로자가 정상적인 인식능력을 상실한 시점으로 판단함으로써, 근로자의 임금을 왜곡 없이 반영하여 근로자의 생활을 보장하고자 하는 평균임금 제도의 취지를 명확히 하였습니다. 둘째,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경우에도 양 근로기간을 통산하여 실질적으로 동일한 1개의 근로관계로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하여, 근로자의 실질적 근로 형태를 존중하고 이를 기준으로 평균임금을 산정해야 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종합하면, 대상판결은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인식능력 상실 시점의 의미를 평균임금 산정 사유 발생일로 인정함으로써 평균임금 제도의 취지와 근로자의 정신적 건강 보호 역시 중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하고, 이에 관한 사업주의 책임을 강조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사용자는 근로자의 작업 안전뿐 아니라 정신건강 관리에도 유의하여야 하고, 평균임금 산정 사유 발생시 위와 같은 사정들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본 사건은 피고가 상고하여 현재 대법원 2025두31014호로 상고심 계속 중이므로, 이에 관한 대법원의 최종적 판단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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