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훈련 시간도 근로시간에 해당할까?
2024.11.27.
1. 들어가며
많은 기업들이 근로자를 대상으로 신입사원 연수, 직무교육, 승진자교육, 역량향상교육, 법정의무교육 등 다양한 교육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2023년 기업직업훈련 실태조사(고용노동부,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2022년도 기준 300인 이상 기업의 96.6%가 교육훈련을 실시했고, 66%는 기업 내 교육훈련 전담 부서를 두고 있다고 응답했다. 해당 조사에서는 교육훈련의 범위를 '직무수행능력의 습득·향상을 위해 실시한 교육훈련'만으로 제한(법정의무교육,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 등은 명시적으로 제외)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로 교육훈련을 실시하는 기업의 비율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훈련은 사용자(또는 사용자로부터 위탁받은 기관 등)가 근로자에게 제공한다는 점에서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노동력을 제공'하는 전형적인 근로제공의 모습과는 차이가 있다. 반면, 근로자 입장에서는 교육훈련의 대부분이 사용자 지시에 의해 이루어지고, 교육훈련 참여에 상당한 시간이 투입되기 때문에 사실상 일하는 것(근로제공)과 다를 바 없다고 느끼게 된다. 이러한 교육훈련의 특성으로 인해 '교육훈련 시간이 근로시간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종종 사용자와 근로자 간 분쟁이 발생하곤 한다. 더 나아가 교육훈련 시간에 상응하는 임금, 연장근로수당 등을 두고 임금체불 진정이나 형사고소까지 발생하기도 한다.
과연 교육훈련 시간은 근로시간에 해당할까? 그리고 근로시간에 해당하는 교육훈련과 그렇지 않은 교육훈련은 어떠한 기준으로 구분할 수 있을까? 만약 교육훈련 시간이 근로시간에 해당한다면 이에 대한 임금이나 수당을 지급해야 할까? 이하에서는 이에 관해 살펴보고자 한다.
2. 근로시간 해당 여부에 관한 일반적 판단기준
우선,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계약상의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의미하며, 대기시간이나 휴식·수면시간이라고 하더라도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고 있는 시간이라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6다41990판결 등 참조). 다시 말해, 근로시간은 '(근로자의) 노동력을 사용자의 처분 아래에 둔 실 구속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근로시간 해당 여부의 판단과 관련해서 대법원은 휴식시간이나 수면시간이 근로시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근로시간에 속하는지 여부는 특정 업종이나 업무의 종류에 따라 일률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여러 사정을 종합해 개별 사안에 따라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했다(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4다74254 판결).
고용노동부도 2018. 6. 11. '근로시간 해당여부 판단 기준 및 사례'를 발표하며 '특정 시간이 근로시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근로시간에 해당하는지는 ▲사용자의 지시 여부 ▲업무수행(참여)의 정도 ▲수행이나 참여를 거부한 경우 불이익 여부 ▲시간·장소 제한의 정도 등 구체적 사실관계를 따져 판단해야 한다.
정리하자면 특정 시간이 근로시간에 해당하는지는 그 시간의 명칭이나 형식이 아니라 '구체적 제반 사정에 비춰 해당 시간에 대한 사용자의 실질적인 지휘·감독이 있었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3. 교육훈련 시간이 근로시간에 해당하는지
가. 대법원 판례 및 행정해석이 제시한 판단기준
여타 시간과 마찬가지로, 교육훈련 시간도 그에 관한 제반 사정들을 고려해 근로시간 해당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운수종사자에 대한 보수교육(전문성, 기능 향상 등을 목적으로 시행하는 일종의 실무교육) 시간이 근로시간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 사안에서, 다음과 같은 구체적 판단 요소들을 제시했다(대법원 2022. 5. 12. 선고 2022다203798 판결).
위 대법원 2022다203798 판결처럼 구체적으로 고려 요소들을 제시·열거한 행정해석은 확인되지 않으나,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은 과거부터 교육훈련의 근로시간 해당 여부 판단 시 위 대법원 판결에 제시된 요소들을 고려해 왔던 것으로 보인다. 이를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나. 구체적 사례
실제로 '교육훈련이 근로시간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된 사례로는 다음의 판결례들을 참고해 볼 수 있다.
