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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적인 문제 임직원,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2025.02.25.

노동팀 뉴스레터 제9호 (3) 노동칼럼


필자는 2019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도입 이래 많은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의 조사, 징계, 분쟁과 사후 대응을 자문했다. 

의뢰인은 대체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받아 사건을 조사하고 징계 등 인사조치를 하는 기업이었다.


그 과정에서 외부 전문가로서 기업이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법 취지에 따라 원만하고 효과적으로 해결하도록 도우려면 어떤 자세와 관점을 가져야 하는지, 또 항상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이슈에 대해 어떻게 조언할지 고민할 기회가 많았다.


이번 기고를 시작으로 앞으로 필자처럼 지금도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서 기업을 자문하고 있을 변호사, 노무사, 컨설턴트 등 전문가들에게 사건을 다루는 올바른 기본 관점과 방법에 대한 나름의 경험과 고민, 아이디어를 공유하고자 한다.


우선 첫 번째로 다룰 주제는 '고질적인 문제 임직원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다.


고질적 문제 임직원의 모습  


전문가들은 부적절한 행동을 했어도 업무 수행방법에 대한 견해차이 등 그 배경이나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다루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도대체 왜 그런 비윤리적 행동을 '끈덕지게' 한 것인지 쉽게 이해되지 않는 가해자들도 만나게 된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다룬 경험이 많은 전문가들과 편한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눠 보면 이런 끈덕진 케이스의 가해자를 안 겪어 본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아마도 이들이 관여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양상과 부작용이 심각한 사건이라 기업이 처음부터 자체 대응이 아닌 전문가 조력을 구하게 되는 탓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필자가 다룬 한 사안에서는 특별한 이유 없이 수 년에 걸쳐 부하 직원을 한 명씩 찍어 돌아가면서 질책하고 불이익을 주고 편 가르기를 해 많은 직원들이 정신치료를 받게 한 A 임원이 있었다. 그 중 한 피해 직원에게 가해자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물어봤더니, 본인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것은 그저 A의 일관된 괴롭힘 패턴이었을 뿐이었다. 예컨대 이 피해 직원은 다른 직원이 A로부터 괴롭힘을 당할 때는 A와 사이가 좋았다. 그런데 괴롭힘 당한 직원이 다른 부서로 떠나자 괴롭힘 대상이 바뀌었다. A는 이번엔 이 피해 직원을 찍어 괴롭힘을 시작했다.


필자가 겪은 또 다른 사례에선 팀장과 인간적 갈등을 겪자 팀원들을 선동해 팀장을 따돌리고, 일부 날조한 사실까지 포함된 허위 신고를 하고, 급기야 팀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한 악성 신고인 B도 있었다. 이들 모두는 징계를 받고 난 뒤에도 자기 성찰과 반성 없이 법적 분쟁에 나서기도 했다.


확실히 이들의 행동은 비윤리성, 기업에 미치는 해악 정도의 면에서 보통의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 등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이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잠시 오해를 피하기 위해 적자면, 필자는 모든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 등이 이런 특이한 케이스에 해당한다고 보는 건 아니다. 그리고 이 특이한 직원들의 행동 배경엔 여러 다양한 설명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이때 양심 없고 냉혹하며 스스로를 과대 평가하는, 타인과 공감할 수 없는 등의 인격적 특성이 있는 사이코패스의 문제를 다루는 해외 학계 연구도 참고할 만하다. 'Corporate Psychopath : Organizational Destroyer(클리브 바디 著)' 연구에 따르면 100명 중 대략 1명을 통계적으로 사이코패스라고 볼 수 있는데, 이 1명이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는 아니겠지만 앞서 설명한 인격적 특성이 유달리 강한 사람들일 것이다.


같은 연구에서는 이들 사이코패스 중 기업에 재직하는 직장인을 따로 구별해 'Corporate Psychopath'라고 칭한다. 이들은 자기 조절 능력이 부족해 형사처벌을 받는 등 사회 부적응자로 전락하는 일부 사이코패스와 달리, 양육 환경 등에 힘입어 자기 조절 능력을 갖추고 기업에 몸담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어떤 계기로 인해 문제가 드러날 때까지는 겉으로 문제가 보이지 않고 심지어 기업 안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기도 한다.


