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ㆍ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절차의 이행
2024.11.27.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도 어느덧 2년 반이 넘었다. 경영책임자에게 직접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부여해 중대재해를 예방한다는 법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대재해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고, 현재까지 그 중 약 20건의 중대재해 사건이 법원의 판단을 받았다.
판결이 선고된 20여 건의 사건에서 가장 많이 문제된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의무 중 하나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 제3호의 '사업(장)의 특성에 따른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해 개선하는 업무절차의 마련 및 해당 업무절차에 따른 유해·위험요인의 확인 및 개선에 대한 반기 1회 이상의 점검과 필요한 조치'이다. 이 글에서는 경영책임자가 부담하는 위 의무의 내용 및 한계에 관해 살펴보려 한다.
1. 중대재해처벌법령의 규정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가 부담하는 안전보건 확보의무의 내용으로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정하고 있다(제4조 제1항 제1호). 이러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이행의 구체적인 내용을 같은 법 시행령 제4조에서 정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유해·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절차의 마련이다.
구체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은 경영책임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에 따른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해 개선하는 업무절차를 마련하고 해당 업무절차에 따라 유해·위험요인의 확인 및 개선이 이루어지는지를 반기 1회 이상 점검한 후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4조 제3호 본문). 다만, 산업안전보건법 제36조에 따른 위험성평가를 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그 절차에 따라 위험성평가를 직접 실시하거나 실시하도록 해 실시 결과를 보고 받은 경우에는 해당 업무절차에 따라 유해·위험요인의 확인 및 개선에 대한 점검을 한 것으로 본다(제4조 제3호 단서).
즉, 사업(장)에 위험성평가 절차를 마련해 운영하면서 그 결과를 보고 받는다면 위와 같은 유해·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절차의 마련 및 점검을 이행한 것으로 간주된다. 다만, 이 경우에도 점검 결과에 따라 취해야 하는 필요한 조치는 별개의 의무라서, 위험성평가 결과를 보고 받고서 유해·위험요인의 개선 조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면 그에 대해 필요한 조치까지를 해야 한다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설명이다.
2. 위험성평가의 절차 및 주체
위와 같이 중대재해처벌법령은 경영책임자가 산업안전보건법 제36조에 따른 위험성평가 절차를 두고 실시하도록 하면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 제3호에 따른 유해·위험요인의 확인 및 개선 절차의 마련 및 점검을 한 것으로 보고 있어 위험성평가 절차에 관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6조에서는 위험성평가에 관해 사업주가 건설물, 기계·기구·설비, 원재료, 가스, 증기, 분진, 근로자의 작업행동 또는 그 밖의 업무로 인한 유해·위험요인을 찾아내 부상 및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의 크기가 허용 가능한 범위인지를 평가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같은 법과 같은 법에 따른 명령에 의한 조치를 해야 하며, 근로자에 대한 위험 또는 건강장해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추가적인 조치를 하도록 정하고 있다(제1항). 이러한 위험성평가 시에는 해당 작업장의 근로자를 참여시켜야 하고(제2항), 위험성평가의 방법, 절차 및 시기 등 구체적인 사항은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도록 했다(제4항).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고시인 '사업장 위험성평가에 관한 지침'(고용노동부고시 제2023-19호, 2023. 5. 22. 시행, 이하 위험성평가 지침)에서 위험성평가의 구체적인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위험성평가 지침에 따르면 위험성평가란 '사업주가 스스로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하고 해당 유해·위험요인의 위험성 수준을 결정해 위험성을 낮추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마련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말한다(제3조 제1항 제3호).
위와 같이 위험성평가는 사업장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에 관한 유해·위험요인을 찾아내고 그 위험성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하여 허용될 수 없는 수준일 경우 허용 가능한 범위 내로 위험성을 낮추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하므로, '①사전 준비 → ②유해·위험요인 파악 → ③위험성 결정 → ④위험성 감소대책 수립 및 실행 → ⑤위험성평가 실시 내용 및 결과에 대한 기록 및 보존'의 순서에 따라 실시된다(위험성평가 지침 제8조). 앞서 산업안전보건법 제36조 제1항에서 '위험성평가 결과에 따라 근로자에 대한 위험 또는 건강장해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추가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는 부분은, 위와 같은 위험성평가의 절차 중에 ④의 '위험성 감소대책 수립 및 실행'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즉, 파악된 유해·위험요인의 위험도가 어느 정도인지 평가해 근로자의 안전 또는 보건을 위협할 수준이라면 그러한 위험성을 감소시키기 위한 추가적인 조치를 이행해야 하는 것이다.
