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자료

간행물

회식자리 폭행, 부하 직원 차량 사적 이용, 휴가 직전 부당한 업무지시, 허위 인사평가 자료 작성 등은 불법행위로서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하고, 사용자는 보호의무 해태로 인한 정신적 손해를 위자할 의무가 있다고 본 사례

2024.11.27.

노동팀 뉴스레터 제7호


[대상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8. 16. 선고 2022가합512237 판결]


1. 사안의 개요


원고 A(이하 ‘원고’)는 2012. 3. 16.부터 2021. 4. 30.까지의 기간 동안 피고 연구원의 연구원 내지 선임연구원으로서 근무하였던 자입니다. 


피고 연구원은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에 의해 설립된 원자력 관련 연구·개발을 종합적으로 수행하는 정부출연 연구기관이고, 피고 B, C, D(이하 피고 B, C, D를 통틀어 피고 B 등)는 모두 피고 연구원 소속 근로자였습니다.


원고는 최초 2017. 8. 7. 피고 연구원 고충처리위원회에 "피고 B가 원고에 대하여 실시한 2016년 인사평가(이하 이 사건 인사평가)가 부당하게 이루어졌다"고 주장하면서 인사평가 제도개선, 평가자 피고 B에 대한 피고 연구원의 경고 등 조치, 원고의 타부서 인사발령을 요청하는 신고서를 제출하였습니다(이하 이 사건 고충처리신고). 그런데 이 사건 고충처리신고가 ‘이 사건 인사평가의 부당함을 객관적으로 확증할 수는 없으나, 원고의 요청에 따라 원고를 타부서에 전보조치할 수 있도록 기관장 등에게 건의’하는 정도로 결과 통보되자, 원고는 다시 2021. 3. 23. 국민신문고를 통해 '피고 B 등이 원고에게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행위들을 하였고, 피고 연구원이 이를 제재하지 않고 계속 묵인하였다'는 취지의 민원(이하 ‘이 사건 민원’)을 제기하였습니다. 


이 사건 민원의 담당 처리기관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시를 받은 피고 연구원은 내부조사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하여 외부 노무법인에 조사를 의뢰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피고 연구원은 ① 피고 D의 원고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아 피고 D에 대하여는 특별한 조치를 요구하지 않았으나, ② 피고 B, C의 경우 아래와 같은 원고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일부 인정하여 관련 규정에 따른 인사 조치를 권고하는 내용으로 의결하고, 피고 연구원은 피고 B에 대하여 경고처분을, 피고 C에 대하여 주의촉구 처분을 하였습니다. 



그러자 원고는 피고 B 등을 상대로 ‘원고 차량 사적 이용’, ‘회식 자리에서의 폭행’, ‘휴가기간 중 업무지시’ 등을 이유로 한 불법행위책임을, 피고 연구원에 대하여는 사용자 책임과 독자적인 불법행위책임(예비적으로 채무불이행책임)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했습니다.


2. 판결 요지


대상판결은 ① 피고 B 등의 불법행위책임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부분과 피고 연구원의 사용자 책임, ② 피고 연구원의 독자적인 손해배상책임 부분을 나누어 판단하였으며,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고의 청구 중 피고 C, 피고 연구원에 대한 각 청구는 일부 인용하고, 피고 B, D에 대한 각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가. 피고 B 등의 불법행위책임과 피고 연구원의 사용자 책임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부분 (원고는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사이에 이루어진 피고 B, D, C의 행위 각 10개, 5개, 10개를 특정하여 불법행위책임을 주장하였습니다)


피고 B의 불법행위책임 및 피고 연구원의 사용자책임


피고 B가 원고에 대하여 원고가 주장한 직장 내 괴롭힘 행위(회식 자리에서 폭행, 원고의 개인차량 사적 이용, 원고의 휴가 중 또는 휴가 직전 부당한 업무지시, 허위 인사평가 자료 작성 및 평가 등) 중 일부를 한 사실이 인정되고, 그로 인하여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받았거나 근무환경이 악화되었다고 보인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2는 2019. 1. 15.에 신설되어 2019. 7. 15.부터 시행된 규정이므로 위 규정이 직접 적용되지는 않으나, 피고 B가 업무의 적정 범위를 넘는 각 행위를 저질러 원고에게 정신적 고통을 끼친 것은 사회통념상 위법하다고 보이므로, 이를 불법행위로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 B와 그 사용자인 피고 연구원은 원고에게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위자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민법 제766조 제1항 소정의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라 함은 현실적으로 손해의 발생과 가해자를 알아야 할 뿐만 아니라 그 가해행위가 불법행위로서 이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안 때를 의미하고, 불법행위가 계속적으로 행하여지는 결과 손해도 역시 계속적으로 발생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손해는 날마다 새로운 불법행위에 기하여 발생하는 손해로서 민법 제766조 제1항을 적용함에 있어서 그 각 손해를 안 때로부터 각별로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9. 3. 23. 선고 98다30285 판결 참조). 피고 B의 위 각 행위는 2017. 6. 이전에 이루어진 행위로서, 행위 당시로부터 3년이 지난 후인 2022. 2. 21.에 이 사건 소가 제기되었음은 명백한 이상, 그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이 사건 소제기 전에 이미 시효가 완성되어 소멸하였다.


