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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5주년, 구애 갑질과 앞으로의 과제

2024.11.27.

노동팀 뉴스레터 제7호


1. 들어가며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을 도입한 근로기준법(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도 어느덧 5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던 2019년 당시만 하더라도 법조계 안팎에서는 '괴롭힘'이라는 개념이 가지는 모호성, 법률만능주의에 대한 경계 등으로 인해 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를 법제화까지 해야 하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거나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던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요즘은 직장 내 괴롭힘 문제의 해결에 법적 절차가 개입돼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고 5년 동안 다양한 유형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접수돼 왔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이나 조직에서는 괴롭힘 사실에 대한 신고 단계에서부터 괴롭힘 행위자에 대한 조치, 피해자의 피해 회복 단계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처리 절차를 마련해 왔다. 규모가 있는 기업이나 조직의 경우 괴롭힘 신고에 따라 각 단계별로 체계적인 대응 매뉴얼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수년간 시행됨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사회적 인식 및 직장 내 문화에는 많은 개선이 있었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도 정착해 오고 있다. 그러나 직장 내 괴롭힘 문제는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2.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근로기준법 제76조의2는 '직장 내 괴롭힘'을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열거하지 않는 포괄적 규정 형태로, 직장 내 괴롭힘의 유형 및 행위태양이 다양하다는 점, 입법기술상 법률에서 이를 구체적으로 열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이와 같은 규정 형태는 다양한 유형의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 행위의 대상으로 포섭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어떤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명확하게 예측하는 데 어려움을 주기도 한다.


그간 누적된 고용노동부의 해석과 법원의 판결에 비춰 보면,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①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할 것, ②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을 것, ③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일 것이 요구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판단기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직장 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 행위들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3. 직장 내 괴롭힘의 한 유형으로서의 '구애 갑질'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규정 형태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직장 내 괴롭힘은 다양한 유형으로 나타난다. 대표적인 유형을 꼽자면 폭언·모욕·비하적 발언, 부당한 지시 등이 있다. 이와 같은 직장 내 괴롭힘 유형은 주로 상급자가 하급자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거나 둘 간의 관계가 악화돼가면서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모든 직장 내 괴롭힘이 부정적 감정이나 관계의 악화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상급자가 하급자에 대해 일방적으로 호감을 갖는 경우도 직장 내 괴롭힘의 단초가 될 수 있다.


최근 신조어 중에 '고백 공격'이라는 말이 있다. 상대방은 전혀 연애 감정이 없는데 일방에서 느닷없이 고백을 해 상대방에게 불쾌감 내지 정신적 피해를 안겨주는 행위를 일컫는 말이다. 물론 뜻 풀이만 보면 무거운 의미로 다가오지만 실제로는 유머러스하게 사용되는 일종의 인터넷 밈(Meme) 같은 말이다. 그러나 위 단어가 사용되는 장소가 직장이라면, 특히 상급자와 하급자 사이의 관계에서 일어난 고백 공격이라면 이를 가볍게 웃어넘길 수 있을까? 아마도 그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상급자의 고백 공격처럼, 상급자가 직장 내 지위 등을 이용해 하급자에 대해 원치 않는 구애를 하는 등의 행위를 이른바 '구애 갑질'이라고 부른다. 구애 갑질은 강압적 구애, 신체접촉 등의 형태를 띠기도 하고, 상대방과의 관계에 대한 악의적 추문을 퍼뜨리는 행위, 구애 거부에 대한 보복으로 업무적인 괴롭힘을 가하는 행위 등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구애 갑질은 심한 경우에 스토킹 범죄로 발전할 수도 있다. 2021년 10월 시행된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스토킹 행위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反)해 정당한 이유 없이 우편·전화·팩스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물건이나 글·말·부호·음향·그림·영상·화상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를 해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스토킹 행위가 지속·반복되면 스토킹 범죄가 된다. 즉, 하급자의 의사에 반하는 구애 갑질이 지속될 경우, 이는 단순히 인사조치로 끝날 수 있는 사안에 그치지 않고 스토킹 범죄가 되는 것이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뉴스 기사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직장인들이 실제 겪은 구애 갑질의 유형도 가벼운 장난처럼 보이는 행위에서부터 범죄에 이르는 행위까지 다양하다. 아래에선 법원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한 구애갑질 사례를 살펴보자.


가. 수원지방법원 2023. 2. 9. 선고 2022가합10067 판결(수원고등법원 2024. 1. 25. 선고 2023나12759 판결로 항소기각, 대법원 2024. 5. 9. 자 2024다219209 판결로 심리불속행기각 확정)


회사 상급자인 원고는 피해근로자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약 9개월 이상 사내 메신저 또는 카카오톡을 이용해 일방적인 구애 행위를 했고, 피해자가 이를 거부하자 업무적으로 부당한 행위를 지시하거나 자살을 암시하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내고 무단결근을 하기도 했다. 이에 피해근로자는 원고에 대한 징계 등 인사조치를 희망한다는 고충신고서를 회사인 피고에 제출했고, 피고는 원고를 징계해고했다.