[근로시간 인정례] 서울고등법원 2022. 6. 17. 선고 2021나2038797 판결(상고 없이 확정)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전현직 방문교육지도사들이 지원센터의 운영주체인 지방자치단체 또는 그 수탁단체를 상대로 보수교육 시간에 대한 초과근무수당 등의 지급을 구한 사례'에서 법원은 △보수교육은 방문교육지도사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으로서 근로제공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점 △각 지원센터는 여성가족부 지침에 따라 보수교육 이수에 대한 관리ㆍ감독 등을 해야 하므로 보수교육은 사용자에게도 부과된 의무인 점 △근로자들이 보수교육 의무시간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면직대상이 되거나 재계약을 할 수 없게 되는 등 중대한 불이익이 예정돼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해당 교육실시의 주체가 지방자치단체 또는 수탁단체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보수교육 시간은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근로시간 인정례] 서울고등법원 2021. 3. 26. 선고 2019나2044676 판결(상고기각으로 확정, 지연이율 부분에 관해서만 파기자판)
'아파트 경비원들이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산업안전보건교육 시간(월 2시간)에 대한 임금 등을 청구한 사례'에서 법원은 △실제 경비업무에 종사하지 않았더라도 법정교육시간인 산업안전교육에 소집돼 각종 지시사항을 전달받는 등 지휘ㆍ감독을 받은 점 △교육장소를 이탈하거나 위 시간을 자유로이 이용할 수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해, 교육시간 2시간 전체가 근로시간에 포함돼야 한다고 본 다음 그에 따른 임금 등의 지급의무를 인정했다.
[근로시간 인정례] 제주지방법원 2022. 2. 11. 선고 2021가합10186 판결(항소 취하로 확정)
'버스운송회사가 소속 근로자들의 휴무일에 친절교육, 안전교육, 사내교육 등 월 2시간의 교육을 실시했던 사례'에서 법원은 △회사가 근로자들에게 휴무일 교육 참석을 공지하고 참석 여부를 확인한 점 △교육의 내용이 업무에 꼭 필요한 내용이거나 관련 법령에서 의무로 구성된 점 등을 고려해 해당 교육시간을 사용자의 지휘ㆍ감독을 받는 시간에 해당한다고 보고, 회사에 교육시간에 대한 임금 지급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단체협약에서 '교육시간을 근로시간에서 제외한다'는 취지의 합의가 있더라도, 이는 실질적으로 근로시간에 해당하는 교육시간을 근로시간으로 보지 않음으로써 해당 시간에 대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하는 규정이므로 근로기준법 제15조 제1항에 따라 무효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근로시간 부정례] 부산지방법원 2015. 11. 11. 선고 2015나2055 판결(상고 없이 확정)
'택시회사 소속 근로자들이 회사가 아닌 부산광역시 교통문화연수원에서 실시한 여객보수교육에 참석한 사례'에서 법원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령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운수종자사에 대한 교육 주체는 운송사업자가 아닌 점 △회사가 부산광역시 교통문화연수원에 여객보수교육을 위탁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해, 근로자들이 여객보수교육에 참여한 시간은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다. 소결
이상에 비춰보면, 특정한 교육훈련 시간이 근로시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위 대법원 2022다203798 판결에서 제시한 요소들을 중심으로 살펴봐야 하며, 그 결과 해당 교육훈련 시간이 사용자의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에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근로시간으로 인정될 것이다. 특히, △법률,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 교육훈련에 관한 근거가 있을수록, △교육훈련의 목적이 근로제공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수록, △사용자가 직접 교육훈련을 실시할수록, △교육훈련 불참 시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존재할수록 교육훈련 시간이 근로시간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4. 교육훈련 시간에 대한 임금, 수당 등 지급 의무
근로계약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할 것을 약정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해 임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쌍무계약이다(근로기준법 제17조). 따라서 교육훈련 시간이 근로시간으로 인정되는 이상 사용자는 해당 시간에 대한 임금을 지급해야 하고, 만약 교육훈련이 소정근로시간 외에 이루어졌다면 시간외근로에 따른 가산수당도 함께 지급돼야 할 것이다. 나아가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은 '교육훈련이 근로시간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법령,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 해당 교육훈련을 유급으로 규정하고 있거나 관례적으로 임금을 지급하고 있었다면 해당 시간의 임금은 지급돼야 한다'는 입장인바(근기 01254-14835, 1988. 9. 29.), 근로시간의 인정 여부와 무관하게 교육훈련에 대한 임금, 수당 등을 지급하기로 정한 규정이 존재한다면 그에 따라야 할 것이다.