기업의 올바른 관점 


우선, 기업은 어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마주하더라도 그 조사와 대응이 누가 악인인지를 가리는 일이 아닌 점(앞서 이야기한 Corporate Psychopath 등 그 이름을 어떻게 붙이건), 조사와 대응이 이들에 대한 마녀사냥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기본으로 명심해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가해자 인격 외에도 기업 문화, 잘못된 관행, 세대 간 인식 차이, 개인적 갈등 등 여러 원인이 관여하는 복합적 사건이다. 원인을 정확하게 밝히고 결과에 기여한 정도와 원인 간 상호작용을 파악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너무 무리하다가 자칫 가해자와 무관한 외부적 요소에 기한 문제 행동을 가해자 인격 문제로 돌려 마녀사냥을 하게 될 우려도 있는데, 그런 일은 절대 삼가야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건전한 상식과 증거에 기초해 조사 결과를 신중히 검토했을 때 이들이 일으킨 사건이 사실상 치유가 어렵고 그들의 인격상 문제가 본질이라는 판단이 든다면, 기업은 스스로의 판단을 믿고 대응 조치를 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런 고질적 문제 임직원에겐 가벼운 징계, 예방, 교화, 조용한 해결이 아니라 적법한 절차에 따른 최대한 신속한 퇴사를 기본 대응 방향으로 정하고 대응해야 한다.


그 이유는 이 문제 임직원들이 일으킨 눈앞의 문제 자체만으로 심각한 경우가 많지만, 눈에 보이는 건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들이 계속 기업에 머무르게 된다면 같은 행태를 반복해 동료 직원들의 정신건강과 근무환경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기업은 이들의 삐뚤어진 인격을 근본적으로 교정할 길이 사실상 없다. 예컨대 Corporate Psychopath는 근본적으로 유전적 문제에서 발생한다는 것이 앞서 인용한 해외 연구의 결론이다. 이 연구 외에도 가정과 직장 등에서 볼 수 있는 문제적 인물에 대해 사이코패스 대신 소시오패스(Sociopath)라는 용어를 주로 쓰면서, 양자는 동일하게 모두 양심이 없는 사람을 의미하고 "양심을 기를 능력이 없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그렇게 타고난 것으로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 단정적으로 말하는 정신의학 전문가도 있었다. 


물론 이런 단정적 판단이 온당한지, 온당하다고 해도 눈앞의 문제 임직원이 그런 사람인지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을 교화하고 치유하는 건 전문성이 떨어지고 현실적 제약이 많은 기업에게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 점은 충분히 동의할 수 있다.


이런 고질적 문제 임직원의 문제는 그들과 업무상 일상적으로 마주하고 같이 근무하고 있는 다른 임직원들이 누구보다 잘 안다. 조사 면담 과정에서 대상자들이 직접 신고 대상이 되지는 않았지만 고질적 문제 임직원들의 악행 일화를 털어놓고, 그 임직원은 바뀌지 않는다. 반드시 그 임직원과 결별해야 한다고 말하는 경우는 흔하다. 앞서 A 임원이 그런 사례였다. 그들이 기여하는 바, 지위, 시기상 문제도 대체로 실행 과정에서 부차적으로 고려할 사항에 불과하다. 

 

전문가의 조력 방안 


전문가는 고질적 문제 임직원과 관계를 매듭짓는 것이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유력한 방안임을 알려 주고, 기업이 그렇게 결정한 경우에는 기업이 그 과정에서 법적 요건을 준수하도록 이끌어 줘야 한다. 아래 몇 가지 예를 들어본다. 


1. 조사 및 대응 과정에서 개인정보, 징계사유 통지, 방어권 보장 등에 특별히 유의해야 한다. 특히 최근 들어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여러 조치와 관련해 개인정보법 위반 문제가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 다소 대응이 지연되더라도 이 문제는 기업이 안전하게 법을 준수해 논란 거리를 없애야 한다. 자기성찰과 반성이 없는 고질적 문제 임직원의 성향상, 그리고 이들과의 관계 종결이 목표인 이상 추후 분쟁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법과 판례가 요구하는 것은 문언 그대로 확실히 지키고, 판단이 애매하면 조사 및 징계 대상자에게 유리한 해석을 선택하는 것이 적절하다.


