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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이 소속 근로자가 추락사한 현장에 피 묻은 안전모를 몰래 가져다 두는 등 안전보건조치의 소홀함을 은폐하고, 중대재해 발생 현장을 훼손한 사안에서 아파트 관리사무소장과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에게 산업안전보건법상 책임이 있다고 본 사례

2024.11.27.

노동팀 뉴스레터 제7호


[대상판결 : 의정부지방법원 2024. 8. 20. 선고 2023고단3573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인 A는 B 주식회사에서 위탁관리하는 경기 양주시에 있는 C 아파트(이하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사무소장으로서, B 주식회사를 대리하여 소속 근로자의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사항을 관리∙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입니다. 


B 주식회사는 서울 용산구에서 상시 근로자 2,439명을 사용하여 공동주택 및 빌딩관리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으로서, 2019. 6. 26.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이하 ‘이 사건 입주자대표회의’)와 사이에 이 사건 아파트 관리에 관한 위탁계약을 체결하여, 그 무렵부터 이 사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고용하는 B 주식회사 소속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하는 사업주입니다.


피고인 D는 2019. 5.경 이 사건 입주자대표회의의 회장으로 선출된 후 2023. 4.경까지 입주자대표회장으로 근무한 사람입니다.


이 사건 아파트 관리사무소 소속 근로자인 E는 2020. 10. 14. 이 사건 아파트 110동 1, 2호 라인 앞 계단에서 센서등 교체작업을 하던 중 약 3m 높이의 이동식 사다리에서 추락하여 허리 부위에 부상을 입고 6일 동안 입원치료를 받았습니다.


피고인 A는 피고인 D에게 위 산업재해를 산업재해보상보험으로 처리하지 않고 입원 치료 기간을 정상 출근으로 처리하겠다 보고한 뒤, 입원치료비 중 일부를 근로자 개인 비용으로 지급하게 하게 하고, 출근부를 허위로 작성하였으며, 산업재해조사표를 관할 노동관서에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E는 2022. 7. 4. 이 사건 아파트 110동 1, 2호 라인 지하 1층에서 지상으로부터 약 3.9m 높이에 설치된 오수관에 A형 이동식 사다리를 펼쳐서 걸친 다음 위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지상으로부터 약 2.5m 높이에서 위 오수관을 분리한 뒤 점검하던 중 위 사다리의 접합 부분이 파손되면서 바닥으로 추락하여 사망하였습니다. 


피고인 D는 위와 같은 추락 사망 사고가 발생한 직후 민사상 책임을 질 것을 우려한 나머지 이 사건 아파트 관리사무실로 찾아가 피고인 A에게 “(재해자가) 안전모를 안 쓰고 올라간 것 같으니 사고 현장에 안전모를 하나 갖다 놔라”고 지시하였습니다. 이에 피고인 A는 E가 병원으로 후송된 직후, 이 사건 아파트 관리사무소 자재창고에 보관되어 있던 흰색 안전모 2개를 흰색 봉투에 넣어 사고 현장으로 이동한 다음, 그곳 바닥에 흘러 있던 E의 혈액을 가지고 간 안전모 1개에 묻혀 추락사고 장소에 두고, 나머지 1개의 안전모는 추락사고 장소에 설치되어 있는 소화전 위에 올려놓는 방법으로 사고 장소를 훼손하였습니다.


이에 검사는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산업재해 사실을 은폐하였고, 피고인들이 중대재해 발생현장을 훼손하여 근로감독관의 중대재해 발생 원인조사를 방해하였다’는 공소사실로 피고인들을 기소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대상판결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산업재해 발생사실을 은폐하고, 피고인 D가 교사하여 피고인 A가 중대재해 발생 현장을 훼손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1) 산업재해 발생사실 은폐 공모 여부 (긍정)


피고인 A는 일관되게 '피고인 D에게 2020. 10. 14. 센서등 작업 중 E가 사다리에서 추락하여 다쳐 병원에 보냈다는 사실을 보고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고, 이 사건 아파트 관리사무소 산업재해 처리절차표에 의하더라도 산업재해 발생 시 입주자대표회장에게 보고하도록 되어있어, 피고인 A의 위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


피고인 D는 '피고인 A가 "E가 작업하다 다쳤는데 며칠 쉬고 나온대요"라고 하기에 "알았다"고 대답하였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으므로, E가 작업 중 다쳐 출근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피고인 D는 E가 휴업기간 동안 정상적으로 출근한 것을 전제로 작성된 2020. 10.분 급여명세서를 승인하였다.