피고 D의 불법행위책임 및 피고 연구원의 사용자책임


원고는 피고 D가 피고 B의 부당행위에 대한 신고 및 조치요구 묵살, “다른 부서에 나쁜 말을 전하여 못가게 하겠다”, “이렇게 하면 이 업계에서 일하기 힘들다”는 발언 등의 행위를 하였다는 점에 대하여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기는 하나, 원고의 진술 외에는 이를 뒷받침할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없고, 노무법인 조사, 심의위원회 의결에서도 위 사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설령 피고 D가 위와 같은 행위를 하였고 이것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피고 D, 피고 연구원은 이에 대하여 소멸시효 항변을 하고 있고, 앞서 피고 B의 경우에서 살펴본 것과 마찬가지로 피고 D의 각 행위 당시로부터 3년이 지난 후에 이 사건 소가 제기되었음은 명백한 이상, 그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이 사건 소 제기 전에 이미 시효가 완성되어 소멸하였다.


피고 C의 불법행위책임 및 피고 연구원의 사용자책임


(ⅰ) 원고는 2019. 12. 3. 피고 C와 면담한 이후로 피고 C가 개별 면담에서 충성을 강요하며 “나와 척지면 끝까지 괴롭힌다”는 협박성 발언과 같은 발언을 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여 온 점, (ⅱ) 피고 C는 노무법인 조사 당시 '발언의 구체적인 내용을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비슷한 취지의 발언이 있었을 수 있다'고 인정하였던 점, (ⅲ) 이러한 이유로 이 사건 노무법인 보고서에는 피고 C가 위와 같은 발언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기재되어 있고, 피고 연구원은 2021. 10. 7. 심의위원회 의결, 인사관리팀 검토를 거쳐 피고 C에 대하여 주의촉구 처분을 한 점, (ⅳ) 피고 C가 심의위원회 의결결과나 주의촉구 처분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였다고 볼만한 사정도 없는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 C가 2019. 12. 3. 원고에 대하여 위와 같이 '나와 척지면 끝까지 괴롭힌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나아가 위 발언의 내용, 피고 C의 지위 등에 비추어 보면 경험칙상 원고가 피고 C의 위 발언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았거나 근무환경이 악화되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는 위법한 '직장 내 괴롭힘' 행위로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피고 연구원은 피고 C의 사용자로서 책임이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 C와 피고 연구원은 원고에게 위와 같은 '직장 내 괴롭힘' 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위자할 책임이 있다.


이 사건에서 드러난 피고 C의 행위의 경위, 내용, 정도 및 변론 전체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 C의 행위로 인한 원고에 대한 위자료는 그 액수를 100만 원으로 정함이 타당하다.


나. 피고 연구원이 독자적으로 부담하는 손해배상책임


고용관계 또는 근로관계는 이른바 계속적 채권관계로서 인적 신뢰관계를 기초로 하는 것이므로, 고용계약에 있어 피용자가 신의칙상 성실하게 노무를 제공할 의무를 부담함에 대하여, 사용자로서는 피용자에 대한 보수지급의무 외에도 피용자의 인격을 존중하고 보호하며 피용자가 그의 의무를 이행하는 데 있어서 손해를 받지 아니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고 피용자의 생명, 건강, 풍기 등에 관한 보호시설을 하는 등 쾌적한 근로환경을 제공함으로써 피용자를 보호하고 부조할 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1998. 2. 10. 선고 95다39533 판결, 대법원 2001. 7. 27. 선고 99다56734 판결, 대법원 2021. 8. 19. 선고 2018다270876 판결 등 참조).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 연구원은 근로계약에 수반하는 신의칙상 부수적 의무로서 근로자인 원고에 대한 보호의무를 부담하므로 원고가 직장 내 괴롭힘 등 업무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면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받는 일이 없도록 가능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러한 의무를 해태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고, 이로 인하여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다. 따라서 피고 연구원은 원고에게 이러한 보호의무 해태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위자할 의무가 있다.

