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발령이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없을 정도로 부당하게 장기간 동안 잠정적 지위의 상태로 유지한 경우, 합리성이 없을 정도로 부당하다고 볼 만한 시점 이후부터의 대기발령은 무효라고 본 사례
2024.11.27.
[대상판결: 대법원 2024. 9. 12. 선고 2024다250873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는 사립학교법에 따라 설립된 학교법인으로서, 같은 법에 의한 수익사업으로 부산 동래구에 소재한 병원(이하 ‘이 사건 병원’)을 설립·운영하고 있었으며, 원고는 이 사건 병원에 2015. 9. 1. 입사하여 2017. 3. 17.부터 행정사무국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자였습니다.
피고는 2021. 2. 22. 당시 이 사건 병원의 병원장이자 원고의 아버지였던 F의 경영활동상 비위행위(외부 업체와의 컨설팅 계약시 이사회 심의 생략, 외부 컨설팅 계약 업체와의 보수지급 관련 문제 등) 조사 필요성을 이유로 F를 직위해제하고 2021. 3. 9. E를 병원장 직무대행으로 선임하였으며, 위 경영활동에 대한 감사를 통지하고 2021. 7.경 감사에 착수하여 이 사건 소송 중이던 2023. 7.경 감사를 종료하였습니다(이하 위 감사를 ‘이 사건 감사').
이 사건 감사 과정에서 피고 감사위원회가 이 사건 병원 측에 수차례 감사 준비 및 요청자료 제출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이 사건 병원 행정사무국장인 원고는 ‘감사에 참가하는 감사위원 및 직원 전원이 대외비 감사자료에 대한 복사 및 외부유출 금지에 관한 보안서약서를 작성할 것과 감사결과 발표 시 공정성 확보를 위해 이 사건 병원 노동조합 대표 및 법률대리인을 참석케 할 것’, ‘감사일정과 장소를 특정하고, 감사자료 일체는 이 사건 병원의 담당 직원이 직접 소지하여 감사장에 방문하고, 감사자료 검토 시 담당직원이 배석하여 설명하며, 감사 종료 후에는 자료를 회수’할 것 등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하였습니다.
이 사건 병원의 병원장 직무대행인 E가 2021. 5. 24. 원고에게 '2021. 5. 26.부로 별도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자택대기 하라'는 내용의 인사발령(이하 ‘이 사건 대기발령’)을 통지하였고, 이 사건 대기발령 사유 설명서에는 직무대행 지시사항 불이행으로 인한 업무방해, 결재 시 전결 사항 불이행, 병원 대표직인의 무단 임의 사용이 대기발령의 사유로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원고는 2021. 5. 26. 이 사건 대기발령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였으나 기각되었고, 이후 중앙노동위원회에 신청한 재심 역시 기각되어 이 사건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제1심은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고, 이에 피고가 항소하였으나 원심은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대상판결은 아래와 같은 제1심 및 원심 판단 근거를 기초로 원고의 감사 방해를 저지하기 위한 데 주된 목적이 있는 이 사건 대기발령은 피고의 감사가 종료됨으로써 그 필요성이 없어졌음에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원고를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없을 정도로 부당하게 장기간 동안 잠정적 지위의 상태로 두는 것이 되어 부당하고, 대기발령의 필요성이 없어진 시점부터는 대기발령이 부당하게 장기간 유지되는 것이어서 무효로 보아야 한다는 원심의 판단 부분은 정당하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대기발령의 필요성이 있을 수 있는 피고의 감사 종료 이전 부분에 관하여는 그 무효 사유를 별도로 따져 봐야 하고, 감사 종료 이후의 부당한 대기발령 유지 조치가 무효라는 이유만으로 그 이전 부분까지 당연히 무효가 된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에서 대기발령이 언제부터 무효인지 여부에 관한 추가 심리, 판단이 필요하다고 보아 원심판결 전체를 파기하고 환송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① 이 사건 대기발령은 2021. 5. 26. 개시되어 현재까지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유지되고 있다.
② 피고가 원고를 이 사건 대기발령에 처한 주된 이유는 이 사건 감사에 대한 방해를 저지하기 위한 데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 사건 감사는 이 사건 소송 중이던 2023. 7.경 종료되었으므로, 더 이상 원고에 대한 이 사건 대기발령을 유지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할 수 없고, 피고로서는 감사결과에 따라 이 사건 대기발령을 해제하고 원고를 원직에 복직하거나 징계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대기발령을 유지하고 있는바, 이는 더 이상 잠정적 조치라고 할 수 없다.
③ 이 사건 감사는 약 2년간의 장기간에 걸쳐서 이루어졌는데 감사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그와 같이 장기간 감사를 진행할 합리적 필요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기 힘들다.
④ 원고는 2021. 8.경부터 기존 임금의 30%를 삭감하여 지급받고 있는데, 이 사건 대기발령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어 그 자체로도 결코 가벼운 생활상의 불이익이라고 할 수 없게 되었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법원은 ‘대기발령’이 ‘근로자가 현재의 직위 또는 직무를 장래에 계속 담당하게 되면 업무상 장애 등이 예상되는 경우에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일시적으로 해당 근로자에게 직위를 부여하지 않음으로써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잠정적인 조치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다86246 판결 참조)로 새기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대기발령과 같은 잠정적인 인사명령이 명령 당시에는 정당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대기발령의 목적과 실제 기능, 유지의 합리성 여부 및 그로 인하여 근로자가 받게 될 신분상, 경제상의 불이익 등 구체적인 사정을 모두 참작하여 그 기간은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대기발령을 받은 근로자가 상당한 기간에 걸쳐 근로의 제공을 할 수 없다거나 근로제공을 함이 매우 부적당한 경우가 아닌데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없을 정도로 부당하게 장기간 동안 잠정적 지위의 상태로 유지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합리성이 없을 정도로 부당하다고 볼 만한 시점 이후부터의 대기발령은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는 확립된 입장입니다(대법원 2007. 2. 23. 선고 2005다3991 판결, 대법원 2013. 5. 9. 선고 2012다64833 판결 등 참조).
대상판결은 위와 같은 기존 판례의 입장에서 합리성이 없을 정도로 부당하다고 볼 만한 시점 이후부터의 대기발령은 무효라고 보아야 할 것이나, 그러한 경우에도 대기발령 전부가 무효로 되는 것은 아니고 대기발령의 합리성이 없을 정도로 부당하다고 볼 만한 시점 이후에 한정하여 무효로 된다는 점을 강조한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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