원고는 피고의 징계해고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해고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했으나, 법원은 "원고가 장기적·지속적으로 집요한 태도로 구애 행위를 계속했고, 이를 업무와 연관 지을 수 있다는 모습을 보였다. 신고인(피해근로자)과 원고가 함께 피고에 재직하는 상태에서 신고인이 원고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은 원고와의 교제를 받아들이는 방법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원고의 이러한 언행은 객관적으로 신고인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방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 내지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면서 원고의 행위가 근로기준법 제76조2가 금지하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나. 수원지방법원 2021. 5. 20. 선고 2020구합75744 판결(확정)


상급 소방공무원인 원고는 피해근로자가 명시적으로 교제 거절 의사를 밝혔음에도, 피해근로자에게 "키스해 주고 싶다", "네 남편감으로 나 어때?", "너한테 푹 빠진 듯하다", "네가 원한다면 우리 닮은 작은 사람의 탄생도 만들어 갔으면 좋겠어"라는 편지와 문자 등을 보내고, "나 놓치면 후회하게 만들어 줄 거야. 너 있는 데 가서 괴롭힐 거야. 맨날 감찰 나가고", "네가 얘기하면 팀 바꿀 수도 있는데 센터장님이랑 나 친한데"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피해근로자가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고충 신청을 하자, 관할소방서장은 원고에 대해 정직 3개월의 징계를 의결했다. 


원고는 정직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원고와 피해근로자의 지위, 직장 내 괴롭힘 행위로 적시된 언행들이 원고의 이성교제 제안 및 그에 대한 거절과 시간적·내용적으로 결부되어 있는 점, 원고와 피해근로자 사이에 있었던 일 등에 관하여 이 사건 센터의 다른 팀원들 역시 알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언행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피해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원고의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4. 구애 갑질 신고와 회사의 대처


직장 내 구성원들의 감정 표현은 기본적으로 사생활 영역에 해당하고, 감정표현을 주고받는 방식도 개개인마다 다르므로, 신고된 행위가 구애갑질에 이르는 것인지 판단하는 일은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피해근로자의 구애 갑질 신고가 있다면 회사의 입장에서는 피해근로자의 정신적 고통을 최소화하고 기업 질서 문란을 조기 수습하기 위해 신속하게 사안을 종결할 필요가 있다. 대체로 가해자로 지목된 직원이 자진해 퇴사할 경우 피해근로자는 직장에서 가해자와 영구 분리가 되므로 대체로 만족하고, 직장 내 질서도 회복되는 경우가 많기도 하다.


그러나 회사가 가해자를 퇴사시키는 것으로써 노동조사를 쉽게 종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설령 가해자가 신고 내용을 크게 다투지 않는 경우에도, 법과 사규에 명시적으로 정해진 절차를 지키는 것은 기본이고 명시적 규정이 없더라도 조사 관여자의 인격권, 방어권 등 권리 보호와 공정성 유지를 위한 합리적 조치를 찾아 실행해야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절차 준수는 피해근로자 보호는 물론, 가해자로 지목된 직원의 권리보호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회사는 가해자로 지목된 직원에 대해서도 신고 사실에 대한 방어권을 보장해 주고, 향후 조사 일정을 고지해야 하며, 구애갑질이 아닌 것이 밝혀질 경우 그 직원에 대한 비밀 유지 및 보호를 해줘야 한다.


결국 구애갑질 신고에 따른 대처는 신속성도 중요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절차 존중 원칙이 지켜진 한도에서의 신속성을 의미한다. 회사는 항상 절차적 정의를 보장하고 공정성을 염두에 둔 뒤탈 없는 조사를 이상으로 삼아야 한다.


5. 나가며


이처럼 고백 공격은 한낱 해프닝으로 웃어넘기고 끝날 수도 있지만, 직장 내에서 상급자에 의한 구애 갑질로 이어진다면 결국 직장 내 괴롭힘이 될 수 있다. 그리고 피해근로자는 구애 갑질로 인해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고 이를 버티다 못해 퇴사를 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다른 근로자들의 업무 환경도 악화되고 조직의 분위기가 저해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특히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소규모 사업장에서 그 대표자나 친인척에 의해 구애 갑질이 이루어지는 경우라면 피해근로자의 피해 정도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구애 갑질은 직장 내 괴롭힘 중에서도 비교적 최근 들어 이슈되고 있는 유형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면서 사람들의 인식에도 변화가 생겼고, 명백히 성희롱에 이르지 않거나, 단순히 반복적으로 호감을 표시하는 것에 그치는 행위라도 직장 내 괴롭힘 행위로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상급자와 하급자 간의 사내 연애를 금지하는 취업규칙을 제정함으로써 직장 내 구애 갑질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근본적으로 사회적 약자를 쉽게 성적 대상화하는 사회 분위기와 조직 문화를 먼저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구애 갑질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에서는 모두 일리가 있는 말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5년이 지난 만큼 계속해서 문제되고 있는 구애 갑질을 방지하기 위해 범직장 차원에서 머리를 맞대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 본 칼럼은 김동욱 변호사가 월간노동법률 2024년 9월호에 기고한 내용을 편집한 것입니다.

https://www.worklaw.co.kr/main2022/view/view.asp?in_cate=106&in_cate2=0&bi_pidx=37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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