간혹 사업주가 제정한 위험성평가 실시규정 등의 규정 자체를 위험성평가 절차와 동일시하는 경우가 있는데, 위험성평가 실시규정은 위와 같은 위험성평가 절차 중에 ①의 사전준비 과정에서 위험성평가 목적 및 방법, 평가 담당자 및 책임자의 역할, 평가시기 및 절차, 근로자에 대한 참여·공유방법 및 유의사항, 결과의 기록 및 보존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한 규정이다(위험성평가 지침 제9조 제1항). 반면에 위험성평가 절차는 그러한 규정에 따라 실제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하고 평가, 개선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하는 것이어서 구분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편, 위험성평가를 실시해야 할 의무 주체는 '사업주'이나, 사업주가 법인인 경우 행위자로서 실제 해당 절차를 이행할 사람이 필요하다. 이에 관해 산업안전보건법령은 사업장을 실질적으로 총괄해 관리하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에게 위험성평가의 실시를 총괄·관리하도록 정하고 있다(제15조 제1항 제9호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9조). 실제 각 작업 현장에서 해당 작업을 수행하는 근로자와 함께 유해·위험요인의 파악이나 개선조치 시행에 참여하는 주체는 '관리감독자'이고, '안전관리자' 및 '보건관리자'가 위험성평가 과정에서 지도·조언을 하지만, 위험성평가 절차를 총괄·관리해 시행할 책임을 부담하는 사람은 안전보건관리책임자다. 도급 사업의 경우에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가 '안전보건총괄책임자'가 돼 위험성평가 실시에 관한 사항을 총괄 관리한다(제62조 제1항 및 제3항, 시행령 제53조 제1항).
3. 유해ㆍ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절차 이행의 내용 및 한계
위와 같이 위험성평가는 현장에서 진행되는 작업에 관해 구체적으로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하고 평가해 개선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이에 따라 산업안전보건법은 해당 사업장(현장)에서 진행되는 작업을 총괄해 관리하는 안전보건관리(총괄)책임자에게 그 이행에 관한 최종적인 책임을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선고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의 판결에서는 위험성평가가 충실히 이루어지지 않은 것을 경영책임자가 중대재해처벌법상 '유해·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절차'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본 사례들이 발견된다(의정부지방법원고양지원 2023. 10. 6. 선고 2022고단3255 판결, 창원지방법원 2023. 11. 3. 선고 2022고단1429 판결, 대구지방법원 2024. 1. 16. 선고 2023고단3905 판결 등). 물론 해당 사례에서는 타 현장에서의 위험성평가 내용을 그대로 옮기거나 해당 사업장에서 실제 진행되는 작업이 아닌 일반적인 내용만을 위험성평가 결과로 기재함으로써 사업(장)의 특성을 반영한 유해·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절차를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인정된 측면이 있고, 이러한 경우에는 위험성평가 절차가 사실상 형해화 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
문제는 사업장 나름대로 실질적인 위험성평가 절차가 마련돼 운영되고 있는 중에 중대재해가 발생했고, 그 중대재해 발생의 원인이 된 유해·위험요인이 위험성평가 결과에 없다고 해 곧바로 경영책임자가 '유해·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절차'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을지다. 이러한 경우에도 경영책임자가 해당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본다면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타당하지 않아 보인다.