근로시간 중 이루어지는 교육훈련의 경우, 사용자 대부분이 이를 근로시간으로 인정해 주고 있다는 점에서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적다. 문제는 '소정근로시간 외의 교육훈련'이다. 특히, 이러닝(E-Learning)이나 동영상 시청 방식의 교육훈련이 증가함에 따라 '근로시간 외에 교육훈련에 참여했다'고 주장하며 사용자에게 연장근로수당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10. 29. 선고 2019가합544241 판결 - 항소 없이 확정, 부산고등법원 2021. 5. 12. 선고 2020나55537 판결 - 상고기각으로 확정).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가합544241 판결, 부산고등법원 2020나55537 판결 모두 '근로시간 이후에 교육을 수강했다는 점'이 인정되지 않아 근로자들의 청구가 기각됐으나(부산고등법원 2020나55537 판결의 경우 온라인 동영상 강의 수강 방식 이전 기간의 교육훈련 시간에 대한 연장근로수당 청구 부분은 인정), 언제든 이러한 유형의 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분쟁 발생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는 근로자들에게 '동영상 강의 수강은 근로시간 내에 할 것', '근로시간 외에 동영상 강의를 수강할 경우 반드시 사용자의 사전 허가를 받을 것' 등과 같은 지시 내지 지침을 내리거나, 그러한 내용을 사규 등으로 명문화해 두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한편, 국민 평생 직업능력 개발법(평생직업능력법, 구 근로자직업능력개발법)은 '직업에 필요한 직무수행능력을 습득·향상시키기 위해 실시하는 훈련'을 직업능력개발훈련으로 정의한 다음(제2조 제1호), '기준근로시간 외의 훈련시간에 대해서는 생산시설을 이용하거나 근무장소에서 하는 직업능력개발훈련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연장근로와 야간근로에 해당하는 임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해(제9조 제5항), 일정한 요건을 갖춘 교육훈련에 대해서는 가산수당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①특정 교육훈련이 근로자의 직무수행능력 습득·향상을 위해 실시됐고, ② 그와 같은 교육이 사용자의 생산시설 이용 없이 사업장 외의 장소에서 이루어졌다면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 특칙이 존재하지 않는 한 사용자에게 가산수당 지급의무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관련 행정해석으로는 근로기준과-571, 2010. 2. 1. 참조). 다만 평생직업능력법 제9조 제5항은 제한된 요건하에서만 인정되고, 해당 규정이 적용된 사례의 확인도 어렵다는 점에서 그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는 교육훈련 사례는 흔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근로자직업능력개발법 제9조 제5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본 사례로는 대구지방법원 2021. 6. 3. 선고 2020가합203019 판결, 제주지방법원 2020. 2. 12. 선고 2019나11227 판결 등).
5. 마치며
서두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재 대다수의 기업들은 근로자에 대한 교육훈련을 실시하고 있으며, '신입 근로자의 조직 정착', '근로자에게 필요한 역량 향상', '법률 등에 따른 의무 이행' 등 그 목적 또한 다양하다. 산업 전반에서 AI의 활용도가 높아짐에 따라 관련 전문가 양성, 직무 재설계 등의 필요성으로 인해 기업의 근로자에 대한 교육훈련은 앞으로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훈련이 늘어난 만큼 그에 대한 관리에도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한다. 특히 교육훈련의 근로시간 인정 여부 및 그로 인한 임금, 수당 지급 등에 관한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운영 중인 교육훈련 제도나 관련 규정 전반을 다시 한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 본 칼럼은 이영진 변호사가 월간노동법률 2024년 10월호에 기고한 내용을 편집한 것입니다. https://www.worklaw.co.kr/main2022/view/view.asp?bi_pidx=37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