2. 자문 경험상 기업은 강경한 조치를 취할 때 초래될 분쟁과 기타 여러 인력운영상 고려사항 때문에 가벼운 징계를 하려고 할 때가 많다. 이 경우라도 전문가는 먼저 기업의 최종적 결정은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최종적 결정 전에 조사 결과를 알리고 징계의 적정 수위를 조언할 때 기업이 너무 온건한 선택을 한다면 이에 대한 위험을 상세하게 조언하고 충분히 고려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전문가의 역할이다. 예컨대, 피해자의 극단적 선택이 있거나 사회적 물의가 빚어지는 경우 특별근로감독 등 기업에 초래하는 불이익을 사례로 들어 잘 설명해 줘야 한다. 


3. 퇴사가 올바른 방향이라고 선택하고 그 귀결로 기업이 해고를 하려고 할 때, 아직 증거로 확인된 행동은 선례상 해고의 정당한 사유가 되기에는 부족한 때가 있다. 이 경우 해고가 어렵다는 걸 정확하게 알리고 대신 추가 보완을 위한 조사를 제안할 수 있다. 그러한 조사 이후에도 기업이 고질적 문제 임직원과 궁극적으로 헤어지기로 결심했다고 해도 꼭 당장의 결과가 해고가 돼야 하는 것은 아니며, 일단 그보다 낮은 징계를 하고 뒤에서 볼 권고사직이나 협상을 통한 해결을 도모하도록 조언할 수 있다. 단, 이때 징계는 기간이 짧더라도 정직 이상의 중징계를 내릴 수 있다면 이상적이다. 보통 직원들이 인식하는 중징계의 시작은 정직이기 때문이다. 즉, 중징계가 다른 직원들에 주는 기업의 메시지를 의식해야 한다.


4. 해고가 고질적 문제 임직원의 문제 행동에 맞는 가장 확실한 퇴사 실행 방법일 때가 많지만, 그 방법만 유일한 수단은 아니다. 권고사직이나 퇴사협상도 차선책으로 고려할 수 있다. 자진 퇴사 형식의 권고사직은 물론이고, 기업이 들여야 할 수고와 노력, 그리고 결과의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일정한 합의금을 주고 기업을 즉시 떠나도록 하는 퇴사협상도 보통 현명한 선택이다. 이들은 한참 기업과 대립하면서도 분쟁의 어느 단계에서는 양심의 발로가 아닌 보다 유리한 선택이라는 이유로 권고사직에 응하거나 협상을 고려하는 모습을 보일 때가 많다.


5. 고질적 문제 임직원은 기업의 원칙적 대응에 맞서서 피해자를 다른 비위행위로 맞신고를 하거나 기업 조치에 대해 별도의 형사 조치를 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이때 전문가는 무엇보다 그런 전개를 바라보는 기업의 올바른 관점에 대해 조언해야 한다. 필자 경험에 의하면 이는 올바른 대응의 과정에서 으레 일어날 것이 예상된 일이자 치뤄야 하는 어쩔 수 없는 대가다. 시간 문제일 뿐 피해자 보호에 힘쓰면서 차근차근 정당한 대응을 한다면 결국 순리대로 풀어 갈 기회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기업은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해 전문가에 비해 이 점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기업은 물론이고 전문가도 고질적 문제 임직원의 악영향을 최대한 일찍 멈추도록 해야 한다는 목적과, 기업의 대응이 장기적이고 근원적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기업이 이들에 당당하게 대응해야 평소 강조하던 건전한 기업문화 수립 의지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 줄 수 있고, 그 실현에 필수적인 임직원 지지와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있어 전문가는 기업에게 히말라야 등정가와 같은 열정을 공유하고 동시에 등정에 오는 난관을 오랜 경험에 입각해서 조언해 주는 셰르파(Sherpa)와 같은 존재여야 한다.



※ 본 칼럼은 조상욱 변호사가 월간노동법률 2025년 1월호에 기고한 내용을 편집한 것입니다. https://www.worklaw.co.kr/main2022/view/view.asp?bi_pidx=37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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