피고 B는 2013.경부터 2017. 6.경까지 원고에 대하여 회식자리 폭행, 개인차량 사적 이용, 휴가 직전 부당한 업무지시, 허위 인사평가 자료 작성이라는 불법행위를 저질렀고, 피고 C는 2019. 12. 3. 원고와의 개별면담에서 충성을 강요하며 '나와 척지면 끝까지 괴롭힐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 이러한 피고 B, C의 행위는 피고 연구원의 업무를 수행하던 중 일어난 것이므로, 그 자체로 피고 연구원이 원고가 노무를 제공함에 있어 적절한 인적 환경을 마련할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원고가 이러한 피고 B, C의 행위에 대하여 절차에 따라 문제를 제기하였지만, 피고 연구원은 2017. 8. 7. 제기된 이 사건 고충처리신고에 대하여 원고와 2차례 면담을, 피고 B와 1차례 면담을 실시하였을 뿐, 문제된 회식에서의 동석자에 대한 조사 등을 전혀 실시하지 않은 채, 원고 및 피고 B에 대한 면담결과만을 토대로 '이 사건 인사평가의 부당함을 객관적으로 확증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 연구원이 이 사건 고충처리신고와 관련하여 필요한 조치를 다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게다가 원고는 이 사건 민원에서도 이 사건 인사평가의 부당함을 지적하였는데, 노무법인 보고서 중 이 사건 인사평가와 관련된 부분의 참고인 진술란이 공란으로 되어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노무법인 조사 당시에도 이 사건 인사평가와 관련하여 참고인 조사가 제대로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피고 연구원으로서는 노무법인에 이 부분 조사를 추가로 의뢰하거나 자체적으로라도 객관적 진술 확보를 위한 조사를 진행하였어야 하나, 추가적인 조사 없이 이 부분을 피고 B에 대한 처분사유로 삼지 않았으므로, 피고 연구원은 이 사건 민원과 관련하여도 필요한 조치를 다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 연구원은 원고가 2021. 3. 23. 외부기관 국민신문고에 이 사건 민원을 제기하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조사 지시가 내려오기 이전까지 이 사건 고충처리신고에 대한 조사를 제외하고는 관련 조사나 대응방안 마련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이를 묵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고충처리신고에 따른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졌다고는 볼 수 없으나 결과적으로 휴직 및 파견근무를 통해 원고의 요청에 따른 전보 조치는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이 사건 민원에 대한 조사 역시 불충분한 부분은 있으나 피고 연구원은 그 조사과정에서 원고의 요청사항 반영 및 객관성 확보를 위하여 노력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 연구원은 피고 C의 불법행위에 따른 사용자책임을 별도로 부담하는 점과 함께 원고가 처한 인적 환경, 원고가 입은 불이익의 정도 및 원고가 결국 피고 연구원을 퇴사하기에 이른 점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 연구원이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할 위자료 액수를 400만 원으로 정한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되며(근로기준법 제76조의2) 이에 위반하는 행위는 위법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서 피해 근로자에 대한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의 원인이 된다’는 대법원 판례의 기본적인 입장을 재확인 하였다는 의미가 있습니다(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20다270503 판결 등 참조).


아울러 대상판결은 ‘고용계약에서 피용자가 신의칙상 성실하게 노무를 제공할 의무를 부담함에 대하여, 사용자로서는 피용자에 대한 보수지급의무 외에도 피용자의 인격을 존중하고 보호하며 피용자가 그의 의무를 이행하는 데 있어서 손해를 받지 아니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고 피용자의 생명, 건강, 풍기 등에 관한 보호시설을 하는 등 쾌적한 근로환경을 제공함으로써 피용자를 보호하고 부조할 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사용자의 보호의무에 입각하여(대법원 2021. 8. 19. 선고 2018다270876 판결 등 참조), 각 가해자인 피고들의 불법행위책임 소멸시효 완성과 별개로 피고 연구원이 사용자로서 근로자인 원고에 대하여 부담하는 채무불이행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 특히 그 손해배상금액이 각 가해자인 피고 개인들에 비하여 중하게 인정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판결입니다.


대상판결은 쌍방이 항소하지 않아 확정되었습니다.

관련 업무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