먼저 산업안전보건법상 위험성평가 의무와 중대재해처벌법령상 유해·위험요인의 확인 및 개선 절차 의무의 주체가 다르다는 점에서 타당하지 않다. 앞서 본 것처럼 위험성평가는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총괄)책임자의 책임하에 실시되는 제도다. 대표이사가 해당 사업장에 상주하며 사업장을 총괄·관리한다면 안전보건관리(총괄)책임자가 되겠지만, 대표이사가 상주하는 본사 등과 분리된 사업장, 예컨대 본사와 떨어진 공장이나 공사현장의 경우 해당 사업장을 실질적으로 총괄·관리하는 공장장, 현장소장 등이 안전보건관리(총괄)책임자가 된다(산재예방정책과-2414, 2019. 5. 21.). 이러한 경우 해당 사업장의 위험성평가는 안전보건관리(총괄)책임자인 공장장, 현장소장 등에 의해 실시되는데, 실시된 위험성평가 내용 중에 중대재해의 원인이 된 유해·위험요인이 일부 반영돼 있지 않다고 해 그 책임을 곧바로 경영책임자(대표이사)에게 묻는 것은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
다음으로 각 의무의 내용 측면에서 보더라도 타당하지 않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산업안전보건법상 위험성평가에 따른 조치 의무는 '①사전 준비 → ②유해·위험요인 파악 → ③위험성 결정 → ④위험성 감소대책 수립 및 실행 → ⑤위험성평가 실시 내용 및 결과에 대한 기록 및 보존'으로 이어지는 위험성평가의 절차 중에 '④위험성 감소대책 수립 및 실행'에 해당하는 직접적·구체적인 조치다. 즉, 현장에서 발견된 유해·위험요인에 대해 안전설비를 추가로 설치한다던지 새로운 작업표준을 수립하는 등의 현장 차원의 구체적인 조치다.
반면에 경영책임자 등이 중대재해처벌법령에 따라 부담하는 의무는 '유해·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절차를 마련하고 그 절차가 작동하는지 점검함으로써 취해야 하는 관리·운영상의 조치'다. 예컨대 위험성평가 절차를 마련하고, 그 절차상의 유해·위험요인 파악 방법이나 위험성평가 기법이 사업(장)의 특성에 맞지 않거나 위험성평가 제도가 운영되는 데 필요한 사내 규정 및 절차가 미비한 경우 등에 이를 개선하는 조치라고 볼 수 있다. 즉, 사업(장)의 특성을 반영한 위험성평가 절차를 마련하고 그 절차가 작동하고 있는지를 점검해 절차의 관리·운영 차원에서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경영책임자는 위 의무를 이행했다고 볼 수 있다. 위험성평가의 실시 과정에서 특정 유해·위험요인이 빠졌다고 해서 위험성평가 절차 자체를 마련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구체적인 사안에서 해당 유해·위험요인이 어떤 내용인지에 따라 사업(장)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볼 경우도 있겠지만(예컨대 해당 사업장의 주된 작업에서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유해·위험요인이 누락된 경우), 실질적으로 위험성평가가 실시되는 경우라면 적어도 위험성평가 절차 자체는 마련된 것으로 보는 편이 타당하다. 경영책임자로서는 사업(장)에서 실시되는 작업에 대한 위험성평가를 실시하도록 제도를 마련하고 그 제도가 작동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차원의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지, 위험성평가 내용 중에 어떤 유해·위험요인이 빠졌고 포함됐는지를 일일이 확인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확인할 수도 없다.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에 관한 논의에서도 해당 규정의 취지는 경영책임자 등이 유해·위험요인에 대한 확인 등을 직접 하라는 것이 아니라, 유해·위험요인에 대한 확인 및 개선이 가능하도록 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그 절차대로 사업장에서 이행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등 관리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에 관해 검찰이 ①현장의 안전관리자 등이 추락 위험의 위험성평가를 소홀히 해 작업발판이나 추락방호망을 설치하지 않은 잘못된 판단을 이유로 경영책임자가 유해·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업무절차를 마련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한 사례나 ②공정 정비 작업 중에 부탄이 누출돼 발생한 폭발·화재에 관해 유해·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절차는 마련돼 있으나 현장에서 그 절차를 준수하지 않아 발생한 사고여서 '절차 미준수'를 '절차 부존재'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사례는, 위와 같은 논점을 정확히 짚은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유해·위험요인의 확인 및 개선 절차에 관한 경영책임자의 의무는 해당 절차를 마련하고 그 절차가 작동하는지 점검해 조치를 취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위험성평가의 세부적인 내용을 따져 재해 발생의 원인이 된 유해·위험요인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경영책임자가 해당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 본 칼럼은 김동현 변호사가 월간노동법률 2024년 9월호에 기고한 내용을 편집한 것입니다.
https://www.worklaw.co.kr/main2022/view/view.asp?bi_pidx=37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