E가 출근하지 않은 기간 동안에도 모두 출근한 것을 전제로 산정된 급여명세서를 승인한 행위는 E가 산업재해로 인하여 출근하지 못한 기간 마치 정상적으로 출근한 것처럼 보이게 하여, 산업재해 발생사실이 외부에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적극적인 조치로써 산업재해 은폐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행위에 해당한다.


(2) 산업재해 원인조사 방해 교사 여부 (긍정)


피고인 A는 일관되게 '피고인 D가 사고현장에 안전모를 가져다 놓으라고 말한 것을 듣고 안전모를 현장에 둔 것이고, 안전모를 갖다 놓은 후 피고인 D에게 전화를 하여 "사고현장에 안전모를 갖다 놓았다"라고 말하고 카카오톡으로 안전모를 갖다 놓은 현장 사진을 전송하였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관리사무소 직원인 F는 사망 사고 발생 당일 관리사무실에서 피고인들이 '사다리 등'을 언급하며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았고, 그 후에 피고인 A가 안전모를 들고 사고현장으로 가는 모습을 보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피고인 A가 같은 날 10:31경 피고인 D에게 아직 E의 피가 바닥에 흥건하게 고여 있는 상황에서 안전모를 바닥에 놓은 사진을 찍어 피고인 B에게 전송한 사실이 인정된다.


피고인 D는 피고인 A로부터 위와 같은 사진을 전송받고도 안전모가 바닥에 놓여 있는 이유에 관해 묻지 않은 채, 피고인 A가 '잘 조치했다'고 하자 '알았다'고만 대답하였다. 이는 사고 발생 당시 E가 안전모를 쓰고 올라간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하여 사고 현장에 안전모를 갖다 놓으라고 지시한 사람의 행동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피고인 D는 사고 당일 안전모를 갖다 놓으라고 말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 취지가 향후 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피고인 D가 안전모를 갖다 놓으라고 말한 시점은 사고 발생 직후인 점, 위와 같이 피고인 A가 피고인 D에게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안전모를 비치한 모습이 아닌, E의 피가 흥건하게 고여 있는 옆쪽 바닥에 있는 안전모의 모습을 찍어 전송한 점 등 피고인 D가 위와 같은 말을 한 시점 및 상황을 고려하면, 향후 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의도로 안전모를 갖다 놓으라고 말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안전모의 비치 유무는 산재 발생 현장에 사업주 등의 책임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고, 현장에 없던 안전모를 갖다 놓는 것은 사고 당시 현장 상태를 변동시키는 행위이며, 피고인 D는 현장에 안전모를 갖다 놓으라는 말을 할 당시 안전모를 갖다 놓으면 사고 당시와는 현장 구성이 달라진다는 점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으므로, 피고인 D는 안전모를 갖다 놓는 행위가 산재 현장 훼손 행위라는 인식도 충분히 있었다고 보인다.


3. 의의 및 시사점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안전보건과 관련된 미비한 문서를 사후적으로 조작ㆍ작출하거나 중대재해 현장을 훼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대상판결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중대재해 발생 시 현장을 훼손하거나 관련 증거 등을 사후적으로 조작하는 경우 중대재해 발생 자체에 따르는 범죄의 성립과는 별개로 중대한 범죄행위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한 점에서 대상판결은 의의가 있습니다.


또한 위와 같은 행위는 구속 사유가 되거나 양형에 상당히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대상판결은 피고인 D와 검사가 항소하였지만 모두 항소 기각되었고, 쌍방이 상고하지 않아 확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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