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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사에 대한 안전관리 할까말까?

2025.02.25.

노동팀 뉴스레터 제9호 (3) 노동칼럼


“물에 빠진 놈 건져 놓으니 보따리 내놓으라 한다” 선의로 은혜를 입고서도 그 고마움을 모르고 생트집을 잡는다는 뜻이다. 실제 일상 생활에서 타인에게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본인 이해관계가 없는 일에 괜히 관여하는 것이 오히려 문제될까봐 무시하는 경우도 많다.


안전문제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필자는 몇 년 전 하필 비가 많이 오는 날 이사를 했다. 이삿짐센터에서는 이삿짐을 지상으로 내리기 위해 사다리차를 이용하려는데 아파트 앞쪽 나뭇가지가 걸렸다. 이삿짐센터 직원은 아파트 관리소 허가를 얻고 사다리차 리프트를 올라타서 약 5미터 높이의 나뭇가지를 잘랐다. 필자는 화물운반을 위한 리프트에 사람 올라타서 작업하는 것, 비가 와서 리프트 바닥도 미끄러운 것 등을 지켜보고 상당한 위험을 느꼈지만 안전조치에 대한 경고 등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외면했다. ‘이사는 해야 하니까’, ‘내가 완벽하게 안전조치에 대한 책임을 질 수도 없는데 무슨 자격으로 안전에 대해 지적을 하겠나?’라는 방어적인 생각 때문이었던 같다.


산업현장에서도 안전사고에 대한 처벌·제재가 강화될수록 이처럼 (사내협력사 아닌 경우) 협력사에 대한 안전보건활동을 외면하는 현상도 생기고 있어서 참 아이러니하다. 기업들은 제3자(협력사)의 작업상 위험을 아예 모르게 외면하거나 위험성을 인지하면서도 협력사에 대한 적극적인 안전보건활동이 협력사에 대한 안전보건 '책임’의 근거가 될 것을 우려한다. 특히 산업안전보건법상 건설공사발주자는 도급사업주와 달리 수급인에 대한 안전보건조치 의무가 없다고 규정돼 있으니 건설공사를 발주 시에는 시공사에 대하여 안전보건활동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법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기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건설공사발주자인지 도급사업주인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사업주가 자신의 사업장에서 사망한 관계수급인의 근로자와 관련해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의 형사책임을 부담하는 도급인에 해당하는지는 도급 사업주가 자신의 사업장에서 시행하는 건설 공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 예방과 관련된 유해·위험요소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도급 사업주가 해당 건설공사에 대해 행사한 실질적 영향력의 정도 도급 사업주의 해당 공사에 대한 전문성, 시공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규범적인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3도14674 판결).


‘규범적 관점’에서 판단한다는 의미는 해당 주체가 사실상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조치를 하고 있는지를 기초로 책임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되고 그러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부담하는 ‘지위’에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쉽게 말해 사업주가 법적 의무와 관계없이 협력사에 대해 안전보건활동을 했다고 그것이 안전보건조치 의무나 책임의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는 의미이다.


예컨대 필자가 이사 과정에서 이삿짐센터에 위험요인을 알려주거나 경고하는 조치가 재해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은 너무나 명백하고 설령 그러한 필자의 조치에 미흡한 점이 있었고 재해가 발생했더라도 안전보건에 관한 조치가 산업안전보건법상 책임의 근거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사업구조가 복잡하여 협력사에 대하여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부담하는 지위에 있는지 불명확한 경우라면 협력사에 대한 안전보건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실질적 재해 예방뿐만 아니라 법적 리스크도 낮추는 방안이 될 것이다. 규범적 관점에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부담하는 지위에 있음에도 실제 안전보건 조치를 방기할 경우 그 법적 책임은 더 중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규범적 관점에서 안전보건조치 의무가 없는 지위에 있다면 안전보건 활동이 선의의 조치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의 책임 범위에 대해 아직까지 혼란이 있어 보이지만 적극적인 안전보건활동이 법적 책임이 증대시킨다는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법원, 고용노동부, 기업들 모두 노력해야 할 것이다.


※ 본 칼럼은 정대원 변호사가 안전신문에 기고한 내용을 편집한 것입니다. 안전신문, 2025.01.03. https://www.safet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4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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