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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리스크 관리로 시작하는 인권 경영

2025.02.25.

노동팀 뉴스레터 제9호 (3) 노동칼럼


1. 인권 경영이란


인권 경영이란 기업이 경영 활동 전반에서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체계를 구축해 근로자, 협력 업체, 지역 사회, 소비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사회에서 기업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기업 활동 전반에서 인권침해 문제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화 시대에서 기업의 지속가능성까지 위협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 인권을 소홀히 하는 기업은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이와 같이 인권 경영이 주목받는 이유는 글로벌 공급망의 확장,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확산, 소비자 윤리의식 증가와 같은 사회적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2027년부터 적용될 유럽연합의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 CSDDD) 같은 규제는 기업에 인권 실사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이를 소홀히 할 경우 전 세계 매출액 최대 5%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특히, 우리 회사가 유럽에서 직접적인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글로벌 공급망 또는 유럽연합(EU) 시장과의 간접적 관계가 있을 경우 인권 실사 요구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2. 인권 리스크 파악의 중요성


기업의 인권 실사(Due Diligence)는 인권에 대한 기업 활동의 부정적인 영향 및 리스크를 파악하고 이를 예방 및 완화하기 위한 일련의 관리 프로세스로, 기업이 모든 활동에 인권 존중을 위해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의 인권 실사 범위는 ▲인권 정책 개발 및 선언 ▲인권 영향 평가 ▲인권 시스템 수립 및 이행 ▲성과 모니터링 및 공시 ▲고충 처리 메커니즘까지 상당히 넓다.  


여기서 기업의 인권 실사를 좌우하는 것은 바로 우리 회사만의 인권 리스크를 파악하는 것이다. 인권 리스크를 사전에 파악하면 인권 침해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수 있고 잠재적인 위기를 미리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필자가 인권 경영 업무를 수행하다 보면 기업들이 인권 리스크를 식별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를 종종 마주하게 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기업이 인권을 다루는 것이 낯설고, 그 경험이 충분하지 않아서 그런지, 인권을 담당하는 부서도 드물고, 인권 영향 평가를 하는 경우에도 주요 국제 규범 내용을 차용해 체크리스트로만 관리하는 수준이다. 그래서 필자가 최근 수행한 인권 경영 실사 업무에서도 '인권 리스크' 발굴에 초점을 두고 인권 정책을 재정립, 그에 맞춰 인권 영향 평가 체크리스트와 인권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보완해 나가는 데 방향을 두고 있다. 따라서, 인권 리스크를 식별하기 위해서는 단계적으로 접근하며,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3. 인권 리스크 식별 : 단계별 접근


인권 리스크를 식별할 때 가장 첫 번째로 실시해야 하는 것은 인권 리스크의 범위와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다. 인권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사업장 근로자, 공급망(협력업체), 지역사회, 소비자 등]에 대해 어디까지 리스크를 살펴볼 것인지를 정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사업장 근로자만 집중적으로 평가할 것인지, 아니면 공급망까지 포함해 전반적인 인권 리스크를 다룰 것인지 등을 결정하는 과정을 말한다. 목표는 단순히 문제를 식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문제를 어떻게 예방하고 완화할 것인지를 설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급망에서 강제 노동과 같은 리스크를 예방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사전 조사다. 우리 회사의 비즈니스 활동과 공급사를 파악해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UNGPs),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실사 가이드라인, 국내법, 국내외 산업별 사례 등을 참고해, 각 리스크 항목에 적용할 수 있는 인권 규범을 조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은 이해관계자별, 지역별, 제품별, 사업별, 공급망 구조별 리스크 요소에 대한 자료를 충분히 수집해 그동안 인지하고 있던 리스크 요소는 물론 잠재적 리스크 요소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전 조사 단계에서는 문헌 조사, 이해관계자 설문조사 및 인터뷰, 워크숍 등을 통해 자료를 수집할 수 있다.


세 번째로는 평가 및 분석이다. 위 사전 조사에서 수집된 정보들을 바탕으로 각 리스크 항목별로 리스크 인자를 파악, 평가하고 그 심각성을 분석한다. 데이터 수집만으로는 부분적인 분석만 가능하기 때문에 외부 전문가(인권 전문가 및 법률 전문가)와 각 사업 부서, 법무 부서, HR 부서 등이 모두 참여해 실제 경험자들의 관점에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네 번째로는 우선순위 이슈 선정이다. 인권 리스크 해결을 위한 자원이 한정적이고 모든 리스크를 단시간에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중대한 사안의 리스크를 먼저 해결할 수 있도록 우선순위를 선정하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이 우선순위를 판단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이때 사안의 심각성(Severity) 및 발생 가능성(Likelihood)이 유용한 판단기준(OECD 책임 있는 경영을 위한 실사 가이드라인, 2018 참고)이 될 수 있다. ①규모(Scale), 범위(Scope), 회복 불가능성(Irremediable Character)의 함수로 표현되는 심각성(Severity)과 ②발생 가능성(Likelihood)을 기준으로 우선순위 해결을 위한 인권 리스크맵을 만들어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위험 요소를 파악할 수 있다. 한편, 주의할 점은 일반적으로 발생 가능성이 낮으면 리스크를 낮게 볼 여지도 있겠지만 발생 가능성이 낮아도 심각성이 큰 사안인 경우 그 영향은 상당히 심각하다. 이에 발생 가능성보다는 심각성을 더 우선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섯 번째로는 개선 및 해결이다.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위험 요소를 파악하고 이행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개선 및 해결을 위한 우선순위를 정할 때는 전사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경영진은 개선 활동에 필요한 인력·시간·예산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최고경영자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인권 경영이 단기적인 프로젝트로 끝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최고경영자가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필요한 자원을 투자하면, 인권 경영은 조직 전반에 걸쳐 빠르게 확산된다. 법무 부서는 법규에 위반되는 사항은 없는지 점검하고 특히 노동관계법령과 안전보건관계법령 등 인권과 밀접한 법적 사항이라면 더욱 철저히 분석해 법적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HR 부서는 고용정책, 보상 체계, 근로환경 제도적인 측면에서 주요 업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개선 사항별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업 부서는 현장의 인권 리스크를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해야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이행이 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할 것이다.  


4. 마무리


2025년 인권 경영 업무 실무진들은 인권 리스크 식별과 사전 대응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사람을 존중하는 기업은 자연스럽게 신뢰를 얻고, 소비자와 근로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로열티를 형성한다. 최근 국내 대표 유제품 기업에서 멸균우유 제품에 세척수가 혼입돼 소비자가 이를 음용한 사고가 발생해 큰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기업이 빠른 사과와  신속한 대응, 투명한 정보 공개로 대응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되나,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란 시각이 대체적이다. 


만약 이 회사가 EU를 대상으로 활동하는 기업이었다면, 2027년부터 시행될 EU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에 의해서 법적 제재나 벌금 등의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었다. 인권 경영은 사업장 근로자와의 관계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 안전과 신뢰를 유지하는 것 역시 핵심 요소다. 따라서 인권 경영을 단순한 의무나 큰 숙제로 여기지 않고, 진지하게 기업 활동 측면에서 인권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며 진정성 있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 본 칼럼은 김수현 노무사가 월간노동법률 2025년 1월호에 기고한 내용을 편집한 것입니다. https://www.worklaw.co.kr/main2022/view/view.asp?bi_pidx=37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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